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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요등'
여름이 무르익어 가을로 가는 길목 언저리 즈음에 유독 향기로 존재를 알리는 식물들이 있다. 비오는 날이나 달밝은 밤엔 더 진한 향기로 발걸음을 붙잡는다. 향기는 사람마다 기호에 따라 차이가 있어 호불호가 나뉘지만 은근히 전해지는 이 향기가 그리 싫지 많은 않다.


길쭉한 원통형에 붉은 속내로 가득 채우고서 혼자서는 부끄러워 무리를 지었나 보다. 꽃통의 윗부분은 다섯 개로 갈라지고 하얗게 핀다. 안쪽은 붉은빛으로 곱게 물들어 있고, 제법 긴 털이 촘촘히 뻗쳐 있다.


계요등의 계는 닭을 의미한다. 닭의장풀이나 닭의난초 등 어쩌다 닭과 관련된 이름을 얻었을까. 사는 곳이나 모양, 냄새 등으로 닭을 연상하는 무엇에 주목한 결과다. 계요등은 잎을 따서 손으로 비벼 보면 약간 구린 냄새가 난다. 이 냄새가 양계장에서 풍기는 진한 닭똥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작고 예쁜꽃이 옹기종기 모여 가을로 가는 길목에 향기를 전하고 있다. 혹, 가을내음이 여기로부터 시작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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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
골목이나 숲길을 지나다보면 다소 이상한 향기에 이끌려 두리번거리게 된다. 요사이 흔하게 볼 수 있는 계요등과 박주가리가 주인공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겐 그리 싫지 않은 냄새다.


흰색 또는 연한 보라색으로 피는 꽃은 털이 유난히 많다. 별도 닮았고, 불가사리도 닮았다. 하늘과 바다가 함께하는 듯 신기하다. 덩굴로 무리지어 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열매는 길고 납작하며 겉이 울퉁불퉁하다. 씨는 흰색 우산털이 있다.


박주가리라는 이름은 박처럼 생긴 열매가 흰색 털을 달고 층을 이루며 매달려있는 모습에 연유하여 '단으로 묶은 곡식이나 장작 따위를 차곡차곡 쌓은 더미'를 뜻하는 '가리'란 말을 덧 붙여 박주가리라고 한다. 다른이름으로는 박조가리, 새박덩굴, 노아등, 뢰과, 비래학, 학광표, 천장각, 작표 라고도 한다.


가을부터 한겨울까지 열매가 벌어지며 날아가는 씨앗이 더 주목되는 식물이기도 하다. 깃털을 단 씨앗이 바람에 의지해 새 생명을 꿈꾸는 비행은 꽃말처럼 '먼 여행'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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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장구채'

"화암사, 내 사랑/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라며 안도현 시인이 노래한 화암사를 찾아가는 숲길에서 첫 눈맞춤을 했다. 이후 안개 자욱한 남덕유산 서봉 가는 길에서 다시 본다. 처음으로 만나는 꽃은 장소와 함께 기억된다.


유난히 가는 줄기에 그만큼 가는 꽃대를 올리고 하얀색의 여린 꽃을 피웠다. 작은 물방울에도 스스로를 의지하는데 버거워보이지만 거칠것 없다는 듯 당당하다. 다섯 갈래인 꽃잎은 가운데가 약간 갈라져 귀여운 맛을 더해준다.


장구채는 꽃자루가 가늘고 길어서 얻은 이름으로 워낙 가늘어서 약한 바람에도 쉴새없이 흔들린다. 장구채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더욱 가늘게 자라는 것이 바로 가는장구채이다.


여리고 작지만 환하게 웃는듯한 모습이어서 더 이쁜 모습이다. '동자의 웃음'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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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꽃'
꽃을 볼 때마다 정채봉의 오세암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스님과 동자 그리고 암자라는 소재가 주는 동일성이 결말이 다른 이야기와 겹쳐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황색 꽃이 줄기 끝과 잎 사이에서 핀다. 다섯장의 꽃잎이 가운데가 갈라져 심장 모양으로 보인다. 어린아이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연상해 본다.


동자꽃이라는 이름은 먹을 것을 구하러간 스님을 기다리다 얼어죽은 동자를 묻은 곳에서 피어났다는 전설로 부터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고 있는 종류로는 동자꽃, 털동자꽃, 제비동자꽃, 가는동자꽃 등 4종이 있고 한다.


동자승의 슬픈 전설이 서려 있어 '기다림', '동자의 눈물'이라는 꽃말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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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바위취'
높은 산 오르는 것을 환영이라도 반가운 비가 내렸다. 가파른 오르막을 넘어 숨고르기라도 하려고 바위에 앉은 순간 보석처럼 빛나는 물방울이 반긴다. 지친 몸을 일으켜 다시금 길을 나설 수 있도록 이보다 더 좋은 응원은 없을듯 하다. 앙증맞도록 작은 꽃이 그보다 더 작은 물방울이 맺혔다. 꽃 위에 꽃이니 지극한 아름다움이다.


하늘이 별이 땅으로 내려와 꽃으로 핀 것이 많은데 다섯 갈래로 갈라진 꽃 모양이 꼭 그 별을 닮았다. 하얀 꽃잎 사이에 꽃술도 나란히 펼쳐진다. 험한 환경에 자라면서도 이렇게 이쁜 모습으로 피어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바위취는 바위에 붙어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참바위취는 작은 바위취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높은산 그것도 바위에 붙어 살면서도 이쁜 꽃을 피우기까지 그 간절함을 귀하게 보았다. '절실한 사랑'이라는 꽃말로 그 수고로움을 대신 위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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