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여행 - 당신에게 주는 선물
이한규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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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선물 같은 여행안내서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 ‘딱 하루만 내가 뭐든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말은 현실의 무게와 반복적인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버릇처럼 하는 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정말 그런 하루가 주어진다면 생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평소 이런 바람을 가진 사람들 중에 아마도 열 명 중 아홉 명은 망설이다 그 소중한 하루를 그냥 보낼 사람들일 것이다. 그만큼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무엇을 해본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다양한 조건에 얽매어 억지스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 중 하나가 여행일 것이다. 하지만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또 무엇이든 해본 사람이 잘한다는 말처럼 여행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행복한 시간을 갖게 만들어 주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있다. 황금부엉이에서 발간한 이한규의 ‘하루여행’이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여행지로는 늦은 가을의 산책-이화 벽화마을, 부암동에 닿은 커피의 향-클럽 에스프레소, 철길 따라 걷기-항동철길, 추억이 묻어나는 골목의 일상-홍제동 개미마을, 동네 서점의 안부를 묻다-이음책방,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동네-행궁동 벽화골목, 나미나라공화국에 가고 싶다-남이섬, 오늘 마신 커피가 가장 맛있습니다-예산 카페 이층,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오는-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여러 가지 빛깔의 집들이 넘치는, 감천 문화마을 등 서울 및 서울 인근 그리고 서울에서 출발하여 몇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곳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들이다.

 

 

모처럼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안내자와 같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책이다. 책 몇 권과 오래된 카메라 두 대, 이름 모를 앨범 몇 개까지 챙기고 훌쩍 떠나는 여행을 주로 하는 저자 이한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낯선 당신에게 나의 친숙한 하루를 건네고 싶다’며 저자의 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만큼 실용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 등이 귀찮은 사람도 막상 떠나려 해도 혼자여서 망설여지는 사람도 이 책에 포함된 QR코드를 이용해 여행코스도 짜고, 가는 길도 미리보고, 교통편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소스를 참고한다면 쉽게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어쩜 우리들은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한다는 이름으로 자신을 혹사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충실하다는 미명아래 자신을 둘러싼 가족이나 회사, 친구 또는 시간, 돈 등 이런 주변 환경에 휘둘리는 동안 삶의 주인공인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 조차 알 수 없는 혼돈에 빠지기 마련이다. 이런 조건을 벗어나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스스로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그 여행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소중한 경험을 한다면 그 하루는 선물처럼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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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 삶.사람.사물을 대하는 김정희의 지혜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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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피는 봄날 추사 김정희를 만나다

마당한 쪽에 수선화가 한창이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에 씨를 뿌리긴 했지만 수많은 꽃들 중 수선화를 선택한 것은 순전히 한사람 때문이다. 조선 후기를 살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추사 김정희(金正喜, 1786~1856)가 그 사람이다. 추사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추사를 거론을 책을 보면서 추사 김정희가 수선화를 특별히 좋아하고 제주도 유배당시 머물던 곳에 많이 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수선화를 찾아보았고 또 구하기까지 해서 지금 내 집에 꽤 많은 수선화가 있다. 당시로써는 귀한 꽃이었던 수선화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이 땅에 뿌리내리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귀한 대접을 받은 이유가 뭘까?

 

어쩜 나의 추사 김정희에 대한 호기심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권문세도가의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총명함을 나타내며 이른 시기에 출새가도를 걸었던 김정희는 당시 사대부들이 관심을 가졌던 시, 서, 화에 금석문까지 자신이 가진 장점을 한껏 발휘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세상 넓은 줄 모르며 그 자신을 뽐냈다. 그런 그가 인생 말년에 나락으로 떨어져 두 번에 걸친 유배를 가야했다. 유배길을 그에게 무엇을 말해줄까? 그토록 당당했던 사람이 세상 사람들의 손가락을 받을 처지로 전락한 그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추사 김정희에 대한 연구는 역사학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심도 깊은 연구가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추사 김정희에 갖는 관심사는 그가 이뤄냈던 학문적 업적도 물론 이겠지만 당시 그의 삶에서 보여준 지식인의 삶의 자세와 태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몇해 전 푸른역사에서 발간한 이상국의 ‘추사에 미치다’와 같은 책들은 그동안 추사 김정희를 다뤘던 시각을 달리하며 김정희의 삶을 조망한 것이었다. 위즈덤하우스에서 발간한 설흔의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역시 비슷한 시각으로 김정희의 삶과 사상에 접근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제주도로 유배가 아버지 추사 김정희가 자신을 닮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 형식의 이 책은 김정희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그가 관심 가졌던 다양한 분야뿐 아니라 특히 그가 지향한 삶의 자세와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롭게 추사 김정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설흔이라는 저자의 살상력의 무한함이 돋보이는 글 속에서 평소 김정희의 삶에 대한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전개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잘 알려진 겉모양의 김정희가아니라 자신이 처한 조건에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속내를 유추해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나이되, 내가 아니었다. 내가 곧 가문이었고, 가문이 곧 나였다. 그것이 바로 나라는 사물이 있어야 할 제대로 된 위치였다.’ 이 말에 담긴 김정희의 속내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당시 권문세도가의 촉망받는 아들로 태어나 자신보다는 가문이 더 크게 보였을 무게감이 이해될만하다. 이 책을 이런 부분뿐 아니라 저자의 상상력은 그와 인연을 맺었던 당시 사람들을 불러와 김정희가 추구했던 삶의 바탕에 무엇이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 점이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아닌가도 싶다. 세한도에 담았다던 이상적을 비롯한 중국의 스승과 벗들 박제가, 정약용, 권돈인, 김유근, 조인영 그리고 초의와 소치에 이르기까지 당야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텅한 김정희의 속내를 보여줌으로써 김정희가 김정희이겠끔 만드는 매력적인 점이다.

 

또한, 저자의 바람대로 인생이라는 천리 길을 떠나는 아들에게 삶의 지침이 될 만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며 심도 깊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내용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혹독한 관리의 손을 기억하라, 사물의 위치를 올바로 기억하라,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등 다섯 가지 가르침이 김정희가 살던 그 시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님을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현대인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지침으로 삼아도 충분히 좋을 것들로 세겨 둘 만 하다고 본다.

 

관리의 차가운 손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던 김정희의 감춰진 따스한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수선화가 한창인 봄날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봄바람처럼 훈훈한 기운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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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 허준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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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이 편찬된 이유는 백성이다

구암 허준의 동의보감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193점의 기록 유산 중에 의학 서적으로 유일한 것이 동의보감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이 이렇게 등재된 이유는 동의보감이 가지는 탁월한 의학적 내용과 세계 최초로 발간된 공중 보건안내서라는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 해 전 텔레비전에서 허준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허준과 동의보감 또한 새롭게 주목받았다. 동의보감처럼 우리 민족이 가진 문화유산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로써 그러한 문화유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볼 일이다.

 

최근 다시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허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대중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이 대중매체의 속성이라면 허준과 동의보감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가 분명 잇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드라마의 영향인지 허준과 동의보감 관련 서적의 발간도 잇따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책이있는마을에서 발간한 이재운의 구암 허준이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조선의 임금 선조의 명으로 펴내게 되었다. 동의보감은 편서국이라는 기구를 만들어 당시 어의 출신인 양예수와 허준 등 총 여섯 명이 1596년부터 시작하여 1610년 광해군 때 완성되었고 1613년 훈련도감에서 간행됐다. 동의보감은 25권 25책으로 구성된 의학서로 내용은 5개 강목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경편 6권, 외형편 4권, 잡병편 11권, 탕액편 3권, 침구편 1권으로 구성되어있다. 동의보감의 특징은 각 병마다 증상과 처방을 기록한 것과 더불어 병을 치료하는 측면보다는 미리 병을 예방하는데 주목했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조선의 대부분 백성들이 처한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 책 이재운의 구암 허준은 허준의 일대기를 쫓아간다. 신분사회 조선에서 서얼로 태어난 조건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의원의 길을 선택한 허준의 일대기다. 소설 속에는 허준의 의술에 대한 집념과 가난한 백성들에 대한 애민정신 등이 줄거리의 대강을 이룬다. 또한 스승 유의태와의 관계, 일생을 바쳐 허준을 위해 고스란히 내조한 아내와 가족, 내의원이 된 이후 선조와 광해군까지 임진왜란을 겪고 동의보감을 서술하고, 백성들을 위해서 동의보감을 집필하는 허준의 일생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는 동의보감이 허준의 독자적인 작품으로 생각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동의보감이 집필되는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동의보감의 출발이 병자를 치료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병과 환자에 보다 적극적인 대안으로 마련되었다는 점이다. 이 점이 무엇보다 큰 강점이 아닌가 싶다.

 

소설로써 이 책 구암 허준은 별로 매력이 없다는 점이 솔직한 마음이다. 이야기의 긴장감도 떨어지고 줄거리의 탄탄함도 별로고 그렇다고 독자의 관심을 끄는 흥미로운 사건의 진행도 없다. 그저 먼 산 너머로 구름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냥 흘러간다. 개인적인 느낌이 지나쳐 저자의 작업에 대한 열정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구암 허준이 주목받는 현실에서 저자만의 시각이 확실히 드러나야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커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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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생각
정법안 지음 / 부글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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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스님의 생각을 엿보다

혼란스러운 사회라고 한다. 이때 혼란스러움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불투명한 미래일까? 아니면 답답한 현실일까? 정치적 불안감일까? 사람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세상을 보는 방법이 있기에 혼란스러움에 대한 규정 역시 제각각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 시대를 나타내는 말로 혼란스러움을 이야기할 때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는 무엇이 있기에 그런 말이 통용될 것이다. 그 공감하는 요소로는 세상과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의 마음에 담겨오는 그것 때문이 아닐까?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의 고통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들을 내 놓고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인기를 끌면서 사회의 거의 모든 부분을 파고들고 있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힐링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힐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에 종교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는 종교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지 못하는 종교는 그 의미를 상실할지도 모른다. 몇몇 유명한 종교인들이 대표적으로 보이지만 종교 또한 적극적으로 사람들 곁으로 다가서며 삶의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부글북스에서 발간한 정법안의 ‘스님 생각’은 바로 종교가 사람들 사이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불교의 스님들은 삶의 문제에 해답을 얻기 위해 구도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다. 대승불교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사회에서 불교는 자신의 득도와 더불어 대중들의 삶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여, 스님들이 치열한 구도의 길에서 얻은 소중한 지혜를 바탕으로 대중들과 함께 하고 있다. 오랫동안 불교인으로 살아온 저자 정법안은 그동안 자신이 직접 만난 효봉 스님, 청담 스님, 경봉 스님, 성철 스님, 서옹 스님 등 스님들과의 인연 속에서 얻었던 경험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구도의 길에선 스님들의 일상에서 은사스님의 생활법문이나 동반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화들 속에서 속인들의 삶에 도움을 될 만한 일들을 전해주며 끝에 자신의 의견을 달았다. 해우소, 가마솥 목욕탕, 승복의 색깔, 빈 의자, 고무줄 법문,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오른쪽 구별이 없는 고무신 등 짧은 이야기들 속에 살아있는 지혜가 번득인다. 저자 역시 제가불자로 살아오며 성찰한 이야기들이 스님들의 이야기에 살을 더하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 중에 ‘하심’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지극히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한다. 하심에선 무엇보다 마음의 내려놓음이 먼저 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스님의 생각’의 저자 정법안의 글 속에서는 자부심이 돋보인다. 자신의 삶에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달은 바가 있기에 그런 자신만만한 것이 아닐까 싶다. 스님들의 생각을 오롯이 전달하는 것으로 소인을 다했다면 독자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얻은 경험과 성찰 속에서 직접 자신을 찾아갈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글에서 전해지는 묘한 느낌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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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노비들, 천하지만 특별한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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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구성한 한 축, 노비

한 사회를 이해하는 대는 다양한 조건이 있을 것이다. 흔히 조선시대를 양반을 중심으로 한 사대부들의 나라라고 할 때 올바른 시각일까? 양반은 이라는 존재는 그들을 뒷밭침하는 다른 존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사회적 신분으로 이해해야 비로소 조선이라는 사회의 한 면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지배자 중심의 시각은 은연중에 피지배자의 존재를 망각하게 하는 오류를 범하기 일쑤다. 그런 면에서 조선사회를 주성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조선의 역사를 올바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아침에서 출간한‘조선 노비들’은 조선사회를 구성한 주요한 계층이었지만 신분적 한계로 인해 조망 받지 못한 노비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조선사회를 다룬 수많은 역사책 중에서 노비에 주목한 책으로는 2010년 너머북스에서 발간한 저자 임상혁의‘나는 노비로소이다 : 소송으로 보는 조선의 법과 사회’이후 오랜만에 접하는 책이다. 두 책의 주인공은 노비이지만 노비를 바라보는 시각에선 차이를 보인다.

 

앞서 발간된 ‘나는 노비로소이다’는 1586년(선조 19년) 전라도 나주 관아에서 자신이 노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례를 중심으로 사법제도를 통해 조선사회에서 사회구성원으로 노비들의 신분적 한계를 대해 접근하고 있다. 반면 김종성의 ‘조선 노비들’은 노비의 개념, 기원, 결혼, 직업, 사회적 지위, 유형, 의무, 법률관계, 재산, 자녀, 면천, 저항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며 조선사회에서 노비들이 처한 사회구성원으로써의 노비와 노비제도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다.

 

‘조선 노비들’의 저자는 우선 조선사회에서 사회구성원으로 노비들이 전체 인구 중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는 점을 주목한다. 그렇게 많은 노비들이 존재한 조선사회를 양반을 중심으로만 바라본다면 중요한 한 측면을 놓치고 있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저자의 노력에 의해 발간된 이 책은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조선사회를 노비를 통해 서민들의 삶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노비 열여덟 명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며 노비와 노비제도 실체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특정한 사례를 중심으로 일반화 시켜 조선 사회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조선 사회는 ‘노비는 벼슬길에 나갈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농업·공업·상업·병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법률로 정하여 놓았다. 이에 따라 노비의 사회적 활동은 제약을 받는다. 이를 기초로 바라본 노비들에 대한 일반적 시각에 대해 이 책은 충격적인 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조선 중기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박인수, 중종 대의 문신으로 공조판서와 형조판서를 지낸 반석평, 조선 태종대에 의흥삼군부의 좌군에 속한 공노비였던 ‘부자 노비’불정, 6세기 조선 문단을 풍미했던 백대붕, 주인을 충심으로 섬기는 유희경 등이 그들이다. 신분사회에 꽉 막혀 숨 돌릴 틈도 없었던 조선 사회의 무엇이 이들의 이런 삶이 가능하게 한 것일까?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일반상식이라고 부르는 역사지식의 한계를 실체를 보여준다. 사료에 묶여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확인하며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나는 노비로소이다’나 ‘조선 노비들’처럼 기존 학자나 학계에서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을 소개하는 책의 발간이 그래서 반가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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