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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
사하라 미즈 지음, 송수영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5월
평점 :
동명이인을 마주칠 때가 종종 있다. 흔한 이름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의식하게 된다. 사하라 미즈의 단편집 <나와 나>의 표제작 <나와 나>의 상황이 그렇다. 주인공 '미와'(이하 작은 미와)는 학년이 바뀌고 새로운 반에 배정된 첫날, 같은 반에 또 다른 '미와'(이하 큰 미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작은 미와는 키가 작고 외모도 호감형이 아닌데, 큰 미와는 키도 크고 외모도 아이돌처럼 예쁘다는 것이다.
작은 미와는 큰 미와가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를 싫어할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경계하지만, 짐작과 달리 큰 미와는 작은 미와를 친절하게 대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큰 미와의 태도가 달라지고, 이유를 알지 못하는 작은 미와는 자신의 작은 키와 못생긴 외모를 탓한다. 서로의 오해가 쌓이면서 멀어질 뻔한 두 사람이 극적인 계기로 가까워지는데, 이 과정에서 작은 미와는 비록 자신에게 큰 미와 같은 큰 키와 아름다운 외모는 없어도 이를 상쇄하는 귀한 보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니어처 가든의 포로>도 좋다. 주인공은 입시에 실패한 후 집에서 은둔하며 지내는 히키코모리 백수다. 자전거 안장을 훔치며 사회에 대한 분풀이를 하는 그에게 어느 날 한 여자 고등학생이 다가온다. 오랫동안 지켜봤다며,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고등학생의 말을 믿지 않으려 하지만 믿고 싶은 건 뭘까. 뜻밖의 반전이 장편 못지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좋은 작가를 알게 되어 반갑고,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계속 따라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