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문양
임영주 지음 / 대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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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 속에 피어나는 인간의 마음

우리의 선조들이 만들어 온 그림을 포함한 예술작품을 보면 수많은 상징을 포함하고 있다. 입신양명, 부귀영화, 장수 등을 자연의 동식물에 담아 표현하거나 나름대로의 독특한 상징을 나타내는 모양을 만들어 표현하기도 했다. 현대인들도 익히 아는 십장생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상징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예술작품을 대하다 보면 예술가가 의도하는 바를 다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점은 예술작품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종교적인 공간이지만 상징적인 세계를 잘 보여주는 곳이 사찰이다. 사찰은 자신의 종교적 이상과 교리를 대단히 많은 상징물로 나타내고 이를 재현해 놓고 있다. 무심히 지나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본다면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징화된 표식이나 무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징들은 어느 한 순간 만들어진 경우가 아니라 수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하나 둘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시대적 산물이기에 인류의 역사와도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민족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 이러한 상징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또한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책이 바로 ‘한국의 전통문양’이라는 책이다.

 

‘한국의 전통문양’에는 고도로 상징화된 문양의 뜻과 그것들의 생성배경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역사가 시작된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만들어져 온 갖가지 문양을 내용과 종류별로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소개하였다. 이 책에 수록된 상징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그게 자연의 동식물에서 유래한 새와 동물 그리고 꽃과 곤충을 비롯하여 길상문자로부터 십장생에 이르기까지 각각에 해당하는 문양의 종류를 세분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의지를 기록할만한 수단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연의 모습을 기록하거나 사람들의 삶 속에서 중요한 의식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온 것이 그림이다. 이러한 그림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또한 문명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자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이러한 상징성을 다모하게 되었다고 보인다. 이는 사람들의 예술과 관련된 활동 뿐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희노애락을 지향하고 있어 인간의 정신사에 미친 영향을 지대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가까운 역사인 조선시대 활동했던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동물과 식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림에 표현된 이러한 동식물을 보이는 대로만 볼 때와 그 동식물이 간직하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볼 때 그림은 확연하게 달라져 보인다. 과거에 급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거나 기로연에 쓰인 병풍 속에 표현된 동식물들 역시 그것들이 상징하는 고유의 의미가 있다는 점을 알고 볼 때 쓰임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상징들을 이해할 때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상징들이 나타난 부분에는 그림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학문 활동에서 필요한 도구인 도자, 필통, 연적, 제기, 거울, 가구, 그릇, 장신구 등에서도 그 면모를 살필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양이 담고 있는 상징성을 이해하고 감상하기 위한 지름길로 옛 미술품을 가까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옛 미술품을 가까이 한다는 것은 열린 마음으로 옛 미술품에 주목하고 살피며 눈과 마음 그리고 생각 모두를 통해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미술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 뿐 아니라 그 미술품이 만들어진 시대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마음과도 연관되어 있으며 곧 이는 조상들의 심성을 이해하는 길과 통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문양에 대한 이해는 과거를 아는 것에서 현재 우리들의 삶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고 나아가 미래 우리들의 삶까지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연결고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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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 : 세기말의 보헤미안 - 새롭게 만나는 아르누보의 정수
장우진 지음 / 미술문화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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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사랑했던 보헤미안 - 무하

어디선가 본 듯한데 어떤 사람의 작품인지 도무지 모를 때가 있다. 그림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기에 알 수 있는 화가가 그리 많지 않지만 친숙한 느낌을 주는 그림을 대할 때면 마치 작가에 대해 알고 있는 듯 한 기분이 들곤 한다. 어디선가 본 그림이고 그때의 느낌이 아직 남아 있어 그러한 착각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서양미술의 경우 기억하기 힘든 화가들의 이름이라 더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은 서양화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면서 우리 그림보다 서양화에서 더 친근함을 느낀다면 어딘가 모르게 어긋난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는 서양화 중심의 학교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특수성이라고 보면 대개는 맞는 말일 것이다.

 

화가로써 성공하여 자신이 살던 시대에 부와 명예를 누린 화가들이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화가들이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말았다. 부와 명예를 얻은 화가나 가난에 찌들어 겨우 겨우 작품 활동을 이어갔던 화가나 그들에 대한 평가는 화가가 죽은 후에 보다 냉정하게 이뤄진다.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주목받고 있는 화가들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그들이 남긴 작품이 변한 시대 상황에 의해 재조명 되거나 작가가 미술사에 미친 영향으로 이후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그것이다. 또한 당대에 누구보다 빛난 활동을 펼쳤지만 시대가 변하며 사라졌다가 현대에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 화가도 있다.

 

세기말의 보헤미안이라 칭하는 ‘알폰스 마리아 무하’(1860 - 1939)가 그런류의 화가 중 한사람이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많은 화가들 중에서 무하는 이름만으로는 참으로 낯선 화가다. 미술문화에서 발행한 이 책 ‘무하’는 그런 ‘무하’에 대해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새로운 예술을 뜻하는 아르누보 예술의 대표주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체코가 고향이지만 주유한 활동 무대는 프랑스 파리였고 이후 미국에서 활동하다 고국으로 돌아갔다.

 

‘무하’의 주요한 작품 범위는 책의 삽화, 잡지 표지, 우편엽서, 달력, 포스터, 광고 등을 넘어 장식패널, 극장의 무대와 의상, 일러스트, 벽화, 건축, 스테인드글라스, 보석디자인, 조각, 초상화 등 실로 다양한 범위에 걸쳐있다. 이는 전통적인 화가의 작품에서 일정정도 벗어난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무하’가 활동하던 당대에 화가라는 이름보다 ‘장식미술가’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무하’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통된 이미지는 ‘매혹적인 여인과 화려한 장식의 상징성’이 아닌가 한다. 당시 일반적인 흐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미술 분야의 개척자로 변화하는 시대를 적극적으로 살아간 활동으로 주목받았던 것이다. 현대에 들어 ‘무하’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광고를 비롯한 상업미술의 획기적인 변화에 기인한 바도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이 책은 그러한 ‘무하’를 이해하기 위해 19세기 유럽의 상황을 자세하게 살피고 있다. 특히 파리 만국박람회가 열리는 등 산업사회의 발달에 이은 화려가게 꽃을 피운 도시문명에 의해 형성된 분위기를 살필 수 있다. 이는 당시 미술활동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면 그 한가운데 ‘무하’가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시대적 상황을 살피면서 무하의 일생을 따라가는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무하’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무하’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으며 그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어 한발 더 ‘무하’에게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하’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특히 주목해야할 작품이 ‘슬라브 서사시’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무하’의 예술정신의 근간이 되었던 고향 체코에 대한 그리움과 슬라브 민족을 위한 거대한 헌사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체코로 돌아와 시작된 이 작품은 18여 년 동안에 걸쳐 완성된 대작으로 슬라브 민족의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변혁의 단계를 20개의 장면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28년 조국에 기증되었다. ‘무하’의 작품을 대할 때 잊지 말아야할 것이 바로 조국을 생각하는 ‘무하’의 이러한 가치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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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수업 - 나이에 지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사는 법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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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다 통하는 모법답안은 없다

중년이후 노후생활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의료수준의 발달과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후반기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관심은 당연한 것이다. 이는 중년의 나이에 들어선 사람이나 이미 사회적으로 은퇴하고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람의 관심사나 자신의 조건에 의해 구체적인 방법은 다를지라도 모두가 후반기 삶에 대해 염려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 고민한다.

 

하지만, 막상 삶의 후반기에 들어선 사람들은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막막해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늘 염려하면서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염려하면서도 준비하지 못하여 막상 닥친 현실에서 막막해 하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주요한 이유로 당면한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와 나이 먹어간다는 것에 대한 시각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 책 ‘중년수업’에서 주목하는 것은 중년이라는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이후 삶의 후반기를

맞이할 것인가에 있어 보인다. 중년이란 신체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청년기와 삶의 후반기의 중간에 끼어 있는 시간이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올랐지만 신체적 활동도 느슨해지고 다가오는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하며 염려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러한 중년은 중간에 끼어 있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는 애매한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무엇을 시작하기도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할수만도 없는 애매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중년들에게 이제부터 진짜 재미있는 인생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당사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어 한다.

 

이 책이 전하고 싶은 희망이란 무엇일까? 즐겁지 않으면 어찌 인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라는 도전적 주제를 제시하는 ‘나이를 즐기기 위한 9가지’, 멋을 지닌 사람은 나이를 초월한다는 ‘멋있게 나이 들기 위한 7가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라는 ‘걱정을 없애기 위한 6가지’,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서는 인간관계에 주목하는 ‘혼자의 아름다움을 위한 9가지’, 오랫동안 남의 것이었던 시간을 내 것으로 되찾아오기의 ‘지금을 갖기 위한 10가지’, 아름답게 떠나는 법을 알아야 삶이 더욱 빛난다는 ‘집착을 버리기 위한 6가지’ 등 여섯 가지의 테마를 가지고 중년에 대한 시각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제목에서 예측할 수 있는 내용들은 어쩌면 중년들 모두 한번쯤 생각해봤을만한 이야기들일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로 당면한 문제가 아닐 때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점이 중년 이후 삶의 후반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주장하는 중년을 올바로 보내는 방법은 중년에게는 꼭 염두에 두어야 할 핵심적인 문제들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전해주고 있다고 보인다.

 

“우리가 믿고 있는 상식 중에 아주 잘못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외모도 따라 늙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그대로 믿은 나머지 ‘그래, 이 정도면 됐지. 이 나이에 뭘 더 바래?’ 하고 체념하다 보니 순식간에 몸도 마음도 늙어 버리는 것이다. ‘믿는 대로 된다’라는 말은 나이와 외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양한 이야기가 준비된 이 책에서 핵심은 결국 '나이'에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는 전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나이에 대한 허상을 버리자는 것이다. 생물학적인 시각에서 보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육체적인 힘을 소모하고 난 후 맞이하는 힘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 뻔하다. 그렇기에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자기만족적인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그렇게 인식하고 그에 적절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인가의 수명은 늘어난다. 늘어난 수명은 그만큼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말이다. 앞 만보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이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두고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 그 누구의 시각이나 사회적 관념에 눈치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내 인생도 나름 즐거운 인생이었어!” 라고 삶을 마무리 할 수 있으려면 삶의 중심에 ‘나’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도 다 통하는 모법답안은 없다. 이 ‘나’가 즐거운 인생을 꾸려가는 주체이기에 우선 자신이 즐겁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일을 하기위해 준비되어야 할 조건들에 주목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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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맨발의 디바 - 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
이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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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솔직한 열정으로 무장된 강함을 본다

강하다. 솔직하다. 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이렇다면 어떤 사람일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성을 쌓아 그 속에서만 굳건한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가 갖는 속성은 한정된 정보에 의해 지극히 단편적인 면에 부가된 이미지라는 것이 그 사람에 대해 구체적인 만남을 하게 되면 금방 드러난다. 이렇듯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일정정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특정한 이미지가 형성된다. 그 이미지가 그 사람을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개인적인 생활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미지란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대중 속에서 그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 살아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대중가수나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이 대중과 만나는 내용의 중심에서 형성된 것이기도 하기에 이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수많은 대중예술가들이 언론이나 대중들의 눈을 의식하고 때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의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대중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 중에 유독 강한 이미지를 보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가수 이은미가 그 사람이다. 가수 이은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지 이제 20년이 훌쩍 넘어선 사람이다. 그가 그동안 자신과 언론, 대중들과의 만남에서 형성된 대중이미지에 대해 속내를 드러내는 자기고백적 성격의 책을 발간했다. ‘이은미, 맨발의 디바’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은미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가 맨발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콘서트로 유명하다. 그 뿐만 아니라 언론에 비치는 이은미의 모습은 너무도 솔직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그 영향으로 자신에게 올지도 모르는 후폭풍에는 관심이 없다. 무엇이 가수 이은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이 책은 가수 이은미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20여 년 동안 노래하는 사람으로 대중과 만나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명실상부 한국의 가수로써 우뚝 선 사람이다. 무대에서 그리고 무대를 내려와 일상에서 가수 이은미를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어 가수 이은미의 팬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흥미 있을만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음악과 더불어 일생을 살아온 이은미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부터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온 지난 삶에 대한 회고가 가수 이은미에 대해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내용들로 꾸며져 있다.

 

“음악은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즐기는 것이다.”

“나보다 잘할 수는 있어도 나처럼 할 수는 없다.”

 

이은미의 음악에 대한 자기고백이다. 어떤 선입감을 가지고 대한다면 편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말들이지만 이은미의 음악과 삶을 알게 된 이후 그 말이 가지는 의미와 이은미에게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알게 된다면 그 무게감이 이은미를 표현하는 말로 적당한 말이 아닌가 싶다. 가수든 배우든 대중과의 교감을 생명으로 한다. 대중의 관심사가 무한정 넓기에 이 대중과의 교감을 생명으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 대중과의 교감에 무엇으로 다가갈 것인가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은미는 솔직하게 다가가고자 한다. 이때 대중들로부터 얻게 되는 편견은 문제가 아니다. 진정성이 담긴 솔직한 표현은 대중의 속내와도 통한다는 것을 이은미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이은미는 가수로써 프로를 이야기한다. 프로는 프로만의 마인드가 있다. 이 프로로써의 마인드를 지키고 살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이는 이제 연예인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나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요구되는 삶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어떤 형태로든 대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은미의 자세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중가수로써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한다는 말에 주목한다.

 

음악과의 우연한 만남, 노래하는 사람으로서의 운명의 시작, 노래하는 동안 시련과 도전, 아픔과 눈물, 환희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이은미를 만들었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서 우뚝 선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온 셈이다. 20여년을 무대 위에서 살아온 가수 이은미의 남은 삶이 무대 위에서 자신의 솔직함을 대중과 나누는 가수의 모습을 오랫동안 만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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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처럼 생각하라 -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아르네 네스.존 시드 외 지음, 이한중 옮김, 데일런 퓨 삽화 / 소동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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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 인간의 욕심을 내려놓기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었던 경험이 있다. 산기슭으로 난 그 길에서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예쁜 야생화도 보고 새로운 잎이 나서 짙은 녹음으로 우거지고 다시 낙엽이 되는 과정을 본 것이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매번 길을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같은 곳이지만 매번 달리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시간이 변하면서 숲이 변해가는 것이 일차적인 이유가 될 것이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차츰차츰 그 길에 익숙해지면서 지난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어디쯤 가면 무엇이 있고 지금쯤 어떤 모습으로 변해고 있을까 하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길이 되었던 것이다. 수년전에 숲해설가 교육을 받으며 내가 사는 도시의 근교에 있는 산이며 들판,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핀 적이 있다. 그때도 느끼지 못했던 자연과 동화되는 속에서 얻는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지난여름 이사를 하고 정착하기 시작한 시골 마을 가까운 곳에 저수지가 있다. 그 저수지 위로 제법 깊은 계곡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라 새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한다. 눈앞에 펼쳐진 야산의 나무와 숲이 주는 청량감, 밤하늘에 걸린 달과 별을 보는 맛,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실감하는 일상생활 등 이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다. 내게 이러한 행복과 즐거움을 준 것은 무엇일까? 그 일차적 요인은 자연이다. 하지만, 그 자연은 나와 떨어져 내가 바라봐야 하는 대상으로써의 자연이 아니다. 마음속에서 자연을 투자의 가치나 물신성을 앞세우고 대할 때와는 분명하게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장녀과 인간이 공존하며 위기에 처한 자연과 인류의 운명에 대한 구체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하는 단체가 있다.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산처럼 생각하라’는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는 단체로 ‘만물협의회’가 그 단체이다. ‘만물협의회’는 심층생태학의 창시자인 아르네 네스를 비롯한 존 시드, 조애나 메이시, 팻 플레밍 등이 단체를 구성하여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있다. 활동의 중심적인 내용은 열대우림 보호운동, 평화와 여성운동, 환경운동 등이며 이러한 운동은 곧 생명운동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생명운동은 자연과 그 자연을 구성하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같이 생명의 소중함으로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운동이라 생각된다.

 

만물협의회가 지향하는 운동의 내용을 따라가기 위해 이 책은 그 기본적인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적 생존법으로 안내하는 제1부 ‘산처럼 생각하기’와 제2부 ‘땅이 우는 소리 듣기’ 그리고 만물협의회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는 제3부 ‘만물협의회:공존의 방법’을 구성되어 있다.

 

1, 2부의 중심 내용이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기본적 시각을 바꾸는 내용과 더불어 자연과 인간, 그리고 다른 생명체와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올바른지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의 규정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시애틀 추장의 연설’이 아닌가 한다. 생명운동과 관련된 권위 있는 글들을 한 곳에 모아두고 관련된 운동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독자들에게 위기에 직면한 지구의 운명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로 가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부록 - ‘워크숍 사례 두 가지’는 환경운동이나 생명존중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고할만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맞은 봄이다. 봄 햇살이 따스함을 전하는 어느 날 지난 해 걸었던 그 길에 서서 평화로움을 전해주는 이웃들과 인사 나눌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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