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나무 여행 내 마음의 여행 시리즈 2
이유미 글, 송기엽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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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키운 나무 한그루

올 봄 들어서 나무 몇 그루를 심었다. 나무를 고르는 기준으로 과일이 열리는 나무와 꽃이나 나무의 모습을 보기위한 나무를 선별하여 나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심고 있다. 사과나무, 매실나무, 사과나무, 꾸지뽕나무, 앵두나무, 자두나무 그리고 왕벗나무와 이팝나무까지 곁에 두고 싶은 나무들이 늘어나면서 마음까지 뿌듯한 느낌이다. 아직 욕심을 부려서라도 늘 보는 마당에 심고 싶은 나무들이 많기만 하다. 이런 욕심을 자제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나무를 다 곁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무를 좋아하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나무를 만나면 기어이 이름이라도 찾아보려고 한다. 때론 나무 사전을 들고 다니며 나무마다 가진 특징을 살펴보고 기억하고자 하나 그것도 여의치 못한 경우가 많다. 모든 나무의 이름을 알고 그 나무가 가진 독특한 특징을 알 수 없지만 나무를 좋아하는 마음만은 이미 모든 나무를 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인 마음이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한다. 늘 다니는 길가에서 만나는 나무일지라도 눈길 주지 않으면 나와는 상관없는 나무이지만 아무리 멀리 있고 다시는 보지 못할 나무일지라도 기억한다면 늘 내 주변에 머무는 나무가 될 것이다. 사계절이 변화가 확실한 우리나라의 경우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나무들의 변화를 잘 알 수 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들의 가장 신비한 능력을 볼 수 있는 시기가 봄철이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 새싹을 선보이는 나무들의 변화는 언제 보더라도 신기함을 전해준다. 이 또한 시선을 주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나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나 아직 시선의 범주 안에 넣지 못한 사람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 한그루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 나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게 된다면 상상 이상의 느낌을 전해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의 속내를 섬세하게 담아낸 책이 있다. 이미 나무나 숲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의 저자 이유미가 글을 쓰고 자연의 생생함을 사진으로 담아온 송기엽이 사진을 찍어 함께 발행한 책이다.

 

어느 사이 나무와 숲에 관련된 책이 발간되어 각 책마다 독특한 시선과 편집으로 독자들을 자연으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사물을 볼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듯 자연과 나무에 관한 책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을 중심에 두고서 대상을 바라보는지가 그 책이 전하는 감동의 차이를 만들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미 발간된 기존의 두 사람의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저자들의 마음이 잘 반영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인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나무의 변화와 각 계절마다 돋보이는 나무들을 선별하여 나무가 주는 감동적인 모습과 그 나무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열두 달에 걸쳐 우리나무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생생한 현장감이 느껴지는 사진이 본래 나무 자체가 가진 본 모습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나무가 가진 특징과 계절에 어울리는 초점이 잘 반영된 송기엽의 사진이 있어 감성으로 나무와 대화를 나누는 이유미의 글이 돋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나무들이 살아가는 숲이 보여주는 환상의 그 궁합을 닮았다.

 

사람들은 왜 나무와 풀 등 자연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이 질문에 앞서 생각해 봐야할 것이 있어 보인다. 사람이라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은 자연의 주인 행세를 하면서 살아왔다. 자연과 일부인 사람들이 스스로를 자연으로부터 분리해서 얻어진 것이 무엇일까? 어쩜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이나 외로움의 근원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하여, 자연과 나무들에 대한 관심은 그 근원으로의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들의 중심적 시각인 ‘내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자 하는 나무 여행’과 상통하는 부분일 것이라 생각된다.

 

현대인의 주거환경을 볼 때 나무와 친한 생활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을 돌려 주변을 살피면 우리와 함게 살아가는 나무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내 주변의 나무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의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며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실천하는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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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
제운 지음 / 지혜의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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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의 길에서 만난 당신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선택하고 그 길에서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삶을 개척해 온 사람들이면서도 그 길에서 벗어난 듯 한 활동으로도 자신의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있다. 종교인의 삶을 선택하고 구도의 길을 가는 그들이 가는 쉽지 않다는 것은 굳이 그 길을 걸어봐서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누리는 즐거움 중 많은 부분을 억제하고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절취부심하는 삶이 결코 쉬울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미루어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익히 알 수 있는 것이다. 80년대 대학시절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때 노래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던 학생이 출가하여 스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스님이 음반을 발간하고 중생들과의 소통을 하는 노래를 한다는 소식에 반가움이 앞섰다.

 

이처럼 종교인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시, 노래, 그림 등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수많은 불교 출가자들 가운데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미 ‘나를 찾아 떠나는 선시 여행’(지혜의나무), ‘천개의 강에 비친 달’(더불어책) 등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제운 스님도 있다. 그림 그리고 시 쓰는 스님이 이번에는 ‘당신은 나에세 무엇입니까’(지혜의나무)라는 시집을 발간했다.

 

수십 년 동안 깨달음의 길을 걷고 있는 구도자에게 구도의 길을 가는데 무엇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까?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방식의 삶을 선택한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인데 그렇게 선택한 길에서 또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쉽다면 어쩜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러한 문학이나 예술 활동이 그 구도의 길과 그리 차이가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이미 아는 사람인 그 스님이 노래로 대중제도의 길과 자신의 구도의 길이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제운 스님 역시 그림 그리고 시를 쓰는 것이 구도의 길이 될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스님의 시집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에서 중심이 되는 ‘당신’은 누구를 지칭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출가자 신분이기에 그 길에서 만나는 먼저 깨달은 사람인 부처를 떠올려 본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은 시와 그림이 자신을 갈고 닦는 도구이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매개가 되기도 하기에 여기서 ‘당신’은 중생인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스님의 시 속 주제가 중생들의 삶에 비추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점이서 그렇다.

 

‘산에 오면 산 생각을 하고/들에 가면 들 생각을 하면 좋으련만/집 밖에서 집 생각을 하고/집 안에서 밖 생각을 하니/인간은 늘 그렇게 늘 그러하여/몸 정신 온전히 쳇바퀴 돌 듯’(한 생각 중에서)

 

우리들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보인다. 이런 것이 출가자의 다른 시각으로도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어쩜 출가자를 인간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 아닌가 한다. 갈등을 일으키는 제반 요소를 소멸하고 마음의 고요함을 유지할 수 없어 고통 받고 혼란스러워하는 삶이 우리들의 삶과 그렇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출가자인 스님에게 우선은 먼저 깨달은 절대자에 대한 마음이 당신에게 담겨 있을 것이기에 지금까지 흔들리면서도 쉬지 않고 걸어온 길을 다시금 걸아갈 수 있는 힘도 그 당신에게 있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당신은 나에게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스님의 간절함이 ‘언어를 떠난 형태의 분별마저 끊어진 자리’가 시와 그림으로 표현되어 이를 매개로 자신과 대중의 바른 길로 인도하는 안내판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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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일기 - 최동단 울릉 독도 경비대장의 나라사랑 이야기
류단희 지음 / 지혜의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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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동해 끝에 있는 독립문이다

2012년 한일 양국의 최대 현안은 무엇보다 독도를 둘러싼 논쟁에 있다. 일본은 자기의 입장에서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분통터진다는 감정적 차원애서 접근하는 것 말고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한국 정부의 대안은 실효적 지배를 보다 강화하고 국제적 분쟁지역으로 쟁점화 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현상유지 정책이 아닌가 싶다. 이 정책이 국민의 정서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시 되는 것이 현실이다. 교과서에 자국 영토로 규정하는 등 일본의 강력한 정책에 비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듯 한 우리 정부의 대안에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이런 환경에서 독도문제에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책들이 있다. 하나는 독도실록 1905’(예영준 저, 책밭, 201202)로 저자에 의하면 일본이 독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해가 1905년 한 일본인이 어업을 위해 일본 정부에 제기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 의하면 독도문제의 출발점이 어디였는지 그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누구인지 등을 찾아 그 일의 진행과정을 밝히고 있다. 독도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생각된다. 이와는 다른 시각에서 독도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 있다. ‘독도일기(류단희 저, 지혜의나무, 201202)로 독도 경비대장의 직책을 자임하여 근무하는 동안 일상적인 이야기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두 책이 각기 다른 시각으로 독도를 바라보지만 결론은 한가지다. 우리 땅,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독도 일기 : 최동단 울릉 독도 경비대장의 나라사랑 이야기이 주목되는 이유는 독도 경비대 일원으로 현직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실제적인 이야기라는 점이다. 민간인이 아닌 공직생활의 일환이기는 하지만 독도 경비대를 자원하여 근무하면서 공직자의 마음과 독도를 지켜야 한다는 애국의 마음이 하나로 모여 독도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독도 경비대 대장으로써의 직분을 다하는 마음, 독도 경배대원들의 고충, 울릉도와 독도의 지리적 환경에 따른 주민들의 생활환경, 독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이야기와 근무하며 접하게 되는 국내외 뉴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솔직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쏟아 내놓고 있다. 특히, 독도 경비대원들에 대한 그의 따뜻한 애정과 국민들의 지원에 대한 고마움까지 담겨 있어 독도를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접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개인적인 사정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빼놓지 않고 있다.

 

독도를 지키는 일은 무엇에서부터 출발할까? 우선은 정부의 정책이 주목되지만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국민들의 관심이 아닐까 한다.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오는 것은 지극히 자의적인 애국심의 발로에 의존하기 보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더불어 함께 논의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생한 독도 사진이 많은 사람에게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는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다만, 저자의 우국충정에 대한 표현이 일부 독자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지 의문이다.

 

가보고 싶지만 여의치 못하고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봐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독도는 독도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감정적 대응을 넘어선 근본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에서 억지 주장의 발언에 대응하는 정도가 아닌 장기적이고 구체적이며 온 국민의 의지와 열망을 담아내는 무엇인가가 필요한 시기가 지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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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해례본 - 드라마의 끝, 역사의 시작
이경민 지음 / 소네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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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나라 조선을 보는 눈

조선 500년의 역사에는 수많은 왕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주목받고 있는 왕은 그리 많지 않다. 조선을 세운 태조로부터 격변기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태종과 그 뒤를 이어 문화의 정치를 펼친 세종 그리고 아우를 내 몰고 왕권을 잡은 세조까지 조선 초기의 왕들은 각기 자신만의 독특한 이유로 그들의 조선을 만들어 왔다. 시간이 훌쩍 지나고 현대에 와서 그들의 정치를 살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역사를 돌아보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과거의 일이지만 현재도 이어지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근거를 찾아 내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닐까?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꽃을 피우며 수많은 사람들을 화면에 집중하게 만들었던 ‘뿌리 깊은 나무’는 역사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을 만큼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우리가 알고 있던 왕 세종의 이미지를 상상 속에서 현실로 이어지게 만들었던 배우의 연기도 왕권과 신권의 갈등을 묘사하는 장면도 한글이라는 문자의 창제를 둘러싼 의혹도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이끌어가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 드라마가 남긴 이기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역사와 현실을 이어주는 맥락을 말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의 근본을 묻기 이전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누구를위한 정치를 펼쳐야 하는지에 대해 현재의 당면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역사 속에서 그 뿌리를 찾아 보여주었다는 점이 가장 돋보이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중심적인 이야기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아버지 태종과 아들 세종의 갈등, 한글 창제에 얽힌 비밀, 밀본으로 대표되는 왕과 신권의 권력투쟁, 세종의 다양한 면모와 그의 시대에 주목받은 사람들, 세종의 나라 이후 만들어진 조선의 또 다른 모습 등을 기존의 역사적 해석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을 통해서 바라보고 있다. 저자 이경민의 다른 시각은 역사를 재해석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조선 초기 국가의 기틀을 만들고 이를 정착시켜야 했던 절박한 시대를 어떻게 왕들이 헤쳐 왔는지에 대한 시각과는 별도로 현대사회에서 유용하게 바라보고 있는 시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기존의 해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종의 조선으로 표현되는 그 시대를 “모두의 진심을 얻어 그들을 품는 조선”을 지향했다고 전재하고 있다. 이를 세종이 어떻게 풀어갔는지를 자세하게 검토하며 전 후 왕들과 비교하여 세종의 업적을 밝힌다. 그 속에서 주목되는 점은 아바지 태종의 무력을 주임에 둔 왕권의 강화로 안정된 기틀을 이어받아 태종과는 다른 조선을 이끌어 갔다는 점, 왕권과 신권의 조화를 토론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뤄갔다는 점 그리고 세종의 가장 큰 업적으로 남아 있는 한글 창제가 갖는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혀가고 있다.

 

특이할만한 점은 한글 창제의 목적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다. 익히 많은 사람들이 지금가지 알고 있었던 점에서 한 걸음 나아가 새로운 시각에 주목한다. 그것은 덩시 한자문화권에서 한자의 습득을 통한 학문의 길이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각기 다른 한자음에 대한 표기를 통일화시켜 한자공부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점이 그것이다.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고 그 외 다른 점을 찾아보지 못했던 상황에서 저자의 해석은 신선하다. 물론, 저자의 해석이 옭고 그르다는 판단의 근거가 역사학계에서 어떻게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당시 상황을 살필 수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그들은 결국 그들의 지혜로 길을 모색해 갈 것이다. 그리고 매번 싸우고 또 싸워 나갈 것이다. 어떤 땐 이기고, 어떤 땐 속기도 하고, 지기도 하겠지. 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게 역사니까. 지더라도 괜찮다. 수많은 왕조와 지배자가 명멸했으나, 이 백성은 수만 년 동안 변치 않고 이 땅에 살아 있으니까. 또 싸우면 되니까.’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밀본의 수장 정기준이 죽어가며 세종과 나눈 대화 중에서 세종이 한 말이다. 이 말처럼 역사에서 백성의 존재를 대변하는 말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핵심을 담고 있다고 보인다. 역사가 지속되는 한 백성의 삶은 계속 이어갈 것이기에 말이다.

 

조선의 뿌리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저자는 세 가지 뿌리를 이야기 한다. 왕조국가인 조선에서 권력의 중심인 왕과 그 왕이 올바른 정치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신하 그리고 백성들을 꼽고 있다. 역사는 이 세 뿌리 중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제 자리를 잡지 못할 경우 나를 이룬 기틀이 무녀지고 결국 멸망의 길에 들어섰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충분한 의미를 가지는 말로 다가온다. 정치형태는 시대를 달리하며 변해왔지만 그 중심을 구성하는 뿌리는 여전하다. 뿌리들 중에서 핵심이 되는 백성에 대한 시각 또한 마찬가지다. 이것이 단지 대의적인 명분으로만 그칠 때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세종과 세종이 살던 시대를 꼼꼼하게 짚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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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가정식 - 살 안 찌는 체질로 바꿔주는
이양지 지음 / 소풍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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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건강을 한꺼번에 해결 한다

텃밭에 씨를 뿌렸다. 조촐한 식구이기에 많은 양이 필요 없는 우리 집 텃밭 가꾸기는 농사가 아니라 일종의 취미활동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자라는 상추에 제철에 맞는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나서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눈은 행복하고 기대감으로 싹이 커가듯 마음속 행복도 커간다. 직접 가꿔서 먹는 채소가 주는 맛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먹기 전부터 느끼는 행복의 과정이 되기도 한다. 특별히 요리에 관심이 있거나 맛있는 것을 찾아 먹는 식도락에 대한 흥미가 없는 사람이지만 텃밭을 가꾸면서부터 소소한 먹을거리가 주는 행복을 알아간다.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 한결같이 하는 말들이 있다. 이렇게 좋은 것만 먹으니 몸도 마음도 늘 건강할 것이라는 말이다. 밥상에 오르는 반찬이 특별한 것은 없지만 주로 채소가 중심이며 화학조리미료가 아닌 매실을 비롯하여 만들어서 쓰는 조미료이기에 강한 맛을 내는 것이 별로 없다. 재료가 주는 독특한 맛을 그대로 살려 내는 것이 맛의 비결이 아닌가도 싶다. 모두가 좋아하지만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도 몸에도 좋고 먹는 마음도 즐거운 것, 이것이 올바른 먹을거리의 근본이 아닐까 싶다. 음식은 맛이 중심이겠지만 먹기 전에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먹기 전에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눈으로 보는 것과 음식에서 풍기는 냄새가 그것이다. 보기에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는 것은 음식이라고 한다.

 

‘마크로비오틱’이라는 말은 신토불이와 일물전체라는 말의 의미를 실천하는 밥상을 일컬어 하는 말이라고 한다. 요리책을 보는 것은 음식에 대한 관심이 주된 목적이겠지만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한 몫 한다. ‘마크로비오틱 가정식’에 담긴 요리는 우선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사진들이 눈을 먼저 사로잡는다.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는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우선 특별한 재료들이 아니다. 다만, 재료들 사이의 조합이 이채롭다. 채소밭피자, 기장연어샐러드, 가지구이라이스롤, 노랑콩톳밥, 완두콩현미밥, 시금치고구마수프, 수삼감자기장죽, 참나물두부볶음밥, 호두깻잎소스, 완두콩소스무침, 흑임자 두부 아이스크림, 흑미 샐러드, 샐러드 피자, 채소삼겹살찜, 콩가루당근쿠키, 호박씨바질드레싱샐러드, 홍미두유죽, 메밀토르띠야와 같은 재료들의 조합이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채소와 곡물의 조합으로 만든 음식으로 건강을 되찾고 체질까지 바꿔서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마크로비오틱’ 식단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 점은 우리 먹을거리가 조달되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음식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중심이라는 점이 마크로비오틱 식단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건강도 되찾고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체질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은 현대인들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일 것이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과 음식의 상관관계를 따져보기는 않았지만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일 것이다. 살찌는 것이 두려워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없다면 그것은 슬픈 현실임이 틀림없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식단은 살찔 염려 없이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레시피를 따라 누구든 할 수 있는 음식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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