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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꽃에 기대서라도

"이를테면 공갈빵 같은 거/속을 보여주고 싶은데/알맹이 없는 껍질뿐이네/헛다리짚고 헛물켜고/열차 속에서 잠깐 사귄 애인 같은 거ᆢ"


이임숙의 '헛꽃'이라는 시의 일부다. 열매 맺지 못하는 꽃을 헛꽃이라 부르는 이유야 분명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어디 참꽃만 있던가. 화려하게 유혹하는 때론 이 헛꽃의 무상함을 알면서도 기대고, 모른척하면서도 일부러 기대어 그렇게 묻어가는 것들이 삶에서 오히려 빈번하다.


헛꽃은 바라보는 대상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내게도 있다. 이런 헛꽃들이 만나 헛세상을 만들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헛세상인줄 모른다. 그래서 헛마음으로 사는 헛세상은 힘들고 외롭고 벅찬 세상이 된다.


헛꽃에 기대어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서툴고 여린 속내를 어쩌지 못하는 존재들에게서 나타날 것이다. 헛꽃에 기대는 것은 꽃이나 사람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대의 울림에 반응하는 내마음, 헛꽃을 보는 헛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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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7-31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매에도 생물학적으로 씨방을 기준으로 정의되는 참열매와 헛열매가 있죠. 참이냐 거짓이냐는 기준을 무엇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특히, 마음의 경우는 헛마음이라 정의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상대와 공명되지 않는다고 그 마음이 거짓일 수는 없을 테니까.
음. . 굳이 정의한다면 그 기준은 `자신`일겁니다.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봤을 때 진심이라면 `참마음`이라고^^
 

연緣
굳이 말이 필요없다. 언어 이전에 이미 감지하고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영역이 여기에 속한다. 하여, 언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고 어설프다. "어찌 알았을까? 이 마음" 만으로 충분하다.

애쓰지 않아도 보이는 마음 같은 것. 빛과 어둠이 서로를 의지하여 깊어지는 것. 사람도 자신의 마음에 세겨진 결에 의지하여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는 시간을 공들여 쌓아가야 가능하다.

연緣, 산수국이 그늘에 기대어 짙어지는 것처럼 그대와 내가 겹으로 만나 깊어지는 일도 이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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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28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수국을 보려면 어딜가야지요?
제가 너무 몰라서요~~

무진無盡 2015-07-29 10:08   좋아요 0 | URL
지금은 다 지고 없을거에요. 꽃집에는 혹ᆢ
다음 봄 피는 때 되면 알려드릴게요.

나비종 2015-07-30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 .이라는 말에서 인드라망을 떠올립니다. 만일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구요. 산수국의 몽롱하고 청초한 모습을 보니 그 빛깔처럼 맑고 투명한 구슬이 얽혀있는 이미지가 연상되네요.
사람과 자연 사이에도 미세하게 이어져있는 그 무엇이 있겠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점점 짙어지는 관계가 굳이 말이 필요없는 영역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장소] 2015-08-08 00:37   좋아요 0 | URL
이 런 좋은 글을 홀로 남겨놓다니...^^
 

화려함을 떨구고 나니 비로소 보인다. 
겉모습을 꾸미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화려한 외모에 기대 외로움이나 슬픔, 아픔을 감추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때론 지엄한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 목숨같은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 

안으로나 밖으로나 허세를 부린다는 것이 가져다 주는 공허함은 어쩔 수 없다. 이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날마다 화려해져만 간다. 겉모양뿐아니라 마음자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본래의 마음자리는 꽃잎을 떨구고 난 후 그 소박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외로움을 감추려고 애써 치장했던 허세를 버리니 투명한 마음자리가 이제서야 보인다. 그곳이 그대와 내가 민낯으로 만나 열매를 맺을 인연자리다.

*능소화 꽃잎 떨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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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다
부분만으로도 전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것들의 조합이 전체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이 부분들이 모여 질적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 변화는 바라보는 방향에 의해 결정된다.

그대를 알아감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순간순간 비집고 들어오는 낯섬과 두려움, 설렘과 행복 등이 모여 관계의 질적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모든 요소들을 그대와 나 사이의 관계 형성의 깊이를 더하는 의미로 보는동안 같은 곳에 머물 수 있다.

하여, 바라봄은 그대와 나 사이 겹으로 쌓여 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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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듬, 번짐, 베어남, 물듬 ᆢ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공유하는 말들이다. 억지부리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되어있다. 또한, 기다림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성숙한 관계는 시간이 겹쳐지는 가운데 물흐르는 듯 자연스러움에다 마음 쓰지 않으면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상대를 향한 수고로움이 있어야 한다.

시ᆞ공간적 제약에 보텔수 있는 것이 마음 뿐인지라 시간에 기댈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내 번잡함이 그대에게 스며들지 않도록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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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5-07-24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관적으로 써오던 말이 어느 날 갑자기 새삼스레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자연스럽다`는 말도 제게 그랬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연답다`는 말이거든요. `자연`의 속성을 닮아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저는 `자연스럽다`에서 솔직함, 담백함을 떠올립니다. 굳이 꾸미려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배어나오는. .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죠.
코스모스처럼 보이는 저 옆태는 무엇인가요? 그림자가 얼핏 여인의 옆모습처럼 보이네요^^(시각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관점의 차이가 해석의 차이를~ㅎ)

무진無盡 2015-07-24 01:42   좋아요 0 | URL
억지를 벗어버리고도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꽃은 코스모스, 역광을 즐겨하다보니ᆢ여인은 없었습니다.^^

나비종 2015-07-24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을 볼 때마다 역시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구나 생각합니다. 같은 피사체라도 찍는 이에 따라 다양한 장면이 나오는 걸 보면. 감상하는 이에 따라서도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도요.

무진無盡 2015-07-24 09:48   좋아요 0 | URL
가슴에 이와같은 시선을 두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