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 훤해지는 역사 - 남경태의 48가지 역사 프리즘
남경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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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

책과 함께 더불어 살아온 짧지 않은 시간동안 주요한 내 관심은 한곳에 머물러 있었다. 바로 역사로 특히 조선의 역사였다. 왜 나는 그토록 역사, 조선사에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역사는 사람들이 살아온 경험을 기록한 것이다. 이 점이 여전히 불안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한 사람으로써 무엇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울까 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었기도 하다. 역사에 기록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삶의 지혜를 얻고 싶었던 것이 바로 역사에 관심을 가진 목적이었다. 그렇게 하여 접했던 역사를 통해 벗들의 사귐이나 선비의 삶과 같은 사람들의 삶뿐 아니라 그들이 누렸던 음악, 그림 등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는 내가 당면한 현실의 생활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며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금석과도 같은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는 지난 시간의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현재의 일이며 당연히 미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를 과거에만 머무르는 사건의 기록이라고 생각하며 단순한 흥밋거리로만 보는 경향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역사를 보지만 그 역사로부터 찾고자 하는 것이 극히 필요한 것에만 한정되거나 왜곡된 역사해석에 의해 자의적인 취사선택이 난무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역사가 개인에게는 자신의 삶의 지혜를 배우는 과정이라면 공직인 정치에서는 되풀이 하지 않아야할 집단적 실패를 극복하고 국민들의 삶에 희망을 제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렇듯 역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을 알려주는 책이 남경태의 ‘시사에 훤해지는 역사’가 아닌가 한다. 우리가 사는 현재의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워 할 때 그 사건과 사고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현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배경을 살펴 현실을 이해하는 방법으로써 역사를 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가치판단의 혼란스러운 현실의 무대를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화, 교육이라는 6가지 테마로 묶고 레임덕, 기후변동, 자본주의, 혁명, 통일, 대학입시, 종교, 예술, 가치관 같은 다양한 사건, 사고와 문화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해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 남경태가 이 책에서 역사를 보는 시각은 그래서 독특하다고 본다. 세계문화의 중심이동이나 진리와 천리의 차이, 전도의 미학, 순수한 예술 등에서 보여주는 시각에선 그래 바로 이것이야 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국사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국사라는 개념으로 바라볼 때 자칫하면 빠질 수 있는 한계를 지적하며 무엇이 올바른 시각인지를 제시한 점이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꼭 필요한 시각이 아닌가 싶다. 덤으로 볼 수 있는 역사적 장면을 담은 그림도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는 어쩌면 사람들의 삶 속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단 학문에 머무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강단에서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그에 버금가게 필요한 부분이 사람들의 삶에 밀착되어 사람들의 현실을 반영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남경태의 ‘시사에 훤해지는 역사’는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 시각을 전해주는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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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 - 테너 하석배의 힐링 클래식
하석배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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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어선 클래식과 여행의 만남

늘 상 음악과 함께하는 생활이라고 자부한다. 음악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참 매력적인 것이다. 익숙한 가사에 아주 잘 어울리는 곡을 들을 때면 마치 음악과 내가 하나 되는 느낌을 얻곤 한다. 내가 듣는 음악은 주로 가요가 대부분이지만 빼놓지 않고 듣는 음악 중에는 국악음반도 있다. 몇 년 전부터 배우는 대금도 명인의 소리를 들으면서 연습하고 거문고 연주 음반도 들으며 때론 판소리도 듣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접근 불가능한 분야가 있다. 클래식이 그것이다.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것이 비발디의 사계다.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임신을 하고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이면 으레 LP판 비발디의 사계와 함께 했다. 태교음악, 그 결과일까? 그때의 아이는 지금 거문고를 전공하는 사람으로 성장했고 열심히 음악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클래식의 무엇이 넘지 못 할 벽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귀로도 마음으로도 들어오지 못하는 클래식은 여전히 너무 먼 거리에 있다.

 

하석배의 ‘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는 높은 장벽의 클래식에 조금은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의 저자 테너 하석배는 음악광이라고 한다. 여기서 음악은 물론 클래식일 것이다. 음악광이며 테너로 활동하는 저자의 클래식 이야기를 주 활동무대였던 유럽의 도시를 엮어 도시와 어울리는 음악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의 각 도시가 스스로를 풀어내는 분위기를 적절하게 아우르고 있어 한편의 여행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다.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당연히 유럽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유럽의 도시들이 품고 있는 역사성과 더불어 현재성이 녹아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풀어내는 음악이야기는 클래식에 벽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음악의 안내서로도 읽힌다. 특히, 음악가들의 성장에 관한 에피소드와 더불어 음악의 배경이 되는 도시가 갖는 음악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 자연스럽게 풀어지고 있다. 여기에 음악공부와 공연으로 유럽에서 생활하던 저자의 독특한 경험이 녹아 그 현실성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든다.

 

‘나는 오늘도 유럽에서 클래식을 듣는다’는 음악과 사진이라는 매체가 만나 새롭게 만들어 내는 그림을 담고 있다. 음악과 어울리는 도시의 모습은 상상으로만 담는다면 그 느낌은 덜 감동적이겠지만 전 세계를 다니는 여행 사진 작가 삼킨별의 생생한 사진이 함께하고 있어 마치 유럽 도시의 현장에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듯 한 느낌을 얻을 수 있기에 충분하다.

 

누구에게는 익숙하며 한발 더 나아가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클래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넘지 못할 벽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유럽과 클래식에 대한 조합 역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그 흔한 해외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하고 기껏해야 사진이나 텔레비전 영상으로 접했을 유럽의 도시들과 클래식의 접목이 또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노력에 의해 그 벽은 조금씩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수한 계층이나 한정된 사람들만이 듣고 누리는 음악이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그 감동을 배가시켜 온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비결에 가깝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클래식에 벽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하석배의 여행과 클래식의 만남이 클래식에 벽을 느낀 다른 누군가에게도 소중한 만남의 장을 펼쳐 놓은 것으로 그 의미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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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골마을 - 한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
이형준 지음 / 예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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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경험은 늘 아쉽다

자신의 가슴에 든 감동을 나눈다는 것이 쉽지 않다. 몸으로 겪고 가슴으로 담아온 이야기를 상대방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더라도 어려운 일인데 글이나 사진이라는 다른 매체를 이용하여 공감하기까지는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경험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왜 그럴까? 못 다한 아쉬움보다는 어쩌면 내 일이 될지도 모르는 희망 때문은 아닐지...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보다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나도 그 떠나는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다녀온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에 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게 만드는 것이리라. 자신이 경험한 것을 가슴에 곱게 담아두고 살아가는 동안 만나는 모진 삶 속에서 풀어내 살아갈 힘을 얻기에도 부족할지 모르는데 자꾸만 다른 사람과 공유할 방법을 찾아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인터넷 블로그, 카페에 SNS까지 넘치는데도 여전히 글로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다.

 

한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 ‘세계시골마을’이라는 책의 저자도 그중 한사람이다. 저자 이형준을 세계를 안방 드나들듯하며 24년 동안 130개 나라 2500여 곳을 다녔다고 한다. 평생 여권조차 소지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커다란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가 자신이 발품팔아 다녔던 곳 중에서 ‘한번 가면 평생 잊지 못할’시골 마을들을 골라 그리움을 자극하고 아련한 기억을 불러올 장소로 선정하여 자신이 받은 감동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세계시골마을’에는 그렇게 해서 담긴 세계 각 나라의 서른여덟 곳 시골마을이 자연 풍광과 지나간 시간의 흔적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았다. 현대인이 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일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 ‘쉼과 힐링’과도 맥을 함께하는 시골마을이 주는 정서적 감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창조적인 사람들의 숨결이 가득한 예술 마을’, ‘치열한 삶의 흔적과 역사의 숨결이 배어 있는 문화 마을’, ‘옛것을 지키는 찬란한 아름다움 전통 마을’로 나누어 스위스의 생모리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매혹하는 지상 최대 헌책방 영국 헤이온와이, 블루와 화이트의 조화가 아름다운 튀니지의 시디부사이드, 소박한 어촌 쿠바의 코히마르 등 각기 특색 있는 마을들의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유난히 아름다운 자연을 품에 안고 있는 마을이든, 수 천 년의 시간동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는 마을이든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마을이든 어느 마을 가리지 않고 주인공들은 그곳에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알게 모르게 보여주는 얼굴의 모양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삶의 근원과 만나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와 희망이라는 부도 직전 약속어음에 자신을 맡기고 시간에 등 떠밀려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기가 아니면 죽일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발붙이고 살아가는 공간을 떠나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대로 자신을 이동시키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유원지 관광처럼 복잡하고 떠들썩한 여행이 아닌 바라보는 대상과 일치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는 공간에서 아주 낯선 시간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경험이 여행이라면 그러한 여행에서 한번 마주보면 평생 잊지 못할 그 무엇을 가슴에 담아오는 것 말이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기에는 한계는 있다. 자주 해외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같은 공간에서서 다른 감정을 느낄 것이기에 글로써 그들 나라의 다양한 특성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는 말이다. 현장감 있는 사진이 그나마 아쉬움을 덜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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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곁 - 김창균의 엽서 한장
김창균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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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뭘까? 자신이 아직은 청춘이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만만하게 볼 때와는 달리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과의 거리를 두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내 삶속으로 세상을 끌어들여오기에 몰두하며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에 자신을 맡긴 것이라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내 속도를 찾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속도와 내 속도에 차이를 두고 거리를 둠으로써 생긴 거리만큼의 여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바로 받아들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러다보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이 다시보이고 너무 가까워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달리 보이며 결국 자신 스스로를 돌아 볼 시간과 여유를 찾는 것이리라.

 

하여, 빈틈이 조금 생긴 그 속에 다시 세상과 사람들을 머물 수 있게 할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또는 주변 사람을 그 곁에 머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에서 머물며 찾아오는 시간과 함께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무엇일 것이다. 이 시간과 공간은 그동안 내 곁에 잠시 머물렀다 지나간 시간과 사람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으며 이제는 다가올 시간과 사람들을 바라볼 때 조금 달라진 눈으로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창균의 ‘넉넉한 곁’이라는 사색의 결과물 역시 이와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무엇들과의 소통이 세상 속도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에서 조금 벗어날 때 보이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기별, 풍경, 길이라는 주제로 엮어진 김창균의 일상 엿보기는 그래서 넉넉함이 묻어난다.

 

그리워할 대상이 많다. 그리움의 대상은 살아온 시간에 비례해서 커져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지나간 시간 속 그리움을 결국 기다림으로 현재진행형이다. 환한 가난, 오래된 결혼식 풍경, 욕망이 떠나간 자리, 미뤄 두는 저녁, 따뜻한 국물, 연어에게, 그리움, 그 가혹한 설렘, 졸업, 절망과 눈 맞추기, 가을, 서늘한 노래, 절정에서 죽다, 씨 없는 수박, 북창 여관, 야만에 불 지르고 싶은 저녁 등 자신의 곁에 잠시 머물렀던 시간들과 장소가 기억 속에 남아 이젠 그리움으로 더 지나기다림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150여 편이 넘는 짤막한 글들 속에는 그가 돌아본 일상에는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세상과 만나는 저자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으며 그 모습은 자신이 발 붙이고 사는 생활 근거지에 충실하고 있다. 그래서 일상의 모습과 벗들이나 풍경들이 보인다.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 속에서 살아가는지 말이다. 향토색이 묻어나는 글 들 속에 저자의 태생적 삶의 근원이 보이고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삶의 무게가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돌의 무게를 더해도 섬은 가라앉지 않듯이 우리들의 삶에 상처를 더해가도 그 삶은 큰 변화를 보여주지 않음도 안다. 그렇더라도 내 곁에 빈 공간을 남김으로 인해 고은 시인의 시처럼‘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처럼 인생의 내리막길에 접어든 나이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며 삶을 꽃피워 주는지를 알아가는 것, 이것이 내 곁에 넉넉한 공간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이 짧막한 엽서들이 바로 그러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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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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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돌아갈 고향 같은 것이다

삶이 각박해서일까? 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졌다. 다른 이들을 나두고서라도 나 스스로 시 한편 외울 줄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때 섬세함으로 세상과 자신을 보던 때 한편의 시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과 현실의 버거움을 달래기 위해 시 한 편을 외울 줄 알았다. 그러던 때가 그리 멀지 않음도 알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을 실감하는 지금 나에게는 외울 수 있는 시 한편 없다. 삭막한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분명하다.

 

시인들이 섬세한 가슴으로 세상과 스스로를 돌아보며 남긴 시가 왜 사람들에게 왜면 받게 된 것일까? 어쩜 시는 젊음을 대변하는지도 모른다. 달달할 것만 같았던 미래가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던 청춘시절에 자주 찾던 것이 시이기 때문이다. 내가 청춘을 보내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청춘들은 확실한 변한 시대를 살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며 모두가 경쟁자라는 압박이 존재하는 지금 청춘들에게 시는 사치일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를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전문어로 시를 해부하고 마치 그것이 시를 읽고 이해하는 방법의 전부인양 해대는 현실의 반증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런 세태를 벗어나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모임’이 그것이다.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문학을 전공하고 문학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이다. 이들이 시문학의 대중화와 창작 현장의 전파와 보존을 꿈꾸며 길을 나선 것이다. 그 결과로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에 이어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로 태어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이미 발간된 ‘그리운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의 시인을 , ‘추억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경상도 시인을 찾았던 가록이라면 이번 책 ‘사랑의 시, 여행에서 만나다’는 서울과 경기, 강원도에 뿌리를 둔 시인들을 찾아 나선 기록이다.

 

현국 현대 시인들의 시와 시인들의 삶 그리고 시문학 창작의 배경이 되었던 생가와 문학관들을 찾아가는 노정을 담았다. 서울의 오상순, 임화, 이상, 김수영 경기의 변영로, 홍사용, 조병화, 기형도 강원의 김동명, 이태극, 박인환, 이성선 등 총 열 두 명의 시인들에 대한 기록이다. 보통의 문학기행서와 형식은 비슷하지만 문학을 전공한 저자들의 글맛이 자신이 찾아간 시인들의 시와 적절하게 어울려 각기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시인의 시와 현장을 찾은 답사자들의 맛갈나는 글이 새로운 시 한편을 읽는 듯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시문학 현장답사를 떠났던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문학 전공자들이라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기존 시를 학문적으로 설명하려는 흔적이 보이기도 해서 아쉬움이 있다.

 

오상순, 임화, 이상, 김수영, 홍사용, 조병화, 박인환 등 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어쩜 익숙한 시인들이다. 시를 통해 시인들을 만나면서도 정작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인 알아보기는 등한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유에선지도 모르지만 시를 이해하는데 한계에 부딪치면 시와 멀어지게 되는 일이 일어났다. 지금 한 편의 시도 외우지 못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도 한몫 했을 것이다.

 

시인들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시인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하여 저자들은 시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과 그들의 문학이 꽃을 피웠던 장소를 찾아 이곳저곳을 찾아다닌다. 그 찾아가는 과정이 그냥 시인들의 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날그날 자신들의 섬세한 가슴으로 담긴 세상과 자연과의 만남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풍경을 담은 사진도 글맛과 더불어 독자들을 시문학으로 이끄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상과 자신을 보는 눈이 남달리 섬세하고 여린 것이 시인 아닐까 싶다. 이런 눈으로 세상을 보기에 벅찬 사람들도 일상을 떠난다는 것에서는 비슷한 눈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여행이다. 여행은 출발과 도착이 전부가 아니고 그 과정이 모두 여행인 것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그 여행의 과정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길에 가슴에 담은 시 한편 함께 한다면 각박한 세상에 살며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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