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 스트리트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앤 클리브스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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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범죄 소설에 나오는 형사나 탐정은 대부분 남성이다. 어쩌다 여성인 형사나 탐정이 나와도 아리따운 외모와 쭉 뻗은 몸매를 갖춘 것은 기본이고, 일할 때는 터프해도 일터를 벗어나면 여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앤 클리브스의 소설 <하버 스트리트>의 주인공 베라 스탠호프는 다르다. 베라는 범죄 소설에 나오는 형사로는 드물게 여성인 데다가 중년이고 결혼도 안 했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고 성격도 무뚝뚝하다. 베라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하루빨리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에 집중하고 부하들을 호령할 때.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는 강인한 캐릭터가 독자들의 공감을 산 것일까. 앤 클리브스의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는 1999년 처음 출간된 이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2011년부터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2018년 시즌 8 방영을 앞두고 있다. 


<하버 스트리트>는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제6편에 해당한다. 베라의 부하이자 파트너인 조 애쉬워스는 사춘기를 맞은 딸 제시와 열차를 타고 가다가 노파의 시신을 발견한다. 조는 바로 베라에게 연락하고, 현장으로 달려온 베라와 함께 노파의 거주지인 하버 스트리트로 이동한다. 하버 스트리트에서 베라와 조는 노파의 이름이 마거릿이며, 부잣집 외동딸로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외국인 남자와 도망쳐 하버 스트리트에 굴러 들어왔으며, 남자가 떠난 후에는 여관에서 잡일을 거들며 숙식을 해결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베라가 이끄는 수사팀은 마거릿의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지만 강력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마거릿의 지인인 젊은 여성이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수사팀은 위기를 맞는다. 가족도 없고 모아둔 재산도 없는 노파를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살해한 것일까. 베라는 지문 감식이나 프로파일링 같은 최신 수사기법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관찰과 심문, 추리만으로 범인을 찾아낸다.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나오는 미스 마플처럼.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 배경이고 범행을 저지르는 방법이 잔인하지 않다는 것도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닮았다.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를 1편부터 보고 싶은데 아쉽게도 국내에 소개된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는 <하버 스트리트>가 유일하다. 구픽에선 <하버 스트리트>를 시작으로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를 1편부터 차례로 소개할 예정이라는데 과연 언제쯤 나올지. '잠정' 팬으로서 어서 1편이 출간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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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7-1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era라는 제목으로, youtube로 본적 있는 드라마인데 원작 소설이 있었군요. 베라로 나오는 여형사가 Brenda인가 하는 이름의, 보면 알만한 영화배우이지요. vera보다 더 평범한 아주머니가 탐정으로 나오는, 제가 좋아하는 Hetty Wainthropp 시리즈도 있어요 ^^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네요.

키치 2017-07-16 17:01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읽고나서 유튜브를 통해 드라마를 찾아봤는데 책의 느낌과 드라마의 느낌이 비슷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조 역할을 맡은 배우가 훈남이더군요 ㅎㅎ 베라 말고도 평범한 아주머니가 탐정으로 나오는 작품이 또 있군요! 한번 체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하버 스트리트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앤 클리브스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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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전 추리소설과 현대 경찰물의 완벽한 조화. 어서 1편부터 차례로 출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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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으로 생각하라 - 생각이 뚫리고 인생이 바뀌는 완벽한 사고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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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거나 식사 준비를 할 때 같이 사는 동생에게 "뭐 먹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아무거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때마다 짜증이 나고 화가 솟구치는데도 정작 누가 내게 "뭐 먹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아무거나"라고 대답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3으로 생각하라>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에 따르면, "아무거나"라는 대답에는 '일일이 생각하기 귀찮으니 덮어놓고 상대방에게 맞추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러한 수동적인 태도는 상대방의 의욕을 꺾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손해를 입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거나"라고 대답하는 사람의 뇌는 저체온, 저활력 상태로,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시도 때도 없이 "아무거나"를 연발하는 사람은 점점 멍청해진다. 


그렇다면 "아무거나"라는 대답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까? 저자는 일단 뭐든 세 가지를 고르는 습관을 들여보라고 조언한다. 무엇이든 세 가지로 정리하면 본질이 보인다. 세 가지 아이디어를 내면 생각이 구체적이면서도 풍부해진다. 예컨대 오늘 저녁 메뉴 베스트 3을 떠올려보자. "요즘 튀김을 계속 먹었으니 튀김은 피하자. 산뜻한 것을 먹고 싶으니 회나 국수로 할까? 아니면 볶음 요리?" 이런 식으로 억지로라도 세 가지 안을 내다보면 생각의 회로가 분주해지고 원하는 것에 가까운 답을 내기가 쉬워진다. 


베스트 3을 선택하는 작업은 서평을 작성할 때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저명한 서평가이기도 한 저자는 책을 읽으면서 '이 문장 참 좋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문장이구나'라고 생각한 부분, 즉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밑줄 그은 문장 중 베스트 3을 꼽고, 왜 이 문장을 골랐는지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평이 완성된다. 


공부나 업무를 할 때에도 3의 힘을 활용할 수 있다. 공부나 업무를 하기에 앞서 일단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것들을 목록으로 만든다. 전체 과정을 파악한 다음에는 전체 과정을 3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작은 목표를 정해두고 실천한다. 예를 들어 영업 실적을 높이고 싶은 영업 사원이라면 첫 한 달은 '고객과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자', 두 번째 달은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고객을 늘리자', 세 번째 달은 '상담할 수 있는 고객을 늘리자'라고 목표를 정하고 실천한다. 세 달 안에 실적을 높이려면 막막하지만, 달마다 작은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니체의 생각이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이유는 흔히 생각하듯 어린아이에서 시작해 점차 발달한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의무를 졌다는 것을 기억하고, 다음으로 현상에 반항해 자유를 찾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긍정한다. 첫 단계인 굴종하는 낙타가 현상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존재라면, 거기에 부정을 더한 단계가 사자고, 다시 새로이 긍정하는 존재가 어린아이다. (184쪽) 


저자는 인생을 계획하는 데에도 3원칙을 이용한다. 19세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니체 역시 인생을 3단계로 나눴다. 니체는 저서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삶을 낙타의 시기, 사자의 시기, 어린아이의 시기 - 이렇게 3단계로 나눴다. 이것의 특징은 인간의 삶을 미성숙한 상태와 성숙한 상태로 양분하지 않고, 의무를 수행하는 단계에서 의무를 거부하는 단계로 갔다가, 다시 의무를 받아들이는 단계로 선회한다는 것이다.


나의 인생은 어디쯤일까. 저녁밥조차 "아무거나" 먹으려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어린아이는커녕 사자의 시기로도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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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중할 것 - 과거, 상처, 인간관계, 스트레스로부터 온전히 나를 지키는 지혜
호르스트 코넨 지음, 한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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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큰 적은 나 자신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나에게 상처 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다. 거울을 볼 때마다 "너 참 못생겼다", 66사이즈 옷을 살 때마다 "너 참 뚱뚱하다",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너 참 멍청하다" 같은 말을 하니 나조차 나를 싫어할 수밖에. 대체 나는 왜 남한테 들으면 두고두고 원망할 말을 나한테 하는 걸까. 


"건강을 해치는 진짜 주범은 우리의 머릿속에 있다. 그것은 유산균 음료나 스파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기를 해치는 요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고, 자신을 풍부한 애정으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일의 심리학자 호르스트 코넨은 저서 <나에게 정중할 것>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에 형성된 뿌리 깊은 자기혐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거, 즉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경험은 개인의 의식과 정체성을 형성하고 삶을 움직일 총체적인 에너지를 결정한다. 이 시기에 부모와 형제자매, 친구, 교사 등으로부터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거나 무시하는 말을 많이 들은 사람은 자기 존중감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형성된 의식과 정체성이 성인이 된 후에도 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좀먹는다는 것이다. 자기 존중감이 낮은 사람은 삶의 아름다운 순간에도 온전하게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자신을 채근하고 채찍질한다. 새로운 일이나 경험에 도전할 때에도 "나는 안 돼", "나는 불행해"라는 내면의 소리가 나타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의욕 대신 분노와 슬픔에 사로잡히게끔 한다. 


"좋지 않은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메고 있는 경험의 배낭을 긍정적인 감정과 인상으로 다시 채워 넣는 작업이 필요하다."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과 결별하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거나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도 좋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자기 자신에게 선물해도 좋다. 매일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경험을 만들수록 불행한 과거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소유를 줄이고 보다 심플하게 사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소유하는 것이 많을수록 그것을 돌보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심플한 삶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내고 버릴 것은 버리는 연습을 해보자. 버리면 버릴수록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소중한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체험을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이 밖에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 화를 이기는 긍정적 자기 주문, 나를 유독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법, 나쁜 생각과 충동을 슬기롭게 다스리는 법, 직관의 힘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나온다. 


이 책의 핵심은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경험이 많을수록 긍정적인 경험을 늘려야 한다. 긍정적인 경험이 늘어나면 부정적인 경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부정적인 경험이 가지는 영향력이 약해진다. 긍정적인 경험을 늘리는 방법. 그 시작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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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7-07-13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은 바꿀 수 있다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
 
어려운 여자들
록산 게이 지음, 김선형 옮김 / 사이행성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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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허구를 가정하는 장르다. 하지만 어떤 소설은 허구보다 실제에 가깝고, 실제에 가까워서 읽기가 힘들기도 하다. 나의 경우 대학 시절에 읽은 <아리랑>, <태백산맥>이 그랬고,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영초 언니>, <군함도>가 그랬다. 실제보다 허구에 가까운데도 읽기가 힘든 소설도 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그랬다. 육식을 거부하다가 나무가 되어가는 여자의 이야기라니. 허구임이 분명하지만 여자의 고통이 절절하게 다가와 읽는 내내 나도 아팠다. 


<나쁜 페미니스트>의 저자 록산 게이의 소설집 <어려운 여자들>은 그 중간쯤이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허구라기엔 실제를 닮았고, 실제라기엔 허구 같다. 허구인데도 고통스럽기나 실제라서 마음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저자는 성폭행 피해자, 가정 폭력 피해자, 비혼모 등 남성 중심의 사회 체제 내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여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남자 무서운 줄 모르고 짧은 스커트를 입고 다닌다고 헤픈 여자 소리를 듣는 여자, 남자를 경계하는 것이 일상이 된 나머지 미친 여자 소리를 듣는 여자 등 마음 편히 살기가 '어려운 여자들'에게 주목한다. 남자를 증오하면서도 남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남자로부터 벗어났으면서도 남자에 대한 책임감을 여전히 느끼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여자들'도 나온다. 


이들 대부분은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채 결말을 맞는다. 독자에 따라서는 작가가 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느냐고, 이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왜 보여주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의 역할은 상황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의 목적은 등장인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해피엔딩을 맞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소설은 답이 아니라 문제다. 소설을 읽을 때는 소설 안에서 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소설 안에서 찾은 문제의 답을 소설 밖에서 구해야 한다.


이 소설을 통해 내가 찾은 문제는 '여자는 왜 좀 더 여자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이다. 남자 이야기 말고, 연애 이야기 말고, 결혼 이야기 말고, 좀 더 다양한 여자의 이야기를 읽고 싶고 생각해보고 싶다. 남성 작가들이 쓰는 성녀 아니면 창녀 이야기 말고, 요조숙녀 아니면 팜므파탈 이야기 말고, 현실에서 본 듯하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여자의 이야기를 만끽해보고 싶다. <어려운 여자들>처럼 어려운 소설, 불편한 소설, 읽기 힘든 소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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