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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도어 프라이즈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1월
평점 :
부산으로 놀러갈 때마다 들리는 용두산공원. 그곳을 포함해 남포동은 어릴 적 나의 바운더리였었다. 귀신의 집 앞에는 늘 손금을 봐주는 기계가 있었는데. 다른 곳은 다 변했지만 그 기계는 여전히 존재하더라.
반가운 마음에 갈때마다 1000원짜리를 집어넣는다. 구멍에 내 손을 맞춰 넣고 스캔한다. 얼마 후 감정서라는 한 장의 종이가 출력된다. 올해 토정비결, 초년부터 말년 운(건강, 재물, 연애, 사업 등등)이 다 기록되어 있었다. 신기하게 과거 일부는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대부분 좋은 말만 쓰여있어서 이번 여행도 성공적이었다고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선 냉장고에 붙여놓는다. 이대로 살아지길 바라며.
<빅 도어 프라이즈>는 M. O. 월시의 장편 소설로 운명을 알려주는 2달러짜리 기계, 디엔에이믹스 DNAMIX에 얽힌 작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디어필드의 한 식료품점에 어느 날DNA를 판독해 모든 일이 다 잘 되었다면 이루어졌을 ‘가능한 신분’을 알려준다는 기계가 등장한다. 누가 설치했는지 알 수 없는 이 기계(디엔에이믹스)는 머지않아 장안에 화제가 되고 사람들은 몇 시간을 줄을 서가며 자신의 원래 신분을 확인한다. 디엔에이믹스는 판도라의 상자를 오픈한 것만큼이나 그들의 삶을 파격적으로 뒤흔드는데.
역사 교사인 더글라스 하버드는 아내의 차 안에서 아내의 디엔에이믹스의 결과지를 발견한다. 가능한 신분 - 왕족(royalty)이라고 적힌 종이를 보며 더글라스는 전날 밤에 달라진 세릴린의 원인을 이것임을 직감한다. 반면 세릴린은 자신의 평범한 삶에 회의를 느끼며 일상에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더글러스의 학교 제자인 제이컵은 쌍둥이 형 토비가 음주사고로 죽은 뒤로 형의 죽음에 대해 네가 모르는 것이 있다며 자신에게 접근하는 형의 여자 친구 트리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200주년 기념제에 벌일 복수극에 동참할 것을 종용한다.
마을의 하나뿐인 신부이자 트리나의 삼촌인 피트 신부는 매일 고해성사하는 마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에게 남모를 슬픔이 있었다. 더글러스와 신부 피트도 디엔에이믹스를 보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선다.
운 좋게 얻은 큰 선물이라는 뜻의 제목 ‘빅 도어 프라이즈 Big Door Prize’는 ‘새로운 인생의 가능성’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인간 군상들을 볼 수 있었다. 현재의 일상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은 가끔 해봤지만 이렇게 소설로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가웠고. 그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사람들에 따라 나도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용두산 공원에 그 손금 기계를 본 것처럼 희망의 불씨를 밝히며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추후 밝혀진 ‘디엔에이믹스의 출처’는 다소 엉뚱하지만 귀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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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남주와 여주는 이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완독하고 표지를 보니 결과지에 왕족이라고. ㅋㅋ 역시 세릴린의 것이었고만. 미쿡 시트콤을 보는 듯 재미나게 읽다가 끝에 전해주는 메시지에 감동하고. 요고 완전 물건임!!! 올 초 애플TV+ 드라마 2023년 상반기 방영될 예정이라고. 드라마에는 입안의 침을 채취하는 대신 두 바닥을 활용해 감정하는구만~~ 꼭 챙겨봐야겠다.
<책 속 문장>
-“이 동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셨죠? 틀렸습니다. 당신이라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친구. 정말 근사했어요.”
-기계가 우리의 운명을 알려주다니. 우리의 인생이 이미 정해진 거라니, 한꺼번에 정해진 거라니. 말도 안 되지 않나? 실망스럽지 않나? 차마 상상하기도 싫지 않나? 난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해. 그렇게 말할 것이다. 고작 종이 쪼가리 하나 때문에, 우리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는 없어. 그따위 종이에 적힌 말이 알 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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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가 아내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하나뿐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당신뿐이라는 것. 의사가 뭐라고 말하건, 아내가 그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건,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두 사람이 함께하는 미래뿐이라고. 간절히 이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 전에 의사를 위해 옆으로 물러서주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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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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