경성 트로이카 - 1930년대 경성 거리를 누비던 그들이 되살아온다
안재성 지음 / 사회평론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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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시대 독립운동사에서 특히나 사회주의 계열의 운동을 보노라면 갑갑할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 조그만 나라에 그 암흑의 시절에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되지도 않는 그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 조직을 만들고 서로 싸웠는지를 보다보면 한심해 한심해 소리를 입에 달게 된다.

그러나  이 몸편하고 속편한 후손의 넋두리야말로 얼마나 가당찮은 것인가
식민지 시대 - 어쩌면 아니 조금만 더 이기적이었다면 충분히 식민지 관료로서 편한삶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이 독립운동을 그것도 공산주의운동을 하겠다는 결심자체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것이 보여주는 삶의 행로가 얼마나 큰 고통을 가져다줄지를 눈앞에 뻔히 보면서도 그 길을 거침없이 간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지....

트로이카라는 말에서는 바로 한때 은막을 주름잡던 여배우의 이미지나 북국 러시아의 대지를 달리는 낭만적 마차의 모습만이 떠오른다.
때문에 어쩌면 이책의 제목인 경성트로이카는 책에 대해 엉뚱한 선입견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식민지 조선의 모습이나 당대의 혁명가들의 모습을 지나치게 낭만화시킨건 아닌지...
하지만 조금만 책을 읽어가다보면 그런 선입견은 여지없이 부서져 버린다.
경성 트로이카는 경성꼼그룹의 전신으로서 트로이카가 의미하는 것은 세마리의 말이 동등한 힘을 갖고 마차를 끄는 것처럼 사회주의 조직은 모든 활동가들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자신과 조직의 운명을 결정하고 따라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이라는 뜻을 가진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가혹한 탄압에 못이겨 망명을 택하던 시기다.
그 망명의 길이 편한길이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으나, 역시 무엇보다 힘들고 어려운 것은 역시 국내에 남아있는것일게다.
국내의 민중들을 조직하고 그 힘으로 독립을 쟁취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라는 것을 잊지않고 그것에 매진한 혁명가들. 그들이 바로 경성트로이카다.
그래서 트로이카란 이름은 주도적이었던 이재유, 김삼룡, 이현상 같은 이들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 길에서 같이 싸웠던 모든 활동가들, 모든 민중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또한 그나마도 이름이 알려져있던 남자들에 비해 전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동덕여고 출신의 여자 혁명가들의 이름이 여기서 그 이름을 알려온다.
당시 경성이 원산같은 곳에 비해서 경공업의 비중이 높았고 그에 따라 여성노동자들의 조직이 중요했음으로 인해 많은 여성활동가들이 있었을터인데도 그들의 이름은 악명으로라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 그나마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고 파업을 이끌었던 여성혁명가의 이름 - 박진홍, 이순금, 이효정 - 그들의 이름을 살려낸 것으로도 이 소설의 의미는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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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1-0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이런 책이었군요. 잘 읽고 갑니다.
신랑 덕에 책 열심히 읽으시는군요.^^
많이 나으셨겠죠?

바람돌이 2008-01-05 01:46   좋아요 0 | URL
예 많이 나았어요. 그래도 아직은 잘 움직이지를 못해 저를 하녀처럼 부려먹는답니다. ㅠ.ㅠ 경성트로이카는 저 트로이카라는 말때문인지 실제 내용과 다른 분위기를 풍기죠?

클리오 2008-01-04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별 다섯... 고민끝내고 사야겠군요... ^^

바람돌이 2008-01-05 01:47   좋아요 0 | URL
사실 별 다섯은 이 책의 문학성이나 뭐 그런거하고는 상관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잊혀졌던 사람들을 복원해냈다는데 주어진거라고 봐야겠죠...(사실 문학성에 대해서는 저는 잘 알지도 못하고요. ㅎㅎ) 전에 조금 공부하다고 그냥 손놔버린 부분인데 이 책 읽고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 끊이지 않는 분쟁, 그 현장을 가다
이유경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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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연찮게도 친정엄마가 스리랑카로 놀러간동안 이 책을 읽었다.
우리에게 아시아는 무엇일까?
그것도 우리와 지리적으로 세계 다른 어떤 지역보다 가까운 동남아시아 남부아시아는?

기껏해야 열대의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지?
그것도 꽤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는...
내 엄마처럼 독실한 불교신자에게는 불교의 성지가 펼쳐져 있는 곳?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무시하고 짓밟기 편한 취급을 받고 있는 무수한 이주노동자들의 고향?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을 이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걸까?
멀리서의 재난이나 안좋은 소식보다 바로 내 이웃에서 안좋은 소식이 들리면 더 맘아파하고 안타까워하는게 인지상정인데, 우리는 어쩌다 눈길을 항상 저 멀리 하얀 나라들로만 돌렸던 걸까?
이웃의 아픔에 관심갖기 보다는 나보다 나아보이는 이들만을 향해 동경의 추종의 눈길을 보내는 법만 배웠던 것일까?

그토록 우리나라에서 험악한 꼴을 당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어쩌면 우리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들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이 험한 얘기들 뿐이지만 그래도 작으나마 한편에서는 이들덕분에 아시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니...
가끔 공중파 방송이나 케일블 쪽에서 그런 변화를 느끼곤 한다.
요즘 채널은 모르겠고 하여튼 tv를 어쩌다 틀다보면 만나게 되는 프로가 <아워 아시아>란 프로다. 얼마전에 본 건 네팔의 아이들편이었다.
마지막에 아이가 하루 14시간 버스차장을 해서  번 너무나 작은 돈을 앞에 둔 일가족의 망연한 모습은 어떤 희망도 들어설 틈이 없는 그들의 현재를 너무나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지금 이순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 가난 - 요란한 관광소개서에서 빠진 바로 이 아시아의 모습이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지점이다.
저자인 이유경씨는 어쨌든 뛰어든다.
관광지 아시아가 아니라 사람이 살고있는 땅, 사람이 고통당하고 있는 땅, 그럼으로써 투쟁과 눈물이 마르지 않는 그 아시아 땅에....

당당하게 거대언론의 아무 개념없는 남의 글 받아쓰기를 질타하며 직접 그 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어쩌면 무모할정도로 용감해보이는 그녀가 아름다운 순간이다.

관념으로 덕지덕지 처발라진 성자의 나라 인도가 아니라 카스트제도하에 신음하는 달리트의나라 인도
실론티~~라는 CM송으로 기억되는 스리랑카가 아니라 영국이라는 나라가 뿌려놓은 처절한 민족분쟁의 현장 스리랑카 - 영국은 이곳에 그들이 먹을 차를 재배하기 위한 노동력으로 인도인 타밀족을 강제 이주시킨다. 영국은 또한 이들을 달래기 위해 원주민인 싱할리족에 비해 이들을 우대하면서 두 민족간의 갈등을 고조시킨다. 이러한 분쟁의 씨앗은 결국 독립이후 두 민족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게 되고 결국 끈임없는 내전의 구렁텅이로 스리랑카를 처박아버리게 되는 것. 스리랑카의 경우 지배민족인 싱할리족의 경우 타밀족의 성장은 바로 이웃 인도의 영향력의 강화라는 반갑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으니 기를 쓰고 타밀족을 억압하고, 타밀족은 타밀족대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여기에 인도의 야심까지 끼어드니 분쟁의 해결고리는 찾기 어렵다.
히말라야와 불교의 이미지로 착하고 선한 사람들만이 살것같은 나라 네팔
하지만 믿기 어렵게도 아직도 절대왕정이 존재하고 그 치하에서 고통받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곳.
바로 그 왕정을 타도하기 위해 싸우는 나라 네팔
인도도 파키스탄도 누구도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있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 카슈미르
인도나 파키스탄이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유권을 주장하고 서로 싸울뿐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오늘도 카슈미르엔 인도와 파키스탄의 목소리만이 쟁쟁하다.

이런 아시아는 왜 이렇게 우리에게 낯선 땅이 돼버렸을까?
바로 옆의 고통에 대해서 공감과 위로는 커녕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대한민국은 비정상이다.
또한 그런 아시아의 모습에 절대적으로 인색한 대한민국 언론 역시 지극히 비정상이다.
이 비정상의 대한민국에 저자 같은 이가 좀 더 많아진다면 우리의 관심도 달라질까?
다른 르포기사나 책들과 달리 쉽게 읽을 수 있다는게 그럼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낯선 아시아의 모습을 전할 수 있다는게 이 책의 장점일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바로 그 쉽다는 것 - 저자의 여정을 중심으로 글이 쓰여짐으로써- 이 이 책의 단점이 돼기도 한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는 하지만 왜 그들이 오늘날 이렇게 싸우고 서로를 증오하며 살게 되었는지의 원인을 이 책에서 제대로 찾아내기는 어렵다.
사실 이부분은 출판사에서 편집에 조금만 신경을 써줬어도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은데...
매 장의 앞이나  마지막에 박스기사의 형태로라도 그 지역의 최대 문제점과 역사적 연원 같은 걸 설명해주는 장을 따로 실었다면 훨씬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까?
재판이 나온다면 이런 수고를 좀 더 기울여둔다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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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오랜꿈 2007-12-26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KBS에서 "차마고도"란 다규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었지. 이번 성탄연말에 며칠 동안 재방송 내보내는 모양이야.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마도 그 높은 호응도는 관광상품의 인기에 기인하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네요.

"차마고도"가 방영되고 난 뒤에 이 코스를 상품화한 관광상품이 인기라네. 실제 다규멘터리의 내용은 그곳의 사람들과 그들의 고단한 삶을 반추하는 것인데, 그걸 보는 우리들은 '아 저길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치환되어 나타나는 것 같아. '타자화되는 삶'이 하나의 구경거리로 전락되는 셈이지...

이 책은 적어도 타자화된 삶을 하나의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으니, 네가 지적한 아쉬움을 충분히 상쇄시키는 것 같아...

바람돌이 2007-12-26 23:47   좋아요 0 | URL
차마고도란 프로그램 소개를 대충 보니 뭐 관광상품화 되어지기 딱 좋을 것 같네요. 뭔가 이색적이고 약간은 신비스럽고 그런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으로 타자화되는 삶이 어디 한둘이겠어요. 인도는 대표적이고...

예전에 어떤 글에서 본건데요. 아프리카의 기아로 죽어가는 소년의 사진같은 것들로 기아의 참상을 알리고 세계여론을 환기시키고 하는 공으로 퓰리처상을 받고 그러잖아요. 근데 그런 사진들을 찍을때 그런 모습이 전세계에 날것으로 공개되는 당사자의 생각이나 자존, 인권을 생각하는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걸 읽은 적이 있어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가 제3세계나 또 빈민층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하는 얘기였어요.
 
마녀의 한 다스 지식여행자 1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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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세기 초 "극동의 조그만 나라 일본이 대국 러시아를 무찔렀다"는 뉴스거리가 구미 열강의 식민 지배로 허덕이던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게 그 얼마나 희망과 용기를 주었는지..... 그 당시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백인의 제국주의 약탈과 착취와 차별에 신음하고 있던 세계 곳곳의 유색인종들에게 희망의 별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일본은 스승으로 우러러보고 본받던 선배 구미열강에 못지 않을 잔혹한 제국주의 나라로 표변했고, 아시아의 여러 이웃들은 그 화를 톡톡히 입었을 뿐만 아니라, 원망에 가득찬 증오마저 품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멀리 떨어진 터키까지는 일본의 군홧발도 불명예스러운 소문도 미치지 않아,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본에 대한 동경과 존경의 시선이 가시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35쪽)

우리에게는 본격적인 식민지 역사의 시발점인 러일전쟁이 먼 다른 곳에서는 이런 식으로 해석될 수 도 있다니.....
충격이었다.
이 이야기는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가 터키에 갔을때 곳곳에서 '도고(러일전쟁때 러시아 극동함대를 패퇴시킨 일본군인)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 환대를 받은 에피소드다.
관념속에서 각 사회가 처한 문화와 환경에 따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일전쟁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너무나도 의외여서 충격적이었다.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는 성장과정부터 이채롭다.
요 앞에 나왔던 <프라하의 소녀시대>라는 책에서 자세히 나왔지만 어린 시절을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덕분에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아이들과 함께 보내었다.
이 시절의 경험은 그녀를 다른 문화와 생각에 대해 굉장히 개방적이고 건강한 시선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녀가 평생의 직업으로 택한 동시통역사 역시 그녀의 그런 시각을 강화한 것 같고....
사실 언어란게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만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언어에는 그 나라의 의식과 문화 생각이 모두 녹아있다.
우리 말에 유난히 발달한 높임말은 그 자체가 유교질서와 상화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표상이듯이.....

이런 유별난 경험을 바탕으로 늘어놓는 저자의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가치관이 만나는 지점들의 이야기는 참 신선하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생각이  책의 곳곳에 녹아있다.
아 그래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구나라는 탄성을 내내 지르게 된다.

때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도 있지만 또 그 다양성으로 인해서 즐거워지기도 한다.
일본 NHK의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중국 사막지역으로 촬영을 따라갔을때
그 사막의 모래바람속에서 용케 발견한 사슴한마리를 가지고 순식간에 만두같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만들어내던 중국 군인들의 모습은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세상의 온갖 요리를 모두 만들어낸 중국인 외에 과연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다른 문화에 대한 공감 또는 다른 생각은 막힌 사회의 숨통을 틔워주는 환기구 같은 역할을 한다.
책 제목의 마녀는 바로 그 소수자로서의 다른 생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다르다는 것은 항상 마녀사냥의 위험을 안고있었다.
인류의 역사가 바로 그 마녀사냥의 역사가 아니었던가 말이다.

꽉 막혀서 내 발등 외에는 도대체가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숨통을 틔워줄 마녀의 존재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 사회가 학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바로 우리의 숨통을 틔워줄 마녀가 아닐까?
우리는 어쩌면 그들과 함께 모두 마녀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닐까?
마녀가 넘치는 세상 - 주류에 당당히 다른 가치관, 다른 삶의 방식을 얘기하고 싸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 아!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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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로 아저씨의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역사
엘 피스곤 지음, 김명신 옮김 / 부광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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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있으니 만큼 이 책의 주인공은 글이 아니라 그림이다.
아닌게 아니라 멕시코의 저명한 정치풍자만화가라는 책 날개의 소개가 딱 맞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을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다.



부르조아 혁명인 프랑스혁명이 <자유, 평등, 박애를 얘기했지만 실상은 그것이 <부르조아의 상호 자유, 소비자들간의 평등, 그리고 구두쇠 박애>임을 적절히 알려준다. 자본주의가 시작 되었다.

 

 

 



자본주의가 곧 제국주의로 이행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제국주의가 얼마나 많은 식민지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또한 그것이 얼마나 많은 식민지인들의 해골탑 위에 쌓아진 부였는지 이보다 명쾌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자유시장은 계속 번성하고 뼈만 남아 누운 식민지인은 "이봐, 그래도 우리는 길가에 노점을 세우고 독점기업과 경쟁할 자유가 있다는걸 잊지마."란다.
자본주의의 자유의 본질은 식민지인들에게는 패배하고 굶어죽을 자유 아니었던가 말이다. 도처에 식량이 남아돌아도 자본주의의 자유경쟁은 식민지 가난한 이들에게 자유롭게 굶어죽으라고 외친다.

 




지금은 대부분의 식민지가 없어지지 않았냐고? 그래 형식상의 식민지는 이 자본주의로 일원화된 지구에서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인류가 그간에 자본주의 맞서 싸움으로서 획득해낸 모든 권리와 성과를 부정하고 나온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은 이제 작은 나라들을 통째로 요리해 삼키려 하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에 원료만을 수출했지만 오늘날에는 훨씬 정교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죠.ㅋ

그래요? 이를테면 어떤 것 말입니까?

당신네 돈이죠.

이런 약탈은 이제 세계화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린다. 가난한 나라들은 더더욱 가난해지고 있다. 이 가난은 이제 죽음에 이르는 가난이다.




옛날 한겨레신문에 실렸던 박재동 화백의 만평을 연상시키는 그림.

그간 노동자들의 투쟁과 사회주의 국가의 존재 등으로 인해서 우리가 얻어왔던 그 쥐꼬리만한 권리들도 이제는 우리 것이 아니게 되고 있다.

정말로 이들에게 항복하는 것이 나을까?

 




멕시코는 재정적으로 생존 불가능한 기관을 없애야 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우선 멕시코인들부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게 차라리 희망이 되어줄까? 대한민국은 다르다고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간의 IMF사태, 한미 FTA를 보라고 얘기하면?


부시가 내 눈 하나와 다리 하나를 끔찍한 독재자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해방시켰어. 넌 어떠니?

이제 더이상의 두려운 적이 아무것도 없어진 자본주의의 새이름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 세계를 자신의 손아귀에 쥐고 있다. 그리고 그 지배를 유지하는 수단은 끊임없는 전쟁이다.

당신은 저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고 100% 확신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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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초로 아저씨 대 어린왕자
    from 잡식성 귀차니스트의 책읽기 2009-07-29 01:44 
           마초로 아저씨는 세계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돌아온 어린왕자는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황한다. 근데 공통적인건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 그리고 마초로아저씨나 어린왕자나 둘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별로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마초로아저씨는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자본주의라는 것 자체가 결국 신자유주의로 갈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
 
 
 
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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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오쿠다 히데오한테 홀딱 반한 이후로 그의 책이라면 나오는 족족 읽고 있는데
슬슬 이제 좀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딱히 새로움이 없다고 할까?

어느 한쪽으로는 나사가 풀린 듯한, 그러면서 아웃사이더적인 등장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한바탕 소동과 대책없이 낙관적인 결말들까지....
오쿠다 히데오는 그의 소설의 하나의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는 걸까?
뭐 딱 보면 이건 오쿠다 히데오야 하는 그런 것 말이다.

남쪽으로 튀어에서 그에게 홀딱 반했지만 그에 필적할만한 다른 책들은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남쪽으로 튀어보다는 공중그네나 라라피포에 가깝다.
특별한 비전도 미래도 그렇다고 근성도 없는 건달같은 청년
그리고 팜므파탈같은 그러나 의외로 사춘기 소녀같은 면도 가지고 있는 여자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현실감각이라곤 거의 제로인 먼 섬나라로 튀는 꿈만 꾸는 회사원
그 각각의 인물이 이래 저래 어울리게 되는 과정은 꽤 재밌고,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사건에서 엎치락 뒤치락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지만
뭐 딱히 스릴있다고 얘기하기에는 어렵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한 번도 본적이 없거나 한 두권 본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나처럼 계속 봐온 사람이라면 심드렁해질 것 같은 그런 책.

에고 슬프다.
좋아하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나오길 기다리는 건 꽤 근사한 기쁨인데
그렇게 기다릴 작가가 한 사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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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7-12-24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래요?
전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말입니다.(사실요~ 공중그네책이 영 나의 취향에 맞질 않아 몇달째 읽었다,덮었다를 반복하다 이제 맘잡고 읽고 있어요.거~ 국회의사당에서 베스트셀러 1위란 말에 혹~ 하여 지금 읽고 있거든요.^^)
이거 읽고 나면..지난번 님의 리뷰를 읽고 '남쪽으로 튀어'책을 읽을참이었는데 말입니다.
음~~
여튼..전 첫 권의 책으로 이미 근사한 기쁨을 가질 수가 없을 것같은 예감이 들었는데..일찍 깨우쳐주셨군요.그래도 왠지 찾아서 읽고 싶어지는 호기심은 어쩔 수가 없네요.ㅋ

바람돌이 2007-12-24 02:38   좋아요 0 | URL
남쪽으로 튀어는 꼭 읽으세요. 정말로 끝내준다니까요. ㅎㅎ
제가 오쿠다 히데오데 반하게 된게 바로 남쪽으로 튀어 때문이었거든요. 근데 그 외에는 딱히 확 필이 꽂히는 책이 없다는게 문제이지만... ㅎㅎ

마늘빵 2007-12-2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일반화시키긴 어렵지만 일본소설들은 한 작가의 것을 계속 읽으면 다 그게 그거인거 같고 실망하게 되고 그래요. 전 요시모토 바나나가 첨에 좋았다가 나중에 별로였는데.

바람돌이 2007-12-25 00:35   좋아요 0 | URL
일본 작가중 계속 읽는 작가가 오쿠다 히데오하고 가네시로 가즈키인데 님의 말을 들으니 둘 다 그렇군요. 기본적인 틀을 거의 못벗어나는 듯... 다른 사람도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