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집밥
하야카와 유키코 지음, 강인 옮김 / 사계절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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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 받을 때 예쁜 그림이 많이 실려있는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오키나와 집밥』도  요리 공부보다는 기분 전환을 위해 읽은 책이다. 오랫동안 외국은커녕 수도권 밖으로도 나가지 못해 답답하고, 이국적인 것들에 끌리는 내게 이국적인 '오키나와'와 친근한 '집밥'의 오묘한 조합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무엇보다 재료와 음식, 조리법까지 사진이 아니라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그려져 있다는 점에 끌렸다. 


  22년 동안 오키나와에서 살면서 오키나와 집밥을 해 온 저자가 이 책을 썼다. 이 책에 실린 요리들은 모두 오키나와에서 나는 재료들로 만드는 것이다. 치디쿠니(오키나와 무), 구루마후(밀가루의 글루텐 성분으로 만든 보존식품을 '후'라고 하는데, 구루마후는 속이 빈 원통 모양의 후이다.), 한다마까지 이름도 낯선 재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른 재료로 대체해도 맛이 나쁘지는 않겠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오키나와 집밥 맛은 나지 않겠지. 조리법 자체는 어려워 보이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일러스트로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직접 집에서 이 책에 나온 오키나와 요리들을 만들기에는 재료 문제라는 큰 산이 남아 있다. 


​ 그래서 직접 따라 하면서 요리를 만들어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오키나와 시장을 둘러보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각 계절에 만들어먹기 좋은 요리들로 나누었기 때문에 재료에서는 계절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오키나와는 섬이니 해산물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양한 제 철 채소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책 전체가 싱그럽게 느껴진다. 따뜻한 지방이어서 그런지 채소들도 생선들도 색이 다채롭고 선명하다. 아직 가 보지도 않은 오키나와가 다채로운 색채로 다가온다.


​ 쑥, 콩나물, 우엉 같이 친근한 재료들도 후치바, 마미나, 군보 같은 오키나와어 명칭이 같이 붙어 있으니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오키나와는 지금 일본에 속해 있지만 원래는 일본과는 독립된 왕국이었다. 재료와 요리 명칭, 음식에 대한 오키나와 동요에서 보이는 오키나와어 단어들은 일본어 방언이라고 보기에는 일본어와 전혀 다른 어감이다. 요리법뿐만 아니라 오키나와의 음식 문화와 풍습, 자연까지 실려 있어 작은 오키나와 지리지 같은 느낌이 든다. 


​  책이 너무 얇은 게 아쉽지만, 얇아서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오키나와 집밥을 알리고 싶은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 책으로 오키나와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언젠가 오키나와에 가게 되면 이 책 덕분에 오키나와 음식들이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사랑하는 오키나와를 알리고 싶은 저자의 의도는 성공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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