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에 시집온 칭기즈칸의 딸들 표정있는 역사 3
이한수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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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의 <표정있는 역사>시리즈 중 1권
여태까지 이 시리즈는 <조선최대갑부 역관>과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그리고 이 책을 봤는데 꽤 괜찮다.
편하게 쉽게 읽기에 적당한 깊이와 분량, 그리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주제들의 선택
책 하나하나로 따진다면 그렇게 훌륭하거나 뛰어난 책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빠진 부분들을 콕콕 집어내는 주제들, 한마디로  출판사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이랄까?
이 외에도 첩자이야기나 조선의 재산상속, 여몽연합군의 일본정벌 등이 더 나와 있는데 챙겨보고 싶다.  (아 전에 조선의 재산상속이 표절논란에 말렸던게 생각난다. 그래서 절판이로구나....ㅠ.ㅠ)

고려시대 중 근 100년간은 거의 몽고의 식민지였다고 해도 좋은 시절이었다.
우리는 그래도 왕실은 유지했다고 뻔뻔스럽게 우리 민족의 자주성 운운하는건 정말 아니올시다다.
왕실이름만 유지했지 우리가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었다고....
백성들은 이중의 고통 - 왕실과 권문세족들의 착취에 대해 몽고의 착취까지 부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 온 천지에서 피맺힌 고통의 울음이 진동을 했거늘....
고려가 그나마 왕실의 이름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던건 백성들의 힘이었다. 지배층이었던 무신정권과 왕실이 강화도에서 떵떵거리며 살고있을때 직접 피를 흘리고 고통받고 싸웠던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민중들이었다.
결국 고려는 몽고에 항복했고 운이 좋아서 그 시기가 쿠빌라이 칸이 친족을 죽이고 황제위에 오르는 쿠데타의 시기와 겹친다. 고려의 항복을 천명으로 선전하며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인하는데 이용할 수 있었던 쿠빌라이칸은 기분좋게 고려왕실의 독립을 보장해준 것. 이 과정에서 고려 왕실의 외교력도 한 몫한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몽고 내부의 정치변혁의 시기에 쿠빌라이의 손을 들어준듯한데..... 

그럼으로써 고려는 이제 몽고의 속국이 되고 몽고의 부마국이 된다. 사실상 이것은 몽고라는 대제국속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쿠빌라이 칸의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확연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점령자의 딸로서, 새로운 지배자로서 이 땅에 온 몽고의 공주들은 행복했을까?
기실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공민왕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받았던 노국대장공주 정도인데 그나마 행복했던건 그녀 뿐인듯하다.
아니 왕의 사랑 대신 권력의 힘을 맘껏 누리며 고려를 쥐고 흔들었던 제국대장 공주도 행복했을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다른 공주들은 딱히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머나 먼 이국땅에 와서 남편의 사랑이나 정은 거의 모른 채 권력을 추구하거나 질투의 화신이 되어 온갖 이들을 괴롭히고 죽이거나 또는 비밀리에 맞아죽거나....
정복자의 딸들조차도 여자라는 운명앞에서는 그리 순탄하지 않은 것을 보니 한편으로 애틋하기도 하다.  

이런 공주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원 내부의 권력변동이 그대로 고려에 반영되어 나타나는 과정을 쫒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표정있는 역사시리즈 이 다음엔 고려 공녀들의 이야기도 나왔으면 싶다.
늘 하는 기황후 얘기만 말고 끌려갔던 수많은 평범한 여인들의 이야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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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1-1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의 기획력을 돋보이나 별로 만족스럽지 않으셨던 책인가요? ^^

바람돌이 2009-01-19 22:17   좋아요 0 | URL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쉽게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 하지만 저자의 일관된 관점이나 새로운 해석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여기까지에요. ^^
 
샬롬과 쌀람, 장벽에 가로막힌 평화 - 유재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기행
유재현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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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뉴스에서 이스라엘 총리가 나와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포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의 목적 - 하마스를 괴멸시키는 것은 충분히 성공했다"뭐 이런 식의 논조였다.
아 그래, 저들 이스라엘의 목적이 하마스였지? 이스라엘에 눈곱만큼이라도 반항할 기미가 있는 세력의 괴멸. 복수를 인정치 않겠다는.....그것이 비록 탱크와 미사일에 대응하는 짱돌수준이라 하더라도....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두개의 국가가 추진되었다.
그럼으로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건설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조금씩 타협하기 시작하고 투쟁의 상징이었던 아라파트가 사망한 이후 타협의 정도는 치가 떨릴 정도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원하는 딱 그대로를 실현하는 것.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공공연하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의도를 수행하고 있다. 그 댓가로 그들은 외제 자동차를 몰고 저택을 세우며 새로운 내부의 친이스라엘파 - 적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이 화려한 저택에서 외제 자동차를 몰때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투쟁을 여전히 이야기했다.
적어도 하마스는 화려한 저택이 아니라 난민촌 캠프에서 난민들과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옷을 걸치고 그들과 같이 생활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누구를 선택할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결국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선택은 자치정부 주도측 파타가 아니라 하마스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서구세력이 그렇게 자랑해대는 선거라는 제도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하마스 죽이기가 시작되었다. 결국 하마스는 서안지역에서 쫒겨 가자지구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고, 이번의 폭격이 가자지구에 집중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그러면 싸우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싸우지 않으면 이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내부의 친이스라엘파에게 이중의 수탈을 당해야 하는데도 싸우지 말라고 말할 것인가? 

"우린 인간입니다. 이렇게라도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가 인간이란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 팔레스타인인이 벌레가 아니란 것을 팔레스타인인이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60년간 자기 땅에서 쫒겨나고 생존을 위협받아온 사람들, 지금도 어떤 미래도 꿈꿀 수 없는... 자기 집에서 아이의 젖을 먹이다가 벽을 뚫고 들어온 총탄에 맞아 죽을 수도 있는 땅에 사는 사람에게 그럼 어떡하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60년전 땅을 빼앗고 삶을 빼앗은 이스라엘은 지금은 요르단강 서쪽의 서안 지역과 지중해 연안의 가자 지역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넣었다.
그리고 분리 장벽으로 그들을 가두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높이 8m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과 온갖 첨단 기술이 장착된 철조망의 건설.
그야말로 하늘 뚫린 감옥에 다름 아니다.
그런 감옥에 가둬놓고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은 무한정으로 이곳에서 공급받는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반도 안되는 가격에 무한정 착취가 가능한 이 노동력을 이스라엘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국민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다.
분리 장벽안이라고 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끼리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은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점령촌을 만든다. 주로 이스라엘 내에서 극빈층에 속하는 정통파 유대인들-군역을 거부하는-하레디들을 이주시켜 만든 점령촌들이다.
이 점령촌들은 서안과 가자지구내의 이스라엘 초소 역할을 하며 이 지역을 효과적으로 감시하는 기지 역할을 해낸다.  

아 정말 완벽하다.
어떻게 이토록 한 민족을 철저하게 노예로 지배할 수 있는 모든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들 대부분은 우리는 평화를 원하는데 저쪽 팔레스타인인들이 원하지 않잖아요? 자살테러공격이나 해대고... 그러니 우리들은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어를 하고 있을뿐이에요.
평화? 내가 모든 걸 빼앗았고, 지금도 빼앗아서 배 뚜들기며 살고있을때 저쪽은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평화를 원한다고? 내가 빼앗은 어떤 것도 내놓지 않으면서 평화라고??
이스라엘은 잘 알려진대로 의무병제다. 만 18세의 모든 남녀가 군대를 가야 한다. 어쩌면 우리나라와 비슷해보이는 듯하지만 우리는 전쟁없는 군대다. 대부분의 군인들이 정말로 사람을 죽여보는 일은 없이 제대하게 되는 군대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군대는? 사람을 향해 직접 총질을 하고 그 총으로 일상적으로 타인을 위협하는 경험을 하고 그리고 때로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군대다.
저 감수성 강한 나이에 총에 의한 권력과 힘과 그리고 살인을 경험한 아이들이 이어갈 나라라....
이스라엘이 달라질 희망이 보이지 않고 그럼으로써 팔레스타인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없는 땅의 사람들, 자본주의의 야만성이 날것 그대로 피를 튀기는 땅의 사람들을 어찌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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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1-2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집이나 소개하고 시답잖은 연애담이나 늘어 놓는 기행문과 비교하면 유재현 씨의 기행문은 역사기행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 같죠? 여행 가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하고 간다는 느낌을 줍니다.

바람돌이 2009-01-21 01:23   좋아요 0 | URL
같은 곳을 가더라도 무엇을 공부하고 준비해가느냐에 따라 볼수 있는게 엄청나게 달라지겠죠? 유재현씨의 기행문은 저는 이제 무조건 삽니다.

rosa 2009-01-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다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따로 적어놓았던 구절을 바람돌이님 서평에서 다시 발견했어요. 그 절망감과 고통, 어떻게 위로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돌이 2009-02-02 00:42   좋아요 0 | URL
그 고통이 끝날 전망이 안보인다는게 더 큰 고통일것 같아요. 맘만 아프네요.
 
[작은 거인]의 서평을 써주세요
작은 거인 - 고정욱 감동이야기 좋은 그림동화 16
고정욱 지음, 김 담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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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들은 밥투정 할때마다 듣는 얘기가 있다.
지금 세상에는 부모님이 없거나 너무 가난해서 이 밥도 제대로 못먹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디서 밥투정이야 하면서 밥그릇 뺏기...
그러면 울고불고 하면서 잘못했어요소리가 바로 나오는데...
뭐 그렇다고 아직 어린 이 녀석들이 뭘알까?
나조차도 정말로 배고픈게 뭔지는 모르고 자랐는데 이 녀석들이야 오죽할까? 

하지만 배고파보지 않았다고 그 고통을 전혀 모르는건 아닐게다.
다만 관심과 따뜻한 마음이 부족한것일뿐...
우리나라에선 사실 더 이상 밥을 못먹을 정도로 어려운 집은 이젠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공무원생활 오래하신 친지분께서 하신 말씀이 관내에 밥을 못먹고 있는 주민이 있다면 그 지역 공무원은 직무유기로 짤려야 한다고 얘기하더라...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봐도 어려운 아이들이 정말 많지만 어쨌든 어떤식으로든 밥은 안굶는다.
그러나 세상이 밥만으로 해결되는건 아니란게 문제다. 

지금보다 조금 오래전에 우리는 이런 시절을 지나왔었다.
지금은?
책 표지의 라면 제목이 희망라면인게 눈에 띈다.
저 희망이 한때는 밥이었다면 지금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뭔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가난한 집 아이들은 세끼 밥은 어떻게든 먹지만 미래를 꿈꿀수 있는 무엇인가는 여전히 없다.
아이들은 그래서 여전히 배가 고프다.
누군가의 도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날을 꿈꿀권리가 희망라면이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은 물론 국가의 몫이지만 또한 우리들 평범한 이들의 관심과 따뜻한 배려의 몫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니 느닷없이 엄마는 도망가지마란 얘기를 한다.
책 속 아이의 엄마가 도망갔다는 것에 불안을 느낀듯.....
아이를 안심시키면서 내가 아는 엄마가 도망간 집 아이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그 아이들에게 지금의 우리사회는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아니, 아니........
갈수록 복지예산은 줄어들고 희망이 없는 이들의 희망을 더 빼앗아가는 이 사회가 자꾸 걱정이다. 

아 그리고 책속에서 앵벌이와 앵벌이 아닌걸 굳이 구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렇다면 앵벌이는 돕지 말아야 한다는 건지...
그 아이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았고, 그래서 더더욱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들일텐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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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남을 돕는 다는 것이 관심과 배려임을 알게 해준 점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내 짝꿍 최영대> -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책
                           작은 거인과 마찬가리로 역시 배려와 관심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초등학생, 밥투정하는 어린이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배고프면 아무 생각도 안나거든. 무슨 짓을 해서든 오로지 먹어야겠다는 생각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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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무서운 그림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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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제목을 이렇게 뽑아놓으면 도저히 안 읽을수가 없다.
그림을 보는 것도 즐거운데 하물며 그 뒷이야기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제목이 보통 낚시라는 것도 알면서 그런데도 낚인다.)
솔직히 제목만큼 그리 섬뜩하지는 않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알려진 이야기도 많고...
그림에 얽힌 사회적 배경 또는 화가의 개인적 트라우마 이런 것들이 주된 이야기인데 그런 이야기들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다고 섬뜩하기까지 하겠는가말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낚시에 걸린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혀 헛된 입질은 아니었다는거다.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꽤 재밌다. 이야기 자체도 재밌게 읽을 수 있고...
다만 저자가 무서운 내지는 섬뜩한 얘기라고 미리 선을 그어버리는 바람에 무섭다기 보다는 심각하거나 아니면 풍자적이거나 하는 것까지 억지로 무섭다 무섭다 하는 건 좀 지나친 오버가 아닐까 싶어 책을 읽다가 자꾸 걸리게 된다.   

      

왼쪽은 드가의 아름다운 그림 <에투알>이다. 에투알은 '스타'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란다.
오늘 날 우리가 보기엔 아름답기만 한 그림이지만 저자는 저 무대뒤의 검은옷을 입은 신사에게 주목한다. 발레가 오늘 날은 고급예술로 여겨지지만 드가가 살았던 저 시대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사회적 상황을 얘기해 주는 것이 바로 저 신사의 존재다.
드가의 시대에 무용수는 노동자계급 출신이 대부분이었고 그리고 예술로 여겨지지 않았으며 그럼으로써 무용수는 거의 창녀로 취급받았던 것. 따라서 대부분의 무용수는 좋은 말로 후원자 실제로는 재력가의 정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단다. 실제로 드가의 그림에서 저런 검은 옷의 재력가스런 남자들은 시시때때로 출몰한다. 뭐 무섭다고까지 하기는 좀 그렇고 아름답게만 여겨지는 그림에서 당대의 사회상을 살펴보는 재미가 이렇게 있다.
오른쪽 그림은 르동의 <키클롭스>이다. 외눈의 거대한 거인으로 무서움을 불러일으켜야 하지만 애기같은 얼굴이 오히려 애처로움을 느끼게 하는 거인은 어떤 의미일까?
이 그림의 키클롭스는 바다의 님프를 짝사랑해서 쫒아다니나 보답받지 못한다. 결국 질투에 눈이 먼 이 거인은 바다의 님프의 진짜 애인을 향해 바위를 집어던져 죽이고 만다.(요즘 말로 하면 스토커..)그런데 르동이 이런 그림을 그린 이유를 저자는 르동의 어린시절에서 찾는다. 르동은 태언난지 불과 이틀만에 다른 집의 수양아들로 보내졌단다. 그는 그곳에서 행복하지 못했나보다. 더구나 자신이 행복하지 못할때 르동의 형은 원래의 집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흠뿍받고 자라고 있었다.(적어도 르동이 보기에는 그러했다는 거다.)르동은 나중에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만 여전히 사랑받지 못했고 버림받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영원히 어머니의 사랑을 뒤에서 숨어서 갈구하는 아이였단다. 그렇다면 르동이 저 거인을 저렇게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그려놓은게 이해가 간다. 저 키클롭스는 르동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거겠지... 역시 무섭다기 보다는 애잔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정말로 무서웠던 건 보티첼리의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이야기>연작을 해석하는 저자 나가노 쿄코의 관점이었다. 

  

 

이 이야기는 <데카메론>에 나오는 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꾸민 것이다.
한 청년이 어떤 여자를 열렬히 짝사랑했으나 보답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 그림에 나오는 상황을 그 여인에게 보여준다. 자신과 같이 보답받지 못했던 사랑을 했던 한 기사가 자살했다. 얼마 뒤에 죄를 받았는지 그 여인도 죽었다. 그리하여 한 명은 자살, 한명은 냉혹함으로 인하여 죄를 받아 매일
같은 시간에 기사는 여자를 쫒아가 죽이고 여자의 내장을 개에게 던져준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보여줌으로써 그 청년은 결국 여인의 사랑을 얻어 결혼하게 된다는 잔인하고도 잔인한 이야기.
그런데 이 그림속의 이야기를 살아생전 같이 했어야 했던 연인들이 함께 되지 못함으로써 죽은 후에 영생을 같이 하게 된 궁극적 사랑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관점은 도저히 아니올시다이다. 이건 그야말로 남성중심의 오만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저 상황을 보여주고 결혼을 얻어내는 청년 역시 요즘이라면 공갈협박죄로 걸려들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여성 작가인데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안된다. 

그래도 저자에게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자크 루이 다비드 <마리 앙투아네트 최후의 초상>이다.
단두대로 끌려가던 순간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펜으로 잽싸게 스케치해낸 다비드의 작품이다.
저렇게 선 몇개로 초라해진 프랑스의 왕비의 마지막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낸 다비드는 정말 천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 한 점의 스케치속에 다비드가 부정하고 싶었고 짓밟고 싶었던 구체제의 모습을 얼마나 잔인하게 드러냈는지...
마지막 순간을 향해 가는 여인에 대한 어떠한 동정심도 보이지 않는 정말 냉정한 스케치가 아닌가말이다.
하지만 이런 다비드가 이후에 또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얼마나 대단하게 그려내는가를 보면 이 그림에 담긴 무서움이 배가된다. 혁명을 옹호하는 순간에도 그 혁명을 배반하는 순간에도 얼마나 철저한지.. 또한 얼마나 천재적인 능력으로 충만한 화가인지 말이다.
권력에 따라 이렇게 마음대로 자신의 신념을 바꿀 수 있는 자가 천재적인 재주를 가졌다는 것은 정말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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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1-14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바람돌이님은 또 뽐뿌질을 하시고....=3=3=3

바람돌이 2009-01-14 12:00   좋아요 0 | URL
키티님은 안읽어도 대충 아는 얘길듯한데요. ㅎㅎ

프레이야 2009-01-19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비드가 그린 스케치와 리뷰, 인상적이네요.

바람돌이 2009-01-19 01:48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다비드가 간과한건 저 여인이 여왕이었다는거죠. 저 자세를 보세요. 죽을때까지 여왕이었던 여자잖아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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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난 미네르바의 글을 이전에 읽은 적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게 옛날 옛적에 경제학 책이랍시고 기본서를 읽을때조차도 돈과 관련된 부분만 나오면 갑자기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게 내 머리를 죽어라고 쥐어박았으니...
지금에 와서 외환이니 금융이니 하는 글들을 찾아 읽을리가 없는것이다.
다만 인터넷 논객의 글 정도에 저리 부르르 하는 인간들의 얄팍함과 유치함에 분노했을뿐...
동시에 저들이 참 두려운 것이 많구나 그러니 저렇게 발악을 하는거지 싶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국 미네르바가 구속이 된 이즈음에 와서는 우리 사회의 얄팍함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
곳곳에서 미네르바의 학력을 가지고 난리를 치는 이 현실이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듣기로는 그의 경제지식이나 식견이 상당했다고 하는데 그것이 지금 그의 학벌때문에 평가절하된다는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말이다. 드디어는 예상했던대로 진짜 미네르바라 아닐 것이다. 전문대 학력으로 그런 글을 쓸 수 없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학력이 곧 인격이고 능력이라는 이 말도 안되는 현실이 현재 대한민국의 수준이다.  

이 즈음에 행복한 청소부를 다시 읽는다.
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가 있다.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멋지게 반짝반짝 거리의 표지판을 닦는 아저씨!
어느날 아저씨는 우연히도 자신이 닦고 있는 표지판에 등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너무 아는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한 사람씩 한사람씩 공부를 시작한다.
먼저 음악가부터
글루크-모차르트-바그너-바흐-베토벤-쇼팽-하이든-헨델
음악가들의 음악을 찾아 듣고 음악회를 찾아가고 휘파람으로 곡들을 연주하고...
그 다음은 작가
괴테-그릴파르처-만-바흐만-부슈-브레히트-실러-슈토름-케스트너
이들이 쓴 책을 찾아 읽고 연구서를 읽고...
그리고는 휘파람으로 음악을 연주하고 열심히 표지판을 닦으며 자기 자신에게 문학가들의 얘기와 그들이 쓴 글을 강의한다.
청소부는 정말로 행복한 청소부가 되었다.
음악가와 작가들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거리이름 표지판을 닦으면서 늘 그들과 이야기하고 만날 수가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청소부의 혼자말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듣게 되고 청소부는 곧바로 유명해지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청소부의 강연을 들으러 오게 되고...
드디어는 대학에서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까지 들어오게 된다.
청소부는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교수직을 정중하게 거절한다. 그리고 오늘도 표지판을 닦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청소부의 강연을 듣기위해 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있을게다. 

사랑하면 알게된다.
진정한 앎이란 학력과 관계없다.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청소부가 있다면 곧 그의 학력으로는 그런 문학, 음악강연을 할 수 없다는 둥, 그가 말하는 내용이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둥 얼마나 많은 험담으로 괴롭힐까?
미네르바의 학력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대한민국의 얄팍한 인간들에게 진정한 앎은 어떻게 오는지 이 책을 보여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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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9-01-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니카 페트의 동화 다 좋지만, 행복한 청소부 이야기는 생각을 좀 더 하게 만들지요. 오래 전에 애들과 공원에서 이 책으로 수업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내 등 뒤에서 말없이 청강하셨던 오리지날 청소부 아저씨가 계셨지요..수업 끝나자 조용히 자리를 뜨면서 꼬부라진 등을 펴지 못하는 걸음으로 자루를 끌고 다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시던 그 할아버지 청소부..그 분도 행복할까요? 미네르바의 학력을 갖고도 난리법석인 우리나라에선 좀 힘들런지도 모를..일..

바람돌이 2009-01-13 23:40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정규직이었다면 좀 나았을테고 비정규직이었다면 행복하기는 힘드셨겠죠. 직업에 정말 귀천이 없는.. 어떤 직업을 가져도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 생계걱정은 없고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하나 정도는 가질 수 있는 사회가 왜 그렇게 어려운걸까요? 그렇다면 정말 청소부할아버지도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고 춤을 추고 그런 사회말예요. 우리 나라의 절대적 부는 이미 그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말예요. 어디나 차별이 문제죠. 근데 그걸 정권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게 어느정도의 기득권층에만 들어갔다 싶으면 그 쥐꼬리만한 것도 절대로 내놓지 않을려하는 우리 모두 안에 들어있는 이기심은 더 큰 장벽이 될 것 같아요.

조선인 2009-01-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슬프네요. 정말.

바람돌이 2009-01-13 23:41   좋아요 0 | URL
지금은요.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겠어요.

혜덕화 2009-01-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반 꼬마들에게 이 책을 읽어준 적이 있어요. 5학년에게 읽어줄 때와 1학년에게 읽어줄 때의 반응이 달랐던 기억이 납니다.
물리학 박사 수료를 한 사람이 환경 미화원 시험에 응시했다는 기사를 어제도 오늘도 보았습니다. 그래서?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래들의 80%가 대학을 가는 지금 현실에선 4년제대학을 나오고도 비정규직으로 몰리는 상황을 알리려는 의도도 크겠지만 고학력자가 겨우 이런 일을 하는 마음으로 쓴 기사같아 속상했습니다. 다들 행복한 청소부처럼 살지는 못하겠지만, 무슨 일이든 해서 자립하려는 의지를 그렇게 기사화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살기 어려운 시절을 우리 후배들이 살아내어야 한다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바람돌이 2009-01-13 23:43   좋아요 0 | URL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네요. 우리집 애들은 아직 이런 편견 자체를 모를 어린녀석들인지라 그냥 그렇게 당연한듯이 듣더라구요.
오늘은 그 물리학 박사 수료자라 결국 떨어졌다는 기사가 실리더군요. 정말 뭐하는 짓인지...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볼려는 그 사람에게 이건 지나치게 큰 상처가 될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꿈꾸는섬 2009-01-1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청소부는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는 말, 정말 절대적으로 공감해요.

바람돌이 2009-01-13 23:44   좋아요 0 | URL
행복한 청소부가 나오기 힘든 사회에 사는 어른들의 꿈이 반영된거겠죠.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많이 읽혀준다면 앞으로는 좀 나아질까요? 근데 그렇지 못한 교육, 반대의 상황이 너무 많은 사회라 걱정입니다.

혜덕화 2009-01-14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학년들은 그야말로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게 들었는데, 5학년쯤 되면 그런 집중을 기대하기 어렵죠. 청소부를 하면서 정말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편견을 아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보기보다는 그림 동화책 하면 왠지 자기들이 더 어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인지 집중도가 떨어지더군요. 그래도 몇 편 계속 읽어줬는데, 나중엔 저도 시큰둥 해지더군요.진도 나가기 바빠서 사실 여유롭게 읽어줄 만한 시간도 없었지만...^^

바람돌이 2009-01-16 01:10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얘기군요. 5학년쯤 되면 아이들이 인제 스스로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할터인데 그러다 보니 그림책은 다 유치하다고 생각하겠네요. 어른도 읽는데 말입니다.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9-01-1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식으로 공부해보고 싶군요.청소부가 연구한 작가 중에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네요.그릴파르써와 슈토름.

바람돌이 2009-01-19 00:14   좋아요 0 | URL
저는 모르는 작가입니다. ㅠ.ㅠ 노이에자이트님은 이미 그렇게 공부하고 계신거 아닌가요? 경제사 말예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토름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본이 많아요.사실 독일소설은 잘 안 읽히잖아요.그중에서 비교적 많이 팔리는 소설이죠.경제사...헤헤헤...어려워서 환장하겠습니다.

바람돌이 2009-01-21 01: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독일소설 책장 안 넘어가요. ^^

노이에자이트 2009-01-2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울 하이제나 아르투어 슈니츨러,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중단편이 재미있으니 검색해서 한 번 구경하세요.재미있어요.19세기독일 소설도 재미있는 게 꽤 많아요.

바람돌이 2009-01-25 02:30   좋아요 0 | URL
네 구경해볼게요. 노이에자이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실 2009-01-24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청소부 읽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 많이 했었는데.....며칠을 가지 못했네요. 님 덕분에 다시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그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긍심을 갖는것. 참 좋지요. 그러다보면 정말 플러스 알파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기잖아요.
학창시절에 주입식 공부 하기 싫은 사람도 사회에 나와 독학으로 전문적인 책 많이 읽으면 진정한 전문가인데 자꾸만 현실은 외면하려 하네요.
님 마음이 따듯한 명절 되세요^*^

바람돌이 2009-01-25 02:32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따뜻한 명절 되세요. 그리고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
정말 전문가든 뛰어난 또는 훌륭한 사람이란건 어떤 학교를 나왔는가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던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