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누리장나무'
속눈썹 길게 빼고 한껏 멋을 부렸다. 혹여나 봐주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한 흔적이 역역하다. 꽃 모양으로 봐선 누구든 다 봐주라는 몸짓이고 그에 못디않은 향기까지 있다. 누구를 향한 신호일까?


엷은 홍색으로 새 가지 끝에 달려 피는 꽃은 그 독특함으로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유난히 튀어나온 수술이 그 중심에 있다. 꽃뿐만 아니라 붉은 꽃받침에 싸여 하늘색으로 익는 열매 또한 깅렬한 인상을 준다. 가을에 만나는 꽃받침과 열매가 꽃보다 더 곱다.


잎과 줄기 등 나무 전체에서 누린내가 나서 누리장나무라고 한다. 역시 코보다 눈이 더 먼저다. 다소 부담스러운 냄새를 누르고도 남을 멋진 모양이 돋보인다. 꽃이 필 때는 향긋한 백합 향을 풍긴다.


개똥나무, 누린내나무라고도 부르는 누리장나무는 꽃과 꽃향기 그리고 붉은 꽃받침에 쌓인 하늘색 열매까지 너무도 이쁜 나무다. '친애', '깨끗한 사랑'이라는 꽃말도 잘 어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솔나리'
한여름에 1507m 남덕유산을 오르며 속내는 따로 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꽃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그 모든 꽃에 보고싶은 마음이 일어나 길을 나서게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일고 기회가 되어서 때를 만나야 볼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다시 생각한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서봉에 이르고 다시 육십령으로 가는 길에 긴 첫만남을 한다.


크지 않은 키에 솔잎을 닮은 잎을 달고 연분홍으로 화사하지만 다소곳히 고개숙이고 방긋 웃는 모습이 이제 막 피어오르는 아씨의 부끄러움을 담았다.


꽃은 밑을 향해 달리고 꽃잎은 분홍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어 돋보이며 뒤로 말린다. 길게 삐져나온 꽃술이 꽃색과 어우러져 화사함을 더해준다.


환경부에 의해 보호식물로 지정되었으며, 우리나라는 강원도 북부지역과 남쪽에선 덕유산과 가야산 등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움을 한껏 뽑내면서도 과하지 않음이 돋보인다. 그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 '새아씨'라는 꽃말을 붙였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흰여로'
여름 숲 길을 걷다 보면 가느다란 줄기가 우뚝 솟아 작은 꽃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식물을 만난다. 한껏 키를 키운 풀 속에서 그보다 더 크게 솟아나 하얀 꽃을 피운다. 자잘한 꽃 하나하나가 앙증맞다. 모여피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여로, 이름은 익숙한데 꽃은 낯설다. 여로藜蘆는 갈대같이 생긴 줄기가 검은색의 껍질에 싸여 있다는 뜻이다. 밑동을 보면 겉이 흑갈색 섬유로 싸여서 마치 종려나무 밑동처럼 생겼다.


여로의 꽃은 녹색이나 자주색으로 피는데 하얀색으로 핀 꽃을 흰여로라고 한다. 꽃의 색에 따라 흰여로, 붉은여로, 푸른여로로 분류하기도 한다.


여로라는 이름이 낯익은 이유는 1970년대 초반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여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땅 속에서 줄기를 곧장 키워 여름을 기다려 꽃을 피우는 여로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용머리'
어느해 여름날 강진 병영성을 둘러보고 하멜기념관 앞 화단에서 특이한 이름의 꽃을 만났다. 맑은 청색과 특이한 모습이 주는 호감으로 기억되는 꽃을 섬진강가에서 다시 만났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머리모양으로 부풀어 올랐다. 한껏 입을 벌리고 보여주는 텅 빈 속엔 무엇인지 모를 궁금함이 가득하다. 하얀색의 아랫입술엔 잘찾아오라는듯 유도선까지 마련해 두었다.


용머리라는 이름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듯한 모습이 연상된다고 해서 얻었다고 한다. 보는 시선에 따라 다양한 모습이 연상되는 것은 다른꽃과 다르지 않다.


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꿀풀과 비슷한데 꽃의 크기가 확실히 더 크다. 늦은 봄에 피는 숲에서 피는 벌깨덩굴과도 닮았다. 꽃이 흰색으로 피는 것은 흰용머리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 뭉개구름 떠 있는 파아란 하늘의 색과도 닮았다.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는 '승천'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배롱나무'
여름날 그 폭염아래 민낯으로 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한없이 붉게 타오른다. 살갓이 벗겨지는 것 쯤이야 개의치 않고 스치는 바람에도 간지러워할 만큼 민감하다. 연인을 향한 불타는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불꽃을 피워 올린다. 그 정이 넘쳐 주름진 잎에 고였다.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도종환 시인의 시 '백일홍'이다.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핀다 하여 백일홍이라 하는데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피고지고를 반복한다. 많은 꽃이 가지 끝에 모여 핀다. 색깔은 홍색이 보통이지만 백색·홍자색인 꽃도 있다.


배롱나무는 중국 남부가 고향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 선비들의 문집인 '보한집'이나 '파한집'에 꽃 이름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고려 말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선비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나무다.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 문인들의 정자가 밀집해 있는 곳의 광주호로 흘러드는 개울을 배롱나무 개울이라는 뜻의 자미탄紫薇灘이라 불렀는데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또한 근처 명옥헌 뜰에는 이때 쯤이면 하늘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로는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저정된 부산 양정동의 '부산진 배롱나무'로 수령 8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내 뜰에도 다른 나무보다 많은 숫자의 배롱나무가 있다. 모두 꽃보다 고운 마음을 가진 이들의 정성이 깃든 나무들이다. 그 배롱나무도 붉은 꽃이 만발하다.


여름 햇볕에 달궈질대로 달궈진 마음을 주름진 꽃잎에 담아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인듯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