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
가마타 히로키, 정숙영, 이정모 / 부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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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대중 사이를 잇는 다리를 놓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한다. 사람을 둘러싼 자연도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흔적들도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류가 만들어온 정신문화의 유산은 고전이라는 숭고한 이름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으며 오히려 더 그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 많다. 무엇이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정신과 부합하거나 그것을 뛰어 넘는 가치를 가질 때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리라. 이는 사람의 정신활동의 결과물에 잘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또한 문자로 기록된 바에 힘입어 오늘날 우리게도 그 영향을 주고 있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우주 등 자연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수학이 우리 생활에 미치고 있는 그 영향력을 알게 되면서부터 삶을 구성하는 두 축 중 무엇 하나가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자연과학의 다양한 분야다. 이러한 관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저서를 발견하게 되었다. 일본의 학자 가마타 히로키가 지은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화산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자연과학이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안타깝게 여겨 과학자와 과학에 대해 알기 쉬운 안내서의 필요성에 의해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인류에게 과학적 진보를 이룩한 획기적인 사건의 당사자인 과학자들과 그들의 저서를 소개하고 있다. 과학의 14개 분야에 걸쳐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우선 당사자들에 대한 개략적인 삶을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명한 과학자지만 잘 알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삶을 재미있는 일화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다.

이 책은 생명, 환경, 인간, 지구의 네 가지 분류로 14명의 과학자와 저서를 소개한다. 다윈의 종의 기원, 파브르의 곤충기, 멘델의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 왓슨의 이중나선, 파브로프의 대뇌 양 반구의 작용에 관한 강의, 갈릴레오의 시데우스 눈치우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워 비교적 잘 알려진 과학자들 뿐 아니라 카슨의 침묵의 봄, 뉴턴의 프린키피아, 허블의 성운의 세계, 세쿤두스의 자연사,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 베게너의 대륙과 대양의 기원 등 우리에게 생소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과학의 분야에서도 먼저 길을 걸었던 선배들의 결과물에 영향받지 않은 것은 없음을 분명하게 알게 한다. 한 과학자의 독창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보다는 그때까지 이룩된 성과를 바탕으로 그 후를 예측하고 실험하려 이를 과학적으로 일반화 시키는 과정이 과학사가 아닌가 싶다. 또한 이들 과학자들의 삶을 보면 천재적인 성과를 이룩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성과가 살아생전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후에 다른 과학자들의 노력의 결과에 의해 그 업적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들은 연구 환경의 불합리한 조건에서도 굴하지 않고 과학자의 직관을 통해 얻어진 의문을 온갖 환경을 극복하고 실험에 성공하였다는 강한 정신력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과학자와 그들의 저서를 소개하며 전문적인 지식의 전달보다는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어 과학자들과 그들의 저서에 일반인들을 다가서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14명의 과학자의 본 연구서 말고도 연관분야의 책을 소개하고 있고, 그 내용 또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 더 깊은 관심을 요구하는 사람뿐 아니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적을 소개하고 있어 다양한 층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의 한국어판을 발간하며 첨부한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에 소개된 내용을 보며 한국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 많음을 보고 놀라게 된다. 기초과학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고 또 실행되고 있지만 위대한 과학자들의 성과를 담은 책들이 소개되지 못하는 현실이 마치 입시위주의 교육정책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슨 책이든 저자의 삶과 지향하는 바를 심사숙고하여 담아 놓은 것이기에 그 가치는 무한대가 아닌가 한다. 책 한권은 그저 단순한 책이 아니다. 인류의 문명사를 새롭게 쓰게 할 정도로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책들에 대한 훌륭한 안내서를 넘어 과학과 일반인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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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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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게 뭐요?
천명관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처음 대하는 이 고령화 가족은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다는 이야기다. 사람이 무엇을 대하는 동안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어떤 물리적인 작용에 따른 반작용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도 있지만 애써 숨겨놓았거나 왜면하고 살았던 어떤 것을 대면할 때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것이 가족이라는 점이고 그것은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천명관이 어떤 작품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런 불편함을 직면하게 만들었다면 이런 느낌은 나 이외에도 제법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것이 아닌가도 싶다. 고령화 가족은 중반을 넘어서 50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거의 지금 내 또래 아저씨의 자기고백으로 보인다. 가족 이야기 여기저기 등장하는 주인공의 넋두리가 낯설지 않는 것이 반증이리라. 

이런 가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막장 가족이야기라고 하지만 우리 주변에 이 가족이 보여주는 삶의 한 단면을 가지지 않은 가족은 없을지도 모른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는 주인공의 이 말이 진리처럼 다가오는 현실이다 보니 드러내지 않는 속내를 알지 못하기에 그렇겠지만 누구하나 가슴속에 무거운 짐 하나씩은 지고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흩어져 살던 심상치 않은 3대가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로 모이는 과정이 심상치 않다.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하고 하나 둘 터져 나와 서로의 심기를 건들면서도 가족이라는 틀이 가지는 힘을 느끼게 한다.

고령화 가족에는 전통적인 가족상과 혼란스럽게 변해가는 현대의 가족이 혼재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함께 살 부딪치며 살았던 남편의 핏줄이고 한때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난 과거를 숨기며 살았기에 가슴에 껴안고 싶은 큰아들, 생물학적 관점으로만 본다면 이 가정의 온전한 핏줄인 남편과 자신의 태어난 주인공, 그리고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 어머니의 핏줄이었던 여동생 그리고 그 여동생의 딸 등이 자신의 위치에서 가정을 바라보고 있다. 혼란스럽기만 한 가족사라고는 하지만 그 속엔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은은한 향으로 스며들고 있다.

도대체 작가는 이런 막장 가족사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는 이야기에 가슴 밑바닥 감춰두고 싶은 불편함을 드러내게 하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여 조카의 용돈을 탐내는 삼촌, 용돈으로 사람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동생의 딸에 대한 생각, 삼촌 앞에서도 담배는 꼬나물고도 당당한 여 조카, 불륜의 씨앗인 딸아이의 세 번째 결혼식장에 옛 사랑을 불러들인 어머니의 모습들은 어쩜 현대인의 불편하지만 왜면하고 살아가는 속내를 건드리는 장치들일 수도 있다.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는 불편함을 왜면하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 말이다.

가족과 사회라는 울타리를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다. 아니 아직 그 경계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갈아먹으며 수없는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것이 뭔지를 강한 어조로 묻고 있다. 다양한 인간관계만큼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이 말은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현실에서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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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전우치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7
김현양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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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술을 부려서라도 이루고 싶은 꿈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순응해 살아가기도 하지만 늘 변화를 꿈꾼다. 현실의 삶을 바꾸지 못하면 꿈으로라도 그렇게 되길 소망하는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현대사회 뿐 아니라 절대적 신분사회에서 숙명과도 같은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 역시 그런 꿈을 꾸었다. 그렇게 변화하고 싶은 자신의 환경으로 무엇이 있을까? 신분상승, 명예, 부의 축적 그리고 삶의 가치를 높이려는데 도움이 되는 그 무엇 등 이것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켜 나가는 현실은 그리 녹녹치 못하기에 대안으로 만들어 낸 것이 가상의 현실을 담아 꿈을 실현 시켜가는 문학이 있다. 이것이 문학이 가지는 근본 힘의 원천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꿈을 담은 옛 사람들의 문학작품으로 ‘홍길동전’과 ‘전우치전’을 만났다. 홍길동전은 이미 익숙한 이미지를 형성할 정도로 친숙한 작품이지만 실은 그 정확한 내용을 알기 보다는 전해지는 개략적인 이야기뿐이고 더욱 전우치전은 겨우 이름만 들었을 뿐이라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되는 측면이 많다.

영웅호걸을 주인공으로 한 두 소설은 봉건 신분제가 굳게 정착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 비판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분제, 탐관오리, 영웅, 도술, 상상의 세계 등을 매개로 억울한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곤란을 겪기도 하면서 그들의 일대기를 그려내고 있다. 또한 이 두 소설은 사회적으로 엄격하게 정해진 규율을 넘어서려는 불온한 생각을 담고 있다. 물론 불온하다는 시각은 신분과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이 두 소설은 비슷한 시대적 배경, 일대기 형식의 구성, 담아내는 내용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소설적 장치가 있다. 홍길동은 천하무적 영웅호걸로 그려지면서도 도술을 부리는 환상적 이미지가 적고 더 사회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전우치는 전지전능한 도술을 가진 것 같으면서도 그를 능가하는 대상이 함께 등장하여 흐름을 조절해 가며 개인적인 성공을 꿈꾸는 분위기가 많다. 

이들 작품은 공통적으로 다양한 이본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만큼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각각의 저본들 상의 다른 점들 또한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본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당시 사람들의 꿈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들의 가치가 더 높게 생각되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이미 익숙하지만 그렇기에 더 접근할 수 없었던 우리 고전 소설을 현대적 언어로 만난다는 것과 더불어 원문을 함께 있어 다른 언어로 된 같은 내용의 읽어가는 듯 한 재미가 있다. 원문에서 느껴지는 생소함이 오히려 재미로 다가오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우리 선조들의 삶과 꿈을 담은 고전이 독자들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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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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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실현은 늘 현재진행형이야 한다
똑 같은 것도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게 된다. 이는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지만 무엇이 그 차이를 나타나게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아마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주요한 요인으로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면 이 또한 대부분 공감하리라. 사람마다 꿈으로 간직하는 소망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무엇을 꿈꾸든지 그것을 실현해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지 꿈으로만 남아 늘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같은 의문이지만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또 무엇일까? 이 질문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면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일지 혼란스럽다.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말은 다양하다.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말들 중에 혼란스럽고, 눈코 뜰 사이 없이 빠르게 변해가며, 인간의 가치를 물질화로 대치해가는 사회라는 말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꿈을 잃어버리게 하는 사회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꾸는 꿈은 무엇일까? 지위, 돈, 행복 등 다양하겠지만 이 모든 것의 근저에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 아닐까?

자기개발이라는 사회적 붐을 일으킬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바로 현대인이 잃어버린 꿈의 실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는 양치기소년 산티아고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되면서 이 꿈이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 집시를 찾아가 꿈 풀이를 한다. 자신이 왕이었다는 사람이 나타나 그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다. 기르던 양을 팔고 꿈속에 보았던 이집트 피라미드를 찾아가지만 사기꾼을 만나 가진 돈을 다 잃고 우여 곡절을 겪으며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을 한다. 이 여행은 그동안 꿈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막, 낙타 등 다양한 사물들과 소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자신의 꿈과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과정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 연금술사에는 나비, 왕, 연금술사, 여자, 독수리, 금 등 상징성을 내포하는 다양한 것들이 등장한다. 어려움에 처할 때 마다 산티아고가 스스로의 힘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혜를 알려주는 등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을 한다. 결정적으로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스승이며 친절한 안내자다. 이 모든 것은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염금술사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꿈의 실현의 과정은 중도에 멈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연금술사로 표현되는 조력자의 역할이다. 이 조력자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연금술사에서 이야기하듯 자연의 온갖 사물이 될 수도 있으며 책 또한 훌륭한 스승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꿈은 자신이 꾸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시켜가는 과정에서 맞이하는 어려움도 모두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누구나 자신만의 꿈이 있기에 그 구체적 모습은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 책 염금술사는 이렇게 잃어버린 꿈을 찾게 하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며, 자신의 삶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임을 깨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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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21
가라타니 고진 지음, 송태욱 옮김 / 사회평론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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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되돌아보기와 국제 윤리의 출발점은?
현대사회를 바로보기 위해선 현대사회를 있게 한 지난 사회를 올바로 바라보고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전재가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현실에서는 당위론에 그칠 수밖에 없음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굳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 많다는 것이리라. 특히 지난 20세기 인류사에 큼직한 획을 그었던 제국주의와 식민지, 전쟁 등을 비롯한 국가 간의 분쟁이 지금까지 현대 국제 질서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이러한 국가 간의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질서에서의 윤리문제는 여전히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국가 간의 이해요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전쟁에 대한 후속대책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문제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일본의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람이 ‘윤리21’의 저자 가라타니 고진이다. ‘일본정신의 기원’, ‘역사의 반복’ 등의 저서로 이미 국내에서도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저자의 가장 큰 특징이 서구인이 아닌 사람으로 근, 현대사상을 논하여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윤리21’은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전쟁에 대한 책임’을 말하고 있다. 특히 저자의 논점의 핵심은 칸트의 사상을 바탕으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칸트의 사상을 굳이 밝히는 것은 저자 자신의 사상이 칸트로부터 영향 받아 전개되었다는 점 또한 당당하게 언급한다. 저자는 전쟁의 책임에 대한 네 가지 구별에서 ‘형사상의 죄’, ‘정치상의 죄’, ‘도덕상의 죄’, ‘형이상학상의 죄’라고 구분했던 야스퍼스의 이론을 가져와 전쟁의 처리문제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적 법정(국제군사재판소)에서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의 경우를 비교하며 독일과 일본의 다른 점을 밝힌다. 일본의 경우 천황의 존재와 그의 전쟁 책임에 대한 과정이 이후 일본인 전체의 책임론으로 변해오고 그 결과 지금까지 미해결로 남아 있는 원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는 미국의 전쟁 그리고 전후 처리과정에 대한 힘의 지배를 간과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저자의 이후 국제 윤리가 통용되는 사회를 제시하며 미국의 분명한 책임과정도 포함되어 있다.

제국주의와 식민지 지배, 종교와 인종간의 갈등, 빈부의 격차, 환경파괴 등 20세기에 벌어졌던 문제가 여전히 21세기에도 주요한 현안이다. 현상적인 모습의 변화나 정도의 차이가 있음에도 그 영향으로 세계무역센터 테러와 아프카니스탄 전쟁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간의 윤리성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미래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삼는 것이 윤리가 통하는 사회의 도래를 말하고 있다. ‘역사 되돌리기’가 바로 그것의 출발이며 이것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지, 국제테러에서 미국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영토보다는 경제공동체의 의미가 강화되며 국경은 있으나 일류공동체를 지향하는 현시대에 지난 세기 문제를 해결하고 다가오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적극적 방안 모색이라는 차원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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