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여름에 친정어머니가 큰 수술을 하시면서 두달간 거의 정신이 없었습니다. 친정어머니 간병에 수술 걱정에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게다가 수술 뒤에도 경과가 한동안 안좋아 부산에서 서울까지 앰블런스에 실려 가시는 일까지....
겨우 다 회복되시고 한 두달 좀 편한가 했더니 겨울 초입에 또 시어머니께서 가슴뼈를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시집에 며느리가 셋이라 해도 옆에 있는건 저 뿐이라 병원이며 시댁 어른들 반찬해서 나르는거며 모두 제 일이라 한달정도를 정신이 없었지요.
이제 또 한동안 우환이 다 끝났나 했더니 며칠전에 또 친정어머니가 골절을 당하셨네요. 하동 쌍계사에 갔다가 내려오시면서 미끄러지시면서 뼈를 다쳤는데 진주에서 또 앰블런스 불러 부산으로 왔습니다. 처음에 그 소식을 들었을때는 또 어찌나 심장이 내려앉던지.... 병원에서는 엉덩이와 다리를 연결하는 고관절이 부러져서 당장 수술을 해야한다기에 그날 저녁 바로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들어가기 전에 저와 제 옆지기가 같이 의사를 만났는데 수술과정과 수술에 따른 위험부담을 얘기해주는데 듣고 있는 제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게 저도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쉽거나 간단한 수술은 없더군요. 의사는 잘못될 가능성이 1%정도라지만 그 1%가 제 어머니에게 일어난다면 그건 제게는 100%가 되버리는거니까요. 게다가 지난 번 수술 이후 어머니가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어 전기충격까지 받았던 일이 있었던지라 수술실에 들어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저는 안절부절이 따로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그 1%에 안들고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경과도 좋은 것 같고요. 하지만 이 고관절이란게 아예 꼼짝을 못하는지라 하루종일 누군가가 옆에 붙어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오전에는 동생이 오후에는 제가 학교수업만 마치고 조퇴해서 병원에 갑니다. 밤에는 아버지가 병원에서 같이 주무시고요. 늙으신 아버지가 병원잠을 자는게 마음이 좀 그래서 제가 번갈아 자겠대도 그냥 자는건데 하시면서 매일 병원에서 주무시네요. 아이들은 여기 저기 번갈아가며 보고요. 여동생이나 저나 둘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그러다보니 느닷없이 아이를 빨리 나아야 한다는 이유가 아마도 이런 상황때문에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도 들고요. 전에는 부모 체력약해지기 전에 아이를 빨리 낳는게 좋은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집안의 어르신들 여기 저기 아프기 전에 빨리 아이 낳아서 길러놓는게 좋은거였나 싶어요. ^^
이번주 내내 몸도 마음도 엉망이고 학교는 가면 학교대로 일찍 나오다보니 밀린 일 처리하고 수업준비하는데도 헉헉거리게 됩니다. 아이들 상담하던 것도 그냥 사실대로 아이들에게 말하고 미안하지만 좀 미루자고 했습니다. 그러고 병원가면 완전 파김치가 되어 그냥 막 자버리네요. 옆지기는 옆지기대로 야자 감독 빼먹고 와서는 아이들 본다고 정신없고....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엄마가 혼자서 화장실 갈 수 있기 전까지는 계속 이런 상태겠네요. 그래도 지난 번처럼 어떻게 되시는게 아닐까 싶어 걱정하는건 아니니 마음은 갈수록 조금 편해집니다.
살면서 우리집 옆지기한테 고마울때가 많지만 특히 이런 일 있을때는 정말 고맙습니다. 이런 집안일이 있을때는 군소리 한 번 없이 알아서 많은 일을 해줍니다. 엄마가 하동에서 부산으로 이송돼 오셨을 때도 저는 그 날 수업이 뒤로 꽉차 있어서 도저히 오전에 나갈 수가 없었고 일단 친정아버지께 병원 수속 같은걸 다 맡겼습니다. 늙으신 아버지한테 맡기면서 사실 좀 불안했고요. (저희 아버지 이런 일에 완전 젬병입니다. ) 옆지기한테는 그냥 전화해서 소식만 알리고 나중에 수업끝나면 바로 와서 아이들이나 좀 봐달라고 했는데, 조금 있으니 수업 바꿔서 다했다고 병원으로 바로 간다더군요. 눈물나게 고마울때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어제는 수원에서 남동생네가 내려왔습니다. 멀리서 와서 오늘 피곤하겠지만 그냥 아무 생각안하고 동생네한테 엄마 병간호를 맡겨버렸습니다. 어차피 또 내일부터는 저와 제 여동생차지 일이 될테니까요.
심신이 고달파지니까 그냥 오늘 모처럼 공짜로 생긴 하루인 것 같아서 공주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던데 어차피 아그들 때문에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냥 공주처럼 먹기로 했습니다. 경치좋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가서 돈 팍팍 쓰면서 스테이크 먹고 왔습니다. 저란 인간 참 웃기지요. 무수리처럼 온갖 일속에 파묻혀 살면서 돈 천원 좀 아껴볼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한끼밥에 3만원짜리 스테이크로 스트레스를 풀다니.... ㅠ.ㅠ(그래도 기운은 좀 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