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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잠, 봄꿈
한승원 지음 / 비채 / 2013년 4월
평점 :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살다간다. 일상을 얽매는 삶의 무게에 짓이겨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도 있고, 때론 자신의 삶보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고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치 있고 없고, 옳고 그름을 떠나 누구에게나 한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에는 다양한 조건이 따라 붙게 된다. 그 조건에는 그 사람이 처한 개인적 여건을 비롯하여 사회적 환경도 한 몫 한다. 그리하여 한 사람에 대한 이해는 개인의 배경과 함께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때 올바른 이해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은 역사 속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더욱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역사 속 인물은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조건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의 가치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기에 역사라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역사를 만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한승원의 '겨울잠, 봄꿈'도 역사 속 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는 조선말 1894년 동학혁명의 지도자로 녹두장군으로 알려진 '전봉준(全琫準, 1855 ~ 1895.4.24)'이다. 사람이 가진 생명력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작품 속에 구현하고자 애쓰는 작가의 작품으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그의 작품 '초의', '흑산도 하늘 길', '다산' 등에서 역사 속 인물들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독자들과 만나게 하여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겨울잠, 봄꿈'은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로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전봉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닌 동학혁명군이 관군과 일본군에 의해 참패를 당한 1894년의 겨울, 패주한 동학군의 지도자 전봉준이 밤을 도와 잠행하다가 민보군과 일본군에 의해 붙잡혀 한양으로 끌려가는 천리 길의 기나긴 참담한 여정을 그려낸 것이다.
패전 그리고 붙잡힌 패장은 이미 죽음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죽음이 결정된 사람이 어쩌면 살 수도 있는 길이 있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자신의 삶을 지탱해준 대의명분을 지켜 나갈 것이지 아니면 그것이 자신을 회유하는 것임이 분명한 것을 알면서도 흔들리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겨울잠, 봄꿈'을 이끌어가고 있다.
백성에 의해 혁명의 지도자로 그리고 수만의 죽창 그 맨 앞자리에 선 그가 그들에 의해 배신당하고 몸이 부서져 죽음의 길에 서서 동학농민혁명의 지난 과정을 돌아보며 스스로의 길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되 뇌이고 있다. 죽어간 사람들과 한양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자신으로 인해 죽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회한이 함께하고 있다. 압송되는 길이 동학농민혁명의 격전지를 비롯하여 동학군들이 걸었던 길을 지난다. 지금은 이미 그 길에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없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과 이어지는 사람들 속의 기억이 어디에 머물게 될지 그것은 죽음의 성격에 달렸을 것이다. 이 점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생명력에 대한 구현을 실현하고 있는 작가의 의도와 전봉준이 죽음의 길에서 죽음을 선택한 전봉준의 길과 한길로 만나고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