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꽃에 기대서라도
"이를테면 공갈빵 같은 거/속을 보여주고 싶은데/알맹이 없는 껍질뿐이네/헛다리짚고 헛물켜고/열차 속에서 잠깐 사귄 애인 같은 거ᆢ"
이임숙의 '헛꽃'이라는 시의 일부다. 열매 맺지 못하는 꽃을 헛꽃이라 부르는 이유야 분명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어디 참꽃만 있던가. 화려하게 유혹하는 때론 이 헛꽃의 무상함을 알면서도 기대고, 모른척하면서도 일부러 기대어 그렇게 묻어가는 것들이 삶에서 오히려 빈번하다.
헛꽃은 바라보는 대상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내게도 있다. 이런 헛꽃들이 만나 헛세상을 만들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헛세상인줄 모른다. 그래서 헛마음으로 사는 헛세상은 힘들고 외롭고 벅찬 세상이 된다.
헛꽃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서툴고 여린 속내를 어쩌지 못하는 존재들에게서 나타날 것이다. 헛꽃에 기대는 것은 꽃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대의 울림에 반응하는 내마음, 헛꽃을 보는 헛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