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에 대한 이야기, 아만자.
따뜻하고 간결한 그림과 문장으로 26세에 암에 걸린 남자를 그려내고 있다.
암에 걸린다는 것은 요즘 평범해졌지만, 젊음-이라 더 힘겨운.
읽다보면 먹먹해지고. 그러면서도 슬퍼지는 게 아니라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어루만져주는 듯한. 작가의 내공이 보통 아니다.
문학만이 문학이 아니고, 만화도 문학과의 경계선 상에 있음을 알게 하는 작품이다.
김보통 작가가 올레웹툰 포털에 연재했던 것을 예담에서 책으로 냈는데 5권 완결이다.
이 데뷔작으로 '2014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시베리아 만약 나에게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천사가 나타나 나에게 삶을 정리할 시간을 준다면, 떠날 것이다. 시베리아로. 가족과 여자친구에겐 미안하지만, 어떤 말도 없이 떠날 것이다. 그리고 평야가 보이는 곳에 방을 하나 빌려 지내고 싶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아마 내내 보드카로 몸을 덥혀야 할 테지. 그렇게 술에 취한 채 매일매일 질리도록 시베리아 평원을 바라보고 싶다.
"안녕. 뭐 하니?" "죽고 있어." "나도 그래." "모두가 그렇지."
"아냐, 이바노프. 난 진짜 내년에 죽어." "부탁 하나 들어줄래?" "뭐?" "내 마누라도 데려가." "난 지옥에 가려는 게 아냐."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364일째 밤. 길을 떠날 것이다. 눈 덮인 평야를 향해 걷고 또 걸어, 어느 누구도 나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시베리아의 겨울은 길고, 눈은 끝없이 내릴 테니 그 어딘가에 쓰러져 죽더라도 내 몸은 눈에 덮여 찾을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나는 죽지 않은 게 될 것이다. 천하의 불효자식이자 못된 인간으로 두고두고 기억되겠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제멋대로 살고 있겠거니, 제 잘난 맛에 살고 있겠거니, 살아는 있겠거니, 그렇게 이야기되지 않을까. 할 수만 있다면, 살 수가 없다면, 아무도 모르게 죽고 싶다.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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