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도서관 - 어떤 테이블에서도 나의 품격을 높여주는
강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의 역사

맛에 대한 특별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다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렇더라도 나들이 하는 동안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음식점은 그냥 끼니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찾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양식은 입맛에도 달갑지 않아 찾지 않지만 특별한 경우 내 입맛보다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먹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기에 나에게 음식은 그냥 배고픔을 해결하는 경우이거나 돌아오는 때를 해결하는 정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나에게도 특별한 음식이 한 가지 있다. 국수가 그것이다. 보통 잔치국수라고 하는 것이지만 때론 비빔국수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내가 국수를 직접 삶고 비빔장을 만들어 즉석에서 비벼먹는 그 맛은 참 좋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특별한 음식이 있을 것이고 음식과 관련된 추억이 함께할 것이다. 이렇게 음식은 배고픔을 벗어나기 위한 것만이 아닌 하나의 문화이며 시대를 나타내는 한 가지 표상이 될 수 있다. 강지영의 ‘미식가의 도서관’은 음식과 문화의 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강지영은 영국 켄트 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런던의 Leith School of Food and Wine에서 음식 문화학을 공부한 뒤 쉐프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프리랜서 케이터러, 와인 회사의 숍 매니져 등으로 활동하며 파티코디네이터, 식문화 및 와인 강사, 메뉴 플래너, 레스토랑 컨설턴트 및 음식 평론가로 다양한 영역에서 음식 문화와 테이블 매너를 전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는 서울이 맛있다’, ‘파티 푸드 인 스타일’ 등이 있다.

 

‘미식가의 도서관’은 세계 각지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우선 아시아 타일랜드, 베트남, 터키, 중국, 일본, 인도 그리고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영국, 스페인, 미국 등 유럽의 대표적인 음식에 대해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나라 역사와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또한, 한 나라의 특정음식보다는 이제는 세계적인 음식으로 된 향신료, 초콜릿, 커피, 맥주 등에 대해서도 각 음식의 특징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숨겨진 음식이야기는 음식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민족의 이동이나 전쟁, 자연조건 등에 의해 음식이 만들어지고 음식에 반영된 특성이 고스란히 이어지며 새로운 조건에 맞게 변화되고 또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베트남의 쌀국수나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중국인에 의해 퍼진 중국음식, 자투리 치즈로 퐁뒤라는 명물을 만든 스위스, 메모하는 습관이 낳은 세계적인 셰프들의 고향 프랑스 등의 이야기에서 이런 과정을 속속들이 살피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이 김치를 만들어 먹었다며 SNS를 통해 알린 일이 뉴스화 되었다. 특정한 나라의 음식이 이제는 세계화되고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음식이 전파되며 세계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김치를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K-POP를 중심으로 한류의 흐름에 음식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으로 세계화에 어떤 결과를 얻는가에 따라 국가의 해외 활동이 영향을 받을 정도로 중요한 분야로 등장하기도 했다.

 

강지영의 ‘미식가의 도서관’은 바로 그러한 시대적 흐름이 어떻게 보면 예전부터 있어온 현상이며 오늘날에는 더욱 주목받고 있는 하나의 문화임을 확인시켜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음식의 일반적인 이야기에서 각 나라의 특정음식에 대한 정보까지 담고 있어 음식과 문화의 관련성뿐 아니라 이제는 보편화된 음식에 대해 보다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어 맛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당장, - 도법 스님의 삶의 혁명
도법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으로 사는 삶

여야의 정치적 갈등으로 18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출발이 순조롭지 않다. 군주의 시대도 아닌 현대사회에서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만치 않다는 것은 15대, 16대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실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더라도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한 사람의 힘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출발점이기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은 그 사람의 가치관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이 가치관의 문제는 한 사회를 이끄는 지도자에게도 중요한 것이지만 그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에게도 지극히 소중한 문제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는가는 곧 그 사람의 일상으로부터 미래에 어떤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현실의 문제를 바라보는 것 역시 이 가치관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가치관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이런 현실에서 개인과 사회가 안고 있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혜안을 밝히며 내일이 아닌 지금 당장 무엇인가를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구도자의 길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의 진리를 사회에 환원하는 실천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나선 도법 스님이 그 사람이다. 도법 스님은 출가한 승려로 실상사 주지로 있으면서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창립하고 귀농운동 차원을 넘어 생활협동조합. 대안교육. 환경연대 운동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실상사 주지 소임을 내려놓은 후,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길에서 5년 동안 3만 리를 걸으며 8만 명의 사람을 만나 생명평화의 가치를 전했으며,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 추친본부’ 화쟁위원회 위원장, 파괴돼 가는 지리산을 살리기 위해 결성된 '지리산을 사랑하는 열린 연대'의 상임대표도 맡고 있다.

 

굳이 불교인이 아니더라도 생명과 평화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소임을 묵묵히 실천하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도법 스님의 가슴 따스하지만 냉철한 성찰과 깨달음의 메시지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도법 스님의 ‘지금 당장’에는 일상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고통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스님이 현장에서 얻은 깨달음과 팔정도, 연기론 등의 불교이론, 붓다의 예화, 각 세대, 계층의 고민을 담은 즉문즉설을 통해 자신과 사회의 현실을 깊이 성찰과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 누구, 그 무엇, 그 어디, 그 언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직면한 자기 자신의 실상을 직시해야 합니다. 자신의 실상, 자기 본래 모습을 사실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면 그곳에 길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암담한 현실 불투명한 미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개인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하여 사회문제는 곧 개인의 문제로 전환되며 그 반대도 성립된다. 이런 문제를 직면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위로’이며 ‘힐링’이라는 단어가 주는 일시적인 착각과 환상에서 깨어나 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대적인 세상에서 관계를 무시하고는 그 무엇도 근본에 도달할 수 없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너와 나, 사회와 개인이 별도의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은 다소 직설적이고 때론 불편한 감정을 불러 오기도 하지만 사회와 개인을 향해 죽비를 내리치는 도범 스님 따스한 마음이 담겨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슴이 부르는 만남 - 이해인 수녀, 혜민 스님, 김선우 시인… 열여덟 멘토의 울림 깊은 인생 이야기, 그리고 법정 스님 가르침
변택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향기로 번지는 특별한 사람

특별한 사람과의 특별한 만남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 만남은 우연찮게 찾아와 한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때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끝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의 특별한 만남을 가진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의 만남이든 그 사람에게 강한 영향을 남겨 이후 그 사람의 삶이 풍요롭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보통의 경우 이런 특별한 만남의 주인공은 사회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남을 생각하고 또 그런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만남이라고 해서 모두 유명한 사람이나 사회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사람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보통의 사람들이 그런 특별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을 그리 높지 않고 그렇기에 자신의 삶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흔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보통의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만남은 어떤 걸까? 보통의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사람 사이의 만남을 통해 사람 사이의 무엇이 그런 특별한 만남을 이루는지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법정 스님과 만난 열여덟 뛰는 가슴을 부제로 한 ‘가슴이 부르는 만남’은 시사점이 많은 책으로 보인다. 김선우, 박석무, 최완수, 도법, 윤구병, 지묵, 이해인, 임의진, 금강, 혜민, 김종서, 이철수, 홍쌍리, 문순태, 배차년, 나석정, 정태호, 김의식 이들 열여덟 사람은 보통의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자신만의 영역에서 확실한 자리를 만든 사람들이다. 이들이 법정 스님과의 만남에서 가슴에 담긴 따스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미 입적한 법정 스님과 가슴과 따스한 만남의 기억을 이끌어 낸 사람은 변택주로 법정 스님과의 인연이 깊은 사람이기도 하다. 저자는 열여덟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법정 스님과의 만남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영혼의 울림을 느끼거나, 마음의 평온을 얻거나,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인생을 건너갈 지혜를 얻기도 했다. 이들 모두는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로 삶을 살아가며 법정 스님과의 인연에서 얻은 가슴의 만남을 다시 자신의 영역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따스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 자신에게는 특별한 사람이고 특별한 만남이다. 긴 여행길과도 같은 삶의 여정에서 든든한 길동무이며 말하지 않아도 아픈 마음 알아주는 벗이고 막막한 앞날에 등불이기에 스승이다. 이 둘은 따로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가슴으로 만나 하나를 이룬 동일한 존재로 전환되는 특별한 관계다.

 

“너와 내가 만나 결을 만들고 그 결이 모여 이룬 무늬가 바로 인생. 만남은 눈뜸이다. 만남을 통해 우리는 새롭게 태어난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떠날 수 없는 존재인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나와는 다른 존재인 타인과의 만남을 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가슴과 가슴이 서로 통하는 만남은 만남의 두 주인공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어 주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만들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유명하거나 특별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이런 만남은 존재하며 그런 인간관계의 범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열린 가슴으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자신을 가만히 돌아보는 삶 속에 가슴 따스한 온기가 번지는 만남은 늘 곁에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컷 그리고 수컷 : 오페라 카르멘과 함께 하는 성 이야기
주석원 지음 / 세림출판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 외면할 수 없는 본능

현대 사회처럼 성에 자유로울 때가 있을까? 마치 사회의 온갖 문제가 성문제로 대표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대사회에서 성은 어쩌면 긴 역사만큼 오래된 화두일 것이다.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 중에는 왜곡된 성 관념에 의해 성범죄가 극단적으로 만연한, 최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본다. 일부 맞는 말일 것이다. 성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사람들이 본능으로부터 출발하는 성에 대해 극단적인 폐쇄적인 경향성이 있는 환경에서 살았으니 말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보다 다 자유로운 성문화는 어느 시대든 있었다. 우리 역사에서도 고려시대나 조선 초 여성의 지위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렇듯 시대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기에 오늘날의 성과 관련된 사람들의 인식도 우리가 사는 사회의 조건과 한계를 반영한 것이리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지만 누구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문제이기에 다른 통로를 통해 그런 문제에 대해 관심과 궁금증을 대신해 온 것이 아닐까? 이 다른 통로가 바로 문학이나 영화와 같은 예술장르가 아닐까? 외면할 수 없는 본능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다른 방편을 만들어 그 욕구를 대신한 것으로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페라 ‘카르멘’에 주목한 사람이 있다.

 

다소 이색적인 프로필의 주인공인 ‘암컷 그리고 수컷’의 저자 주석원이 그 사람이다. 유명한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늦게 한의학에 뜻을 두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 긴 과정을 거쳐 한의사로 활동하는 저자는 그동안의 음악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와 한의사라는 직업을 통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성 즉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오페라 카르멘을 빌려 이야기 하고 있다.

 

오페라 카르멘은 남녀의 자유로운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하지만 다소 파격적인 내용 때문에 비평가들이나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얻지 못한 작품이다. 그것은 전통적 여성관이나 성도덕과 상반되는 주인공 카르멘을 등장시켜 당시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못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오페라 카르멘의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며 남 녀 간의 성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를 펼친다.

 

다소 외설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자는 이곳에 노래, 오페라, 그리고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함께 풀어 놓고 있기에 민망함 보다는 진지함이 앞선다. 종족의 보존과 번성이라는 본능에서 출발한 섹스가 인간에 와서는 다른 동물이나 생명체와는 달리 그런 본능보다는 쾌락이 중요한 행위의 목적으로 변해오는 과정이나, 다른 동물들의 성행위에 대해 살피면서 인간의 성 행위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동반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인간의 섹스에 대해 정해진 룰이나 고정된 시각은 존재할 수 없다. 그 모든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의 제약에 의해 통제되거나 묵인되어 온 것은 이성과 본능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시대 성문화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혼란스러움이나 불투명한 미래를 반영한 한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한국사를 조작하고 은폐한 주류 역사학자를 고발한다
이주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 이제 볼 것은 보고 말할 것은 말하자

18대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다. 보통의 경우 국가의 수장이 새로 취임한다는 것은 국가나 국민들에게 흥겨운 축제의 장이 아닐까 싶지만 오늘 취임하는 대통령에 대해 딱히 그런 흥겨움은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을까? 세상을 보는 가치관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통의 사람들의 일상은 자신의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지에 대해 그리 민감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살아가는 것 같다. 자신의 삶에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하거나,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무엇을 빼앗기게 되었거나 아니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경우서야 비로써 자신의 가치관을 표출하게 된다. 그렇지만 가치관은 개인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거의 모든 판단을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선택하지만 그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 현대인들의 일상이 아닌가 싶다.

 

하여, 민족이나 국가, 사회, 역사 등 조금 넓어진 범위의 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타내는 것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런 일상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사회적 목숨을 내 놓고 대드는 문제에 대해 어떤 사람은 강 건너 불구경인 태도가 이런 모습의 반증이리라. 하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우리의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면서도 그 중요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정치, 지도자, 역사, 교육, 분단문제와 같은 것들이 그렇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다소 도발적인 책의 출간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스스로 안고 출발하고 있다고 보인다. ‘국사를 조작하고 은폐한 주류 역사학자를 고발한다’는 부제 역시 그렇다. 역사에 관심을 갖고 수많은 책을 읽어오고 있는 사람인 나도 잘 모르는 역사계가 안고 있는 맹점에 대해 적나라하게 까발려 놓고 있다. 그 까발림이 당혹스럽거나 억지를 부리는 차원이 아니라 한 민족의 정통성에 맥을 잡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보인다.

 

이 책의 저자 이주한은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자 역사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가 역사를 보는 시각은 ‘역사적 배경과 맥락, 근원을 입체적으로 파헤치는 예리한 역사비평을 추구하며, 사실과 사료비판에 엄밀한 역사,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공존하고 대중이 소외되지 않는 열린 역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역사를 대중화 시키고 있는 이덕일과 맥을 함께하는 저자의 역사를 보는 시각이 돋보인다. 이주환의 전작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에서 이미 접했던 독자에게 문제의 한국사 쟁점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안내서로도 충분하다고 보인다.

 

이 책은 여전히 존재하며 학계와 사회에서 무소불휘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식민사관과 이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고 역사학계의 정설로 만들어 온 주류사학계가 갖는 구조적 모순이 어디서 무엇이며 어디서 출발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살피고 있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에서 한국사에 대해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침략의도를 실현시키기 위해 벌였던 일련의 정책이 해방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있으며 그 식민사관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흐름을 알려준다. 저자는 조선총독부가 해체되지만 조선사편수회가 날조하고 왜곡한 역사는 경성제국대학의 후신인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로 이어져 이른바 ‘실증주의’로 치장되며 한국사의 주류로 만들어졌으며 그들과는 달리 일제에 반대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역사학은 비주류로 치부되어 온 현실에 대해 살피는 것이다.

 

저자는 현존하는 식민사관의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서 핵심적인 문제로 고조선과 단군왕검에 대한 시각, 한사군의 실체, 삼국사기 초기기록에 대한 인식 등이다. 이들 문제는 한국사의 근본을 뒤흔드는 문제로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시각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고 본다. 또한 한국 통사의 대명사 이기백의 ‘한국사 신론’과 박노자의 ‘거꾸로 보는 고대사’에 집중하며 식민사학이 갖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식민사관이 주장하는 시각이 역사학의 기본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오늘날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논리에 근거를 제공해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왜 이토록 강도 높은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문제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의 중요성 때문이다. 훼손된 역사는 민족의 정체성을 근본부터 흔들리게 만들며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는 나라와 민족의 미래 또한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해결되지 못한 한국 현대사의 쟁점들에 대한 책임은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일 것이다. 저자와 같은 학자들을 이러한 노력이 바로 그 출발점일 것임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