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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평점 :
그 산에 나도 있었다
주말이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도심 가까이 해발 1100미터가 넘는 산을 끼고 있는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는 그 산은 다양한 이유로 찾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하나의 고향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하여 그 산을 아끼는 사람들은 어머니의 산으로 불린다. 광주의 무등산이 그렇다. 한 지인은 이 산을 매주 오른다. 등산이 아니라 산책하듯 그렇게 매주 다니는 산에서 만나는 것은 무엇일까?
유난히 산이 많은 우리나라다. 길쭉한 한반도의 허리 같은 대간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산들이 사람들을 키워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산과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한 풍경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 산맥을 차례로 오른 사람이 있다. 이젠 전문 등산인이라 불러도 좋을 그 사람은 ‘미실’의 소설가 김별아다. 스스로 고백하듯 산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40여년이 훌쩍 지난 나이에 시작한 산과의 만남에서 작가가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아들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생과 학부모가 팀을 이뤄 시작한 백두대간 등반이 작가에게 남긴 긴 여운을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라는 산행기로 따라가 본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로 작가가 등반한 구간은 남쪽 지리산에서 휴전선 남단 진부령에 이르는 구간에 해당하는 산맥을 완주했다. 690킬로미터를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5시간 이상을 걷고 또 걷는 동안 만난 것이 자연을 이루는 나무와 풀, 눈과 비 그리고 이를 키워온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고, 땅에 붙어버린 듯 무거운 발을 이끌며 눈과 비를 맞고 그렇게 다닌 2년여 동안의 시간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이 산행에세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라고 한다. 이 책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은 그 후반부에 해당하는 시간을 담았다.
백두대간을 탄다는 것은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우선 본인의 마음가짐이 다르기에 산길에서 접하는 다양한 변화는 다른 시각과 마음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아들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었기에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순간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 산행기가 주는 또 다른 는 매력이 아닌가도 싶다.
온몸으로 온몸을 밀며 넘었던 몸의 기억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세상의 아픔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된 것이 백두대간의 완주는 오롯이 자신과의 대화로 채워진다. 평지형 인간으로 살아오는 동안 어쩌면 외면하고 있었던 자신과 직면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때 보는 자연의 모든 것이 다른 시각으로 들어오며 함께 한 사람들과의 소리 없는 대화가 힘을 북돋우는 응원이었다는 것을 깨달아 산을 내려와 평지로 돌아온 후의 일상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산이 준 것이 바로 이런 것이기에 주말이면 산을 찾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리라. 일상에서 놓치고 사는 자신과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모여서 말이다.
소설가 김별아의 눈과 가슴으로 담은 산행의 마음이 같은 문인들인 도종환, 안도현, 곽재구 등의 시와 만나는 부분에선 세상과 자신을 치유하는 공감의 절정에 이른다. 시를 읽는 하나의 방법이 이런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적절한 시와 작가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또한 소설가 김별아가 작품 속에 담아내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하는 개인적 관심사까지 알 수 있게 하는 에세이는 그래서 반가웠다. 한번쯤 기회를 만들어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을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