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용머리'
어느해 여름날 강진 병영성을 둘러보고 하멜기념관 앞 화단에서 특이한 이름의 꽃을 만났다. 맑은 청색과 특이한 모습이 주는 호감으로 기억되는 꽃을 섬진강가에서 다시 만났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머리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한껏 입을 벌리고 보여주는 텅 빈 속엔 무엇인지 모를 궁금함이 가득하다. 하얀색의 아랫입술엔 잘찾아오라는듯 유도선까지 마련해 두었다.


용머리라는 이름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얻었다고 한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다른꽃과 다르지 않다.


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꿀풀과 비슷한데 꽃의 크기가 확실히 더 크다. 늦은 봄에 피는 숲에서 피는 벌깨덩굴과도 닮았다. 꽃이 흰색으로 피는 것은 흰용머리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 뭉개구름 떠 있는 파아란 하늘의 색과도 닮았다.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승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배롱나무'
여름날 그 폭염아래 민낯으로 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한없이 붉게 타오른다. 살갓이 벗겨지는 것 쯤이야 개의치 않고 스치는 바람에도 간지러워할 만큼 민감하다. 연인을 향한 불타는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불꽃을 피워 올린다. 그 정이 넘쳐 주름진 잎에 고였다.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백일홍'이다.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핀다 하여 백일홍이라 하는데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많은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핀다. 색깔은 홍색이 보통이지만 백색·홍자색인 꽃도 있다.


배롱나무는 중국 남부가 고향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 선비들의 문집인 '보한집'이나 '파한집'에 꽃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 말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선비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나무다.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 문인들의 정자가 밀집해 있는 곳의 광주호로 흘러드는 개울을 배롱나무 개울이라는 뜻의 자미탄紫薇灘이라 불렀는데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근처 명옥헌 뜰에는 이때 쯤이면 하늘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로는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저정된 부산 양정동의 '부산진 배롱나무'로 수령 8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내 뜰에도 다른 나무보다 많은 숫자의 배롱나무가 있다. 모두 꽃보다 고운 마음을 가진 이들의 정성이 깃든 나무들이다. 그 배롱나무도 붉은 꽃이 만발하다.


여름 햇볕에 달궈질대로 달궈진 마음을 주름진 꽃잎에 담아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인듯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산해박'
익숙하지 않은 것은 어디에 있든 눈에 금방 띈다. 어우러져 있는 곳의 주변과 색이 다르거나 모양이 다르고 때론 크기가 달라서 주목하기 쉽다.


간결한 모습이다. 큰 키에 가느다란 줄기지만 강인한 인상이다. 별모양으로 갈라진 꽃받침 사이로 다시 별모양으로 알모양을 품었다. 지금 모습의 전후를 알지 못하니 이 모습으로만 기억된다. 산이나 들의 풀밭에서 만날 수 있다.


산새박으로도 부르는 산해박은 산에 나는 ‘해박’이라는 뜻인데, 해박의 뜻은 알 수 없다. 단지 일부 지방에서는 박주가리를 해박이라고 한다는데, 그렇다면 산에 나는 박주가리를 의미한다. 박주가리과에 속하니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다.


첫만남이 주는 강한 느낌으로 오래 기억될 식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꽈리아재비'
가뭄으로 숲길조차 흙먼지 날리던 때 약수물도 말라버리고 비를 품은 안개가 반가운 산행에서 첫 눈맞춤 한다. 약수터 돌밑에서 순한 꽃을 피웠다.


긴 주머니 모양의 꽃자루 끝에 노란꽃을 피운다. 물가 또는 습기 많은 숲 속에 드물게 자란다는데 가뭄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꽃을 피웠다. 잎도 꽃도 그저 순한 색과 모양이어서 더 정겹게 다가선다.


물꽈리아재비라는 이름은 물을 좋아하면서 꽈리랑 닮았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꽃이 지고 나서 열매가 생길 때 외형이 꽈리를 닮았다는 것이다.


비록 화려하지 않아도 때가되면 순리에 따라 피고지는 들꽃들의 매력이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범부채'
비 그치고 물내음 물씬 풍기는 시간 길을 나셨다. 섬진강 상류 덕치에서 순창 장구목에 이르는 강가를 지나다 차를 세우고 왕원추리 사이로 본 물길이 거세다. 강가 한 모퉁이에 야생화 공원을 조성하여 용머리, 백합, 부처꽃, 하늘말나리, 원추리 등 제법 다양한 종류의 꽃밭을 만들고 있다.


황적색 바탕에 붉은 점이 무수히 박혔다. 꽃잎에 나 있는 이 붉은색 얼룩무늬가 호랑이 털가죽처럼 보이고 처음 싹이 나면서부터 질서 있게 퍼지며 자라는 모양이 부채꼴 같다 하여 범부채라 불린다.


매일 새롭게 피는 꽃은 그날로 시들고 다음날 다른 꽃이 피어나는데 감촉이 부드러운 가죽처럼 매끄럽다. 꽃이 질때는 세끼를 꼬듯 말리는 것이 독특하다.


수고로움으로 꽃을 피우고도 하루만에 지고마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정성 어린 사랑'이라는 꽃말을 붙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