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사람, 임동창 - 음악으로 놀고 흥으로 공부하다
임동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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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로 행복을 나누는 사람, 임동창

사람마다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는 있을 것이다. 그 계기를 잡아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고 그 길에서 자신을 완성해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흔치않기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우리시대에도 분명 그런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입신양명이나 시류에 편승하기 보다는 누가 알아주는 것과는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흔히 그런 사람들을 일컬어 ‘방외지사’라고도 부른다.

 

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표현하든 상관없이 난 그 사람을 ‘방외지사’라고 부르고 싶다. 천재음악가, 괴짜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임동창이 그 사람이다. ‘효재처럼 살아요’의 저자 남편이기도 하다. 둘 다 평범한 삶은 아니기에 뭇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임동창이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노는 사람, 임동창’이 그것이다. 임동창은 풍류 피아니스트. “신명의 소리를 만드는 천재 작곡가. 클래식과 국악에 두루 정통한 놀라운 음악성과 전대미문의 파워풀한 피아노 연주, 수도승 같은 영적 존재감”은 그를 나타내는 말들이다. “음악으로 놀고 흥으로 공부하다”는 임동창이 그간의 삶 속에서 깨달은 자신의 삶을 대변하는 말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부제로 단 이유도 그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우연히 찾아온 피아노와의 만남을 통해 음악을 접하고 그 피아노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온몸으로 공부하는 과정을 비롯하여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 작곡 공부를 하고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하는 자신을 찾아 출가도 불사하는 결단력을 보여준다. 그 뿐 아니라 첫사랑과의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릴 정도로 무모함도 함께한다. 음악을 향한 열정과 그 안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마치 구도자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그 과정과도 닮아 있다.

 

그가 음악을 접한 것은 피아노를 통한 서양음악이다. 한국 사람으로 서양음악이 가진 한계를 몸소 느끼고 다시 공부를 한 것이 우리음악이다. 이를 통해 음악이 가지는 보편성을 비롯하여 특수성까지 체득한다. 음악을 하면서도 그 음악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서고 싶은 그 욕심이 짧지 않은 삶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스로 말하듯 그가 추구하는 것은 ‘풍류’다. 이 풍류는 우리 조상들이 일상에서 체득한 삶의 방식이고 지혜였다. 임동창 역시 지난한 과정을 지나오며 내린 결론이 풍류로 모아졌다고 한다. 이 풍류에 그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자유로운 연주, 오롯한 내 음악, 사랑이란 무엇인가, 이 뭐꼬”가 들어 있는 셈이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그 행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신이 어디로 걸어가는지도 모르면서 달려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임동창이 걸어온 길을 보면 그는 자신이 가야할 길을 확실히 알고 열정적으로 달려갔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치열했던 삶 속에서 얻은 소중한 지혜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자 한다. 조상들이 물려준 ‘풀어져 흐르듯 살라’는 삶의 원리를 실현할 풍류학교가 그곳이다. 그가 꿈꾸는 풍류세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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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아들,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 -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
한명기.신병주.강문식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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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향한 인간의 본성

텔레비전 드라마 중 단연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역사와 관련된 것이 한몫 차지하고 있다. 어느 방송을 보든지 늘 보게 되는 역사드라마는 그 핵심내용으로 권력을 둘러싼 온갖 정치적 활동이 빠진 적이 없다. 특히, 궁궐 내 왕권을 둘러싼 권력싸움은 왕과 왕비 그리고 다음 권력을 이어갈 세자, 그 권력에 자신들의 운명을 건 중신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이 권력의 향배를 놓고 서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새롭게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세력들 간의 싸움은 때론 목숨을 내 놓고 벌이는 전쟁과도 같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매번 비슷비슷해 보이는 역사드라마에 흥미를 가지는 것일까?

 

인간이 가지는 기본 속성 중 권력욕이 있어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조건의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도 있겠지만 그런 관력투쟁 과정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본성이 어떤 작용을 하는가에 대한 흥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권력투쟁에서 본질은 바로 그 권력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권력투쟁은 벗이나 동료는 물론 부자사이도, 부부도 서로 얽히게 되면 서로를 배척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역사드라마는 그래서 매번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의 역사에서 이런 왕권을 놓고 벌렸던 권력투쟁은 수도 없이 많다. 가까운 역사 조선에서는 역성혁명을 통해 고려를 뒤엎고 세워진 나라이기에 왕의 권력에 대한 정통성을 부여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권력의 정통성에는 백성들로부터 신임을 받기 위한 노력도 있지만 잡은 권력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함께한다. 왕권의 계승은 왕이 죽으면서 자연스럽게 계승되지만 그 계승자가 누구인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면서 권력을 향한 세력들의 이합집산이 일어나곤 한다. 이 왕위계승 중심에 왕과 왕세자가 있다. 왕조 국가에서 왕권이 어떤 의미인지 그 중요성에 비추어 차기 왕권을 이어갈 왕세자에게 주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리라. 그러기에 왕세자 교육에 열성을 다했다.

 

‘왕과 아들’은 조선시대 왕위 계승사를 중심에 두고 왕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유지 및 계승되었는지 살피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왕권의 계승이야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왕위 계승과정에서 벌어진 불상사로 특히 주목되는 다섯 사례를 들어 구체적 과정을 살핀다. 이 과정에는 기존 역사학자들의 연구까지 비교검토하고 또한 왕과 왕세자의 일생을 하나의 연표로 구성 제시하며, 왕의 가계도를 통해 적장자 관계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하였고, 관련된 도판과 설명을 함께 실었다. 여기서 살피는 다섯 사례로는 태조와 태종, 태종과 양녕대군, 선조와 광해군, 인조와 소현세자, 영조와 사도세자가 그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이들의 관계가 주목되는 이유는 바로 비극적 결말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왕세자 자리에서 쫓겨나거나 심지어는 목숨을 잃은 경우까지 있게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당시 조선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구체적 과정에 대해 이 책은 그려가고 있다. 중국과 조선은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주고받은 관계다. 그중에서도 조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조선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선 내부의 이해요구와 결부되어 조선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왕권을 가진 왕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왕세자와 정치적 경쟁자로 변질되기도 하고 왕위계승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일환이기도 했다. 500여 년의 조선 역사에서 내외부적 격변기에 벌어진 이런 비극은 조선사를 이해하는데 하나의 테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권력의 계승과정을 통해 살펴본 조선사는 권력을 향한 인간들의 본성을 살피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이는 혼탁한 우리나라의 현대정치를 살필 때에도 유념해서 보아야 할 사항이 아닌가 한다. 역사를 보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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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국새
박두현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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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의 부활을 꿈꾸는 비국새

우리나라 역사에서 "남북국시대"라고 하는 시대구분이 있다. 이 남북국시대는 남쪽의 통일 신라와 북쪽의 발해가 병존하던 7세기 후반부터 10세기 전반의 시기를 말한다. 신라는 698(효소왕 7)년부터 926(경애왕 3)년까지이며, 발해는 태조(太祖) 천통(天統) 원년부터 애왕(哀王) 20년까지인 228년 동안을 말한다. 신라에 의해 영토가 절반으로 줄어든 삼국의 통일은 고구려의 광활했던 영토를 잃어버린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발해의 건국은 고구려의 유민 대조영(大祚榮)이 698년에 만주에 세운 나라로 고구려의 유민과 말갈족으로 구성되어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정신으로 이어져 한반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우리 역사에서 발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분명한 우리 역사임에도 고대의 삼국시대 역사인식에 비해서도 발해에 대한 인식을 그리 깊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발해를 빼버리면 고구려로부터 이어진 역사의 흐름은 단절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는 지난 역사를 올바로 되살린다는 점과 더불어 역사를 보는 자국의 시각이 점점 더 강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역사의 중요성과도 관계가 깊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해 주고 있는 것으로 동북공정을 비롯하여 자국의 역사를 새롭게 인식해가고 있는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더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깨우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은연중에 소홀히 대하고 있는 발해를 새롭게 조망해보는 문학작품이 있다. 박두현의 "비국새"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거란족의 침입으로 발해의 마지막 왕인 애왕에 의해 숨겨진 발해의 국새를 "비국새(秘國璽)"라 칭하고 이와 관련된 전설을 쫒아 발해의 부활을 꿈꾼다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한 흐름이다.

 

시대는 명과 청의 교체기로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명을 압박하며 만주 땅에 힘의 공백이 생길 때 세상에 출현한 비국새는 비국새에 새겨진 삼족오와 조의선인에 의해 세워진 탑의 삼족오가 만나 부활하여 하늘로 비상하면 발해의 부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전설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비국새를 찾는 사람이 있다. 아란사라는 소녀에 의하여 경박폭포에서 발견된 비국새는 청나라 세력에 숨은 말갈계 사람들도 주목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호란 때 청나라에 의해 끌려온 뒤 만주벌판에서 구차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계성과 기명이 얽혀들어 목숨을 건 여정이 시작된다.

 

우여곡절 끝에 비국새에 새겨진 삼족오는 비상하지만 비국새는 다시 경박폭포 밑으로 사라지고 만다. 부활을 꿈꾸는 후손들에 의해 발해는 부활할 수 있을까? 당시 만주 땅에 살던 발해의 후손과 호란 때 끌려간 조선 사람들의 활동이 조금 더 그려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구려계와 함께 당나라에 대항하며 발해를 건립한 말갈계는 만주족의 조상이므로 금나라와 청나라를 건립한 그들이 중국의 한족보다는 우리와 형제처럼 가깝고, 만주 땅에 대한 연고도 함께 유지된다."

 

이 역사인식이 "발해의 부활"을 생각하며 비국새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숨겨진 기본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발해가 멸망한 이후 세워진 고려나 조선 역시 망국의 길로 들어선 것은 끊임없었던 내부분란이 한 원인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그런 내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비국새가 역사의 침탈과 왜곡을 막는 방패"라는 작가의 말이 오랫동안 머리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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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생이다 - 내 남루한 발자국의 이름
이찬웅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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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이 담긴 글의 매력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 보다는 글을 쓰는 과정과 완성된 글에 담긴 글쓴이의 생각에 의해 글을 쓰는 이유가 결정되는 것은 아닌가도 싶다. 여기서 글을 쓴다는 것은 업무와 관련된 글이나 제출용 서류 또는 학자의 연구 논문이 아닌 작가들의 글쓰기 그것에 견줄만한 글을 말하는 것이다. 소설이나 시와 같이 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글쓰기가 그것이다. 물론 이 범주에 에세이도 포함된다.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에 도전하며 만나는 분야가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이는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은 일정한 경계 너머에 있는 것처럼 벽을 느끼기 쉽지만 에세이는 만만하게 생각된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나 역시 글쓰기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 중 하나다. 그리하여 에세이에 대한 나의 도전은 늘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언제쯤이나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벽을 넘어 내 안에 담긴 글을 옮길 수 있을까? 혹 그런 날이 와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고 있는 한 언제나 함께할 벽과 두려움일 것이다. 그렇다면 글을 써볼 용기를 내는 것을 미루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하며 글쓰기에 대한 조심스레 그 가능성에 다가가 본다.

 

이미, 그러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벽을 넘어선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그렇게 그들은 벽을 넘어 마음에 담아둔 속내를 보이고 있다. 물론 글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글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작가들이 심열을 기울려 내놓은 작품들도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중에도 에세이스트에서 발간한 이찬웅의 "나는 학생이다"라는 작품처럼 반가움을 안기는 것도 있다. 저자 이찬웅은 목포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은행근무를 했다. 퇴직을 생각하며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 둘 실행에 옮기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서당"이라는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젊은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매주 한 편씩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과 함께 글도 쓰고 있다. 그가 그동안 쓴 글을 모아 펴낸 첫 번째 책이다.

 

"나는 학생이다"에는 유난히 발로 쓴 글들이 많다. 퇴직 후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살아오는 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이다. 백두산 순례를 비롯하여 서해안 도보여행 그리고 단기출가에 이르기까지 직접 몸을 움직여 겪고 느끼며 생각한 바를 조심스럽고 솔직한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 글 중에 저자가 세상과 사람을 보는 생각의 기저를 알 수 있는 글들이 많다.

 

여러 글 속에서 한 결 같이 놓지 않고 있는 부분이 이제는 현대화, 산업화, 개인주의 등으로 그 가치가 흐려지고 있는 '가족'이 있다. 그가 느끼는 행복의 근원이 가족인 것이다. 또한, 살아온 삶의 깊이에 의해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것이 삶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는 학생이다"편에는 그가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담겼다. 스스로 "평생 배우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히 담겨 있어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한편으론 자신이 집에 손님으로 온 난향에 취해 문향으로 답해야 한다는 멋진 생각을 지닌 그는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언젠가는 나 역시 이런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글이 글자의 나열이 멈추지 않으려면 글에 글을 쓰는 사람의 삶이 담겨야 한다. 멋진 글, 마음으로 공감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글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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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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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실려 오는 당신의 희망

그가 떠난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그를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마음이 같을 것이다. 그 마음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바보'는 아주 오랜 시간 함께할 것이기에 떠난 사람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를 보내지 못하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에서 동시대를 살아온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며 그 무엇이 여전히 사람들 삶의 중심에 있지만 그가 떠난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 무엇이 달라지지 않은 한 그를 보내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난 아직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 곁을 떠난 마지막 자리를 가보지 않았다. 차마 그 자리에 설 수 없는 무음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며 그를 보낼 수 없는 마음이 커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 그 자리를 찾아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바람도 너무 요원한 일처럼 느껴진다. 내 손으로 보냈던 그 자리에서 내려와 국민들 곁으로 온 그 자리에 그가 가고 그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도 필부로 돌아왔고 다시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다. 그 이전의 사람도 그 이후의 사람도 모두 비슷하다. 아니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들의 국민을 향한 가슴이 그렇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퇴보하는 양상이다. 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건 노력에 의해 한발 전진했던 정치상황은 이후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5ㆍ18민중항쟁기념일에 맞춰 보수언론에서 재기하는 이상한 이야기들은 어쩜 지금의 후퇴하는 정치상황을 그대로 반증하고 있는 것이리라.

 

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었던 그가 떠난 빈자리는 더 크게 다가온다. 그가 떠난 이 봄의 끝자락에서 다시 그를 기억하고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아 한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왕의서대에서 출간한 이동형의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가 그것이다.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인간 노무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저자는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를 국민들 앞에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저자 이동형은 팟캐스트에서 '이이제이'로 많은 관심을 얻은 '노무현 특집'에서 그를 현시대 우리에게 전해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노무현 자서전을 비롯한 이미 여러 책에서 그를 기억하고 있지만 저자는 그 틀을 벗어나 인간 노무현에 대해 그가 알고 직접 겪었던 정치현장에서의 이야기를 저자의 솔직한 심정을 얻어 피력하고 있다. 노무현이 태어나고 자란 봉화에서의 일과 가난한 어린 시절 학생생활 그리고 변호사가 되기까지 험난한 개인적인 인생역정과 이후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를 통해 나라와 정치정세의 현실을 깨달아 향후 그의 행보가 결정되는 과정, 김영삼과 맺은 정치적 인연, 5공 청문회의 활약, 대통령후보에 이르고 국민들의 열망에 의해 대통령에 이르고 헌정사상 처음 있는 대통령 탄핵과정을 이겨내는 지난한 과정을 쫒아가고 있다.

 

고등학교 출신 그것도 타협보다는 원칙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신념에 의해 다른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에 굴하지 않았던 뚝심으로 그를 향한 온갖 정치공세에 맞서며 굳건하게 참여정부를 이끌었다. 퇴임 후 역대 대통령 누구도 하지 못했던 또 다른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가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진 순간 그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다.

 

저자가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인간 노무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다시 '바보' 노무현이 그리운 것은 그가 이루고 싶었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국민의 열망이 살아 잇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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