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명법문 - 우리 시대 큰 스승 스무 분의 살아 있는 법문 모음
성수스님 지음, 법보신문.월간 불광 기획 / 불광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일상을 벗어나지 않은 진리
세상살이가 복잡하고 어렵다고들 한다. 누구하나 만만한 세상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각자 자신이 처한 조건과 환경에서 보고 느끼는 세상살이이기에 세상을 아우르는 묘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의 짐을 벗어버릴 방법으로 종교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종교는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길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은 다 같은 모양이 아니다. 자신의 발자취를 더듬다 보면 어느덧 바른길에서 멀리 벗어난 경우가 다반사다. 그럴 때 그 길에 우뚝 선 스승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기억에 남는 명법문]은 2009년과 2010년 초에 걸쳐 법보신문과 월간 불광에 연제된 큰스님들의 법문을 정리한 책이다. 성수, 각성, 혜인, 정련, 통광, 혜거, 정락, 근일, 청화, 현웅, 각현, 보광, 지안, 철오, 현봉, 지운, 정념, 대봉, 성일, 지형 스님 등 스무 분의 스승들의 말이 펼쳐진다.

이 책에 담긴 스승들의 말은 쉽게 읽히는 공통점이 있다. 부처님의 묘한 법이 중심 내용이지만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스승들이 일상을 통해 실천해온 지혜가 녹아있기 때문임을 금방 알게 된다. 그만큼 살아있는 법문인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생활 속에서 체득한 지혜가 이를 대하는 모든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 힘은 단순히 아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 실천하는 속에서 만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첫머리 성수 스님의 ‘도야, 네가 나오면 내가 살고 네가 안 나오면 내가 죽는다’는 스승의 깨달음에 대한 각오를, ‘원을 세우고 정진하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없다’는 통광 스님, ‘스스로에게 정직할 때 나는 새로워진다’는 현웅 스님, ‘생각 대신 실천할 때 수행은 세상과 통한다’는 대봉 스님의 말씀이 새롭게 다가온다.

결국, 대승적 차원에서 바른 원을 세우고 죽기 살기로 덤벼 누가 이기는지 결단을 보자고 하는 각오로 실천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구도의 길을 나선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는 스승의 따스한 애정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어지러운 세상 그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대중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을 부처님의 한량없는 따스한 품으로 인도하며 어쩜 같은 길에서 있는 도반을 챙기듯 세심한 보살핌이 있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큰스님, 이 시대의 스승님들의 말이라고 해서 묘한 법문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바로 일상에서의 삶 속에서 진리도 깨달음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와 철학의 찰떡궁합
어느 시대든지 그 시대의 사상적 흐름을 대표하는 기조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시대를 규정하는 사상적 흐름은 어떤 것인지 그 사상의 흐름에 따라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신을 규정하는 것이 오직 자신이 살아온 시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그 시대의 환경이나 정치적 조건에 의해 영향 받기에 시대정신과 절대로 무관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삶이다. 이렇게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정신을 밝히고 규정하려면 그 시대의 주된 사상적 흐름을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가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인문학이 당장 생활하는데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 한발 건너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에 그 흐름에 동참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자신을 규정하는 조건을 살피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된 흐름에서 멀어지지 않으며 자신의 삶을 가꾸고 개척해가려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인문학적으로 자신과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상가와 철학자를 비롯한 인문학자들에 노력에 의해 밝혀지는 시대정신에 비추어 자신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써 자신에 대한 성찰과 미래를 희망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은 [철학, 삶을 만나다]의 저자 강신주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미래를 희망으로 가꾸기 위한 철학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시와 철학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접근을 하고 있다. 인문학의 대표격인 철학의 어려움을 시를 창작하는 시인의 눈과 시대정신을 밝히려는 사회 사상가들의 눈이 겹쳐지는 지점을 찾아내고 그 공통분모에서 자신과 사회를 다시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시대를 대표할 만한 주제 21가지를 선정하고 그에 걸 맞는 21명의 시인과 사회 사상가를 연결하며 각각의 주제를 친절한 안내를 하고 있다. 김수영, 김춘수, 황동규, 황지우, 기형도, 최영미 등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과 다소 거리감이 있는 들뢰즈, 푸코, 사르트르, 아도르노, 데리다, 푸코, 하이데거, 하버마스 등 현대 사회사상가의 만남이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사회사상가의 중심 사상을 시인의 시를 통해 찾아가는 형식이라 거부감 없이 접근하고 매료될 수 있게 한다.

21명의 시인과 21명의 사회 사상가들의 만남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시를 통한 접근이라는 독특함도 있지만 저자의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접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렇게 시와 철학의 접근에서 찾아가는 접점에는 사회라는 공통체 안에서 함께 존재하는 자신과 타자 그리고 이 둘 간의 관계와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는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정도와 타자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의해 사회 속에 존재하는 자신과 타자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철학의 중심사상을 이처럼 이해하기 쉽고 접근이 용이하며 독특하게 풀어가는 책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행운이라 생각한다.

친절하고 차분하며 때론 미소 짓게 하는 저자의 글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 속에는 철학자로서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을 애정이 담겨있다. 다분히 함축적이어서 그 본래의 의미를 알기 어려운 시에 대한 분석,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감으로 접근자체를 꺼려할 수 있는 철학, 이 두 분야를 절묘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시와 철학이 잘 어울리는 연인처럼 보인다. 이렇게 느끼게 만드는 것은 순전히 저자의 노력에 의한 것이리라.

또한 <더 읽어볼 책들>에는 21명의 시인들과 사상가들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본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거나 더 깊은 이핼르 위해 저자가 소개하는 책을 찾아본다면 저자의 사상적 흐름을 따라가는데 훨씬 용이하며 현대사회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통해 시를 읽는 새로운 눈과 그를 통해 현대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철학적 사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그 즐거움은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는 수고로움이 가져다주는 탁 트인 시야보다 더한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상쾌함을 주는 것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샹해요 2010-03-2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신라를 뒤흔든 16인의 화랑
이수광 지음 / 풀빛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승자의 나라, 신라의 받침돌 화랑
역사의 기록은 승자에 의해 남겨지지만 그 역시 기록하는 당사자의 가치관에 의해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그 실례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러한 기록마저 세월의 부침에 희미해진 오늘날 역사를 재조명하는 일은 그나마 그러한 기록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그 해석이 중요하리라. 우리 역사 중에서 전쟁에 의해 고구려, 백제를 통일한 신라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승자의 나라치고는 그리 많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근본적인 힘이 어디에 있었나 하는 점을 찾다보면 의례 화랑이라는 집단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화랑의 이름들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보다는 화랑세기에 생생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신라를 뒤흔든 16인의 화랑]은 바로 화랑세기에 근거해서 화랑들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간혹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기록을 참조하기는 했지만 부연설명 정도에 그치는 것은 화랑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기록되지 않은 점 때문이라고 한다.

[신라를 뒤흔든 16인의 화랑]에는 1화랑세기에 기록된 32명의 풍월주 중에서 그 활약이 뛰어난 16인의 화랑 이야기를 화랑세기에 근거해서 저자의 독특한 해설이 담긴 책이다. 화랑이라고 하면 역사시간에 배운 인물로 김유신, 김춘추, 관창 등이 전부지만 이 책을 통해 살펴본 화랑의 세계는 상상을 초월하는 화랑들의 삶이 담겨 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화랑은 ‘귀한 집안의 자제 가운데 아름다운 남자를 뽑아, 곱게 단장시켜, 화랑이라 이름 붙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문장에 대해 오늘날의 시각으로 본다면 어떤 해석이 가능해질까? 그야말로 잘나가는 집안의 엄친아들의 모임이라 말해도 그럴 듯 해 보인다.

이 책의 중심 무대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전후의 시대다. 그것은 신라가 나라의 기틀을 잡아 내치(內治)에 성공한 시대라는 말일 것이다. 화랑제도는 바로 이 과정에서 완성되었다. 권력이 왕권에 집중되고 이 왕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에서 왕권의 강화와 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국가권력의 필요와 부와 권력이 있는 집안의 자제들이 안정적으로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계승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었던 모임이라는 의미가 강하다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어가며 주목되는 점이 3가지 정도로 집약된다. 그것은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이해하지 못할 사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나는 근친간의 결혼이다. 이것은 골품제도의 유지와 왕권의 계승적인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복잡하게 얽히는 관계를 통해 볼 때 과도기적 상황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자유스러운 성(性)의식이다. 근친간의 결혼과 더불어 성의식이 무너졌다는 오늘날과 비교해도 지나칠 정도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당시 여성들의 지위에 관한 점이다. 정치의 전면이나 또는 막후에서 권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형성하고 있다. 선덕여왕이나 진덕여왕이 왕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부계와 더불어 거의 동등한 힘을 가진 모계의 힘을 본다.

이 책에서 주목했던 16명의 화랑 중에서 화랑의 상징이라는 위화랑,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익숙한 미실이 사랑한 사다함, 화랑이 신으로 받든 문노, 신국을 꿈꾼 비담, 삼국통일을 완수한 김유신과 김춘추, 너무나 인간적인 화랑 예원 등이 주목된다. 사랑과 권력 앞에서 때론 무너지는 화랑의 사상이었지만 그래도 자신과 화랑의 뜻을 지키며 나라를 위한 삶을 살았던 화랑들이었다.

팩션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무한한 상상력의 가능성과 더불어 혹 간과하지 않아야 할 점이 역사적 사실이 아닐까 한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신라의 화랑에 대한 이야기를 복원한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화랑세기를 재해석하였다는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심 내용이 지나칠 정도로 성과 사랑 그리고 권력을 향한 암투에 머무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화랑이 가졌던 긍정적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자문, 그 뿌리와 동양학적 사유
강상규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천자문 - 허! 그것 참!
초등학교 시절, 무엇 하나 제대로 모르고 마냥 세상을 향해 열려진 마음을 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아버지는 신문지를 오려 구멍을 뚫고 실로 묶어 한권의 연습장을 만드셨다. 나를 부른 아버지는 한 한가운데서 먹을 벼루에 먹을 가시면서 붓을 들게 하셨다. 그렇게 천자문 한자 한자를 그리듯 알아가던 시절이 눈앞에 선하다. 그 일마저 얼마가지 못해 그만두고 한자를 익히는 것은 학교 수업 말고는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내가 다시 한자를 접하며 그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은 금강경이라는 불경을 접하면서부터다. 강독하는 선생님과 옥편을 곁에 두고 몇 개월에 걸쳐 완독하는 과정이 한자에 담긴 뜻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를 알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천자문, 그 뿌리와 동양학적 사유]라는 책을 접하면서 새삼스럽게 한자가 담고 있는 오묘한 이치를 배워간다. 한자문화권에서 살아왔지만 성장과정이 세계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밀려 한자를 배우는 것이 마치 고리타분한 일로 여겨졌던 시기를 보낸 사람으로 너무나 많은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한자를 바탕으로 한 중국의 문(文), 사(史), 철(哲)을 전공하고 있다고 한다. 

천자문은 중국 남조 양의 주흥사가 글을 짓고 동진의 왕희지의 필적 중에서 해당되는 글자를 모아 만들었다고 하며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句), 합해서 1,000자가 각각 다른 글자로 되어 있다.(두산백과사전)

천자문은 동양학의 근간이 되는 한자의 기본이 되는 글자들로 구성되어 한자를 공부하는 사람이나 동양의 사상이 담긴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입문서의 역할을 한 책이다. 이 천자문에는 논어, 주역, 맹자, 춘추좌씨전을 비롯하여 장자 등 동양고전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은 사언절구로 구성되어 있어 한자를 배우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동양사상의 기본은 물론 인문학의 바탕을 익히기에도 좋은 교재다.

[천자문, 그 뿌리와 동양학적 사유]는 바로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천자문의 250구에 달하는 사언절구를 풀이하고 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 해설해 놓은 책이다. 우선 각각의 절구에 해당하는 뜻을 이야기하며 중국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찾아 관련된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 역사에서도 같은 맥락을 찾아내 함께 이야기한다. 천자문을 원문의 그대로 해설한 책이 아니라 그 원문에 근거를 찾아 해설하고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잘 알 수 있는 우리의 역사적 사실까지를 함께 해설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의 장점으로는 <한자의 본뜻 풀이>로 한자에 담긴 뜻을 1900년 전 중국 자전인 설문, 이아, 집운, 광운, 고금주 등 기타 자전 등에 의거해서 그 뜻을 설명하고 있다. 알지 못했던 한자에 담긴 뜻의 깊은 의미를 알기에 충분한 역할을 하며 읽는 재미가 좋다. 쓰임에 따라 달라지는 한자의 뜻을 원래 그 자가 담고 있는 뜻을 알아가는 재미는 곧 현대의 눈으로 한자를 이해하고 해석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본문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의 동양학에 대한 애정과 그 공부의 깊이를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참으로 많이 나온다. 부록처럼 책의 말미에 있는 '공부자묘정비'의 해석을 읽다보면 저자의 동양학에 머무는 애정과 마음깊이를 가늠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생소한 낱말들이 이르러 멈칫거리게 된다. 지금은 잘 쓰지 않은 낱말들을 사용하여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 낱말들이 익숙하지 않아 더러는 각주를 읽어보고서야 비로써 그 뜻을 알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저자의 독특한 고전읽기의 방법이 고전은 고전의 맛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라면 의미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원문의 이해와 가독성을 떨어트리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천자문, 그 뿌리와 동양학적 사유]를 마주하는 동안 한자를 새롭게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뜻을 빌어 내가 처한 조건과 시대를 읽어가는 특별한 재미를 얻는다. 더불어 저자가 이 책을 갈무리하는 글 속에 “허! 그것 참!”이라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은 욕심을 부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홍루몽 4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의 깊은 정
홍루몽의 이야기가 진전 될수록 가보옥을 둘러싼 가씨 집안의 과잉보호가 눈에 들어온다. 귀한 집 자식에 대한 과보호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그 전형을 보는 듯싶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지금까지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는 바로 4권이 아닌가 싶다. 사건 중심으로 각각의 인물들을 부각시키는 이 소설은 4권에 이르러 수를 세지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머물던 영국부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이다. 직접 언급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 만큼 그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4권에서 특히 주목되는 이야기는 뭐니뭐니해도 아버지 가정과 아들 가보옥의 관계다. 이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아들이라 밖에서 벌린 일이 빌미가 되고 또 형제간의 불화로 심한 곤경에 처해지는 장면이다. 불같이 화를 내는 가정에 의해 곤장을 맞는 장면과 이 사건을 두고 할머니, 어머니를 비롯하여 가보옥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이 잘 그려지고 있다. 아들을 향한 안으로만 숨겨지는 아버지의 정과 밖으로 나타나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정이 보이는 겉모습으로야 차이가 많지만 다들 자식을 향한 따스한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한편, 가보옥과 임대옥 사이에 벌어지는 다툼은 극을 달하며 각자 속내를 짐작하게끔 하고 있다. 둘 사이 밀고 당기는 심리적 상태가 주변에 거쳐하는 습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인다는 점이 이제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집안사람들에게 번질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습인의 현명한 처사에 왕부인의 배려가 뒷받침하고 있다. 가보옥과 설보채와의 관계는 가보옥의 금과 옥이라는 꿈속 이야기를 통해 운명으로 엮어질 것이라는 암시를 은연중에 보이고 있다.

3권에 이어 4권에서는 이야기의 주 무대가 가씨 집안으로 한정되고 대관원에서의 아가씨들의 이야기가 여전히 중심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조금은 넓어진 폭을 보이고 있다. 해당시사를 조직하고 시를 통해 이들의 속마음들이 조심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3권에 이어 본격적인 시를 논할 만큼 성장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씨 집안의 여자 어른들의 일상도 엿보인다. 가진 사람들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단지 가씨 집안의 가풍을 보여주기 위한 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을 알게하는 대목이라 생각된다. 현세에 복을 짓는 것으로 하여 내생에 대한 복을 비는 것이라는 그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대가족과 귀족이라는 체면과 일상에 지칠만한데도 이런 저런 일들이 벌어지며 긴장감을 떨어드리지 않고 있다.

긴 호흡이라 홍루몽을 접할 때부터 각오한 마음이지만 지루 할 만하면 사건을 터트려 독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중요하게 자리 잡는 것이 삽화가 아닌가 한다. 
이제 5권으로 가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