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4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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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로 유명한 니노미야 토모코의 신작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 상자>는 보석을 둘러싼 러브 코미디물이다. 주인공은 어려서부터 전당포에서 자란 덕분인지 보석만 보면 기묘한 능력을 발휘하는 '보석 오컬트' 시노부와, 명문가 출신이지만 어떤 사연으로 인해 전당포에 맡겨져서 자란 '보석 오타쿠' 아키사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와 치아키를 닮았지만, 시노부는 노다메보다 어리지만 어른스럽고, 아키사다 역시 사회성 부족한 천재라기보다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따뜻한 훈남이다. 


4권의 문을 여는 이야기는 일본의 '버블 세대'와 관련이 있다.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태어나 1980년대 중후반 일본 경제가 미국 경제를 거의 따라잡을 정도로 호황이었을 때 젊은 시절을 보낸 버블 세대는 버블이 꺼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생활 수준의 급락을 경험했다. 


아키사다가 일하는 프랑스 보석 전문점 '듀가리'의 단골손님 니카이도 마유미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버블이 절정일 때 화려한 젊은 날을 보냈고 그대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편안하게 살 줄로만 알았던 마유미는 버블이 꺼지고 남자친구가 다니던 회사가 도산해 혼담이 없어지면서 닭꼬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마유미의 유일한 낙은 화려하게 차려입고 듀가리에 찾아가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는 것. 아무도 모르게 '이중생활'을 즐기던 마유미의 비밀이 천하에 드러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마유미의 인생은 급전환 된다. 


마유미의 에피소드가 아키사다의 훈훈한 인품이 드러나는 이야기라면, 타카를 찾아온 의문의 손님에 관한 에피소드는 시노부가 가진 오컬트 능력이 발휘되는 신기한 이야기이다. 시노부네 전당포 근처에서 핸드메이드 숍을 운영하는 아키사다의 친구 타카는 아키사다 못지않은 보석 오타쿠인 여성으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돌로 주얼리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타카는 보석을 잘 아는 여성이 자신의 재능을 인정했다고 기뻐하지만, 시노부는 그 돌이 천연이 아니라 인조임을 간파한다. 그리고 이 여성의 배후엔 시노부와 아키사다를 위험에 빠트리려고 애쓰는 자가 있는데...! 


버블 세대의 애환을 다룬 첫 번째 에피소드를 비롯해 모든 에피소드가 재미있고, 니노미야 토모코 특유의 뼈 있는(!) 개그도 빵빵 터진다. 시노부의 특별한 능력과 아키사다의 출생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를 더한다. 아무래도 완결 날 때까지 계속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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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백사정기담 2
카미즈카 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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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백사정기담>은 1927년 상해가 배경인 레트로 판타지물이다. 외국인은 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마물도 섞여 사는 상해 뒷골목에 어느 날 '백사정'이라는 여관 겸 찻집이 문을 연다. 백사정의 주인 '화링'은 겉보기엔 아리따운 소녀이지만 진짜 정체는 인간과 요괴의 피가 반씩 섞인 '반인반요(半人半妖)'! <상해백사정기담> 2권은 화링의 정체를 숨기려는 남자와 화링의 정체를 알려고 하는 사람들의 숨 막히는 대결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백사정에서 장기 체류 중인 왜국 사람 이키시마는 화링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감기에 걸린 화링을 간병하게 된 이키시마는 화링의 피부가 점점 뱀의 그것으로 바뀌는 것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화링은 감기에 걸린 게 아니라 요괴가 되기 위해 탈피하는 중이었던 것. 화링이 이대로 뱀이 되면 어쩌나 고민하던 이키시마는 유행하는 약을 가져와 발라주고, 약의 도움으로 화링은 뱀으로 변하지 않고 원래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화링은 병이 나아서 그저 즐겁지만, 사정을 아는 이키시마는 불안하기만 하다. 


이 밖에도 요괴와 주물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화링이 대영제국에서 파견된 '은의 여명단'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들은 1차 세계대전 때 사망해 전 세계로 흩어진 여와의 유해를 찾다가 여와의 딸인 화링이 상해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화링을 납치한 것이었다. 이제 겨우 여와의 딸로서 신비한 능력이 몸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인 화링이 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 이야기의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갈수록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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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백곰 2
코로모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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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었을 때만 해도 백곰과 바다표범이 등장하는 흔한 동물 만화로만 여겼다. 포식자인 백곰이 피식자인 바다표범을 사랑하고 둘 다 수컷이라는 설정이 새롭고 독특하기는 해도 유머를 위한 장치인 줄만 알았다. 2권을 읽고 생각이 크게 바뀌었다. 이 만화는 흔해빠진 동물 만화가 아니라, 동물의 생태에 빗대어 인간들이 나누는 사랑의 본질을 그린 심오한 우화다. 어쩌면 이렇게 단순한 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가 눈물까지 쏙 빼는지. 백곰과 바다표범의 속 깊은 사랑 이야기가 웬만한 인간들의 사랑 이야기보다 마음을 울린다. 


2권 초반에 백곰과 바다표범은 엄마를 잃은 어린 암컷 백곰을 발견한다. 백곰과 바다표범은 어린 암컷 백곰을 여동생처럼 여기고 살뜰하게 보살핀다. 어린 암컷 백곰은 늠름하고 자상한 수컷 백곰을 오빠처럼 여기고 사랑을 느낀다. 문제는 어리기는 해도 암컷 백곰 역시 바다표범에게는 포식자라는 것. 어린 암컷 백곰이 수컷 백곰에게 사랑을 느끼고, 수컷 백곰이 사랑하는 바다표범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면서 바다표범은 위기를 맞이한다. 셋이서 소꿉놀이를 하면 수컷 백곰이 아빠, 암컷 백곰이 엄마, 바다표범이 아들, 이 아니라 '밥' 역할을 맡는 먹이사슬이란 거대한 늪... 다행히 바다표범이 목숨에 위협을 느끼기 전에 암컷 백곰은 엄마의 곁으로 돌아가고, 백곰과 바다표범은 다시 한번 단둘이 길을 나선다. 


한편, 혼자서 헤엄치는 법을 연습하던 바다표범은 연상의 암컷 바다표범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생애 처음 사랑에 빠진 바다표범은 백곰 앞에서 자신의 사랑을 열렬히 표현하고, 백곰은 내심 서운하지만 바다표범의 사랑을 응원한다. 백곰 왈, " 좋아하는 마음은 언제나 진실하고 자유로운 거니까. ... 나는 나를 좋아해 주길 원해서 널 좋아한 게 아닌걸." 순식간에 찾아온 사랑의 기쁨과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한 바다표범은 그제야 백곰이 어떤 감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자신을 대했는지 알게 된다. 피식자로서 살기 위한 몸부림이기는 했어도, 그동안 백곰에게 내뱉었던 심한 말들을 미안해한다. 


하지만 드디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된 바다표범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에 더더욱 백곰과 뜨듯미지근한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 이제 정말 백곰의 마음을 거절하고 홀로서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백곰과 바다표범이 이대로 헤어지나 싶을 때 마침 나타난 펭귄! 대체 이 녀석은 누구일까? 어서 3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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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이야기 5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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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만화책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 타니카와 후미코의 단편집 <솔로 이야기>를 몇 장 읽기도 전에 푹 빠져버렸다. 등장인물들은 열심히 일하고 연애하는 평범한 여성들. 늦잠 자서 전철을 놓치고, 지각해서 상사에게 야단맞고, 실수해서 고객에게 혼나는 것이 일상인 사회인이자, 나이를 먹을수록 결혼과 출산 압박에 시달리고 애인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풀리지 않아서 걱정인, 나와 똑닮은 여성들이다. 


이들의 고민도 나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에선 나름 열심히 일하지만 보람을 찾을 수 없고, 애인과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고 점점 삐걱거릴 뿐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용기도 없다. 내가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내 인생 망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나와 똑닮은 이 여성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28세 솔로 직장인 모리야마 리카는 어린 시절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를 읽는다. 모처럼 휴가를 받아 고향집에 내려갔는데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압박을 주고 어릴 때 쓰던 방까지 비우라고 해서 마음이 복잡하던 리카는 친구의 편지를 읽고 이런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 


32세 은행원 오가와 마사키는 고성(古城)을 보러 간다. 남자친구와 냉전 중인 마사키는 큰맘 먹고 3시간 거리에 있는 고성에 가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밤늦은 시간이고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공포에 사로잡힌다. 마사키는 아침이 밝는 대로 남자친구에게 먼저 사과하기로 마음먹지만, 아침이 되고 뜻밖의 사건을 겪으며 마음을 바꾼다. 외롭다는 이유로 함께 있는 건 그만두기로, 아무리 외로워도 혼자서 설 수 있는 내가 되기로 결심한다. 


28세 직장인 호리노우치 아야는 '원래의 나'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 아야는 배려심 있고 상냥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아야에게 벽을 느끼고 아야를 멀리한다. 아야는 평소 싫어하던 회사 선배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전혀 이상할 거 없다고 생각하는데, 근데 그거 효과 있었어?"라는 충고를 듣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선배가 가르쳐준다는 '효과적인 자기 연출법'이란 대체 뭘까? 나도 알고 싶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나이듦 앞에서 무력해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보다 재미있고 진솔하게 담아낸 만화가 또 있을까? 여성이 겪는 문제를 연애나 결혼, 출산으로 한정하지 않고, 여성 스스로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점도 마음에 쏙 든다. 시리즈 1권부터 찬찬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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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 올드맨 1
오노 나츠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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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A 13구 감찰과>, <후타가시라>, <납치사 고요> 등 개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 오노 나츠메의 최신작 <레이디 & 올드맨>은 교도소에서 100년의 형기를 채우고도 조금도 늙지 않은 불로불사의 존재인 남자 롭과 그를 좋아하게 된 여자 셸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1963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 교도소 인근의 식당집 딸인 셸리는 방금 교도소에서 출소한 노인을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온다.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허름한 옷차림 때문에 누가 봐도 노숙자로 보이는 노인을 두고 식당 안의 손님들은 말한다. 구 수용동의 '최후의 죄수'라느니. 중범죄로 징역 100년을 받았는데 형기를 마쳤다느니. 불로불사의 존재라느니. 


셸리는 아버지의 엄포를 무시하고 노인을 씻기고 노인의 머리카락을 손수 잘라준다. 그랬더니 노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청년. 그것도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순수 그 자체인 청년이었다! 버스와 오토바이도 처음 보고, TV와 커피 메이커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현재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롭에게 셸리는 강렬한 호기심을 느낀다. 


갈 곳이 없는 롭과 식당 일이 지겨워진 셸리는 셸리의 아버지를 대신해 '운반일'을 하게 된다. 운반일을 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게 된 코드명이 바로 '레이디 & 올드맨'. 코드명은 본인이 연상되지 않도록 겉모습과 정반대인 편이 좋다는 충고에 따라 젊은 롭은 '올드맨', 호기심 왕성한 셸리는 '레이디'가 된다. 


운반일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의뢰받은 물건을 전해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수취인을 찾기가 힘들고 자꾸만 위험한 일에 휘말린다. 여기에 100년 동안 교도소에 격리되어 있었던 탓에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숙맥으로만 보이는 롭에 얽힌 미스터리가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조금씩 스릴을 더한다. 


롭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불로불사의 존재가 되었으며 무슨 죄를 지어 100년씩이나 교도소에 수감되었을까? 롭을 불로불사의 존재로 만들었다는 일란성 쌍둥이는 과연 누구일까?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메리칸 로드 무비를 연상케하는 참신한 설정과 일본 만화로는 보이지 않는 독특한 그림체가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롭의 정체가 드러나고 롭과 셸리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면 이야기가 점점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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