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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너머 그대에게 - 세상 속 당신을 위한 이주향의 마음 갤러리
이주향 지음 / 예담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견(見)과 관(觀)의 차이로 내면을 향한 성찰
자신의 내면을 향해 마음을 돌리는 성찰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흔히 철학이라는 범주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통례이나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자신울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에 대해 똑바로 응시할 수 있는 기회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일 수 있기에 내면과 접할 수 있는 훌륭한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자신과 만나는 기회는 대부분 보는 것을 통하게 된다. 시각을 통해 바라본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도 볼 수 있다. 보면서 대상을 인식하고 그 대상과 더불어 사유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다. 하지만, 본다는 것은 너무나 피상적인 경우가 만다. 시각적인 정보에 의한 것이 우선되는 본다는 것은 그래서 내면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보다는 밖으로 보이는 피상적인 것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한자에서는 그래서 본다는 것은 같으나 대상의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 말을 사용한다. 바로 관(觀)이다. 견(見)이 바깥에 중심을 둔다면 관은 내면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다. 숨겨져 있어 알 수가 어렵지만 알게 되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것까지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대상을 관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주향의 ‘그림 너머 그대에게’는 그림 읽어주는 책의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림과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이런 종류의 책들이 발간되는 것을 몹시 반기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이 책 역시 반갑기만 하다. 저자는 클림트, 반 고흐, 샤갈, 루벤스, 렘브란트, 모네 등의 작품을 통해 화가가 그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한다. 그림이 주는 시각적 정보 이외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그림을 이해하고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림을 읽어주는 책은 대부분 그림과 얽힌 뒷이야기나 화가와 관련된 주제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주향의 ‘그림 너머 그대에게’는 다른 점이 있다. 분명 그림을 주제로 그와 관련된 그림이야기를 펼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림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림을 매개로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안 신화와 종교, 철학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불편한 그래서 때론 부담스럽기까지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것은 그림 속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를 내 자신의 내면의 숨어 있는 모습과 관련지으며 공감을 불러오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의 숙명과도 같은 외로움이나 고달픔과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따스한 아버지의 눈길이 필요함을 말한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조금 힘들더라도, 사랑이 조금 벅차더라도 괜찮습니다. 내가 내 자신을 돌아볼 수만 있다면.”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듯 이 책에서 그림이야기를 하고 있다. 바로 자신을 잃어버리고 외부적이며 피상적인 것에 몰두한 나머지 세상을 힘들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매개로 자기 자신을 관(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저자가 자신의 내면과 만나 따사로운 햇살아래서 산책을 즐기듯 행복했기에 그 행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