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 역사다 - 전선기자 정문태가 기록한 아시아 현대사
정문태 지음 / 아시아네트워크(asia network)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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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가슴,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볼 일이다
아직 어린나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그때 태극기를 두른 형님들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응시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사이 무슨 일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 알게 되면서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뭔지 모를 그때 그 호기심을 찾고 해결해 가는 길이었다고 본다. 그때가 바로 1980년 5월이었다. 고립, 통제 속에 한 외국인의 눈에 잡힌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국 현대사의 뜨거움 감자로 등장했다.

해방 후 우리의 현대사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아시아의 나라들과 사람들을 보게 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을 비롯한 강대국의 정치 경제적 이권에 의해 유린되어온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현대사는 전쟁, 혁명과 쿠테타라는 단어와 떨어질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이면서 그것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지금도 하고 있는 나라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현장은 역사다] 이 책은 외국 기자라는 신분으로 아시아의 격변하는 현장을 목숨을 건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한 정문태라는 한 기자의 결과물이다. 분쟁과 전쟁의 상황에 내몰린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 다닌 기자의 눈이 비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내 눈 앞에 활동사진처럼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현장은 역사다]에는 인도네시아, 아쩨, 동티모르, 버마, 캄보디아, 말레이사아, 타이의 현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멀리는 식민지의 개척자였던 유럽의 나라들과 민족국가를 세우기 위한 분리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눈물 나는 이야기, 킬링필드라는 미 제국주의 홍보용 영화로 유명한 대 학살,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투쟁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각 나라마다 속사정과 내용은 다소 상이할 수도 있지만 그 속에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비슷하다. 우리가 겪었던 그 아픈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현장은 역사다’라는 이 책의 제목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적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이 책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이 담겨있다. 포탄이 터지는 현장에 있었고 그 일을 저질렀거나 반대했던 대통령, 총리, 혁명 지도자들을 직접만나 인터뷰한 이야기에서 우리가 관심 갖지 않아 몰랐던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볼 수 있다. 또한 저자는 현장만을 전달하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그 일이 벌어지게 되는 전후 사정을 꼼꼼하게 따지며 의문점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장 기자가 가지는 순발력에 치밀함 그리고 정의의 편에 서려는 마음까지 담아내고 있다.

현대사회를 일컬어 지구 공동체 또는 지구촌이라 부른다. 이 말은 지구라는 공간을 우리가 느끼는 물리적, 심리적인 거리가 그만큼 가깝고 또 나라와 민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인 교류와 소통이 주류를 이뤄가는 사회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간성 말살의 모습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현장은 역사다]라는 한 기자의 노력에 의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아시아의 현대사를 접한다. 우리 역시 굴곡진 현대사를 가졌기에 다른 아시아의 나라와 그 국민들의 삶이 우리와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을 향한 자신의 시각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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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 3판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3
E. H. 카 지음, 권오석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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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스펙트럼을 갖추다
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는 사람들의 경우 다수가 경험하겠지만 한권의 책이나 한 사람의 저자에게서 얻은 공감으로 매료되어 같은 주제나 동일한 저자의 책을 찾아 읽는 경험이 있다. 이것은 나에게 대단히 흥미로운 탐구과정이었다. 그중 하나가 우리 역사인 조선시대의 획을 그었던 왕, 정조에 대한 관심이 10여권이 훌쩍 넘어서는 정조관련 책으로 모아졌다. 이 과정에서 이덕일이라는 저자를 알게 되었고 그가 쓴 책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최근 알게 된 <조선의 힘>의 저자 오항녕의 저서를 접하게 되면서 이덕일에 대한 관심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특정한 저자에 끌린다는 것은 그 자자가 책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주장에 공감하는 면이 많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한 저자를 통해 얻었던 지식이나 공감이 다른 저자의 주장을 접하면서 흔들리는 것은 아마도 내가 가진 지식이 미흡했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한발 나아가 책을 출판하는 저자라면 당연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특히, 소설 등의 문학이라는 장르가 아닌 역사서라면 더욱 강조되는 것이 저자의 ‘책임’이라는 문제가 대두된다고 본다. 일반인이 역사를 바라보는 조건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기에 일반인에게 역사를 전달하는 역사학자나 역사가라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책무는 그 무게를 점점 더 무거워져야 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점에 다시 만난 책이 바로 E. H. 카(Edward Hallett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 다. 막 대학을 입학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휩쓸려 멋모를 때 접했던 책을 제법 시간이 흘러 다시 접하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다르다. 앞에서 말한 상황에 맞물려 마치 그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듯 조금은 서두른 마음을 읽게 된다. 왜? 사람들은 역사를 접하려고 할까. 나와 같은 인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춰보고 그 속에서 미래를 꾸려갈 희망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나 역시 이러한 관점으로 그동안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역사 또는 역사적 사실로 이끄는 대중적인 저서로 가장 유명한 책이 바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다. 저자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대화’라고 규정하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의 자세와 역할 그리고 책무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출간된 1900년 전반기까지의 역사학계의 흐름을 살펴가면서 역사라는 학문이 등장한 배경 뿐 아니라 전반적인 문제의식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담아내고 있다. 이는 역사에만 국한되는 시각이 아니라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지녀야 할 기본 의식에 대해서까지 포괄하고 있다.

내가 이 책에서 역사를 해석하는 역사가의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저자는 역사가를 객관적이라고 말할 때 첫째, 그 역사가가 사회와 역사 속에 놓여 있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제한된 시야를 뛰어넘을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그 역사가가 자기 견해를 미래에 대해 투입하고, 따라서 자기 자신의 직접적인 상황에 전적으로 국한되어 있는 역사가들 보다는 과거에 대해 더 깊고 더 지속적인 통찰력을 요구한다. 이는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역사가 역시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의 시대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자신이 선택한 역사적 사실을 평가, 해석함에 있어 보다 높은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본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며 역사에 관심을 높여가는 현대인들이 많다. 역사소설이나 드라마의 성공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한 관심에서 흥밋거리에서 벗어나 역사를 바로 아는 것으로 나아가길 바래본다. 다시 접하는 [역사란 무엇인가?]는 특히 저자의 긍정적인 역사인식에 공감하게 된다. 현대인들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미래를 개척할 힘을 얻기에 충분한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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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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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표하는 표상은 무엇일까?
늘 잊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무엇 하나 상대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흔히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낱말도 역시 상대적이기에 나라는 존재도 너라는 존재가 없으면 성립할 수 없다. 낱말 안에 담겨있는 이러한 상대적인 개념에 대해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나 고려하면서 살아갈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을 둘러싼 온갖 환경에서 벗어나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행도 결국에 보면 바로 그러한 마음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자신을 얽매어 오던 마음의 부담감을 잠시라도 벗어버리고 싶은 그럼 마음 말이다. 더 나아가 지금 내 모습을 대표하고 있는 얼굴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 같지만 그러한 욕망은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이기에 늘 허망한 꿈처럼 공허하기만 하다.

[타인의 얼굴]은 바로 그러한 잠재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고 부르는 식욕, 성욕, 수면욕 등을 비롯하여 자신에게 잠재해 있으며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불쑥 나타나 민망하게 만들거나 때론 무기력하게 만드는 그러한 욕망을 가면이라는 타인의 얼굴 모습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부인에게 남긴 자기고백의 성격을 가진 수기형식으로 쓰여 졌다. 세권의 노트에 부인에게 보내는 자기고백을 담은 독특한 형식을 통해 담담하지만 세밀하게 인간 내면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타인의 얼굴]은 일본 현대문학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낸 아베 고보(安部公房)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실종 3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래의 여자, 타인의 얼굴, 불타버린 지도 중에 한 작품이다. 아베 고보는 유명한 작품을 발표한 여타의 작가들이 그렇듯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만주에서 성장했고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고자 했지만 결국 작가의 길을 택했다.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인 인간 소외, 정체성의 상실 현대 사회에 직면한 인간의 내면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을 남겼다.

[타인의 얼굴]은 평범한 도시인이 주인공이 실험실 폭발로 인해 남들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고 난 이후 가정과 사회에 속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본래 자신의 얼굴을 잃어 버렸기에 타인의 얼굴을 복재한 가면을 통해 변신을 시도한다. 가면이 완성되자 자신과 타인이라는 혼재된 정체성 속에서 갈등하게 된다. 타인의 얼굴을 가졌지만 그 얼굴로도 여전히 ‘타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자기 부인을 유혹한다. 가면을 쓴 주인공에게 유혹당한 부인에 대한 복수로 자기 고백노트를 작성하여 부인에게 읽게 만들지만 그 노트를 읽은 부인은 사라지고 만다. 

[무엇보다도 타인에게 익숙하게 하는 것이 자신을 길들이는 가장 빠른 길임에 틀림없다]

가면이라는 타인의 얼굴로 자신을 포장했지만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대변했던 얼굴을 잃어 버렸기에 자신의 일상에선 낯선 이방인 일수 밖에 없다. 나와 타인을 구분하게 만들지만 또 소통하게 만드는 기본 요소가 나신을 나타내는 얼굴이다. 바로 그 얼굴로 대변되는 소통이라는 것으로부터 소외된 사람이 찾아가는 자기 정체성의 문제다.

‘가면을 벗어버린 맨얼굴’ 이것은 인간이 가지는 욕망의 이중성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자 아베 고보는 기본적으로 욕망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한 인간의 내적 갈등을 가면이라는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억제하고자 했던 의지가 무너지고 욕망이 현실화 되어지는 모습을 통해 자기 성찰로 이끌어가고 있다.

주인공의 가면놀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부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인의 편지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지만 그 부인 또한 이중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면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상대적인 관계 속에서 설령 자신은 맨얼굴로 타인을 대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소통이 기 위해서 나와 타인, 양자가 모두 가면을 벗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성립되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소통이 화두가 되는 세상인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있게 하는 타인에 대한 생각,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이 얼마나 필요한 것이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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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경석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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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지는 긍정의 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괴테의 풀 네임이다. 고백하자면 처음으로 알게 되는 이름처럼 생소한 느낌마저 든다. 여타의 유명한 저자들처럼 그 명성에 어울리지 못할 만큼 나에게는 친숙하지 못한 작가라는 뜻이 맞는 말일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접하며 다시금 그저 막연함으로 이름만 알고 있는 작가 가 얼마나 많은가 세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요사이 책을 손에 들면 가장 먼저 저자의 프로필을 보게 된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도 궁금하지만 저자의 삶과 그 업적을 알게 되면 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은 독일의 시인 겸 작가이다. 왕실 추밀원 고문인 아버지와 시장의 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고 문예 혁명운동의 선두주자 고트프리트 헤르더에게 독일 민속과 정신에 대한 영향을 받았다. 목사의 딸 프리데리케 브리온과 사랑에 빠지며 감미로운 서정시들을 많이 썼으며, 변호사로 활동하지만 업무보다는 창작에 몰두한다. 엄격한 규칙이나 규율 등 정형화된 형식을 강조하며 낭만주의와 대비되는 고전주의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그의 저작들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헤르만과 도로테아, 이탈리아 기행, 시와 진실 등이 있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6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희곡이다. 이 희곡은 15~16세기를 배경으로 실재했다는 파우스트라는 인물과 마술 신앙을 비롯하여 기독교라는 종교와 결부하여 완성했다고 보기도 한다. 요한 파우스트라는 지식인이 추구하는 학문에 대한 탐구와 한 인간의 욕망이 표출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희곡 파우스트는 2부 5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문과 이룰 수 없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회의를 느낀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펠리스와 사후 영혼을 두고 거래를 하면서부터 둘의 여행이 시작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호화스러운 생활과 두 차례의 애절한 사랑을 하게 되지만 마지막 숨을 거두는 파우스트의 모습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을 하기에 이른다.

괴테에 의한 만들어진 파우스트라는 인간형이 표현하는 것이 무엇일까? 파우스트 전설에 담긴 인간의 특징으로 거인적이고 모든 욕망을 향유하려하며, 이 모든 욕망이 하느님의 힘이나 광명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악마와 결탁해야만 이루어지며, 주인공이 멸망하고 연혼은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지는 비극으로 끝난다고 한다. 하지만 괴테의 파우스트는 이로부터 한발 나아가고 있다. 이 속에 인간의 긍정적인 의지인 향상성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죽은 후 인간의 영혼을 신에 따스한 품에 깃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만큼이나 방대한 분량의 파우스트는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무대에서 배우들에 의해 해석되어진다는 희곡이 가지는 특징이 될 수도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를 따라가기가 녹녹치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과 이해를 돕고자 실어놓은 해설은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수많은 연구가 있었다. 시대에 따라 사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들이 변하기도 한다. 어떤 시각으로 고전을 볼 것인가 역시 보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살아가는 시대정신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다. 괴테의 파우스트 또한 당연하게 그 의미를 해석하는 측면은 현대의 시대정신을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죽음, 사랑, 쾌락, 욕망 등 사람의 본성에 대한 탐구는 선과 악이라는 두 축을 통해 신과 악마로 대별되며 지속되어 현대에 이르고 있다. 착한 인간, 긍정의 의지와 어리석은 인간, 나약한 존재는 인간을 둘러싼 온갖 경계에서 늘 갈등할 수밖에 없는 인간 모습의 표현인 것이다. 시대가 변해 인간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달라지던 인간이 가지는 긍정적인 힘이 있기에 역사는 발전해 왔고 미래 또한 그 의지에 의해 개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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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힘 - 조선, 500년 문명의 역동성을 찾다
오항녕 지음 / 역사비평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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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다시 보는 방법
태어나고 만들어진 그 무엇이든 시간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그 시간 속에 묵묵히 때론 당당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기록이 역사로 남아 있다. 나는 왜 관심사의 중심에 역사를 두는 것일까? 그것도 조선의 역사를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역사의 흔적으로는 문화유산이 있다. 시간 앞에 무력하기만 한 문화유산 중에서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이 조선시대 만들어진 사람들의 흔적이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조선의 역사에 관심이 많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저 지나간 흔적 정도로 역사에 대해 무심한 사람들도 많지만 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왜곡하거나 애써 부정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 이러한 사람들에 의해 재해석 된 역사는 오늘에 발 딛고 미래를 희망으로 꾸려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측면의 민족의 자긍심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의 피해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저자 오항녕의 [조선의 힘]은 500년을 넘게 이어온 조선왕조의 근본적인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가고자 하는 책이다. 우리 역사 조선에 대한 인식이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왜곡되어 온 현실을 극복하고 조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사회를 바라봄에 있어 그 사회가 형성된 배경이나 정치 체제를 비롯하여 통치이념 등 한 사회의 근본 뼈대를 올바로 인식할 때 그 사회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오항녕은 500년 문명을 이끌어온 조선의 저력을 찾는데 문치주의, 대동법, 실록, 강상 등 조선의 시스템을 분석하며 조선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고자 한다. 이는 근대 이후의 왜곡된 역사관으로 폄하된 조선의 성리학과 당쟁, 광해군, 단종 등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저자가 주목하는 조선의 힘에는 문치주의, 성리학, 실록, 강상, 대동법 등이 있다. 우리 역사 고려를 유지하는 바탕에 불교라는 사상이 근저에 있었듯 조선이 건국하고 뿌리 내리는데 무엇보다 중요했던 사상과 제도의 확립의 바탕에 성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문치주의가 흐르고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경연, 언관, 사관이 중심을 이루는 문치주의가 그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이 책 [조선의 힘]의 구성을 문치주의의 꽃, 실록, 그 돌덩이 같은 저력, 헌법과 강상, 대동법, 혁신하는 시스템, 오래된 미래, 조선 성리학, 부활하는 광해군, 당쟁과 기에 대한 오해, 역사 바로 세우기 - 단종과 사육신 등을 살피며 조선의 힘의 배경을 찾아보는 저자의 시각이 잘 나타나고 있다.

역사를 비롯하여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데에는 그 주체의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의 역사를 당쟁이나 봉건왕조 등으로 일그러진 모습으로 인식하는 근저에 일제의 의해 비롯된 식민사관이 분명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고 조선을 ‘있는 그대로 성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역사를 바라봄에 있어 지켜야 할 태도로 지적하는 것이 있다.

[첫째, 적어도 사실을 왜곡하지 말 것, 둘째,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서 애기할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역사학계의 일반적 흐름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저술, 학문적 성과에 대해 분석한 저자 나름의 해석기준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저자만의 시각이 아닌 시대적 요청에 의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기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역사를 대중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의 선두에 선 [이덕일]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문제제기 했던 내용에 이르러 더욱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보는 것은 그 역사를 통해 오늘의 자신을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역사든 자신이든 잘못된 모습을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역사를 바라보는 거울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강조하는 [조선의 힘]은 역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자신을 성찰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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