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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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소재를 다룬 이유리의 ‘화가의 마지막 그림‘과 비교하면서 읽어도 좋다. 신랄한 문체로 거침없이 화가들의 예술과 삶을 평가하는데, 반 고흐의 경우는 거의 경멸처럼 느껴진다. 아무런 검증 없이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소개하는 무성의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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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마지막 그림 - 삶의 마지막 순간, 손끝에서 피어난 한 점의 그림
이유리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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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소재를 다룬 나카노 교코의 ‘내 생애 마지막 그림‘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흥미롭다. 깊이 있는 분석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가볍게 읽기 좋다. 화가의 최후와 마지막 작품부터 소개하고 다시 그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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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콘셉트와 내용이 겹치는 책들이 종종 보인다. 얼마 전에 일본 작가 나카노 교코가 화가들의 유작을 소개하는 책『내 생애 마지막 그림』을 읽었는데, 한국 작가 이유리가 화가의 유작을 소개하는 책『화가의 마지막 그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정확히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고, 어느 쪽이 다른 한 쪽을 모방했다고 단정짓고 싶지도 않다. 그저 두 책이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 비교해 보고 싶었다. 나는 참 비교하기를 좋아하니까.


(위) 반 고흐의 유작으로 흔히 알려진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1890) 

(아래) 네덜란드의 반 고흐 연구자들이 밝혀낸 유작 <나무 뿌리>(1890)


 두 책 모두가 다루는 화가가 둘 있는데, 한 사람은 빈센트 반 고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산드로 보티첼리이다. 공정하지 않다고 하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화가 반 고흐에 대한 태도에서『화가의 마지막 그림』『내 생애 마지막 그림』보다 훨씬 좋은 인상을 주었다. 나카노 교코는 조금만 검색하면 나올 정보들만 나열하면서 반 고흐에 대한 경멸과 짜증을 숨기지 않고,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이 <까마귀가 나는 밀밭>(1890)이라는 통설을 그대로 소개하고 있다. 반면 이유리는 네덜란드 연구자들이 2012년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아니라 <나무 뿌리>가 반 고흐의 유작이라는 근거를 꼼꼼하게 제시한다. 어조에서나 반 고흐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보여주는 열정에서나 반 고흐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느껴진다. 반 고흐의 팬으로서는 당연히 이쪽이 더 끌릴 수밖에 없다.


(위) 산드로 보티첼리, <아펠레스의 모략>, 1494. 

(아래) 산드로 보티첼리, <신비한 탄생>, 1501.


 반면 보티첼리 관련 장에서는 각 화가에 대해 좀 더 깊이 분석하는『내 생애 마지막 그림』의 장점이 돋보인다.『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화가의 마지막 그림』보다 다루는 화가의 수가 적기도 하고, 소단원의 서문마다 화가들이 살았던 시대의 배경을 보충설명해, 화가가 살던 시대, 화가의 전반적인 삶을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두 책 모두 광신적인 설교자 사보나롤라에게 감화된 이후 보테첼리가 종교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화가의 마지막 그림』이 <신비한 탄생>(1501)을 통해 단순히 보티첼리가 종교적 주제에 몰두했다는 것만 이야기하는 반면,『내 생애 마지막 그림』은 <아펠레스의 모략>(1494) 속 딱딱하게 그려진 누드를 통해, 보티첼리가 종교적 열정과 금욕적인 자세 때문에 원래의 자연스럽고 우아한 누드를 잃어버린 것까지 이야기한다. 화가의 삶과 그가 산 시대를 소개하는 측면에서는『내 생애 마지막 그림』의 내용이 좀 더 풍성하다. 


마크 로스코, <무제>, 1970. 로스코의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화실에 이 작품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화가의 마지막 작품을 이야기하는 데는『화가의 마지막 그림』의 두괄식 구성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화가의 마지막 그림』의 거의 모든 챕터는 화가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마크 로스코의 시신이 발견된 화실에 걸려 있었던 유작 <무제>(1970), 에곤 실레 자신이 아내와 같은 전염병으로 죽기 며칠 전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그린 <죽기 직전의 에디트 실레>(1918), 아내와 함께 세상에게 보내는 고별인사 같은 에드워드 호퍼의 유작 <두 코미디언>(1976) 등 화가의 마지막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은 시작부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화가의 마지막 작품과 최후를 보여주었다, 그가 마지막까지 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다시 화가의 마지막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는 구성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나는 '화가의 마지막'을 더욱 강렬히 전달한『화가의 마지막 그림』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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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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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포함


  사람들에게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하자분명 같은 이야기인데도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표현이 달라질 것이다그리고 사람마다 이야기에서 읽어내는 의미도 다를 것이다어떤 사람은 나무꾼을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으로 볼 것이고또 다른 사람은 나무꾼을 파렴치한 결혼사기범으로 볼 것이다지어낸 이야기뿐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도 마찬가지다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건의 진상은 제각각이다그리고 그 사건이 지니는 의미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과연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최제훈의 단편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의 단편들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기존의 이야기를 패러디한 단편들과 평범한 주인공이 일상 속에서 겪는 혼란을 다룬 단편들이 두 종류의 단편은 서로 성격이 전혀 다른 것 같지만이들이 말하는 주제는 같다명명백백한 단 하나의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패러디 단편의 예로 표제작퀴르발 남작의 성을 살펴보자이 단편은 하나의 이야기가 얼마나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는지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의미들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프랑스의 귀족 퀴르발 남작이 어린 아이들을 잡아먹었다는 가상의 설화는, 17세기 말 프랑스에서 21세기 초 한국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소설과 영화블로그 포스트, TV 뉴스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된다사람들이 퀴르발 남작 이야기에서 찾아내는 의미도 제각각이다. 1950년대의 미국 기자는 퀴르발 남작 이야기에서 공산주의의 폐해를 읽어내는 반면, 2000년대의 일본 감독은 정반대로 자본주의의 폐해를 읽어낸다그리고 작가는 이 모든 변형들을 낳은 실제 퀴르발 남작의 진실을 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단편들 또한 유일한 진실을 찾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지어낸 이야기세월이 흐르면서 변형되는 이야기들과 달리 일상 속에서 우리가 겪는 일들에는 수수께끼나 모호한 구석이 전혀 없을 것 같다그러나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은 것을 믿기에진실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그녀의 매듭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만 선택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려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알지 못한다.그림자 박제에서는 주인공이 말하는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진실인지 주인공의 또 다른 인격 톰이 말하는 학대당하던 어린 시절이 진실인지 모호하게 처리된다.마리아그런데 말이야에서 주인공과 후배의 이야깃거리가 됐던 마리아의 정체도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로 추측될 뿐이다.

 

  디테일한 설정을 토대로 허구의 이야기를 실제처럼 묘사하는 작가의 서술 기법 또한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호하게 한다. <퀴르발 남작의 성>이라는 가상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대학 강의감독 인터뷰리뷰 기사는 실제 대학 강의와 리뷰 기사의 특징을 디테일하게 살리고 있어, <퀴르발 남작의 성>이라는 영화가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온다.마녀의 스테레오 타입에 대한 고찰에서는 실제 마녀사냥에 대한 역사 자료들을 활용해 실재감을 높인다.


  독자들은 이 책 속 단편들을 읽으면서 허구와 진실을 구별할 필요도이야기의 명명백백하고 유일한 진실을 찾아낼 필요도 없다소설 속 진실의 파편들을 자기 나름대로 재구성해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을 자유롭게 만들어내면 된다그렇게 재구성된 진실은 마지막 단편당신이 책장을 덮은 후속 시체 조각들을 이어 붙여 재조립한 시체와 닮은 모습일 것이다모순되고 충돌되는 요소들로 재구성된 진실은 단 하나의 명명백백한 진실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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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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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공간과 진지함, 유쾌함을 넘나드는 재기발랄한 소설. 실험적인 기법을 사용했지만 난해하지 않고 읽는 즐거움을 준다. 독자들까지 캐릭터들이 벌이는 난장에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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