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졸우교 - 소설 인문학 수프 시리즈 1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새롭게 읽기

문학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오랜 시간동안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문학 작품들에는 그 작품만의 독자를 끄는 힘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고전을 비롯한 문학이 살아남은 이유가 될 것이지만 아직 그 힘이 무엇이라고 이렇게 저렇게 말하지 못한다. 한때 소설은 그저 심심풀이로 시간이 날 때나 관심분야의 책에 지쳐 다른 읽을거리를 찾을 때나 만나던 것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고전읽기 모임에 참여하며 힘들게 읽어가던 소설 속에서 사람의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찾아내고 나서부터 주된 관심사 중에 하나로 등장한 것이다.

 

이것일까? 문학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아 든든하게 독자들 편에 서있을 수 있는 힘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문학작품을 만나는 시간은 어렵다. 고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을 대할 때면 한편으론 고역이나 마찬가지로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품들이 많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이 오랜 숙제 앞에 한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책을 만난다. 작가와비평사에서 발간한 인문학 수프 시리즈 첫 번째 책 바로 양선규의 ‘장졸우교’다. 저자 양선규는 소설가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저자는 ‘소설은 예나 지금이나 인문학의 보고이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소설읽기를 선보이고 있다. ‘자신의 졸렬함을 기교로써 감추다’는 뜻의 ‘장졸우교’는 졸렬함이나 기교보다는 마음으로 읽어가는 소설이야기로 읽힌다.

 

‘장졸우교’에는 몰개월의 새, 노인과 바다, 옛우물, 통도사 가는 길, 줄, 유자약전, 달과 6펜스, 자전거 도둑, 금시조, 풍금이 있던 자리, 소나기,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만다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 20편의 국내외 소설을 저자 자신의 눈으로 읽는다. 그저 소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의 삶과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소설과 접목시켜 인간 삶의 본질로 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의 소설읽기가 힘을 가지는 것은 솔직한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속에 내재해 있는 인간의 삶을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개인의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가는 것 같은 한편의 에세이를 보는 듯도 하다. 그래서 장졸우교에서 만나는 소설들은 낯선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하며 때론 이 작품이 이런 내용이었나 싶은 의아심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만큼 저자의 소설읽은 시각이 독특하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작품 20편을 골라, 소설적인 틀을 지닌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때그때 조금씩 보탰었다. 그 두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서로를 간섭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했다. 독자들은 두 이야기가 서로 간섭하여 새로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을 읽게 될 것이다. 소설이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 저자의 눈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와비평이 이런 기획의도로 발간하는 인문학 수프 시리즈라면 독자들의 기대감을 충족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 - 당신의 사랑이 흔들리고 있다
프랜 코헨 프레이버 지음, 박지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사랑도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과학의 힘이 거의 만능에 가까워진 걸까? 자연과 사람을 탐구하고 이젠 그 사람의 마음까지 분석하여 향후 행동과 마음을 예측하고 그 결과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범위까지 넓혀졌다. 물론 사물의 양면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때론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겠지만 과연 그 모든 것이 사람의 행복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알 수 없기에 미지의 세계인 사람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고통 받는 원인을 밝혀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낱낱이 밝혀진 사람의 실체를 알아서 행복을 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그를 위해 그동안 과학자나 학자들의 노력 또한 충분히 공감하는 바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에서 밝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현실을 바꿔 개선된 환경에서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유용한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류가 역사를 만들어 온 이래 늘 주목 받았던 인간의 감정 곧 ‘사랑’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더 그 필요성에 주목할 것이다.

 

뇌 속의 작은 신경세포 ‘거울뉴런’이라는 세포의 기능에 주목한 학자들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과 공감하고 소중한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관장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사랑의 감정이 변할 때 이 감정을 시작한 시점으로 돌려 새롭게 불타는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가능성 밝혀졌다. 이 거울뉴런에 의해 ‘상대방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니고 있어 타인의 행동을 따라하게 할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의 저자 프랜 코헨 프레이버는 이 ‘거울뉴런’를 사람들의 실제 생활에 적용하여 그 사람들의 삶을 바꿔온 과정을 경험하며 이를 모든 사람들의 경우로 일반화하여 사랑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사랑의 시작과는 달리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원인을 찾아내 당사자가 공감하게 하고 직면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랑의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방법으로는 ‘공감, 치유, 겸손’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 ‘용서’의 과정을 말한다. 서로의 말과 행동에 담긴 감정을 오해 없이 받아들이는 방법과, 상처받은 마음을 서로 나누는 공감,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인 치유 그리고 나에게 상처를 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역지사지의 과정을 통해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겸손이 그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흔들리는 사랑 앞에서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당면한 자신의 감정을 올바로 바라볼 기회가 있을까 싶다. 그만큼 절박하고 고통스럽기에 자신의 감정에 빠져 상대를 판단하고 그 판단으로 오해하며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기가 쉽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강단 있는 마음을 먹고 두 사람의 사랑을 다시 불태워갈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거울 뉴런이 긍정적인 기억뿐 아니라 부정적인 기억까지 서로를 연결하여 사랑의 감정에 찬물을 붓기도 하듯 저자가 제시하는 이 방법 역시 연이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질 것이다.

 

오랜 시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이어져 온 사람관계가 모두 올바른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들이 달라진 사랑의 감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고 해서 행복해 질까? 때론, 서로를 놓아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환기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김환기 탄생 100주년 기념
이충렬 지음 / 유리창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민족의 정체성을 자신의 예술세계로 만든 김환기

한 사람의 삶은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동시대를 이끄는 시대정신과 더불어 함께 생활했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한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비로소 한 사람의 인생이 완성된다. 우리가 흔히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쉽게 그 사람의 일생을 혼자만의 무엇으로 생각하는 경향성이 많은데 이는 한 사람을 올바로 이해하는 데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다. 허여, 누군가의 평전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하며 그 속에는 반드시 그 시대를 관통한 시대정신과 더불어 교류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충렬은 ‘혜곡 최순우 한국미 순례자(김영사, 2012)’, 간송 전형필(김영사, 2010) 등 우리 현대사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던 사람들에 대한 평전을 발표하여 주목받아 왔다. 그가 이번에는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유리창, 2013)’로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화가 김환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된 이 평전은 김환기라는 이름만 들었지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김환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 이충렬은 이 김환기 평전을 준비하며 유족측과 원만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 아쉬움은 시간이 흘러 더 좋은 계기로 작용되리라 믿어 본다.

 

이 책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은 김환기의 일대기를 따라 시간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화가 입문기, 파란만장 격동기, 도전과 좌절의 파리 시절, 절정과 아쉬움으로 구분하여 김환기의 일생을 살핀다. 부자 아버지를 둔 그가 섬 안좌도에서 태어나 가족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고 또 일본으로 건너가 성장하는 동안 아버지의 강압에 어쩌지 못하고 일찍 결혼한 사실이나 미술을 선택한 배경 그리고 일본에서의 화가로써 성장하는 과정 등이 전반부에 상세하게 소개된다. 일본에서 화가로 이름을 알려지는 시기 자신의 뿌리인 조선의 정체성에 관심을 갖고 이후 귀국 후 안좌도와 서울을 오가며 화가로써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과는 과정, 한국전쟁 시 부산에서의 활동 그리고 파리와 뉴욕으로 진출하는 전반의 과정이 담겼다. 또한, 이혼 후 이상과 사별한 후 혼자 지내던 김향안과의 재혼으로 예술가의 삶에 든든한 동반자를 만나 더욱 성장하는 계기를 맞는다.

 

한국의 추상, 반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알려진 화가 김환기에게서 주목되는 점은 화가로 성장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일본이나 파리 등 외국의 영향을 스스로 극복하고 한국인으로써 자신만의 미술세계를 구축한 점이다. 백자 달항아리에서 출발한 ‘평범한 것의 위대함’을 결국‘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임을 작품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 점이 화가 김환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임을 확인한다. 저자 이충렬 역시 이 점에 주목하여 그를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으로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덤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한국 현대사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미술과 문학 등 당시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반가운 최순우도 보이고 김용준, 길진섭, 정지용, 이상 등도 만날 수 있다.

 

화가 김환기는 어쩜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회는 많았다. 거부의 아들로 때어나 그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던 점, 잘 나가던 일본에서의 생활, 서울대를 비롯한 홍익대 등에서 교수로 제직하던 시절과 같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의 길로 나갔던 점 또한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나 오늘이나 예술가의 삶은 생활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해 가는가에 의해 예술가의 삶이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올 해 2013년은 김환기 탄생 100주년이라고 한다. 평생을 걸쳐 그가 추구했던 예술정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 속에 핀 꽃들 - 우리가 사랑한 문학 문학이 사랑한 꽃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꽃이 담긴 문학은 사람의 가슴을 따스함으로 채워준다

한 동안 야생화를 찾아 들로 산으로 다닌 적이 있다. 늘 다니던 길에서 마주하던 초본과 목본의 꽃들을 보며 무심할 수 없었던 것은 누구의 강요가 아닌 마음이 먼저 반기는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숲해설가 교육에 참가하면서 그저 보기에 좋았던 꽃들에게도 자신만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이름이 있으며 그 이름과 식물의 일생을 알아가며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나와는 상관없는 대상에서 이름을 알고 불러줄때 비로서 나에게 의미 있는 사물로 다가옴을 느낀 것이다.

 

야생화의 계절 봄이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긴 겨울을 이겨내며 봄을 기다리는 이유는 이른 봄부터 시작되는 야생화들의 꽃 잔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긴 겨울을 이겨낸 자연의 힘이 꽃으로 피어나는 경이로움은 도감이나 책을 통해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하여, 때 이른 시기부터 마음은 이미 산골짜기와 들판으로 나가 야생화들을 마중하곤 한다. 봄구술붕이, 노루귀, 꿩의다리. 산자고 등 식물사전이나 도감에서 본 야생화들을 직접 눈으로 마음으로 만날 때 그 흥분과 설렘은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버거운 일상을 살아가는데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곤 한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 김민철은 자신이 누렸던 그 행복한 시간과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책을 발간했다. 샘터가 발행한 ‘문학 속에 핀 꽃들’이 그것이다. 이 책의저자 김민철은 딸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야생화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지만 저자처럼 직접 뛰어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야생화 탐방엔 딸아이들과 가족이 동행하고 있다. 야생화를 통해 함게 나누는 가족 사랑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문학 속에 핀 꽃들’을 통해 저자 김민철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 문학과 야생화를 접목하여 새로운 눈으로 양자를 만나게 한다. 일찍 문학에 빠져 다양한 작품을 접해온 저자가 문학 속에 담긴 야생화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문학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우리들이 익히 아는 문학작품 속에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등장하며 그 이야기 흐름에 야생화가 담아내고 있는 상징성이 상당한 부분에서 문학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꽃과 문학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저자가 선택한 문학작품으로는 김유정의 동백꽃, 정채봉의 오세암, 박범신의 은교, 황순원의 소나기,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최명희의 혼불, 김훈의 칼의 노래,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 박경리의 토지,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 서른 가지가 넘는 작품들이다. 물론 저자는 이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꽃을 또 같은 숫자만큼 이야기 하고 있다. 문학작품 속에 꽃이 등장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꽃이 문학작품 전체 이미지를 형상화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꽃의 생태와 비슷한 꽃들의 구분법에 이르기까지 아주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김유정의 작품 동백꽃의 동백이 사실은 생강나무였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다. 이처럼 꽃과 식물에 대해 제법 많은 책을 접했다고 자부했던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문학과 꽃의 어우러짐에 주목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절묘한 결합이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문학과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꽃이 문학작품 속에 얼마나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문학 속에 핀 꽃들’이라는 책이 더 흥미로운 것은 꽃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 자신이 직접 경험한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문학작품과 꽃의 이야기에 생생하게 펼쳐놓고 있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오고 때론 사회적 존재로써 책임을 떠올리게도 한다. 특히 정이현의 ‘삼풍백화점’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 접지 못하고 책의 마무리에서라도 이야기하고자 한 저자의 마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꽃은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문학은 꽃의 빛깔과 향기를 더욱 진하게 한다’는 문장에 ‘꽃이 담긴 문학은 사람의 가슴을 따스함으로 채워준다’고 더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궁녀의 하루 -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의 지평을 넓힌 ‘궁녀의 하루’

역사의 지평이 넓어진 걸까? 기존의 역사를 보는 흐름에서 벗어난 역사해석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동안 역사를 보고 해석한다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 권력으로 쟁취했던 자신의의 성과를 기록한 역사를 그들의 시각에서 보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역사인식은 사물의 본질을 이루는 양면을 보지 못하고 힘을 가진 한 쪽에 치우쳐 주목하여 마치 그것이 전부인양 보편화, 일반화 시켜온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제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 권력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곳에 눈을 돌리고 소홀했던 다른 한 쪽에도 시선을 주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혹은 일부러 외면했던 다른 쪽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반가운 것은 우선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려는 정당한 시도라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그동안 외면 받아온 사람들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 우리사회의 성숙한 역사인식의 자세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보여 그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권력의 주변부 혹은 권력과는 상관없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묵묵히 행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흐름이 우리가 역사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하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리라고 기대해 보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궁녀의 하루’도 주목 받기에 충분하리라고 본다. 우리 역사에서 특히 조선사회에 이르면 남성중심사회, 왕의 일인권력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에서 여인들의 삶은 신분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절대적인 차별 속에서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구조적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온 여인들과 그 여인들 속에서도 더욱 더 갇힌 일상을 살아왔던 궁녀들의 일상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이 않았다. 텔레비전 역사 드라마에서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눈을 돌려 그들의 삶에 대한 조망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내시와 궁녀, 비밀을 묻다’, ‘베일 속의 한국사’등의 저자로 기존 역사가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역사의 지평을 넓혀온 저자 박상진의 연구 결과물이다.

 

저자의 ‘궁녀의 하루’는 궁궐 내 생활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양에서 활동한 궁녀들의 면모를 살피고 있다. 굳이 제목 하루에 억매이지 않고 궁녀가 궁궐에서 어떤 일을 해왔고 그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궁녀가 되었으며 갇힌 궁궐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하나 둘 밝혀 나가고 있다. 우선 궁녀하면 상궁, 나인, 무수리, 생각시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져왔는데 이는 침방, 수방, 세수간, 소주방, 세답방, 방자 등과 같이 자신들이 맡은 임무에 따라 하는 일이 달랐으며 그들도 다른 일반인들이 사는 모양과 별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하루로 읽는 조선 궁녀의 일생’, ‘하루 일과에서 스캔들까지 궁녀의 모든 것’,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궁녀 이야기’ 등으로 3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궁녀들의 삶에 추적하는 것이다. 사료에 등장하는 궁녀들과 관련된 사건들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궁녀들이 궁궐에서 어떤 일상을 살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그 중심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세답방이나 소주방처럼 드라마에 등장하여 익숙한 이름들도 있지만 침방, 수방과 같은 다소 생소한 것들도 보인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궁녀들의 근무형태와 급료지급과 같은 사항이다. 또한 부를 축적한 궁녀 모습이나 궁녀라는 신분으로 만나 운명을 함께하거나 나인에서 하루아침에 귀인이나 숙빈 등 권력의 중심부로 신분상승한 그들의 모습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궁녀들 사이에서도 직급의 차이에 따라 생활의 차이가 엄청났다는 점도 주목된다.

 

궁녀, 어쩌면 특별한 신분을 살았기에 그들을 보는 시각이 ‘왕의 여자’라는 한정된 한 측면으로 고정된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 ‘궁녀의 하루’는 궁녀들의 실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다양한 실례를 통해 궁녀들의 삶에 구체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궁녀들의 모습이 다소 산만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그들의 삶의 실체를 밝히고자 한 저자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