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편지 - 인류 문명에 대한 사색
최인훈 지음 / 삼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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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숨은 진주를 발견하다

책을 읽다보면 참으로 난감할 때가 있다. 분명 담고 있는 내용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겉도는 듯하여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넘긴 책장을 다시금 돌아본다. 보통의 경우 관심사에서 벗어난 내용이거나 내가 받아들이기에 범위를 넘어선 내용이 대부분이기에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경우 억지로라도 책장을 넘기며 내용에 몰두하는 경우와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과감하게 책을 덮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든 선택은 독자의 몫이기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감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어렵게 읽은 경우 남에게 내세우지는 못하지만 뿌듯함을 안고 책장을 덮은 경험이 간혹 있다. 이런 경험을 하게 만든 책이 삼인출판사 발행 최인훈의 ‘바다의 편지’다. 내용이 어렵기에 우선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저자에 관해서다. 최인훈은 ‘광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가다. 저자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광장’이 그렇듯 저자의 작품은 무게감이 있다. 이 무게감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안고 있는 삶의 무게감과 동일한 맥락에서 얻어진다. 저자 최인훈은 소설가로써뿐 아니라 희곡, 비평 등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관을 정립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펼쳐온 사람이다. 하지만, 일반 독자에게 최인훈은 ‘광장’이라는 작품으로 인해 소설가로 각인되어온 경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최인훈의 사상사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책이 이 ‘바다의 편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다의 편지’에는 작가 최인훈에 갇힌 이미지를 사상가 최인훈으로 확장시키는데 필요한 작품들을 모아 놓은 부분과 2003년 ‘황해문학’에 발표한 바다의 편지를 수록했다.

 

1부와 2부에서 접하는 최인훈의 글은 쉽게 읽히는 내용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인류문명이 걸어온 길에 대해 문명의 역사적 진화과정을 차분하게 분석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를 분명하게 제기하면서 그 근원으로 나아가는 길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3부에서 보여주는 현실인식에 대한 글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무엇을 찾아내 미래를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희망을 찾아 그 희망을 현실의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최인훈의 글은 쉽게 읽히는 글이 아니다. 읽은 부분도 다시 읽어야 비로써 무슨 내용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정독을 요구한다. 일상적인 사람들이 평상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문어체가 보여주는 현실과 다소 동 떨어지는 표현들이 그것이다. 내용의 무거움에 표현하는 단어와 문장의 낯섬이 함께 작용하여 더 무겁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무거움은 내용의 진중함에 이끌려들기에 최인훈의 사상에 대한 접근에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된다.

 

책에 함께 수록된 육성으로 낭독된 ‘바다의 편지’를 틀어놓고 한참 동안 다시 접하는 동안 글을 읽으며 넘어갔던 행간의 간격과 침묵의 순간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읽는 기회를 준다는 점과 저자의 육성을 듣는다는 경험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작가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작품에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최인훈의 사유의 깊이를 보게 된 것이다. 역사와 문명, 인간의 존재조건 등과 같은 근본문제에 대한 성찰이 문학론이나 예술론으로 구체화되고 이러한 바탕에 작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모아진다는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에 대한 진한 애정에서 출발하여 너무나도 고독하고 깊은 성찰의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광장’, ‘회색인’, ‘서유기’, ‘총독의 소리’,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화두’ 등은 최인훈이 발표한 작품들이다. 이러한 작품들 속에서 ‘광장’이외의 작품들이 일반 독자들과 얼마나 만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 듯싶다. ‘광장’을 비롯한 저자의 작품을 다시 찾아 꼼꼼하게 읽어야할 의무감이 밀려오는 시간이다.

 

작가와 작품 이 양자 사이에서 독자는 서로를 이어간다. 작가의 작품이기에 찾아서 보는 경우는 그 작가의 사상과 가치관에 매료되어 그것이 담긴 작품을 찾는 경우가 될 것이고 반대로 작품을 통해 작가로 나아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양자는 결국 작가에게서 만들어졌지만 독립적인 작품에서 만나는 것이 된다. 오늘 나에게 작가를 통해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 책으로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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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 홍신 세계문학 7
존 스타인벡 지음, 맹후빈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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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것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뿐이다

인류의 기억 속에 남은 위대한 문학 작품들이 수없이 많다. 문학 작품이 위대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형태가 어떻든 모든 문학 작품은 인간의 삶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전재로 한다면 그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바탕에 녹아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전재를 어떻게 담아내는가에 따라 문학 작품의 의의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서 작가의 가치관이 주목받는다.

 

‘나는 내가 내 나라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에 관해서 글을 쓰는 미국 작가이지만 나는 실은 기억에만 의존해왔다. 그런데 기억이란 기껏해야 결점과 왜곡 투성이의 밑천일 뿐이다. 참된 미국의 언어를 듣지 못하고 미국의 풀과 나무와 시궁창이 풍기는 진짜 냄새를 모르고, 그 산과 물, 또 일광의 빛깔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알지도 못하는 것을 써왔던 셈이다. 이른바 작가라면 이것은 범죄에 해당될 일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내 눈으로 과연 이 거대한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다시 발견해보리라 마음먹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이야기 되는 J.E. 스타인벡(1902. 2. 27 - 1968. 12. 20)의 위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모든 문학은 그 형태가 어떤 모습이든 사람들의 현실적인 삶을 반영하게 되지만 이를 어떻게 작품 속에 구현하는가는 작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참여문학과 순수문학이 갈라지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분노의 포도’는 1930년대 초반 미국 실생활을 구체적으로 반영한 작품이다. 대공황으로 인해 실업자 수가 폭증하고 삶의 터전에서 강제적으로 쫓겨나는 이주민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어렵지만 가족을 구성하고 그 가족이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기반이 되는 사회에서 산업의 변화와 이에 따라 해체되는 가족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술기운에 자신을 보호하려다 살인죄를 저지르고 복역 중 가석방으로 풀려나 톰 조드는 집으로 돌아온다. 먼지 날리는 길을 걷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세례를 해주었던 전도사를 만나 옛집으로 찾아가지만 그 집은 이미 텅 비어버린 생태다. 이미 가뭄에 의해 말라버린 농작물 같은 신세가 된 사람들은 은행의 거대자본에 의해 농토마저 잃게 된다. 고향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기에 온갖 소문이 난무하는 곳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에 오른다. 고물 트럭에 세간을 싣고 험난한 여정에 오른 사람들은 조드의 가족만이 아님을 금방 알게 되지만 멈출 수 없는 기차처럼 가고 또 갈 수밖에 없다.

 

캘리포니아에 근접할수록 꿈꾸던 이상향이 아님을 알게 되지만 그들은 멈추지 못한다. 이미 돌아갈 고향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온 사람들은 굶주리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무슨 일이든 찾고자 하지만 이미 일자리는 없다. 그나마 남은 일자리마저 자본가들의 횡포로 터무니없이 싼 임금을 강요받게 된다. 이제 정착할 수 있는 땅이 없음을 알게 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목숨을 담보로 나선 길 위에서 떠도는 것 말고는 없어 보인다.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은 가족의 해체를 강요받는 길이었다. 오랜 여행에 지치거나 희망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도망자 신분이 된다. 이런 암울한 현실에서 그나가 기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받는 작품이다. 있는 그대로의 미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겪게 되는 좌절과 우울, 소외, 죽음과 같은 부정적 요소보다는 배려와 나눔, 따뜻한 인간애 등에 주목하여 인간성 회복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긴 호흡이 필요한 이 작품은 조드라는 가족이 닥친 현실을 뚫고 가는 모습을 그려가는 것과는 별도로 객관적 상황을 묘사하는 중층적인 흐름을 가지고 있다. 한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강요했던 당시 시대적 상황을 함께 묘사하고 있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미국의 현실을 보다 강하게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임신한 아내를 버리고 떠난 남편에 대한 절망감과 굶주림 등으로 사산을 한 로저샨은 굶어 죽어가는 사람에게 불어난 젖을 먹이는 장면으로 끝을 맺고 있다. 작가가 작품 속에서 잃지 않고 견지한 ‘인간의 존엄성’과 ‘희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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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30년 - 우리가 사랑한 300권의 책 이야기
한기호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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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 현대사를 함께한 책들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난다는 말이 맞는 말일까? 문화의 영역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은 만들어지는 시대의 흐름과 정신을 반영한다. 그렇게 본다면 이 말은 의미를 가진다고 보여 진다. 그렇게 책 속에 담긴 세상은 독자들과 소통하며 다시 당대를 이끌어갈 힘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특정한 책이 주목받아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오른다. 베스트셀러란 ‘어떤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물건’이라는 의미로 통하기에 이를 통해 그 어떤 기간에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이유를 따져보면 그 책에 담긴 내용이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는가 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부키출판사의 대표는 베스트셀러가 ‘사회적 관심의 반영 내지는 투영’이라는 말에 동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는 사재기와 같은 베스트셀러 조작이나 마케팅 자원의 집중포화를 통해 베스트셀러 만들기와 같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관심사의 반영이나 투영에 일정정도의 제약과 한계를 가진다는 말로 들린다. 그는 베스트셀러란 ‘책을 주로 읽는 사람들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 중에서 지금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시사할 뿐이다.’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공감하면서도 책에 반영되어진 트렌드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들을 살펴볼 필요가 생긴다. 교보문고에서 발행한 우리가 사랑한 300권의 책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베스트셀러 30년’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발행된 책들 중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은 교보문고 연도별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을 기본으로 하였다고 한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행한 책들의 흐름과 이 흐름이 반영된 사회정치적 배경들과 책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베스트셀러 30년’은 10년을 단위로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10년 단위로 나누고 다시 각 해당년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원고상태에서 출판사를 떠도는 책이 우연히 한 출판사에 눈에 들어 세상에 빛을 발하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이야기나 책의 기획, 집필, 편집, 제작, 홍보·마케팅 등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얽힌 에피소드까지 알려주고 있다.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 보면 확인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책에 담기는 시대의 실상과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책이 ‘세태와 시대정신’을 담는 도구로 활용되어온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를 이념의 시대이자 불의 시대, 시의 시대이자 대하소설의 시대’라고 규정하며 살피는 책의 목록을 보면 저자가 왜 그런 규정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 그 시대에 청춘의 시기를 보내며 책과 본격적으로 접한 독자의 한사람으로써 충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다. 또한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사회상을 반영한 책들의 목록의 변화는 곧 우리가 온 몸으로 살아온 시대의 또 다른 표현처럼 다가온다. 책은 그렇게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사를 반영하기도 하고 자본의 논리나 정치적 이해요구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했던 실상을 살필 수 있다.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아홉 가지 법칙, 21세기 한국 밀리언셀러의 여섯 가지 유형, 불황에는 불륜소설이 뜬다와 같은 이야기는 출판계에서 통용되는 에피소드처럼 다가와 책과 관련된 흥미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베스트셀러에 대해 주목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는 대부분 책을 일정 정도 읽으며 자신만의 관심사와 책을 선택하는 기준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베스트셀러는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점은 출판사의 마케팅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될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이 발표되는 이유 중 분명 하나이다.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책에 대한 향후 전망이 엇갈린다. 하지만, 인류 역사와 그 맥을 함게해 온 책은 앞으로도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책이 이러한 가치를 간직하는 한 책은 사람들의 관심사는 어떤 형태로든 반영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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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홍신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최호 옮김 / 홍신문화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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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존재로써 개인의 가치는 무엇일까

같은 저자의 작품을 번역자가 다른 작품으로 디시 읽게 되는 일이 있다. 문학작품과 그리 친하지 못한 독자로써 이런 경험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미 읽어 줄거리를 알고 있기에 내용의 전개보다는 구체적이고 미세한 번역자 사이의 차이를 발견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경우가 되었다. 그 미묘한 차이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음도 느낀다.

 

나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 해준 작품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백’이다. 안정효의 번역으로 문학사상사에서 발행한 책과 최호의 변역인 홍신문화사 발간 본으로 다시 접하게 된 것이다.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깊이가 일천하기에 두 번역가의 차이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미 접했던 작품을 다시 보는 기회를 갖었다는 점에 무게 중심을 두고자 한다.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사실과 부엔디아 일족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깊은가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식민지 수탈 역사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친숙하지 못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년 생)는 콜롬비아 출생으로 12남매의 장남, 외조모부와의 어린 시절, 법학을 공부했지만 콜롬비아, 프랑스, 베네수엘라, 미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쿠바혁명 이후 쿠바로 가서 통신사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창작 활동을 한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플로베르, 스탕달, 발자크 등의 작가를 좋아했던 저자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작가로 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라틴아메리카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던 삶을 살았던 저자의 주요 작품으로는 ‘신고 된 사망자 연대기’(1981), ‘백 년 동안의 고독’(1982), ‘사랑과 또 다른 악마들에 관하여’(1995) 등이 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부엔디아 일족이 변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 가는가가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사촌 여동생 우르슬라의 근친상간으로 시작된 이 일족의 이야기는 남미의 숲속에서 ‘마콘도’라는 마을을 형성하고 이 마을을 중심으로 넘나드는 집시로부터 외부 문명을 받아들이며 변화의 흐름 속으로 밀려간다. 순수했던 원시마을이 외부의 물질문명에 의해 도시화되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마콘도와 사람들의 변화 그리고 끊임없이 자행되는 근친상간은 부엔디아 일족의 운명을 예견하는 것 같다.

 

‘마콘도’라는 마을과 부엔디아 일족의 형성과정이 전반부의 이야기라면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아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이 서른두 차례나 반정부 봉기에 참여하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며 이는 라틴아메리카의 혼란스러운 정치 역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유파와 보수파로 갈린 정치적 싸움은 결국 무엇을 위한 전쟁인지도 불분명하게 되며 오랜 시간을 사람들의 인상과 삶을 지배하게 된다. 이후 바나나 농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세력의 등장과 원주민에 대한 착취와 학살로 이어지는 것 역시 스페인, 미국, 영국 등의 제국주의 세력의 라틴아메리카의 침략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제목이 담고 있는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무엇을 의미할까? 5대가 100년간에 걸친 몰락의 과정이 어쩌면 고독이 아닌가 싶다. 고독은 자신이나 타인과의 소통의 부재가 전재되는 이야기다. 부엔디가 가문의 광기와 쇠망이 고독 자체일수 있겠고, 마꼰도라는 공간 자체도 일종의 '섬'이라는 점에서 소외된 고독으로 보이기도 한다. 좌절된 꿈은 인간에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수없이 반복되는 ‘황금물고기’는 아버지와 자신을 포함한 당시 사람들의 잃어버린 무엇인가에 대한 열망을 상징하려는 것이 아닐까?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는 저자 마르케스의 말에 담긴 의미는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담긴 이야기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마술적인 현상과 현실이 혼재되며 외부세력에 침략에 의한 혼란스러움과 더불어 근친상간이라는 부족내의 역사가 중첩되고 ‘라콘도’ 마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담고 있는 ‘백 년 동안 고독’은 이념이나 사상, 사회구조의 변화, 근친상간이라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개인들이 겪게 되는 심적 고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개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작품을 통해 여실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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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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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완성은 산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독자들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는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잘 꾸미는 사람이라도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되는 작가를 넘어 그 작가의 보다 깊은 내면을 알고 싶은 독자들은 어떻게 작가와 만나야 할까?

 

모든 글은 이야기다. 글의 성격이 소설이나 시나 다큐멘터리 또는 사나리오가 되었던지 그 속에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학작품의 대부분은 바로 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독자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이러한 글들은 대부분 픽션과 논픽션이라는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기 마련이다. 이러한 글 속에서 작가의 전부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계를 가진다. 작품을 통해 작가들은 자신이 가진 이야기의 일부를 가지고 풀어간다. 그래서 작가가 발표하는 작품을 이어가며 단편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작가의 생각을 퍼즐 맞추듯 짜 맞추어 가게 된다. 작품을 통해 작가에게 접근하는 것과는 다른 통로가 있다면 그것은 작가의 일상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잡다한 글이 아닐까 싶다.

 

이런 시각으로 접근할 때 주목받는 책이 있다. 일본 소설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한국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 대표적인 사람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영향력 있는 작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궁금증이 큰 만큼 독자와 작가의 거리가 그만큼 멀리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차에 ‘무라카미 하루키’을 작품 이외 다른 방법으로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을 만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 그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에는 오랜 기간 동안 글을 쓰며 살아온 작가가 써온 글을 모았다. 이미 지면을 통해 발표되었거나 아직 발표하지 않았던 글들을 모아 직접 선별하고 이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하여 이 잡문집에 담겨 있는 글들의 내용은 잡다하다. 성공한 소설가로써의 작가뿐 아니라 작품을 쓰는 것 외에 그가 관심 갖는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과 교류하는 모습이나 음악을 좋아했다는 것, 다양한 수상 소감 등 작품으로 말하지 못했던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하루에 일정 분량의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고, 음악을 듣고, 야구 관람을 즐기고, 취미로 번역을 하고, 챈들러와 잭 런던을 즐겨 읽고, 맥주를 좋아하고 조개는 먹지 않는…… 보통 남자입니다.’라고 자신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작가의 이미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다.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것과 이런 자신의 고백을 종합하여 작가에게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많은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일반 독자로 그가 왜 한국에서 그토록 인기 있는 작가인지 궁금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책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을 접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여기에 있다. 작품은 작가의 의도된 이야기가 대부분이기에 작품 이외에 다른 글을 통해 그를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그것이다. 작가의 작가론이나 번역가로써 자신의 소신, 음악 애호가, 성장과정에서 친구가 되었던 책 등의 이야기는 작품에서 느끼지 못하는 그 무엇을 전해주어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한층 더 부풀게 만들고 있다.

 

‘글의 완성은 산문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의도된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이 된다면 산문은 그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보다 글쓴이의 내면에 다가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 말은 의도된 목적의식적 글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선 글의 완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보인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설날 복주머니’를 여는 설렘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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