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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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작품을 만든다'고 말하지만, <캐리>, <샤이닝> 등을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에 따르면 작품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는 것'이다. 그의 창작론을 담은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소설이란 땅 속의 화석처럼 발굴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p.169) 

 

 

어린 시절 병약했던 그는 친구들이 밖에서 뛰어놀 때 병원 침대에 누워 (그의 말을 빌리자면) '대충 6톤쯤 되는 만화책을 읽어치웠고', 이어서 각종 소설을 섭렵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필사와 모작의 단계를 거쳐 초등학교 2학년이 되기도 전에 소설 네 편을 완성했다. 소년 킹의 창작열은 도통 식지를 않았다. 학교 수업 시간에 쓰고, 방과후에 쓰고, 직장에서 쓰고, 집에서 썼다. 그 중 수백 편을 신문이나 잡지사에 투고했고 대부분 거절당했지만 그래도 계속 썼다. 그러기를 십여 년. <캐리>로 데뷔했을 때 그의 나이 고작 스물일곱 살이었지만,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걸 감안하면 18년 차가 되던 해에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본 셈이다. 모두가 전설 속에나 존재하는 줄로 믿었던 트로이 유적을 발굴하는 데 평생을 바친 하인리히 슐리만처럼, 스티븐 킹 역시 현존하는 소설보다 위대한 소설이 세상 어딘가에 묻혀 있다고 믿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유물'의 주인이 된 것이다. 글쓰고 책 읽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만 찾을 수 있는 유물, 내가 찾아야 할 유물은 무엇일까?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창작만이 아니라, 모두가 앞만 보고 위로만 향하는 시대에 아래로 아래로 땅을 파며 자신만의 보물을 발굴하는 데 몰두하기란 쉽지 않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 문장에 힌트가 나온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중략) 글쓰기는 마술과 같다. 창조적인 예술이 모두 그렇듯이, 생명수와도 같다. 이 물은 공짜다. 그러니 마음껏 마셔도 좋다." (p.334) 마술사의 묘기를 본 어린 아이가 트릭이 뭘까 궁금해 하는 것처럼, 그는 좋은 글을 보면 어떻게 썼는지 연구하고 모방하고 반복했다. 자신의 눈을 매혹한 것,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기꺼이 보답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독자로서 무수히 많은 책을 읽으며 울고 웃고 즐거워했던 것 또한 내가 받은 사랑이었다. 그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야말로 글쓰기의 원동력이며 평생을 책 가까이에 있겠다고 다짐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아닐런지. 20대에 셀 수 없이 많은 책에 사랑받아 행복했으니, 다가오는 30대에는 그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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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요다 2014-12-1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죠. 후기도 잘 보았습니다.

키치 2014-12-18 11:32   좋아요 0 | URL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읽었는데 역시 좋네요. 고맙습니다 ^^
 
정의란 무엇인가 - 한국 200만 부 돌파, 37개국에서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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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도서로는 드물게 국내에서 200만 부 이상, 전세계 37개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그가 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은 2010년. 그 사이 한국 사회는 더 정의로워졌을까? 책을 읽으며 희망에 부풀었던 국민들의 기대와 달리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 하다. 모 대기업 오너 일가의 딸이 불미스러운 일로 이슈가 되지를 않나, 주민들의 횡포와 냉대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목숨을 끊지를 않나, '정의란 무엇인가' 스스로 되뇌이다 못해 사회를 향해 외치고 싶어지는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재출간된 것은 어떤 의미인지, 책을 다시 읽으며 생각해 보았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가진 수차례의 공개 토론을 통해 "도덕과 가치에 관한 물음처럼 커다란 질문을 놓고 공개적으로 함께 추론하길 원하는 한국인들의 열망 혹은 갈증에 큰 인상을 받았다." 라고 밝혔다. 저자는 또한 2012년 아산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인용하며 "자기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부당함에 대한 비판을 한국인들이 미국인들보다 더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자의 분석대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더 나은 삶,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갈망이 크고 그걸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기 때문에, 사회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고 정의 혹은 불의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이 사회나 국민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제기된 문제를 금방 바로잡지 않는 시스템에 있는 것은 아닐까? 재벌가의 횡포, 부조리한 갑을관계, 빈곤층의 몰락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말만 풍성하고 흐지부지 되었다가 되풀이되는 것은 역시 문제가 생겼을 때 제도나 법률 등으로 시정하거나 보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유의미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같은 이념과 칸트, 롤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학자들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대리인 고용, 소수 집단 우대 정책, 충성심의 딜레마, 공동선 같은 이슈들을 소개해 도덕 철학적 사고방식을 다양하게 연습해볼 수 있게 돕는다. 만약 이런 연습이 잘된 사람들이 나라의 법률을 만들고, 회사의 제도를 만들고, 사업을 하고, 예술을 한다면 지금과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국민 개개인이 정의에 민감한 것을 넘어서 생활 속에서 정의를 실천하는 그 날까지 이 책이 계속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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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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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이 있으면 그 중에 세 명은 나를 좋아하고, 세 명은 나를 싫어하고, 나머지 네 명은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 따르면, 나답게 사는 사람은 적어도 세 명의 친구는 남길 수 있다. 반대로 나답게 살지 않고 열 명 모두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는 사람은 나를 좋아하던 세 명까지 놓치고 홀로 남게 된다.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미움받을 용기>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사상을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해석해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라는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서양고대철학 연구자답게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활용해 비전공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아들러 심리학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킨 점이 인상적이다. 아들러에 관한 책을 최근에 한 권 읽은 참인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둘의 대화를 통해 아들러 심리학의 양면을 고루 살피고,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아들러 심리학은 크게 목적론과 공동체 감각이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나뉜다. 먼저 목적론은 과거의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내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심리적 태도를 일컫는다. 프로이트를 비롯한 기존의 심리학자들은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성격이나 행동, 생활 양식 등을 야기한다고 보는 인과론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아들러는 과거의 원인에 주목해서 상황을 설명하면 모든 이야기는 저절로 '결정론'에 도달한다고 비판하며, 과거에 지배받지 말고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그런 아들러가 인간관계의 목표로 본 것은 공동체 감각이다. 아들러는 타인을 친구로 여기고 사회에 적극적으로 공헌하는 공동체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야말로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보았다. 반대로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나'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즉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라며 비난했다. 열 명 모두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다가 다 놓치지 말고 좋아하는 세 명이나 잘 챙기라는 말은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아들러 심리학으로 보아도 일리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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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인간 - 잘 안다고 착각하지만, 제대로 모르는 존재
황상민 지음 / 푸른숲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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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집에서는 말 잘 듣는 큰딸, 학교에서는 반장을 도맡아 하는 모범생으로 착하고 순종적인 생활을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겉모습일 뿐. 나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은 나에 대해 별나다, 독특하다, 엉뚱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 이중 생활이 스스로도 이상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자연스럽게 심리학을 찾았고, 어느덧 제법 많은 양의 책을 섭렵했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올해초 벙커1 특강을 통해 황상민의 WPI를 알게 되고 '황상민의 집단상담소'를 애청하며 '나란 인간'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황상민의 집단상담소가 책으로 나왔다. 제목은 <나란 인간>. 공식적으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박사이며, 비공식적으로는 한국인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는 심리학계의 셜록 홈즈 황상민 교수가 쓴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개발한 성격유형검사, 일명 'WPI'를 활용해 대학로 벙커1에서 실시한 워크숍에서 나온 이야기를 모아 엮은 것이다. WPI는 한국인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성격검사툴로, 사람을 로맨티스트, 휴머니스트, 아이디얼리스트, 리얼리스트, 에이전트, 이렇게 5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각각의 유형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먼저 로맨티스트는 남녀 간의 연애 감정처럼 깊고 감성적인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휴머니스트는 보다 넓은 범위의 사교활동과 권위를 중시한다. 아이디얼리스트는 개성적인 반면 현실성이 약하고, 리얼리스트는 현실적인 반면 개성이 약하다. 에이전트 또한 개성이 약하며 과제 완수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WPI의 의의는 심리나 성격을 '사주팔자'처럼 타고나며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영향에 의해 개발되고 변화하는 것이라고 보는 점이다. 기존의 심리나 성격검사는 과거의 트라우마나 부모의 교육, 가정환경 등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의해 인간의 심리와 성격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반면 WPI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와 무관하게 현재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즉 현실과 미래에 초점을 두는 점이 다르다. 생각해보면 점을 보든 심리 테스트를 하든 성격검사를 받든 간에 알고싶은 건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이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이지 과거에 어땠느냐가 아니다. WPI는 우리가 심리학을 비롯해 자신의 삶에 대한 연구의 관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바꾼다는 점이 좋다.



정식으로 WPI 테스트를 받지는 않았지만, 뒤에 실린 체크리스트로 보건대 나는 아이디얼리스트인 것 같다. 아이디얼리스트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유를 느끼고 존재감을 얻는 종족'으로, '자기 생각대로 살아가며', '자신만의 독특함과 새로움에 목숨 걸고 자기만의 길을 가려 한다'(p.137). 아이디얼리스트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아 뭐든 금방 배우지만,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고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한다. 사람 만나기보다는 책 읽기를 더 좋아하고, 책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리지 않고 잘 읽지만 일단 취향이 정해지면 깊이 빠져들고,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예술 같은, 요즘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 없는 분야일수록 좋아하는 것이 아이디얼리스트라서였나 보다. 그래도 그나마 남들하고 어울려 사는 건 리얼리스트, 로맨티스트적인 성격이 다소 섞여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사실 이런 리얼리스트, 로맨티스트적인 성격을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힘들더라도 좀 더 철저한 아이디얼리스트가 되고 싶은데...

 


그건 아이디얼리스트가 좋은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여태껏 보지 못한 내 가능성의 끝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이디얼리스트는 아이디얼리스트로서 받은 달란트를 써야' 한다(p.162). 로맨티스트인 사람이 마음껏 연애를 즐기고, 휴머니스트인 사람이 마음껏 사람을 만나고, 에이전트인 사람이 열심히 맡은 일을 해내듯이, 나도 아이디얼리스트로 태어난 이상 내 꿈을 펼치며, 내 별나고 독특한 취향을 마음껏 개발하고 발휘하며 살고 싶다. 황상민의 <나란 인간>은 이렇게 나도 몰랐던 나, 내가 만나고 싶었던 나를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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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못 사는 것도 재주 - 리스크 사회에서 약자들이 함께 살아남는 법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원 옮김 / 북뱅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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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수업 듣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실제로 했던 질문이다. 강의실 여기저기에서 손이 올라왔고, 그 중에는 친구들과 떨어져 호기롭게 그 과목을 수강한 나의 손도 있었다. 그런데 이어지는 교수님의 한 마디.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귀신인가요?" 아니다. 강의실에는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도 있고, 조교들도 있고, 이백 여명이 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다. 그런데 왜 나를 포함한 수많은 학생들은 혼자서 강의를 듣는다고 생각했던 걸까? 

 

  

일본의 비평가이자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가 쓴 <혼자 못사는 것도 재주>를 읽으며 그 때 그 교수님의 질문이 떠올랐다. <나혼자 산다>라는 제목의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있지만 세상에 '나혼자' 사는 사람은 (로빈슨 크루소가 아닌 한) 한 명도 없다. 2000년대 중반부터 블로그에 올린 글을 결혼, 가족, 직장이라는 키워드로 엮은 이 책에서 저자 역시 현대사회의 문제는 스스로를 부양하는 능력을 갖추는 '자립'과 타인과 분리되어 사는 '고립'을 혼동하는 데에서 온다고 지적한다. 혼자 밥먹고 혼자 일하고 혼자 놀 수는 있어도 혼자서 사는 사람은 없다. 이를 착각하고 마치 혼자서 살 수 있는 양 타인을 무시하고 공동체의 힘을 간과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인문사회 비평가의 글이라 어려울 줄 알았는데 블로그에 올린 글을 엮어서인지 의외로 읽기가 수월했다. 맨처음에 나오는 '남자는 어떻게 하면 넘어오는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이 그렇고(남자 마음의 급소를 지르는 법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읽어볼 것!), 일본의 패션잡지 '캔캠(CanCam)'의 인기 요인을 분석한 '인기 짱 일본'이라는 글도 그렇다. 저자에 따르면 캔캠은 '한 사람의 남자에게 사랑받는 전략'이 아닌 친구, 학교 선후배, 직장 상사 및 동료 등 '모두에게 조금씩 사랑받는 전략'을 제시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한때 캔캠을 애독했던 독자로서(지금은 캔캠의 언니뻘인 아네캔을 애독중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예쁘지만 튀지 않고, 무난하지만 멋부린 스타일을 누가 싫어할까. 그런 애매모호함이 인기의 요인이었다니 신기하다.

 


마냥 읽기 쉬운 글만 있는 건 아니다. 캔캠의 인기 요인을 분석한 '인기 짱 일본'이라는 글만 해도 끝에는 '일본인은 '러블리'에 의해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다'(p.46)며 일본의 대외전략을 비판하고, '주제를 알라'라는 글에서는 '1억3천만 명의 일본 국민을 '연봉'만을 기준으로 일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다수자가 되었다'(p.196)며 일본 사회의 획일화된 분위기를 지적했다. 어디 그뿐인가. <젊은이는 왜 3년 만에 직장을 때려치우는가?>라는 책에 대해 '우리는 과연 일을 함으로써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라는 기본적인 물음이 없고, '인간은 결국 돈을 원하는 거잖아요'라는 인간관이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는 젊은이'를 재생산한다(p.82), 일할 의욕을 잃어가는 젊은이들에게는 ''구직 동기'와 '노동 동기'는 별개의 것'(p.101)이라고 비판하는 대목을 읽을 때에는 속이 다 시원했다.



가벼운 글에서도 이런 대단한 통찰과 꼿꼿한 정신이 느껴지는 점이 멋지다. 그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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