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페미니스트 -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 쏜살 문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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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도, 아이가 아닌 나 자신에게도 필요한 이야기. 한 사람으로서 온전히 내 삶을 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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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역사 -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김연실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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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파랑을 좋아한다. 비 개인 하늘의 옅은 파란색부터 정장 재킷의 짙은 남색까지 내 주위의 다양한 파란색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니『파랑의 역사』를 처음 봤을 때, “파랑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라는 홍보 문구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홍보 문구에 걸맞게 『파랑의 역사』 는 파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파란색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 받는 색이다. 오늘날의 우리에게 파랑은 안정과 평화의 색이다. 그리고 자유와 꿈의 색이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도 파랑을 그런 색으로 생각했을까?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까지, 저자는 사람들이 파랑에 부여한 의미와 위상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파랑의 역사’는 사람들이 파랑에 부여한 의미와 위상의 역사이다.


영화 <킹 아더>(2004)의 한 장면. 유럽의 북방 민족인 켈트 족의 전사 기네비어(키이라 나이틀리)는 적들에게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얼굴과 몸에 푸른색을 칠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파란색은정확히 파란색 하나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무관심의 대상이었다그리고 파란색이 오늘날 안정과 평화의 색으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고대 로마 사람들에게 파란색은 공포의 색이었다로마를 위협하던 북방의 게르만 족과 켈트 족이 적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파란색을 몸에 칠하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다오늘날에는 전형적인 백인 미남미녀의 조건으로 꼽히는 파란색 눈도고대 로마에서는 추하다는 취급을 받았다.(책에서는 설명되지 않았지만파란색 눈도 게르만 족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후 12세기까지 천여 년 동안이나 파란색은 유럽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위) 영국 왕 리처드 2세를 위해 그려진 두 폭 패널화(1395년경) 중 오른쪽. 성모가 파란색 옷을 입고 있다. 

(아래) 장 푸케, <필립 4세에게 충성 서약을 하는 영국 왕 에드워드 1세>(1460년경). 왕좌에 앉아 있는 프랑스 왕 필립 4세는 파란색 겉옷을 입었다.


  그러나 12세기 들어 성모 마리아의 옷이 푸른색으로 그려지면서 푸른색의 위상은 높아졌다중세 성화에서 성모는 아들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으로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상복의 색깔이었던 파란색은 성모의 슬픔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색이었다성모 마리아를 수호성인으로 삼고 있었던 프랑스 왕은 성모를 따라 푸른색 옷을 입었고뒤이어 서양 사회 대부분의 왕들이 푸른 옷을 입었다문장(紋章국가나 단체 또는 집안 따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상징적인 표식)에 푸른색을 넣는 왕가나 귀족 가문들도 많아졌다파란색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대청과 인디고를 이용한 파란색 염색 기술도 발전했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의 삽화. 주인공 베르테르가 입었던 재킷의 파란색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색이 되었다.


  14세기에서 15세기 사이 유럽 각국에 사치 단속법이 시행되고, 16세기 말 종교 개혁이 시작되면서 빨간색노란색 등의 화려한 색채들은 탄압을 받고 검은색이 유행했다하지만 파란색특히 어두운 파란색은 검은색과 비슷한 색인 덕분에 관대한 대우를 받았다그리고 18세기에서 19세기 유럽 전역에서 낭만주의가 유행하면서파란색은 사랑과 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주인공 베르테르가 입었던 재킷도 파란색이었고또 다른 낭만주의의 대표 소설 하인리히 폰 오터프딩엔』 의 주인공이 찾아 헤매는 것도 푸른 꽃이었기 때문이다. 



미군 장교의 제복(위)과 청바지를 입은 이란의 젊은 여성들(아래). 이처럼 파랑은 절제의 색으로도, 자유와 해방의 색으로도 쓰인다.


  파랑은 현대에 들어서도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검은색과 비슷한 절제의 색이라는 점에서 짙은 남색은 제복의 색으로 널리 쓰인다반면 공산국가와 개발도상국이슬람 국가들에서 청바지가 서양을 향한 개방과 자유의 상징이 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파랑은 자유의 색이기도 하다또한 중립과 평화안정을 상징하는 색이 되어 국제연합의 상징색으로 쓰이기도 한다

  파랑은 상징적으로 강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도 않고빨강처럼 강렬하거나 공격적이지 않다파랑은 가장 투명한 색이다인간들이 그 투명함에 다양한 의미들을 부여해 왔을 뿐이다파랑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파랑에 대한 우리의 선호나 감정이미지는 사회와 역사에서 영향을 받아 온 것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저자의 전공이 유럽사이기 때문에 서구 세계 밖에서의 파랑의 역사를 살펴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파랑에 투영된 인간의 정서와 문화경제사회는 우리에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P. S.  각 단원과 소단원의 제목, 인용문, 페이지 숫자, 각주 숫자를 보랏빛이 도는 파란색으로 표기한 덕분에 파랑이라는 주제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푸른색을 담은 도판들 덕분에 보는 즐거움도 컸다. 그러나 베르메르의 푸른색 사용법에 대한 설명은 188페이지에 나오는데, 설명에 해당하는 도판은 193페이지에 있는 등, 설명과 그 설명에 해당하는 도판이 서로 떨어져 있어 보기에 불편했다. 이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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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의 역사 -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미셸 파스투로 지음, 고봉만.김연실 옮김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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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부터 현대까지, 서구 역사에서 파랑이 지니는 의미와 위상의 변천을 폭넓게 살펴보았다. 미술사적인 이야기로 빠질 수 있다는 위험을 극복하고 색 그 자체의 사회사에 집중한다. 동양에서의 파랑의 역사까지 살펴보았다면 더 종합적으로 파랑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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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정의, 판사 - 폭풍 속을 나는 새를 위하여
양삼승 지음 / 까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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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로운 법조인이 되고 싶어 하던 친구가 있었다그 친구는 학교 축제에서 부패한 법조인들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기획할 정도로 정의감이 강했다하지만 그 친구는 졸업을 하고 로펌에서 몇 년 일한 뒤세상은 썩어빠졌고 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회의감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그 친구는 법조계에서 어떤 일들을 보고 듣고 겪어왔기에 그렇게 변했을까종종 뉴스에 나오는 법조계의 비리 이야기를 통해 짐작할 뿐이었다.

 

  우리나라 법조계사법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걸까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양삼승의 저서권력정의판사를 읽으면서 뉴스로만 짐작했던 법조계의 맨얼굴을 보게 되었다저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최근까지 한국 사법부 역사상 의미 있는 판례 10개를 살펴본다한국 사법부가 처음으로 구성된 이래 사법부는 정치권력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저자는 사법부의 판결에 간섭하고 때로는 특정한 판결을 유도하며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정치권력을 비판한다. 1979년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했을 때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가 김재규에게 내란 목적의 살인죄를 뒤집어씌우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판사들에게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저자는 사법부를 억압한 정치권력뿐만 아니라정치권력에 굴복해 옳지 못한 판결들을 내렸던 사법부의 모습도 비판한다정치권력의 억압이 너무 심해서였다는 핑계는 그에게 통하지 않는다자기 자리까지 내려놓으면서 정의를 위해 싸웠던 법조인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그는 지금의 법조인들이 권력자의 이해관계와 아무 상관없는 개인 간의 분쟁 해결에만 힘을 쏟으며 사소한 정의에 만족하는 것을 비판한다저자는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고민하는 것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라 현실도피일 뿐이라는 쓴 소리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그는 실질적인 정의와 절차적 정의’ 모두가 지켜져야 함을 강조한다. 2006당시 제주도 도지사가 차기 도지사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제주도 소속 공무원들을 사적으로 부렸던 것이 적발되었다검찰이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었는데그 중 한 검사가 해당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이 아닌 다른 공무원에게 영장과 검사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고강제로 그가 갖고 있는 서류를 압수했다그런데 그 서류에서 제주도 도지사가 선거법을 어겼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었다그러나 증거를 모으는 과정에서의 적법성이 문제가 되어 그 증거는 재판에서 인정받지 못했고제주도 도지사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도지사의 잘못이 명백한데도 절차의 적법성 문제 때문에 도지사를 처벌하지 못한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서는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절차의 적법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마구잡이로 사람들을 검거하고 법에 어긋나는 조사 방법을 쓰는 일들까지 허용되고인권은 보호되지 못할 것이다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실질적 정의와 죄의 유무를 따지는 절차에서 원칙을 지키는 절차적 정의 사이의 균형을 잡기는 어렵다그 두 가지의 균형을 잡으면서 정의를 지켜가는 것이 법조인들이 할 일일 것이다.

 

  70대의 법조인이 쓴 글답게 다소 딱딱한 문체이고대중 교양서적보다는 학술서적에 가깝게 느껴지는 서술과 편집이다그래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하지만 이 땅의 법조인들이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지키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법조인들뿐만 아니라 법과 상관없이 살아갈 수 없는 우리들법을 통해 정의가 지켜져야 살아갈 수 있는 우리들 또한 이 책의 이야기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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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정의, 판사 - 폭풍 속을 나는 새를 위하여
양삼승 지음 / 까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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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의 법조인이 쓴 글답게 딱딱한 문체지만, 이 땅의 법조인들이 권력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지키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 사례들을 통해 적법한 절차와 실질적 정의가 어떤 것인지, 왜 지켜져야 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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