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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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개말이 인상적이다. '희미해져가는 물건, 사람, 사건을 수집하는 사람, 그리고 주로 글을 쓰는 사람'인 김도훈의 글을 들여다본다. 지극히 주관적이다. 솔직한데 매우 평등하다. 표현이 시원시원하다. 돌려까기? 그런 거 없다. 바로 깐다.

이 책에는 저자가 수집했다던 사람에 대한 글이다. 완벽한 사람보다는 인간적 결핍 때문에 자신의 재능이 가려진 사람들에게 늘 매혹당했다던, 그가 선별한 사람들이니 재미는 보장이다.

첫 번째 타자부터 솔로 홈런을!!!

제인 구달과 함께 영장류를 연구했지만 이름은 생소한 '다이앤 포시'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은 워낙 유명한데 말이지. 고릴라의 첫 인간 친구였던 포시는 처음 들어본다. 영장류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세계적인 여성 동물학자인 두 여성의 삶은 극과 극을 달렸다. 작은 키(160대)인 제인 구달과 큰 키(180대)의 다이앤 포시. 고릴라를 연구가인 그녀는 멸종에 관한 고릴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전 인류적인 인식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당시 포시의 별명은 '고릴라에 미친년'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고릴라 고기로 삶을 연명했던 르완다 밀렵꾼과 끊임없이 싸웠고 결국 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약 3년 후 그녀의 저서를 영화로 한 <안개 속의 고릴라>는 개봉되었고 포시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포시의 저서 <안개 속의 고릴라>는 최재천 교수의 번역으로 200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도 발행되었다. 이 책이 발행하고 밀렵은 줄었지만 끝나지는 않았다. 세상에 남은 고릴라는 1000마리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포시의 과격한 보호운동이 없었다면 진즉 멸종되었을 것이다. 동물 구호자들의 지침이 늦게 오기를. 밀렵꾼들의 엄중한 처벌이 가해지기를.

코코 샤넬이 선택한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의 샤넬 넘버 5는 아직도 세계에서 30초 한 병씩 팔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코코 샤넬의 전기를 읽어서인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벤토 나이트 모래라고 부르게 되는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를 처음 판매하고 사업으로 확장한 '에드워드 로' 덕분에 우리는 고양이의 간택을 받는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고, 히틀러의 치어리더로 평생 비난을 받은 다큐 감독 '레니 리펜슈탈' 덕분에 손기정 선수의 올림픽 경기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더 친숙해져버린 사람들 또는 본 적은 없지만 이제는 낯설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저자의 문체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작정하고 성차별에 대해 주장하는 구간(린제이 로한)에서는 호감도가 급상승해서 북토크가 있다면 멀리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오랫동안 ' 안나 카레리나'가 사랑받는 이유는 남성이 지배하는 귀족 사회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드물게 생생한 여성 캐릭터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나 이 책 읽는 거 어떻게 알았지? 뭔가 통한 걸까? 저긔요~ 제 텔레파시가 느껴지나요?

이 책의 스무 여섯 명의 삶에는 찬바람이 불면~ 가수 김지연 언니도 있다. 하나의 히트곡만 남기고 사라진 언니.

이 노래가 <사랑이 꽃 피는 나무>에서 최수종과 이미연의 테마곡이었다니. 엄마 옆에서 떠들면 처맞았던 드라마 하는 시간.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노래는 아는 나. 저자와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는 듯.

하나의 히트곡 만 남기고 사라진 가수를 '원 히트 원더'라고 부른다는데 이 명칭도 처음 들어봄. 저자는 이 말을 인생에 대입했다. 인생의 원 히트 원더는 가장 빛나던 순간에 잠깐 빛을 발하고 다시는 그 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리워하다가 갈망하며 황혼기로 달려가게 되는 것이 인생일지도.

멋지다. 엣지있다. 완독하면 저자의 호감도가 쭉쭉 올라가는 그런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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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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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동아시아서포터즈7기

#에이징솔로

삼십대 초반이었나.

아버지께 물어봤다.

나 시집 안가도 돼?

"가려면 마흔 되기 전에 가.

마흔 넘은 딸자식은 골칫거리야."

자랑거리는 그렇다치고 골칫거리라니...

하여간 나는 35세를 넘기지 않겠다며

36세를 15일 남기고 결혼식을 했다.

나에게도 관종끼가 있었나?싶게

결혼식이 넘 재밌었다.

남의 결혼식 가서는 초상 치른 것마냥

눈물콧물을 뿜어데고선

내 결혼식에선 빵긋빵긋.

신랑과 행진할때는 하객과 눈맞춤하며 인사까지... 난 무대체질인가?

-------

아버지말대로 마흔을 넘기고 혼자인 나를 상상해본다.

알 수 없다.. 살지 않아봐서..

다만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며 살아갔을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혼삶을 안타까워한다.

-

이 책의 저자는 2021년 겨울부터 40세 ~64세 에이징 솔로 여성 19명을 만나 외로움과 친밀감, 돌봄, 가족과 우정, 생계와 주거, 노후, 죽음 등 나이 들어가는 우리의 혼 삶을 재구성하는 것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자 역시 에이징 솔로였기에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삶의 전환기에 서서 마주한 스스로의 질문을 정리할 수 있었고 쓸데없이 무겁던 마음이 가벼워졌었다고 한다.

나 역시 혼자가 약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42살의 퇴사 후 홀로 긴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은 남편도 자식도 없었기에 쉽게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어떤 제약없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사회가 정해놓은 인생행로를 벗어날 경우 약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누구맘대로 제때라는 것을 정한것인가! 개인의 결정과 속도를 왜 딴지를 거는지..

✔️노처녀가 사라졌다.

나이진 비혼여성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인 노처녀가 뉴스 제목에서 점차 줄어들다가 이제 더는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2020 4월 끝으로 뉴스 제목에서 사라졌다. 다이브는 누군가 노처녀라 지칭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는 안목적 합의가 생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는 골드미스라는 표현도 요즘 잘 쓰이지 않는다.

왜 결혼안해요?

아이 안가져요?

이런 질문도 무례하다는 인지는 언제쯤 될련지..

━━━━⊱⋆⊰━━━━

인터뷰어 중에 결혼에 대한 질문에 답하길.

"내가 이 나이에 결혼하면 간병인 역할을 면치 못한다. 그런 거 싫고 내가 돈 벌어서 내가 쓰고 잘사겠다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린다."

라며 비혼이 결혼보다 우월하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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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정해 놓은 인생행로를 벗어날 경우 약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누구 맘대로 제때라는 것을 정한 것인가! 개인의 결정과 속도를 왜 딴지를 거는지..

━━━━⊱⋆⊰━━━━

독신을 연구하는 이스라엘 사회학자는 2030년 무렵에는 전세계 독신비율이 20%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결과를 소개했다.

혼자 살기는 이미 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갖는 삶의 조건이 되었다. 사회적 약자가 아닌 존중해야할 개인의 삶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다.

━━━━⊱⋆⊰━━━━

『에이징 솔로』는 40·50대 비혼 여성들의 실제 경험과 증언, 최신 연구 등을 검토하며 혼자 사는 삶을 이해하는 데 가장 생생하고 정확한 텍스트를 제공한다. “나이 들수록 삶이 나아진다고 느껴요”라는 에이징 솔로 선배들의 말에 기대어 “쓸데없는 공포”는 내려놓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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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삶을 바라보고 있다면 이 책에서 유익한 시사점을 상당히 많이 얻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혼삶을 선택한 그들을 이해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삶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에이징솔로 #김희경 #동아시아 #서포터즈 #혼삶 #1인가구 #비혼 #중년솔로 #혼자살기 #추천도서 #에세이 #인터뷰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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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 -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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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버틸까 하다 잡지를 들었다. 향수 광고 '샤넬 넘버 5'를 보고 문득 샤넬에서 시리즈 향수가 있었나 보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명품은 그닥 내 관심을 끌지는 못하지만 (가지지 못할 거라면 쳐다도 보지 말자 주의) 그래도 샤넬을 채널로 읽었다는 유머는 웃을 줄 알고, 코코 샤넬이 여자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가끔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유명 인사의 스캔들을 재구성해 주는 걸 재밌게 보기도 했는데 샤넬도 예외 없이 출연했다. 재연배우님(외국인인데 한국말 무쟈게 잘함 그런데 연기력은 문제가 많음)이 보여주는 코코 샤넬 드라마는 흥미로웠다. 그런데 그녀의 전기가 내 손에!

💎철저한 조사와 연구, 증언을 바탕으로

입체적이고 내밀하게 그려낸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고아 소녀에서 '황금의 손'을 가진 패션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들의 롤 모델이자 전 세계 여성의 로망이었던 그녀의 이야기를 읽었다. 금수저로 탄탄대로였을 것 같은 그녀가 아.니.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장돌뱅이였던.. 역마살이 있는 샤넬가의 피를 이어받아 그녀도 한곳에 정착하는 운명이 아니었다. 그녀의 정식 이름은 가브리엘 샤넬로 2남 3녀 중에 둘째 딸이었다.

도시를 떠돌며 장사를 했던 알베르(아버지)는 뛰어난 화술로 여자를 유혹하는 게 밥 먹기보다 쉬었다. 여김없이 이번 도시에서는 잔이라는 처녀를 타깃으로 즐겼는데 임신이 되고 만다. 그녀의 가족이 알베르를 수소문해 찾아내고 결혼시키려면 도망 다니고... 세상 이런 비겁한 남자가 어딨을까. 결국 상당한 지참금을 받는다는 조건에 결혼식을 한다. 그의 역마살은 쉼 없이 발동했고 장사한다는 핑계로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잔은 알베르를 넘놔 사랑해서 만삭의 몸으로도 그를 열렬히 쫓아다녔다고 한다. 천식이 심했던 잔은 무리한 뒷바라지로 숨을 거둔다. 이 비열한 자식은 본인의 자유를 위해 아들은 농가에 입양시키고 딸은 수녀원에 맡겨버렸다. 당시 알베르는 39세, 차녀인 가브리엘은 12세였다.


"나는 열두 살 때 모든 걸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나는 중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버지에게 애정이 컸던 그녀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원만하지도 않았던 성격 탓에 수녀들과 사이도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흑백의 조화에 대한 그녀의 취향은 이 시절 환경에서 받은 영향이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은 원생들이 입는 유니폼이 그 증거지 않을까.

언니와 동생과는 달리 반항적인 성격이 강했던 가브리엘 삶은 역시나 녹녹치 않았다. 숱한 남자들과 뜨겁게 사랑했지만 결혼까지 갈 수 없었던 샤넬. 혼자 있기를 지독히도 싫어했던 그녀가 워커홀릭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마지막은 그렇게 싫어하던 일요일에 혼자 숨을 거뒀다.

인기 배우들과 가수들을 제외하고 가브리엘은 당시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힌 인물 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초상 사진이 많은 디자이너를 본 적이 없다. 각계 전문가들에게 눈에 띄기 위해,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는 데 아주 중요한 전략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브리엘은 예술가 친구들에게 영감을 서로 주고받았다. 디아길레프, 나진스키, 보리스 코치노, 세르게이 리파르스트라빈스키.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콕토, 리디게, 막스 자코브, 사티. 미요, 라빌 등 동시대 최고 예술가들과 친구로 지내며 은밀하게 그들을 후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파리의 에티엔의 아파트에서 모자디자이너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샤넬 패션이라는 의상실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혼자의 힘은 아니었기에 자신이 받았던 선물을 예술가 친구들에게 나눠준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코가'라는 재단을 설립해 사후에도 후배들과 가난한 이들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게 인간이 지닌 상냥함과 선순환이지 않을까.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영속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성적인 아름다움과 남성적인 지성, 환상적인 에너지가 뒤섞인 그녀에게 매료되었다."

한결같이 그녀에게 빠진 뭇 남성들이 하는 말이었다. 일하는데 머리가 거추장스러워 짧게 잘랐을 뿐인데 유행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샤넬은 여성들의 워너비였고 트렌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력적이고 사교적인 그녀는 때론 거친 말을 내뱉기도 하고 변덕스러웠으며 극단적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유행은 선도했지만 유행만으로 저물지는 않았다. 인생에 있어 크다면 클 수 있는 완성된 사랑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샤넬이라는 결과만으로 그녀에게 실패한 삶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생전에 샤넬도 출판사에 원고를 팔 생각으로 전기를 계획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가난했던 자신의 과거와 아버지로부터 버림. 가수로 활동했던 부분은 제외하고 자신의 성공에 대해서만 집필을 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다소 오해할 수 있었던 소지를 이 책에서 풀어내서 좋았고, 제법 두꺼운 분량임에도 재미난 소설을 읽는 것처럼 술술 넘어가는 부분이 신기했다. 명품 잘알못인 나도 재밌는데 하물며 코코 샤넬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 흥미롭게 읽힐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샤넬이 남긴 물성들에 애정 어린 시선이 머물게 되는 책.

출판사로부터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코코샤넬 #앙리지델 #작가정신 #전기 #샤넬 #가브리엘샤넬 #샤넬일대기

#추천도서 #도서지원 #신간도서 #예술가 #디자이너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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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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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인가. 당시 내 옆자리 그녀가 tv 출연을 앞두고 병가를 냈다는 얘기를 했다.

엄마곰처럼 포근하고 따뜻했던 그 친구. 방송국 시나리오에선 괴물이라고 불리는 여자로 불렸다. 내 책상에는 간식이 떨어지는 날이 없는 반면 그녀의 책상은 깨끗하기 그지없었는데, 영상에서 그녀의 방은 스낵과 비스킷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마치 그녀의 생활이 비만을 야기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처럼. 그 후 비만대사수술이라고 불리는( 당시 우리나라에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상태) 위절제술 과정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친구... 소식을 알 수 없었다. 내 옆자리는 계속 비어 있었다.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니겠지, 팀장님께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고 하셨다. 전 국민 저녁 시간을 책임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그녀는 무엇을 얻었을까. 무료 수술보다 수치심...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 방송국 놈은 근무하는 모습을 담겠다고 회사까지 찾아오기도 했으니...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미국에서 인기를 모은 TV 프로그램‘더 비기스트 루저(The biggest loser)’라는 리얼리티 쇼는 비만인 사람을 모집해 가장 살을 많이 뺀 사람이 우승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방송 종료 후 추적 연구한 결과 대부분은 수년에 걸쳐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갔고, 일부는 더 늘었다고 한다. 비만인 몸매를 부각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돈을 번 방송국과 잠시라도 날씬한 삶을 살았던 그들 중 누가 더 행복했을까.

뷰티 산업도 수치심을 이용한다. 유명 연예인 또는 인플루언서들을 앞세워 이상적 아름다움이라는 환상이나 노화에 대한 혐오를 자극해 이익을 챙겨간다.

이 책의 저자는 불안감, 자기혐오에 기반한 수치심을 이용해 제도적, 상업적 이윤을 취하는 시스템을 수치심 머신으로 정의한다. 비만은 물론 중독·빈곤·외모·인종·젠더·소수자 등 다양한 부문에서 발생하는 혐오와 배제 배경에는 ‘수치심’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고발하며 ‘수치심의 악순환’으로인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고 있음을 한탄했다.

수치심은 인간사에서 억압과 이윤, 통제의 도구로 쓰인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책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수치심의 영역에서는 우리는 대부분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를 비난했을 수도 있고 악의적인 댓글에 동조했을 수도 있다.

◉ 수치심 머신의 방향은..

이 책은 수치심 머신을 해체하자고 말하지는 않는다. 수치심을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수치심은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우리의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가 살면서 겪은 수치심과 타인에게 주입하는 수치심을 동시에 조명하고, 수치심 머신의 화살을 부당한 권력을 향해 돌려야 우리의 공익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 술 취한 예비검사가 손님과 시비가 붙어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으나 무슨 특권의식인지 경찰을 폭행하고 자신이 누군지 아나며 어느 라인이냐고 큰소리친 사건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이런 사람이 검사가? 대국민 분노는 검사 임용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변호사 임용은 어찌 될지 의문이다. 수치심은 이런 사람에게 향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 떼로 몰려가 약자를 비하하는 부적절한 행동을 삼가고 공유 규범을 강제라는 목적으로만 이를 활용한다면 앞으로의 세상은 기대해도 좋을 텐데. 모든 사람이 신뢰하고 존엄하게 대우받는 세상이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셰임머신 #캐시오닐 #흐름출판 #비만 #중독 #가난 #빈곤 #상업 #이윤 #제도 #수치심

#사회 #현대사회 #사회인문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조작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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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감정 수업 - 쉽게 상처받고 흔들리는 마음을 단단하게 지켜내는 법
인현진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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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명사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다 자랐지. 이제는 쪼그라들고 있는 나인걸.

충분히 나를 책임지고 있는가... 명쾌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내 속에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유보하는 삶을 보내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감정 정리는 ..사시사철 흔들리는 수숫대 같은 마음, 그노매 생각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걸까?

나는 왜 불편한 감정에 휘둘리는가?

나는 왜 후회하는 행동을 반복하는가?

나는 왜 쉽게 상처받고 흔들리는가?

 

 

한 사람의 성격은 특정한 자극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틀이다.

반복되는 감정은 성격이 된다고 한다. 예전에 남편과 함께한 여행지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그만 가방을 정류장에 놓고 버스에 몸을 실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두 정거장쯤 지나 알아차렸다. 가방을 찾아 되돌아가는 길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발을 동동 굴렸던 나와 달리 남편은 무척이나 차분했다. 어떡해~!를 되뇌는 나를 다독여주고는 일단 가보자며 떨리는 내 손을 잡아줬다. 그런데 시간을 제법 지났는데도 내 가방은 안전하게 정류장 벤치에 그대로 자리 잡고 있더라. 치안이 잘 되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생각이 많다는 건 걱정이 많다는 것과 같다. 이 책에서 말하길 대부분의 생각을 차지하는 것은 걱정이라고 한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가 불안이 높다는 것. 이거 완전 내 얘긴데!

 

 

생각 = 정신의 불 ?????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삶을 환히 밝히는 빛과 온기가 되지만 위험한 방향으로 나가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삶도 망가뜨린다. 그러니 불안한 생각을 습관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면 이제는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할 때이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할 때 발생한다

걱정을 통제하기 어렵고, 이유 없이 쉽게 피로해지거나 집중이 어려우며, 근육이 잘 긴장하고, 잠을 자기 어렵고 자주 깬다면 과도한 불안을 느끼다 불안장애에 해당된다. 97쪽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10가지 항목 중 5개가 일치했다. '불안은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진다는 가정에서 출발할 때 생긴다'라고 어느 심리학자가 말했다. 남편에게 늘 듣는 말이 '미리 걱정하지 마라'다. 뭘 해도 실패했던 지난 일이 누적되어 자동적 사고로 박혀있는 게 아닐까.

 

자동적 사고 - 내면의 지껄임???

자동적 사고는 순식간에 떠오르는 생각이라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 되풀이되는 과거 경험 때문에 비슷한 사건을 앞두고 미리 답을 내려버리는 사고로 이해했다. "이번에도 실패하겠지." "나는 뭘 해도 안 돼. " "내가 그렇지 뭐." 이런 말 풍선들이 두둥실 떠오르는 이유일 테다.

 

지금 내가 할 일은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생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기였다.

①자동 사고 인지하기

②의도적으로 말하기

내가 빠져든 자동적 사고와 객관적 사실을 적고 나에게 힘이 되는 말을 찾아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생각이 나의 주인이 아니라 내가 생각의 주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해소되지 못한 분노는 우울이 되고 우울은 마음의 온도를 낮게 해서 냉담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상처받기 두려워 마음을 닫고 살기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처칠은 내면의 우울을 '블랙 독'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안의 블랙 독을 길들이는 방법으로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긍정적인 언어습관을 갖기를 권장했다.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정서적으로 소진된 나를 돌보지 않았다. 상대방의 의중을 상상하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있다 보니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누군가의 생각을 정확히 아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물며 내 마음도 잘 모르겠는데.. <어른의 감정수업>에 글들이 다 내 얘기 같아서 심장이 따끔하다. 변화의 시작은 다른 선택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자극에 대한 자동 반응을 멈추는 것이다.

 

이렇게 집중하며 읽었던 책이 있는가 싶은 만큼 요즘 들어 가장 열렬하게 읽은 책이었다. 밑줄과 메모가 빼곡한 책은 오랜만이다. 마지막 장을 덮음과 동시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내 삶이 내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우리는 마음의 금이 잔뜩 간 사람이 아니라

마음의 멋진 무늬를 만든 사람입니다.

과거의 시간에 붙잡힌 사람이 아니라

현재의 시간을 열어가는 사람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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