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카프카의 고백 - KAFKA's Dialogue
카프카 글, 이우일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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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의 팬인 데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사진 않고 빌려 읽었는데, 도서관에서 따끈따근한 새 책을 빌리는 일은 참 기분 좋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우일이 기르는 페르시안 고양이 카프카의 시점에서 쓴 에세이다. 카프카가 바라보는 이우일과 부인 선현경, 그리고 딸의 일상. 동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그린다는 형식 자체가 왠만한 글발로는 재미있게 쓰기 힘든데, 본업이 그림인 작가의 역량이 꽤 대단하다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이우일씨의 일상이라면 작가의 책을 여러 권을 독파한 독자에겐 아주 새롭지는 않다. 

사실 책의 내용보다는 형식이 더 끌린다. 에세이와 사진, 컷만화, 그리고 일러스트가 절묘하게 섞인 이 책의 형식은 이우일만이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급스러운 표지의 느낌과 제본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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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오소희 지음 / 큰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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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 처음 읽은 책이다. 일반적인 육아서적을 피하고 싶었다는 친구의 선물.  

여행작가 오소희의 이 에세이집은 아들 중빈이(4세~7세까지)와의 교감의 기록이다. 소소한 일상과 아이와의 대화, 아이를 키우는 기쁨과 발견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아기도 자라면서 이런 기쁨들을 나에게 안겨주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와닿았던 책이다. 그러니 예비엄마나 유아를 둔 엄마들이라면 읽어볼 만할 것이다. 더불어 아기를 키우며 이 정도의 기록은 남겨두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에서처럼 글쓴이의 사회나 인생에 대한 관점은 좀 편향적인 데가 있어 그게 여전히 걸리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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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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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러시아어 통역사 요네하라 마리의 가벼운 에세이집이다. 그녀는 다양한 주제들의 수필집과 심지어 소설까지 발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짧은 수필들로 이루어져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요네하라 마리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그다지 재미를 못 느낄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이 작가에 대한 입문으로 삼기에 좋을 수도 있겠다.  

거창하게 '문화 편력기'라는 제목을 지은 것은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의 직업의 특성상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소소한 문화적 차이나 일상에서 느낀 점들을 적은 에세이집이기 때문이다.  

주제 중 하나인 "식욕은 먹고 있을 때 생겨난다"라는 말에 꽤나 동감한다. 후훗.

<미식 견문록>을 시작으로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 치웠다. 아, 너무 많이 읽었나 보다 하는 게 솔직한 지금의 심정이다. 지금은 <대단한 책>을 읽고 있다. 정말 두꺼운 독서 에세이인데, 일본에서만 발간된 책이 많아서 조금은 낯선 느낌이라는. 역시 개인적으로는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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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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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이라는 밴드의 음악을 초창기부터 꽤 좋아해 왔다. 최근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가 나왔고 올해 리더 이석원의 수필집 <보통의 존재>가 출간되었다. 유명인의 에세이라는 것은 때로 실망을 안겨주기 마련이라서 구입을 망설였다. 하지만 언 니네 이발관의 노래들은 모두 가사가 매력적이고, 온라인에서 몇 장 넘겨본 책 속 글들은 꽤 괜찮았다.  

책의 만듦새가 참 단아하고 병아리처럼 포근하고 어여쁘다. 책을 한번 더 감싼 겉표지는 오돌도돌한 종이 같지 않고 천 같은 느낌이 참 좋다. 그 중앙에 단아하게 자리잡은 의자 셋, 그리고 정갈한 글씨. 오, 표지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있다.

수필집 속 이석원이라는 사람은 꽤 우울하고 불행해 보인다. 혹은 늘 그런 척 하는(나쁜 의미가 아니라) 삶의 태도가 몸에 배인 듯한 사람. 대장염을 앓고 있으며 우울증을 앓은 경험이 있고 이혼을 했고 친구도 많지 않은. 그래서일까, 문장 구석구석 삶에 대한 통찰은 오히려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내밀한 속 이야기를 갈피갈피 알게 된 것 같은 여운이 남는 책. 그 이야기들조차 물론 꾸밈이 들어간 것이겠지만, 그래도 꽤나 솔직한 작가를 만나 반가웠다.

   
 

연애란? 

누군가의 필요의 일부가 되는 것. 그러다가 경험의 일부가 되는 것. 나중에는 결론의 일부가 되는 것. -268P

 
   

P.S. 비슷한 분위기의 1인 밴드 루시드 폴의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은 시인 마종기와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것인데, 이 책은 '편지 모음'이라는 컨셉 때문인지 그다지 공감을 하지 못했다. 루시드 폴을 꽤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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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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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서 딱 한 가지 배운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올바름에 집착하면 결혼 생활 따위 유지할 수 없다. 나는 남편이 내게 어리광을 피우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올바르지 않아도 마음껏 어리광을 피우게, 남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주면 여기에 있는 것이 나의 필연이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있을 필연성이 없어지고 만다. 이웃에 사는 연인처럼 행세해서 안 될 것이 무어란 말인가?

나는 가능한 한 그렇게 하고 있다. 어리광을 피우고 어리광을 피우게 하는 것은 어른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니까.

예를 들어 남편은 제 손으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 "물"이라고 말한다. "마실 거"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청소를 하고 있든 반찬을 만들고 있든, 책을 읽고 있든 비디오를 보고 있든 당장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남편에게 물을 갖다준다. 구운 생선은 뼈채 발라주지 않으면 먹지 않고, 포도는 껍질을 까서 씨까지 발라내줘야 먹는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아주 손쉬운 일이다.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편이 서로를 길들이는 것보다 훨씬 멋진 일이니까.

(중략)

나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무거운 것은 절대로 들지 않는다. 무거운 것은 남편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밤길은 같이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안에 벌레가 들어오면 잡아줘야 하고, 때로 사치스런 초콜릿을 사다주면 좋겠고, 무서운 꿈을 꾸면 안심시켜 주기를 바란다.

올바르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그래주었으면 한다. 결혼은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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