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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ㅣ 홍신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사회적 존재로써 개인의 가치는 무엇일까
같은 저자의 작품을 번역자가 다른 작품으로 디시 읽게 되는 일이 있다. 문학작품과 그리 친하지 못한 독자로써 이런 경험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미 읽어 줄거리를 알고 있기에 내용의 전개보다는 구체적이고 미세한 번역자 사이의 차이를 발견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경우가 되었다. 그 미묘한 차이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음도 느낀다.
나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백’이다. 안정효의 번역으로 문학사상사에서 발행한 책과 최호의 변역인 홍신문화사 발간 본으로 다시 접하게 된 것이다.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깊이가 일천하기에 두 번역가의 차이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미 접했던 작품을 다시 보는 기회를 갖었다는 점에 무게 중심을 두고자 한다.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사실과 부엔디아 일족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깊은가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 수탈 역사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친숙하지 못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년 생)는 콜롬비아 출생으로 12남매의 장남, 외조모부와의 어린 시절, 법학을 공부했지만 콜롬비아, 프랑스, 베네수엘라, 미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쿠바혁명 이후 쿠바로 가서 통신사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창작 활동을 한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플로베르, 스탕달, 발자크 등의 작가를 좋아했던 저자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작가로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던 삶을 살았던 저자의 주요 작품으로는 ‘신고 된 사망자 연대기’(1981), ‘백 년 동안의 고독’(1982), ‘사랑과 또 다른 악마들에 관하여’(1995) 등이 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부엔디아 일족이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 가는가가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사촌 여동생 우르슬라의 근친상간으로 시작된 이 일족의 이야기는 남미의 숲속에서 ‘마콘도’라는 마을을 형성하고 이 마을을 중심으로 넘나드는 집시로부터 외부 문명을 받아들이며 변화의 흐름 속으로 밀려간다. 순수했던 원시마을이 외부의 물질문명에 의해 도시화되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마콘도와 사람들의 변화 그리고 끊임없이 자행되는 근친상간은 부엔디아 일족의 운명을 예견하는 것 같다.
‘마콘도’라는 마을과 부엔디아 일족의 형성과정이 전반부의 이야기라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아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서른두 차례나 반정부 봉기에 참여하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며 이는 라틴아메리카의 혼란스러운 정치 역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유파와 보수파로 갈린 정치적 싸움은 결국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도 불분명하게 되며 오랜 시간을 사람들의 인상과 삶을 지배하게 된다. 이후 바나나 농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세력의 등장과 원주민에 대한 착취와 학살로 이어지는 것 역시 스페인, 미국, 영국 등의 제국주의 세력의 라틴아메리카의 침략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제목이 담고 있는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무엇을 의미할까? 5대가 100년간에 걸친 몰락의 과정이 어쩌면 고독이 아닌가 싶다. 고독은 자신이나 타인과의 소통의 부재가 전재되는 이야기다. 부엔디가 가문의 광기와 쇠망이 고독 자체일수 있겠고, 마꼰도라는 공간 자체도 일종의 '섬'이라는 점에서 소외된 고독으로 보이기도 한다. 좌절된 꿈은 인간에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수없이 반복되는 ‘황금물고기’는 아버지와 자신을 포함한 당시 사람들의 잃어버린 무엇인가에 대한 열망을 상징하려는 것이 아닐까?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는 저자 마르케스의 말에 담긴 의미는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담긴 이야기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마술적인 현상과 현실이 혼재되며 외부세력에 침략에 의한 혼란스러움과 더불어 근친상간이라는 부족내의 역사가 중첩되고 ‘라콘도’ 마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는 ‘백 년 동안 고독’은 이념이나 사상, 사회구조의 변화, 근친상간이라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개인들이 겪게 되는 심적 고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개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작품을 통해 여실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