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지진 태풍 등의 자연재해
원전폭발 영토분쟁 전쟁 중의 학살 무분별한 개발 한 때의 투기 등 온갖 문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 어지지않는 상태 폐허로 남은 곳들을 모은 사진집

사진들은 인상적이지만 사진의 지역에 대한 설명이 너무 짧아 어떤 느낌을 가지기에는 역부족이다.

워낙 좁은 땅에서 많은 인구가 살아가는 우리 나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들이 이채롭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좀 더 깊은 생각을 끌어내기는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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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법 - 전설의 사랑시에서 건져낸 울림과 리듬
조영복 지음 / 이와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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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역시 시의 계절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며 마음도 약간 쓸쓸해지는 느낌이 찾아온다.

좀 있다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멜랑꼴리함은 조금 더 짙어지겠지....

그럴때면 시를 읽고 싶어지다.

아니 사실은 시를 쓰고 싶어진다.

 

시를 쓴다는는 것은 때로 쉽고, 정말로는 어렵다.

그냥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쓰면 그것이 시가 된다고 우기면 된다.

하지만 그런 시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특히나 낭송은 절대 불가하다.

부끄럽잖아.....

 

 

 시를낭송하면 그 소리는 낭송하는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와 타인에게로 향합니다.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소통적이고 타인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 청각이라고 합니다. 소리가 인간을 황홀하게 하는 것은 단독으로 소유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시를 크게 소리 내서 읽어보고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물리적 소리도 들어보고 또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는 숨겨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필요하지요. 저절로 시의 리듬에몸을 맡기고 하염없이 그 시의 말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고 황홀해지겠지요. 그때 위로가 찾아옵니다. - P12

 

김소월이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라고 저 쉬운 말로 몇마디 읇조린 것을 읽을 때면 내 머릿속 산에는 온통 진달래꽃이 흐드러진다. 그 시를 가만히 입으로 소리내어 읇조리면 진달래꽃 흐드러진 산이 내 머리속을 뛰쳐나와 내 주변을 감싼다.

저 짧은 말로 다른 세상을 보게 하는 것 그것이 시인인듯......

 

저자는 시인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황지우를 떠올리면 ‘시인 되기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것이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내면에 말의 보물창고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말을 잘 골라내고, 말에색깔을 입히고 그것들을 잘 배열하는 재능 말이지요. 이는 인위적으로 꾸며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천성적으로 주어지는 것일 테지요. ‘뮤즈‘를 자신의 안에 간직한 자들이 시인인것이지요. - P49

또 다른 하나는 ‘젊어서 늙어버리기‘같은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서 병들고 늙어야지" 같은 구절들이 황지우 시에는 있지요. 이를 견자로서의 시인 되기‘의 품성이라 합니다. 김소월, 윤동주 등이 다 그러한데, 이들 시인들은 청춘 시기에도 나는 늙었다. 청춘이지나갔다 말합니다. 그들은 젊어서 이미 늙어버린‘ 자의 철학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일찍 철들고 일찍 이 세상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농담‘ 같지만 은유적인 구절들이 그의 시에 있고 그것은 철학적이고 예언자적인 아우라를 풍기며 독자를 기다립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된 시인의 인생철학은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단박에 달려 나가듯 질주하는 시인의 언어 바로 그 자체입니다.- P50

 

 

이 정도면 시인은 일단은 타고나는 것이어야 하고, 아마도 그들은 어느 다른 별에서 온 사람인듯하다.

똑같은 것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표현하고 그것이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부끄럽게 하기도 하는게 시인이다.

시를 쓰고 싶다고 하면서 내면의 보물창고는 커녕 단 한줄의 문장도 길어올리지 못하는 나같은 범인들은 그래서 그저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대리만족한다.

 

하지만 때로는 좀 더 잘 읽고 싶은 욕망은 있다. 비록 쓰지는 못할지라도....

나라는 인간의 머리는 사실 고도의 압축된 상징이나 아포리즘 같은 문장보다는 기승전결이 탄탄하게 엮인 서사에 더 관심이있다.

사실 그래서 항상 시읽기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읽고 싶다고 읽어도 내가 그 시를 제대로 읽은건가?

지금 내가 이 시에서 느끼는 감정이 맞는건가?

항상 의문을 달고 산다.

 

아마도 그래서 신간 소개에서 이 책을 봤을 때 바로 손이 간듯하다.

시인의 말법이라니.....

시인에게 일종의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나같은 이에게는 뭔가 그들이 가진 언어의 비밀창고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나도 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시인에게 가지는 이 열등감을 조금은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참 오랫만에 기대에 찬 책 선택이었다.

 

저자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있는 시인들의 연애시를 소개하며 같이 읽자고 얘기한다.

백석, 황지우, 기형도, 황동규, 김수영, 문정희, 윤동주, 김춘수, 서정주, 한용운, 김소월이 그들이다.

너무 유명해서 새롭게 읽을게 없지 않나 싶을 정도의 시인들이다.

저자가 고른 그들의 사랑시 또는 연애시 역시 잘 알려진 작품이 대부분이며 간간이 처음 읽는 시가 있었다.

 

항상 새 책을 손에 들고 첫페이지를 읽기 시작할 때는 머릿속에 잔뜩 힘을 준다.

너를 완전히 이해하고 말겠어라는 일종의 기합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 서문에서 이 기합을 완전히 빼버린다.

시는 그렇게 읽는게 아니라고 말한다.

논리, 인과, 언어적 이해 이런 걸 버리고 그냥 내 마음에 좋은지 안좋은지, 시에서 말하는 풍경이 떠오르는 것만 보라고 얘기한다.

시를 읽는 100사람이 다 자기의 풍경을 가지고 있을테고, 자기만의 풍경을 떠올린다면 시는 그것으로 족하다고 얘기하는듯하다.

기합이 절로 빠진다.

아 그래서 내가 시를 잘 못읽는구나......

 

무엇이든 좋은 선생님이 있어 그 안내를 받을 수 있다면 빨리 배울 수 있고 더 깊이 배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읽기에 좋은 선생님이다.

많이 알려져 접근하기 쉬운 시, 시와 관련된 시인의 상황, 인간의 삶의 풍경들의 적절히 엮어지면서 그냥 우리 이렇게 시를 읽고 이렇게 연애를 하자고 조곤조곤히 나를 안내한다.

좋은 시가 좀 더 좋아지고, 시를 읽는 내가 좀 더 좋아지는 시간이다.

그래 내가 싫어지고 세상이 싫어지고 자괴감이 들때면 시를 읽자.

 

어쨋든 연애시의 백미는 역시 백석이다. 취향은 어쩔 수 없다.

눈 내리는 마가리의 밤을 생각하면 조금은 더 견딜 힘이 생긴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눈이 푹푹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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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를 떠올리면 ‘시인 되기에는 두 가지 핵심적인 것이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내면에 말의 보물창고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말을 잘 골라내고, 말에색깔을 입히고 그것들을 잘 배열하는 재능 말이지요. 이는 인위적으로 꾸며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천성적으로 주어지는 것일 테지요. ‘뮤즈‘를 자신의 안에 간직한 자들이 시인인것이지요. ‘보물창고‘는커녕 ‘웅덩이 조차 없어서 시인 되기를 포기한 저 같은 자들도 더러 있으니까요.
- P49

또 다른 하나는 ‘젊어서 늙어버리기‘같은 태도,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같은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어서 병들고 늙어야지" 같은 구절들이 황지우 시에는 있지요. 이를 견자로서의 시인 되기‘의 품성이라 합니다. 김소월, 윤동주 등이 다 그러한데, 이들 시인들은 청춘 시기에도 나는 늙었다. 청춘이지나갔다 말합니다. 그들은 젊어서 이미 늙어버린‘ 자의 철학을 가진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일찍 철들고 일찍 이 세상의 이치를 깨닫습니다. ‘농담‘ 같지만 은유적인 구절들이 그의 시에 있고 그것은 철학적이고 예언자적인 아우라를 풍기며 독자를 기다립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된 시인의 인생철학은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단박에 달려 나가듯 질주하는 시인의 언어 바로 그 자체입니다.
- P50

이런 쉼표를 저는 ‘철학자의 쉼표‘, 미학자의 쉼표‘라 부릅니다. 황지우는 그 쉼표를 시 자간에, 시 행간에 찍어둡니다.
질주하면서 사유하고 사유하면서 달려가라고 말하지요. ‘쉼표‘라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쉼표 하나하나에 너무나 많은 말이 담겨 있습니다. 황지우에게 쉼표는 사색의 표지이자 침묵의 표지입니다.  - P72

기형도의 시에 빠져드는 것은 자연스럽고 정직하게 우리 삶의미세한 흔적들을 탐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 P84

하지만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타인의 죽음의식에 공감할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랑의 상실을, 연애의 불모를 겪은 자의 것이라면 우리는 그 심정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비극의 심정에 되풀이하듯 다가가면서 시인을 향한 공감의 알림 버튼을 쉴 새 없이 누르겠지요. 이것이 타인의 아픔과고통과 상실을 같이 사는 한 가지 방법이지요. 연애시는 심정적으로 타인과 공감의 연대를 맺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 P95

시어 하나하나에, 각각의 구절에 각각의 의미가 대응되어야 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믿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온전하게 시를 읽는 방법이아닙니다. 리듬으로도 읽고 이미지로도 읽지요. 시를 낭송할때 느끼는 리듬 감각이 시의 의미를 해독하는 지적 기능보다.
더 우위에 있고 그것이 보다 우리의 삶에 더 간절한 신호를보낸다 하지요. 의미를 해독하려 애쓰지 마시고 그냥 읽으세요. - P99

여류‘라는 호칭은 문학 혹은 시가 남성의 소유물임을 증명하는 용어였고, 남성의 후광 아래서 존재하는 시인, 특이한 일(문학)을 하는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의미가 ‘여류‘라는 명칭아래 숨겨져 있었습니다.  - P169

여성주의 시인‘을 호명하면서 일종의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시기는 1980년대였습니다. 1980년대에 등단한 여성시인들은, 남성시인의 ‘타자‘, 그러니까 ‘여성‘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여성 시인‘으로 인식되었는데, 이 따옴표(‘)의 이동이야말로 하나의 사건‘이 아닐 수 없지요. 이들여성시인들은 스스로 빛나는 자이지 타자의 후광으로 빛나는 수동적 인간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 P170

시의 말은 결국 동일한 은유의 틀 내에서 움직이고 이 유형적인 말법을 은유의 방정식‘이라 칭합니다. 은유란 죽은말법인데, 시인들은 죽은 은유들을 살려내 의미의 진폭을 확장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영혼을 충동하지요. 암시된 것은 단호히 주장된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인간의 마음은 진술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에머슨의 말도 있습니다. - P198

김춘수는 특이한 존재입니다. 그는 죽음 직전까지 ‘젊은시‘, 좀 더 쉽게 말하면 모던하고 세련된 시를 썼습니다. 보통시인의 생물학적인 연대와 시의 스타일은 평행하게 간다고말합니다. 관례대로 한다면, 시인이란 모름지기 느지막한 나이에 이르러서는 모던한 시에서 손을 떼고 노장사상이 노니는 초월의 수풀로 들어가거나 시단의 원로로서 권위를 지키면서 대가급의 시론을 펼쳐야 옳다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김춘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김춘수는 최후까지 우리말 이미지가 빛나는 시를 썼습니다. - P228

시의 언어가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할 때, 시인은 항상 언어의 구속, 의미의 구속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 것입니다. 일상의 말과 시의 말이 어떻게 다른지 회의하기도 하지요. 시인은 ‘의미‘로부터 자유롭고자 하지만 독자들은 시인의 말에서 언제나 ‘의미‘를 찾고 ‘의미‘가 찾아져야 제대로 시를 읽었다 생각하지요. 시의 말에 일상적이고 사전적인 ‘의미‘를 갖다 붙이기 일쑤이지요. 시 교과서에서 시의 ‘주제‘를 찾는 작업과 유사합니다.
- P231

한용운 시학의 핵심에 ‘언어의 침묵‘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말은 말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 인간의 언어는 불충분하다(신의 언어만이 완전하다)‘는 그 개념 말이지요. 언어의 불완전성, 불명확성 때문에 시인은 고뇌할 수밖에 없고 그러니 완전한 표현이 될 때까지 계속 쓸 수밖에 없는 언어의 무한 지옥이 시인의 운명인 것이죠. 이를 ‘언어의 감옥‘ 이라고 합니다. 언어의 창조자이자 언어로부터 절멸당하는 시인의 숙명은 피할 수 없는 모순에 갇힌 자의 그것이지요.  - P284

심장에 다가갑니다. 그러니 소월의 시를 읽으려거든 머리가아니라 심장으로 읽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지의 칼을벼르기보다는 심장의 불을 켜기를 권합니다.
- P307

시는 곧 은유이고 은유가 곧 최고의 대상을 향해 말을 건네는 방식이라면, 이 정의를 완벽하게 실현하는 것이 ‘연애시가 되겠지요. 연애시의 말법은 ‘은유‘라는 문장 구성법과본질적으로 동류라는 것이지요. 연애시는 시의 본질적 수사법인 은유와 등질적으로 접합된다는 점에서 연애시를 읽는밤은 곧 시를 배우는 밤이지요.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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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름을 알게 된 시인인데 에세이를 시처럼 쓴다. 얼마 되지도 않는 책을 다시 앞으로 돌려가며 읽고 또 읽고 있다. 다시 읽으면 분명 평범한 문장인데 처음 읽을 때는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나는 도덕적인 사람이나현자가 아니다(물론 양심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늘 노력하기는한다). 물론 탐미주의자도 철학자도 아니다. 나는 상황과 스스로의 행동에 따라 불안초조해하는 남자일 뿐이지만 관찰력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아쿠타가와류노스케가 일찍이 말했다시피, 나는 원칙이 없다. 내가 가진 것은 신경뿐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에 관한 신조를 비롯해여러 신조를 따르기보다 시각에 더 의존할 것이다. 사람의 눈은 펜보다 앞선다. 그래서 나는 내 펜에게 그의 입장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을 작정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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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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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면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이나 내용이 바뀐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충분히 알지만 그래도 막상 맞닥뜨리게 되면 잠시 당황하는 순간들이 있다.

김중혁 작가의 메이드인 공장이 딱 그렇다.

 

공장이라니....

60년대생에게 공장은 어린 시절 공부못하면 가는 곳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곳이었고,

20대 시절에는 세계를 변혁할 주인공들이 있는 곳이어서 미래의 희망의 상징이었던 곳,

그리고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도래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눈물이 맺히고 있는 곳

어쨋든 공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고,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져본적은 없는 그런 어떤 곳이면서 위의 전형을 벗어나본적이 없는 그런 곳이다.

 

책 앞쪽의 프롤로그를 읽다보면 나와 몇 살 차이나지 않는 이 작가 역시 비슷한 사회적, 세대적 경험을 공유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역시 김중혁이라는 이 귀엽게 삐딱한 작가는 세대적 공유경험을 살짝 뛰어넘어 준다.

그냥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냐는 듯이 그냥 우리 앞에 공장을 펼쳐준다.

 

"여기 보라고, 사람들이 있지 않냐고

종이와 콘돔과 브래지어가 이렇게 만들어진다네.

뭔가 좀 신기하지 않나?"

작가 김중혁이 독자에게 건네는 말은 딱 이정도이다.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일하고 있는 곳. 모든 걸 빼고 그냥 공장이 뭐냐고 하면 이렇게 대답하는게 김중혁의 쓴 이 책의 대답이 아닐까?

 

그런데 이 단순한 질문과 단순한 대답들이 참 유쾌하게 다가온다.

막연히 생각해도 내 손안에 들어오는 물건들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생각해보면 참 신기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뭐 나서서 나같은 사람이 공장을 견학하려고 기를 쓰고 찾아갈것도 아닌데

이렇게 작가가 살짝 대신 다녀오고 들려주는 얘기들은 호기심의 충족과 함께 약간 뭔가를 훔쳐보는 듯한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느낌도 든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공장 역시 사람이 사는 곳!

결국은 물건의 얘기보다 그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맘에 와 닿는다.

사양산업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도대체 지금 그걸 만드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야 할 듯한 LP공장 사장님의 뚝심과 배짱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꼭 성공하시라고 어디가서 빌어드리기라도 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또 세상을 살아갈만하게 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스친다.

 

 

어디서나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거리와 고민들과 풍경들이 딱 김중혁 스타일로 조곤 조곤 풀어나가는 것이 참 재미있다.

그의 에세이는 꽤나 편안하게 읽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가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일듯하다.

가볍게 읽히지만 세상 그 무엇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그 나름의 존중을 보내주는 작가의 마음이 문장들 곳곳에 알뜰히 배어있다.

아마 글 뿐만이 아니라 공장을 찾아가는 김중혁작가의 마음도 그러했으리라 싶다.

그러니 독자 역시 그런 마음으로 작가와 함께 두런 두런 공장을 둘러보자.

 

뱀꼬리

김중혁작가와 일군의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소설리스트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에 매주 김중혁씨가 '표지 甲'이라는 코너가 있다.

순전히 김중혁작가 개인이 좋아하는 표지를 선정하는건데

내가 보기엔 이 책 메이드인 공장이 표지 甲이다.

책을 읽고 나면 더 딱 그만인 표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김중혁 작가 일러스트 솜씨가 좋은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표지와 삽화들 진짜 훌륭하다.

좋겠다. 재주많은 사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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