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도종환 지음, 이철수 그림 / 한겨레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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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고통이 지난 후 만나는 지극한 아름다움

자기 고백은 언제나 고독하다.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기 때문에 자기고백은 그 세상과 일대일로 맞서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하여, 이런 고독한 순간을 마주하는 사람은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온 시간과의 마주함이다. 이 마주함은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을 기반으로 삼고 세상 속에서 이룬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를 두루두루 살피게 된다. 자신과의 만남과 사람들 사이 관계는 솔직함과 진실함이 무기가 된다. 솔직함과 진실함은 때론 무겁게 다가온다. 그 무거움은 자기고백을 하는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진중함에서 기인하기에 이를 대하는 사람에게 전염되어 함께 내면의 성찰로 이끌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기고백으로 만나는 사람은 도종환이다. 대학시절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와 영화로 만났던 사람이다. 아내를 잃은 절절한 사부곡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그로인해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열정적인 선생님,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 암울한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던 사람, 신념을 지키기 위해 투옥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던 교육운동가 등으로 알려지면서부터 더욱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길을 걸었던 사람에게 대중들의 눈에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산골에 거처를 마련하고서 자기 안에 숨 쉬던 생명의 기운으로 다시금 대중과 소통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자기고백을 담은 고백서이면서 내면과 직면한 성찰의 결과를 가지고 대중들 사이로 길을 나섰다.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라는 책이 그것이다. 충북 보은 땅에 마련한 황토 집에서 지난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되짚어본 자전적 이야기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성장기, 학교생활과 가난으로 어쩔 수없이 선택한 대학에서의 생활, 교단에서 선생님으로 학생들과 생활하며 느낀 아픈 현실 그리고 교육현실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자 열정적으로 달려갔던 전교조 활동 등 가난과 외로움과 좌절과 절망과 방황과 소외와 고난과 눈물과 고통과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한 문학, 문학 속에서 자신을 가꾸어 오며 겪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 얻은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는 성장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 시의 꽃밭’과 순수한 열정과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는 청년기의 ‘접시꽃 당신’, 전교조 활동의 시기를 담은 ‘쇠창살에 이마를 대고’, 출옥 후 현실과 자신의 삶이 중심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와 지금 현재의 속내를 내비치는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등 시간이 흘러가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저자의 이야기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느낄 줄 모르면 그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아름다움 이상으로 끌어올려 아름다워진 마음을 선한 마음으로 바꿀 줄 알 때 사랑은 더욱 깊어집니다. 텅 비워 청정해진 공간에 선함과 다디단 향기가 채우는 진공묘유의 봄기운. 거기서 비로소 공즉색(空卽色)입니다.”

 

‘접시꽃 당신’이라는 영화를 보며 눈시울을 적셨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어 접시꽃만 보면 자연스럽게 도종환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그러나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로 다신 만난 도종환은 세상과 사람을 보는 따스한 눈길에서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온기로 다가왔다. 우리 말이 아니 사람들의 마음속에 담긴 따스함이 이렇게도 아름답고 좋을 수도 있구나 싶은 마음에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했던 책이다.

 

하지만,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를 대하는 오늘 그를 미처 알지 못한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지극한 아름다움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일으켜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 바탕에는 극한 어려움과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지낸 후에서야 비롯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도종환이 걸어온 길은 비록 많은 사람들의 일상 그것과 구체적 모습은 다르지만 마음 속 깊은 생채기를 남기는 현실의 고통을 그대로 담고 있으므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희망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리라.

 

인생의 시간대에서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는 어디쯤일까? 정오를 지난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의 막바지는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이 있다는 것이기에 그 남은 시간을 살아갈 무엇인가를 가진 시기가 분명하다. 그 남은 시간 무엇으로 채워갈지 오직 자신 스스로에게 달렸을 것이다. 그 시간동안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로 만날 수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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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여행법 - 소설을 사랑하기에 그곳으로 떠나다
함정임 글.사진 / 예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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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소설 속 문학기행

‘문학기행’, 이 떠남은 언제나 상상과 현실이 만나는 시공간이다. 더 이상 상상으로는 멈추지 못하는 내적 기운에 등 떠밀려 떠나는 것이 ‘문학기행’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손에 드는 순간부터 제목과 더불어 내용 하나하나가 무수한 상상을 불러온다. 그 상상이 내가 살아가는 현실의 벽에 부딪칠 때마다 사람의 삶은 무게를 더해간다. 그 무게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지점에 와서 할 수 있는 것이 문학기행이라 이름 붙여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게 그런 곳이 있었다. 청년시절 내 온 머리와 가슴을 지배했던 생각에서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었을 때 다가온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무대를 찾아가는 일이 더디기만 했다. 일 년이면 몇 번씩이나 정기적으로 지나가는 길목에 자리한 벌교에 문학관이 들어서고 나서이니 오래 걸려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시골 촌놈이 읍내라도 구경 하려면 반드시 들렸던 곳이고 그래서 나름 익숙한 곳이지만 ‘태백산맥’의 원고지 숫자만큼이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온전한 발걸음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멀지도 않은 곳이지만 더딘 발걸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도 있었을까? 아직 그 이유를 찾지 못하지만 이제는 굳이 그 이유를 찾을 이유도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늘 떠난다고 한다. 소설을 사랑하고 소설이 탄생한 그곳으로 떠나는 것을 사명처럼 여기는 사람처럼 보인다. 마치 구도자가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듯 그렇게 떠남 자체가 곧 소설을 사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소설가의 여행법’의 저자 함정임이 그 사람이다. 소설과는 친밀도가 그리 높지 못한 일상이기에 저자가 '떠남'에 어떤 무게를 담고 있는 것인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것은 지극히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창작의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특별한 시각에 관심이 많다. 시인이나 화가의 눈이 특별해 보이는 것도 같은 시공간에 있었지만 보통의 사람들과는 분명하게 다른 것을 보고 느끼며 결국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나타내게 하는 것일까? 책을 통해 세안과 만난다고 늘 상 말하면서도 그 책이라는 범주 안에 소설은 그렇게 많이 자리 잡지 못했다. 특별한 기회를 통해 문학 그것도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세상 속에 태어난 작품들을 만나면서 소설 속에 있는 사람들과 만남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그렇다. 소설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보다는 그 사람의 유형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이제 소설을 사랑하는 소설가 함정임의 발걸음을 따라 떠남을 시도해 본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 떠남이라는 것이 ‘물리적인 거리와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저자가 떠나는 그 길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 책에는 ‘보이지 않는’, ‘말테의 수기’, ‘그리스인 조르바’, ‘더블린 사람들’, ‘적과 흑’, ‘아웃 오브 아프리카’, ‘가든파티’, ‘고령화 가족’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등 60여권의 소설이 등장한다. 저자가 관심 있게 보았던 책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 소설의 무대가 되었던 장소를 찾아 나선 것이다. 뉴욕, 프랑스, 독일,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걸쳐 저자의 발걸음이 머물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니 소설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확인하는 소설가의 마음이 얼마나 클까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저자의 여행길에는 소설이 함께하기에 여행의 목적중 하나인 낯설음에 대한 느낌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가슴을 울렸던 소설이 늘 손에 들려 있고 가슴에 남아 있는 그 느낌이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에 어떻게든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느낌은 저자의 특별한 눈에 늘 포착되고 독자들의 마음으로 전달된다.

 

“소설은 스토리가 전부가 아니다. 작품에는 작가 고유의 문장이 있고, 채취가 있다.”

“소설은 이야기이되 곧이곧대로 사실이기보다 어느 부분 ‘과장하면서 덧댄 이야기’, 즉 ‘꾸며낸 이야기’로 인식하는데, 과장인 줄 뻔히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주는 단계에까지 이르면 환상이 솟아나게 마련이다.”

 

소설을 사랑하고 소설가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저자나 독자가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 속에서 만들어지는 ‘환상’에 주목하는 저자는 특별한 소설 속 장소에서 그 환상이 ‘현현’하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현’하는 느낌은 저자의 자기만족을 넘어서 독자와 함께 공감하고 싶어 한다. 눈길이 머물렀던 장소의 사진들은 때론 상상의 한계를 현실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덤으로 얻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모든 여행은 자기만족이기에 삶과도 닮았다. 저자가 소설 속 그 특별한 장소를 찾는 것 역시 자기만족일 것이며 그 속에서 찾아낸 것은 사람들의 삶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속에서 얻은 교훈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담아내고 있는 이 특별한 문학기행기를 읽고 있는 독자들도 자기만족으로 그 소설 속 주인공과 특별한 장소와 만남이 가능해 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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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 - 몸에 관한 詩적 몽상
김경주 지음, 전소연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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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 대한 기막힌 시각이 돋보인다

한 때, 사람구경이 나에게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적이 있다. 번잡한 도심의 모퉁이에 자리 잡고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느낌을 받곤 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 멈추곤 했던 기억이 살아난다. 사람의 몸은 다양한 은유를 담고 있다. 그 은유는 쉽게 전해지기도 하지만 도통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내 몸이 전하고 싶은 간절함을 알지 못하는 순간 외딴 섬에 홀로 버려진 고독을 느낀다. 이러한 느낌은 청춘시절을 보내는 동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월을 함께 하는 동안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 사회적 관계가 사람들을 가두는 일에 스스로 익숙해지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에 벌어지는 감정의 단절을 느낄 때도 함께 한다.

 

몸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의 몸을 생물학적 가치로만 생각할 때 알 수 없는 무엇이 분명 있다. 사람의 몸에 대한 규정이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가치에 의해 담고 있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접할 때 보다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경주의 ‘밀어’는 도발적인 표현들로 가득한 책이다. 몸을 생물학적 시각을 넘어 사회문화적 가치의 변화에 의한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몸이 지닌 의미를 은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대단한 인내와 당혹감을 주기도 한다. 은유는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에겐 신선함으로 다가서지만 사고의 범위를 넘어서면 고역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러한 느낌은 때론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 자기 인식에 대한 통찰의 시각까지 전해주기에 저자의 몸에 대한 인문학적 해석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우리들의 몸에 대한 통합적 시각이 아니라 개별화된 각 부위에 대한 깊고 자세한 관찰에서 출발하고 있어 보인다. 특정 부위를 지칭하는 말이 주는 어감이나 그 어원을 따라가는 것이나 상징성에 주목하여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 눈시울, 가슴골, 귓불, 솜털, 뺨, 입술, 쇄골, 유두, 항문, 불알, 복사뼈 등 마흔여섯 가지 우리 몸의 부분들을 깊이 응시하고 있다. 때론 그 시각에는 관능적이고 은밀함마저 보인다. 이러한 신체부위에 대한 저자의 탐구는 눈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철학, 언어학, 역사학, 민속학, 생물학, 의학, 운기학 등 인문적 고찰로 그 범위가 무한정 확장된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시각이라 당혹감마저 일으킨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글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사진을 함께 담고 있어 저자의 시각이 특정한 신체 부위를 바라보는 느낌을 비슷하게나마 경험할 수 있다. 한 여인의 몸의 다양한 부분을 담은 사진은 아름다움을 넘어 저자의 시각과 어울린다. 만약 사진이 없었다면 훨씬 어렵게 읽히게 될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사진이 주는 시각적 이미지가 저자의 글과 어울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목선은 “잠자는 육신을 공중으로 데려갈 때 필요한 선”, 핏줄은 고독해서 몸속으로 숨어버린 살, “아직 발견되지 못한 채 물속 깊이 떠다니는 슬픈 대륙의 이미지”, 손가락은 “다른 문으로 가는 현기증”, 눈망울은 “몸속의 천문대”, 가슴골은 “육체 안에 감추어진 다락의 색”, 젖무덤은 “울렁증의 처녀림”, 머리카락은 “인체에 숨어 사는 풍경”으로 표현하고 있다. 깊은 사고와 성찰을 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시 읽어가는 동안 안개가 걷히듯 살며시 드러내는 그 의미를 알게 될 때 비로써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매력이 이 부분에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 김경주의 전작을 접하지 못했다. 이는 그에 대한 선입감이나 편견 같은 정보가 없다는 말이다. 하여, 이 밀어에서 전해주는 이미지가 저자를 알게 하는 정보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정보로는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의 시집 “시차의 눈을 달랜다”에 대한 흥미로움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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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나무수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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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마음을 품는 도시, 런던

내가 사는 도시에는 디자인 비엔날레가 개최된다. 광주비엔날레라는 명칭으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20005년 이후부터 격년제로 홀수 년에 열린다. 사회 전반에서 디자인이 주목되면서 지방의 디자인산업을 진흥시키고 세계의 디자인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련된 행사라고 한다. 그에 따라 도시 곳곳에는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도시의 미관을 새롭게 꾸미기도하고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기본적으로 그 취지와 목적을 공감하고 환영하면서도 중요한 무엇인가가 빠진 듯 허전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은 거리에 설치되는 작품들을 대할 때가 그렇다. 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의 문화적 전통과 어우러지면서도 디자인적 감각이 살아있는 독특한 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더없이 환영받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자. 사람과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설치작품을 기대하는 것과는 다소 동떨어진 작품이 어색하게 사람의 발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디자인 산업의 육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성일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환경은 분명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의해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무분별한 계획이나 도시환경개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헐리는 건물이나 새롭게 조성되는 단지의 모습이 사람들의 감성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기를 바란다면 무리일까?

 

 

그런 의미에서 ‘런던 디자인 산책’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여러 해 동안 문화상품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 김지원이 영국 런던에서 공부하면서 실제 경험한 런던이라는 도시 속에서 발견되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에게 런던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는 런던이라는 도시가 갖는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보인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런던은 ‘수많은 인종들이 어울려 살아가며 다채로운 빛깔로 소통’하고 있기에 여전히 역동적이고 생기에 넘치는 도시라고 한다. 저자에게 그런 인상을 심어준 런던의 구체적인 모습을 찾아보고 있다.

 

 

‘오래된 유산과 현대적인 감각을 조화시키고 인간의 행복과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저자가 독자들을 이끄는 장소로 따라가 본다. ‘헨리 벡이 디자인한 런던 지하철의 노선도’, ‘100년을 훌쩍 넘긴 우체통’,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으로 바뀌어 사랑받는 화력발전소’, ‘버려진 그릇의 변신’ 등 런던 사람들이 문화유산을 어떻게 현대적인 가치와 연결시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디자인은 눈으로 보고 실제 생활에서 체험하면서 느끼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은 런던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저자의 눈에 담겼던 모습들이 생생하게 사진으로 담겨 독자와 같이 호흡하고 있기 때문이다. ‘잿빛 도시의 일상을 컬러풀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런던 디자인이다.’라고 정의하는 저자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며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도 사람들의 일상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도시이기를 꿈꿔본다.

 

 

‘장인 정신의 진정한 가치는 훌륭한 기술이나 디자인보다 좋은 마음을 품는 것에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기에 좋고 쓰기에 편리한 것만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좋은 마음을 품는 것의 의미가 살아있을 것이다. 좋은 마음은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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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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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과 괴로움은 한 나무의 다른 가지다

책을 읽다보면 누군가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그 사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사람 사귐이 깊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경험은 책이나 저자가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나 그의 작품이 아니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사람과 사람을 매개하고 그 사이의 사귐의 깊이와 넓이에 의미 있는 작용을 하게 된다. 이는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 공유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능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선 듯 책을 권하기가 주저되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서 비롯된다. 저자와 책 그리고 독자의 사이를 넘어선 또 다른 관계가 형성되며 그 관계를 그래서 책임이 따르게 된다.

 

내게 그런 경험을 가져다준 책이 있다. 그중 하나가 강신주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듯 철학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의미 있고 긍정적인 영향력과 이를 문학 장르와 결합하여 독자와 만나고자 하는 시도가 너무나 반가웠다. 문학 장르 중에서 시라고 하면 더욱 의미 있게 생각되는 것이 시인이 가지는 독특한 감수성이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만나게 될 때 우리의 삶은 한층 여유롭고 넉넉하며 살아갈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그렇다. 물론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얼마나 객관성을 얻을 수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 철학자 강신주의 적극적인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차에 그의 출간은 매우 기대되는 경우였다. 인문학이 사람의 일상생활과 떨어져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그로인해 인문학의 본래 출발점에서 벗어나게 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한 사람으로 그가 벌이는 활발한 대중 강연은 반가운 것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의 제약으로 인해 그의 강연에 참여하기란 어려운 문제이기에 그의 책이 출간된다는 것이 반가운 것이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이후 시와 철학의 절묘한 어울러 짐에서 깊은 사색의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경험이 후속작을 기다린 이유가 될 것이다. 이 책이 바로 전작에 이어 발간된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이다.

 

‘즐거움’과 ‘괴로움’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살아가면서 이 둘 사이가 아주 동떨어진 개념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는 일상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에서 얻은 교훈이다. 깊은 사색과 자기 성찰의 시간은 보낸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철학적인 시각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랑, 돈, 여성, 그리스도, 타자, 자유, 역사, 대중문화, 글쓰기, 감각, 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시와 철학 그리고 사람이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여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간과하지 말아야할 주제들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에 언급된 14명의 시인과 철학자들이 저자의 철학적 사고의 범주에서 절묘한 만남을 한다. 인문학의 중심이 사람이듯 당연히 철학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시의 정신을 ‘자유정신’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 자유정신은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철학이 인간의 이러한 자유정신에 대해 멀리 보는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기에 이와 철학 그리고 사람은 이 ‘자유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공유된 자유정신은 인간의 삶의 질을 한층 높이는 부분으로 작용하며 그렇지 못한 환경을 바꾸거나 스스로 자유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자기조건을 확보하려는 것이 바로 사람의 삶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철학과 시가 같은 맥락에서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철학자인 저자가 시에 주목하고 시를 통해 철학의 근본 문제에 인간의 삶을 있는 것이라고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상대적인 세상이다. 이 상대적인 개념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세상에 많은 문제들은 상대성을 무시하거나 잃어버리고 살아가면서 발생한다. 사랑도 그 안에는 나와 타자가 공존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나와 타자의 개념은 나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과 그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써 ‘자유’라고 하는 가치에 의한 타자와의 성숙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다. 시인과 철학자의 눈 그리고 독자의 눈이 같은 연속선상의 흐름 속에 존재함을 알게 하는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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