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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숨겨진 왕가 이야기 - 역사도 몰랐던 조선 왕실 가족사
이순자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3년 2월
평점 :
역사의 한 축 왕가를 이해하는 길
텔레비전 드라마의 단골 메뉴 중 하나가 왕과 왕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무엇이 그 이야기를 안방 깊숙한 곳까지 끌고 들어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 것일까? 지나간 이야기이기에 지금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흥미도 있겠고 역사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보통의 사람들로써는 가지지 못한 권력에 대한 근본욕구도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어느 정도 익숙해진 왕과 그 주변 사람들의 생활 모습들 중에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왕가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있을까? 이런 호기심을 풀어줄 책이 출간되었다.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된 역사공부가 개인의 흥미를 넘어서 서울시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는 저자 이순자가 궁(宮)이라는 문화재에 호기심을 갖고 조사한 결과를 결집한 책, 역사 속 숨겨진 역사 조선 왕실 가족사의 ‘조선의 숨겨진 왕가 이야기’는 바로 이런 왕과 왕의 가족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그들이 살았던 집인 궁(宮)에 주목하여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져 버린 흔적들 속에서 ‘사라져가는 왕가와 묻혀진 그 역사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영희전, 이현궁, 어의궁, 창의궁, 운현궁과 경모궁, 육상궁, 연호궁, 저경궁, 대빈궁, 선희궁 그리고 용동궁, 계동궁, 사동궁, 창성궁, 죽동궁 이 모두는 왕과 관련된 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어떻게 구분되는지 알고 있을까? 저자의 발품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며 역사와 문화재에 대해 더 깊은 관심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앞서 세 가지로 구분한 영희전를 비롯한 경모궁 그리고 용동궁은 당연히 왕과 왕의 가족들의 주거와 관련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궁과 관련된 저자의 발품을 따라가 보자. 우선 궁(宮)은 왕족이 사용하는 장소로 왕가, 궁집, 궁가, 궁방이라고도 불리며 기능에 따라 잠저, 사당, 제택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명칭은 익숙한 역사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하기에 그 구별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바로 왕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드라마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접한다면 더 실감나지 않을까 싶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왕가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현장을 찾아보는 것이리라.
1937년 헬렌 켈러가 방문한 서울맹아학교는 사도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의 사당 선희궁이었고, 고종의 정치 고문 묄렌도르프가 살았던 곳은 순회세자의 궁가였던 용동궁이었다.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태화관 별유천지는 영응대군의 딸 길안현주와 사위 구수영이 살았고,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가 나와 살던 순화궁이었다고 한다. 이런 공간들이 점점 사라져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건물 말고는 이젠 그 존재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역사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재구성된다. 이렇게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흔적들이 후손들에게 기억되지 못한다면 역사의 재구성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저자가 궁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주소를 새롭게 정비한다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길거리의 이름을 아애 바꿔버리 이젠 그런 흔적조차 찾아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개인소유이거나 국유화된 문화재들이 향후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궁금하다. 역사인식 없이는 그 무엇 하나도 올바른 모습으로 후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문화재 뿐 아니라 역사 전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