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유전자 - 제국을 향한 피의 역사가 깨어난다
에릭 두르슈미트 지음, 이상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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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오늘의 중국을 본다
지구촌이라고 하는 말은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말 가운데 하나가 된지 오래되었다. 각종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해 시간과 지리적 차이는 더 이상 국가 간의 거리뿐 아니라 개개인의 사고 속에서도 같은 의미로 지구촌을 이야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국가관이나 세계에 다른 나라에 대한 자국의 정책이 통하지 않으며 보다 깊은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달라진 환경에서도 국가 간에는 분명 힘의 논리가 철저히 작용하고 있다. 그것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나라가 미국이며 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힘을 축적하며 그 위상을 떨치고 있는 나라가 인구와 면적에서도 거대한 중국이다. 이 중국이 이후 국제 질서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여 그 위세를 떨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이의 영향은 지구촌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배재할 수 없는 일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적 경험과 현재적 상황에서도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잠자는 용’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시각으로 ‘중국 다시보기’를 시도한 한 저널리스트의 책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할 일이라 보여진다. ‘용의 유전자 : 제국을 향한 피의 역사가 깨어난다’는 바로 국제적으로 오스트리아 출신 전진 유명한 종군기자 에릭 두르슈미트 (Erik Durschmied)의 시각으로 바라본 피의 제국 중국의 어제와 오늘을 담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역사를 다섯 분야로 나누어 살피면서 그 시작을 1218~1348년 사이 징기스칸이 3차례에 걸쳐 유럽원정으로부터, 1405~1911년 명나라 때 강력한 해상세력의 대두와 그 영향력을 살피고, 1911~1949년 제국주의 전쟁 후 새로운 중국의 탄생과 더불어 거대 중국의 역사에서 침체기로 파악하며, 1949~1997년 공산주의 정권의 수립 이후 현대 중국의 모습과 홍콩의 반환받는 시기 그리고 이후 올림픽 개최에 이르기 까지 중국의 현재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저자의 에릭 두르슈미트은 다분히 서구 중심주의적인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징기스칸의 유럽원정으로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남겼다고 보는 저자는 피에 굶주린 중국의 전쟁사를 세밀하게 그려가고 있는 것이다. 죽의 장막에 갇혀 잠자던 용이 오랜 침묵을 깨고 현실의 세계로 등장,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는 결코 좌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힘이 논리에 의해 국제질서를 파악하는 저자의 시각으로는 당연시하는 중국의 전쟁 역사가 무지 막대한 잠재력의 발현으로 나타날 때 그 결과가 어떨지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서구 편향적인 시각임을 전재로 할 때 중국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용의 유전자’에 담고 있는 현실인식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보유고를 자랑하는 경제력과 무한한 가능성의 인구뿐 아니라 군사대국의 면모, 올림픽을 개최한 정치외교력, 군사 정치적으로 북한과 밀접한 국가라는 점 또한 염두에 두고 살펴야 할 중국의 모습이 우리로선 먼 나라 불구경이 아님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게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의 왜곡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현실 정치세계에서도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음과 경제교역의 중요 국가이기에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나라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얼마만큼 현실 감각을 가지고 중국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움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가 그 사소한 움직임 까지 주목하는 나라인 중국, 두 눈 똑바로 뜨고 살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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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탐하다 - 무심한 듯 뭉클하게
김상득 지음, 최수진 그림 / 이미지박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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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살 붙이며 온갖 허물을 다 감싸주고 살아가지만 등 돌리면 남보다 못하다는 것이 부부다. 부부는 원래 그런 것이니 그러려니 하며 살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부부로 만나 살아가는 특별한 인연의 두 사람 사이가 현대에 들어 그 틈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 둘 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둘이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그 틈을 더 벌리게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리하여 남보다 못한 사이가 아닌 그 특별한 인연이 헛되지 않을 해답을 찾아 오늘도 많은 부부가 서로에게 애먼 말을 건네고 있다.

이들처럼 산다면 어떨까? 남편이 아내를 이해하기 위해 속내를 드러내고도 머쓱해하지 않으며 그런 남편을 미소로 받아주는 아내처럼 말이다. 저자는 아내를 팔아(?) 살아가는 사람의 저서 ‘아내를 탐하다’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아내의 전모를 밝혀 보려는 불온(?)한 생각을 가진 남편의 아내 탐험기다. 무심한 듯 시작하지만 끝내는 뭉클하게 다가오는 아내의 속내가 참으로 따스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다.

저자의 아내 탐험 이야기는 남편과 함께 살아오는 동안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몸의 탐험’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무엇보다 예민한 귀, 코, 아름다운 뒷모습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뒤통수, 여자이면서도 짧은 치마를 거부하게 하는 무릎의 상처를 비롯하여 손, 피부, 새치에 이르기까지 날마다 보면서도 낯선 느낌을 전해주는 살아있는 아내를 본다. 

또한, 그런 아내가 일상을 살아가며 소중하게 여기는 아내의 물건에서 아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나아가 그 짐작할 수 없는 속내를 알아보는 것에까지 이른다. 가정에서 아내의 존재는 아내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 가득함을 느끼게 된다. 남편에게 아내는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그런 사람이다. 살펴볼수록 같은 것이라고는 없는 두 사람의 판이한 성격은 오히려 서로를 다독이는 장점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내의 남편은 아내의 꿈을 찾아 그 속을 거닐고 싶어 한다.

오십을 눈앞에 둔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따스하게 번지는 미소가 있다. 남편의 아내 탐험기의 절정은 에필로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다시 태어나도 아내와 만나 결혼해서 살고 싶은 희귀한 남편이 아내에게 미리 쓰는 남편의 유서라는 형식의 글에는 다르면서도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믿음과 사랑이 있다. 평소 꼴불견 남편을 향해 눈을 지켜 뜨는 아내일지라도 어찌 사랑스런 애교를 보내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부부사전에서 전해주는 다양성의 낱말이 어쩌면 부부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이야기 하듯 동일한 언어지만 그 속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 책을 읽은 남편들의 내일의 모습은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내를 탐하라, 그것도 마음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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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기 인문 B조 마지막 도서 :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역사
앤서니 루이스 지음, 박지웅.이지은 옮김 / 간장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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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이지만 특정한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말은 우리 현대사를 대표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권력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그에 대항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행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분명 그렇다. 이는 오래되어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 헌법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국민의 권리 또한 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온 정치적 민주주의의 결과 많은 부분에서 국민의 권리가 확보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국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이 구현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왜 이러한 일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답답한 심정을 정치적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는 미국의 경우를 거울삼아 우리의 현실을 냉철히 돌아보게 하는 저서를 만나게 되어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앤서니 루이스의 저서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를 통해서이다. 이 책은 미국의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이 조항이 미국 내에서 어떻게 국민의 기본 권리와 충돌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판단하는 근거로 작용하게 되는지의 과정을 법원의 판결을 실례로 분석하며 해설하고 있다.

‘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실천을 금지하는,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또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회동할 수 있는 권리와 불만사항의 시정을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

이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이는 이 법조항이 미국국민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키워드로 작용해 왔다. 이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 권리와 커다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 국민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는 나라로 대부분 미국을 지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저자는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해서 의사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언론의 자유 등을 중심적으로 살피고 있다. 권력에 의해 침해받는 권리를 지켜나가는 최후의 보루는 이를 근거로 해석하고 판단하며 판결하는 법원의 판사들에 의해 지켜져 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법원 판사들은 권리와 충돌하는 사건에 대해 수정헌법 1조의 해석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즉, 무엇을 보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이는 수정헌법 1조가 가지는 의미가 결코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이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것을 판단하는 가치기준 또한 변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법관들은 이 수정헌법 1조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확장하며 권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확대 해석해 온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특히, 표현의 자유가 사생활을 침해해서 심각한 피해를 불러오게 된 때에 그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또는 언론의 자유는 무한정 보장되는 것이 맞는지 등 서로 충돌하는 가치를 판단할 때 근거하는 것이 바로 수정헌법 1조의 해석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삶이 살 만하려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지켜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용기’라고도 말하고 있다. 법관들이 법을 해석하는 용기,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는 투쟁의 결과물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우리나라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자신의 가치판단의 모델로 미국을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미국이 지켜온 수정헌법 1조의 정신을 지켜가려는 사람들이 모습은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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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
김종엽 지음 / 가즈토이(God'sToy)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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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하소연을 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제법 많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 ‘나는 뭔가’라는 물음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리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지도 못하게 몰아붙이는 각박한 사회다. 그런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시간이 흘러왔고 어쩌면 그러한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것이다. 옆 사람 누가 강요하거나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에 적응하다보니 그렇게 살아온 측면이 많다. 

점차 안정되어가는 생활,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여건도 마련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생기게 되고 그로부터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 또한 많아지는 나이가 되면 누구하나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인정할 수 있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만만찮은 조건에 있는 자신의 처지로 인해 쉽지만은 않은 현실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엇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내면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답을 제시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서적을 참고삼아 도움을 받지만 그렇다고 당장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의 저자 김종엽은 이 책을 통해 바로 이러한 딜레마에 처해 있는 현대인에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했던 것을 기초로 만들어진 이 책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반드시 주목하고 가야 할 명제들을 언급하고 있다. 진리와 자기 정체성, 안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 동일성, 자유, 사랑의 질서, 지혜, 죽음, 안락사와 그 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를 살펴가며 인간 기본적인 욕구인 ‘자유와 행복’을 담보로 하는 자아의 실현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정체성의 확보와 자아의 실현이라는 철학적 명제를 스스로 떠안게 되었다. 인류의 역사가 이어져 온 시간만큼 오래된 이 문제는 눈 밝은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사상과 그 해결책을 제공받았지만 현대사회에 들어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현실적인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체성 확보와 자아실현이라는 일련의 명제를 풀어가는 방법으로 서양 철학의 성과물들을 제시하며 자신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일반 독자의 수준으로서는 이해의 범주를 벗어난 부분도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읽어가지 어려운 점도 있다. 그렇더라도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조건을 잘 파악하고 그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정체성 확보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자기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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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 대중성과 다양성의 예술 - 20C 그림 여행 마로니에북스 아트 오딧세이 4
마르코 메네구초 지음, 노윤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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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그 다양성의 세계로
가을은 문화 예술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런 구분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사계절이 분명한 변화를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을이 주는 느낌은 다른 계절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한 변화를 가지게 한다. 우선 자연경관의 변화로 사람들을 밖으로 나서게 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는 곳으로는 당연 단풍놀이가 선두에 서겠지만 다양한 각종 축제나 문화공연, 전시회를 비롯하여 공공도서관 마다 00주간이라는 특별한 행사를 하는 등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로 부산을 떤다.

이런 분위기에 젖어 미술관이나 각종 그림 전시회라도 찾아 나서는 사람들에게 현대미술이 가지는 다양성의 세계로 안내하는 미술관련 책도 제법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전통적으로 회화중심의 미술세계가 사회적 변혁을 거치는 과정에 인간의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방식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왔고 그 전형적인 모습을 현대미술이 보여주고 있다. 

밀라노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사학자 마르코 메네구초의 저서 ‘대중성과 다양성의 예술 현대미술’은 급격한 변화와 다양한 예술사조의 등장으로 시작된 현대미술에 관한 시대와 부합하는 예술의 흐름,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 그리고 이를 담아내는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현대미술의 전모를 담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말하듯이 현대미술을 대중성과 다양성의 예술로 표현하고 있다. 그에 걸맞게 이 책은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주요 용어의 해설로부터 시작한다. 

아르뷔르, 타시즘, 코브라, 엥포르멜, 추상표현주의, 색면회화, 네오다다이즘, 신사실주의, 팝아트, 옵아트, 대지예술, 보디아트, 비디오아트, 환경예술, 극사실주의, 트랜스아방가르드, 사진예술, 다문화주의 등 1950년대 이후 10년 주기로 변화를 보인다는 예술사조의 흐름과 걸맞게 사조의 중심내용과 대표적인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낯선 이름의 작가들이지만 국내 사정으로 로이 라히텐슈타인이나 백남준 같이 이미 익숙한 작가들도 보인다. 또한 이 책은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던 지역들에 대한 소개도하고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밀라노, 로마, 런던, 베를린, 상하이 등 대륙별 예술 중심의 도시들을 소개하며 그 지역들의 중심적인 예술장르의 차이나 흐름도 소개하고 있다. 

현대미술은 장르의 구별이 모호하다는 생각이다. 현대 학문이 학문간 경계를 허물며 통섭의 길로 들어서는 것처럼 현대미술 역시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으며 현대문명의 산물과 그 부산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특징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모습을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이 책은 설명해 준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아르망, 매튜 바니, 바네사 비크로프트, 키스 해링, 핸리 무어, 백남준, 신디 셔먼, 앤디 워홀 등 그들이 넘나드는 영역은 음악, 공연, 모델, 자연, 사진, 회화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부분이 망라된 것처럼 보인다.

이 책은 대중성과 다양성이라는 특징을 갖는 현대미술에 대한 종합 안내서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대미술은 난해한 세계라는 사실을 깨달게 하기도 한다. 그림이나 예술분야를 예술품의 창작하는 예술가와 미술평론가, 화랑관계자나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아닌 일반 대중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미술 안내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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