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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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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건축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다양한 붐(boom)이 일어난다. 어떤 사회 현상이 갑작스레 유행하거나 번성하는 일을 붐이라 하기에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것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어떨까? 물론 긍정적인 경우엔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때는 다음 세대들이 그 결과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오랜 전 모텔이 전국적으로 건축되던 시기가 있었다. 사회의 부정적 경향성과 맞물려 그야말로 붐이 일어났다. 그것도 국적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외형으로 인해 도시의 어디서든 볼 수 있었고 도시미관을 헤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는 특정한 종교의 건축물 역시 도시와 주변의 환경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음으로 불쾌감마저 불러일으키기 일쑤였다. 바로 이렇게 한번 지으면 오래가는 건축물의 경우나 천편일률적인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도 구내구성이 한계에 달했을 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암울해지는 면이 있다.

이제는 많은 부분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새로운 변화들이 생기고 있다. 그 대표적인 모습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 이 책 쿠마 켄코의 ‘자연스러운 건축’은 비록 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다른 일본의 현대 건축문화의 일면을 소개하고 있지만 충분히 우리의 경우에도 공감할 내용들이고 최근 건축의 경향성을 볼 수 있어 반갑기만 하다.

저자 쿠마 켄코는 건축을 전공하고 다양한 건설현장에서 실무를 익히는 과정에서 노출 콘크리트에 의한 건축에 대안 모색을 하기에 이르러 자신의 건축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자연은 유토피아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각각의 장소에 부여된 과혹하고 구체적인 별칭이다. 특정한 장소와 장소, 그 장소 사이의 교류를 통해 건축은 앞으로 전진해 간다.’

한국어판 출간의 변에서 밝힌 저자 쿠마 켄고가 관심 갖는 분야는 바로 ‘자연스러운 건축’이라는 것이다. 공간에 머물러 있는 건축물이 시간과 결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만나는 지점에 물, 돌, 대나무, 흙, 종이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통해 장소에 맞는 건축을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콘크리트는 세계를 뒤덮어 버리고 있는 현대 건축이 갖는 자연과의 단절성이나 보이지 않음에 대한 편리성을 넘어 자연과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자연스러운 건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철저히 물, 돌, 대나무, 흙, 종이 등을 가지고 건축한 자신이 겪은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담고 있다. 자연소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고 해법을 함께 모색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과정이었다고 단언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가슴을 펴고 100퍼센트 당당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다. 현실적인 인식밖에, 그 겸허함밖에, 건축의 희망은 희망이 없다.’

이 말은 자연의 소재로 자연과 친밀한 건축을 짓는 다는 것이 현실의 다양한 문제와 만났을 때 저자가 고민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축에 성공하고 그 결과 또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긴 하나 충분히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시도해야 된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시간에 대한 느낌은 시대와 사람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다.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현대건축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서가 다르고 자연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저자의 이야기의 가치는 빛을 발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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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도 병인 양하여 - 옛가락 이젯가락
손종섭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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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이 주는 뜻과 풍류
문학작품을 대하는 사람 중에는 우리 선조들의 작품에 대한 편견이 있다. 고전이라고 하면 의례껏 서양고전을 먼저 떠올리고 또 서양고전이 전부인 양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이러한 모습 속에는 은연 중 스며들어 있는 문화 사대주의의가 꿈틀대는 듯싶어 안타까움이 있다. 

우리 고전을 접할 때마다 선조들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듯 다정다감함이 있어 애써 찾아보곤 한다. 지은이가 누구인지 모르는 실명씨의 작품이나 서슬 퍼런 사대부의 속내를 알게 하는 작품,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운 감정을 나타내고 있는 기생들의 작품 그 어느 것 하나 살갑지 않은 것이 없다. 살아온 삶과 감정이 비슷하고 그 속에서 공감하는 바가 많아 더 정겨운 우리 고전에 대한 애착이 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다정도 병인 양하여’는 바로 그런 우리 선조들의 문학작품 중에서 시조를 선별하고 저자 손종섭의 눈으로 본 감상과 자신의 작품을 한데 엮어 펴낸 책이다. 저자는 시조라는 작품에는 우리 민족 정서가 담겨 있고 가장 오랫동안 민족의 애환을 담아낸 것이며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유일한 문학 형식이라고 평하고 있다. 또한 시조에는 계층 간 소통의 도구였고 군왕을 비롯하여 사대부, 학자, 양반, 규수, 기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대중문학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본다.

이 책에는 조선조를 중심으로 한 시조 300여 수가 담겨 있으며 주요 지은이로는 이조년, 정철, 윤선도, 홍랑, 매창, 황진이 등이 있다. 이들은 관료, 문인, 천인, 기녀 등의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자신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동안의 삶을 기반으로 한 애환과 깊은 가슴속에 담아둔 지향하는 뜻을 담고 있기에 수백 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공감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송시열의 청산도 절로절로, 이정보의 묻노라 부나비야를 비롯하여 작가불명의 말은 가자 울고, 보고만 있을 것을, 임도 잠도 안 오는 밤에, 홍랑의 멧버들 골라 꺾어, 이조년의 다정도 병인 양하여, 이매창의 이화우 흩날릴제, 황진이의 상사몽, 청산리 벽계수야 등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뿐 아니라 새롭게 만나는 작품들 하나하나 반갑기만 하다. 이러한 문학작품을 통해 살펴본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르지 않다. 삶의 현장에 고스란히 드러나는가 하면 남녀 간의 애뜻한 사랑과 이별, 그리움도 있고 선비들의 우국충정과 임금을 향한 마음 그리고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호연지기 또한 담겨있다. 

저자는 대상이 되는 시조를 놓고 자신만의 감상법이 있는 듯하다. 먼저 시조가 담고 있는 본래의 감정을 살려서 읽고 또한 스스로 이야기를 꾸며 다시 읽고 마지막으로 현대의 감정을 담은 지조 창작으로 맺고 있다. 이는 한 작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동일한 작가든 비슷한 감정을 담은 시조를 찾아내 함께 읽기도 한다. 시대와 작가가 다름에도 동일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비교감상도 흥미롭다.

작품 속에 나타난 우리 선조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비해 훨씬 감성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온 듯 보인다. 아마도 시간이라는 상대적인 흐름에 연유한 것이 아닌가 한다. 모든 것이 분, 초를 다투는 현대인의 삶에서 배꽃이 흩날리는 모습이나, 기운달이 서쪽 창에 비추는 정경이나 추운 겨울밤을 한자리 베어내어 봄 이불 속에 감춰 두고 임 만난 날을 손꼽아 기다릴 마음의 여유는 자리를 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자연을 벗하고 사람과 사람사이 더 애뜻한 감정이 살아 숨 쉬고 있었을 것이다.

시조든 다소 긴 사설조이든 아니면 산문이라도 그 글에서 맛이 다름을 느끼게 되는 이유가 시간의 흐름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현대인들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을 벗하고자 함도 그 근본에는 바로 시간에 대한 다름 느낌을 얻고자 함이리라. 그 감정을 잘 나타내고 있는 우리 고전 작품과 함께 한다면 우리 선조들만의 맛과 멋을 오늘날에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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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다
김태연 지음 / 시간여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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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보는 자만이 보리라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은 상대성 원리에 의해 운용되고 있는 세계다. 이 명제는 내가 알고 있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고정 불변하는 그 무엇도 없으며 가치 또한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비교할 대상에 의해 규정된다는 의미로 이해하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했던 말 중 하나이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정한 것이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상대성의 원리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알지 못하는 한계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잊고 살아가는 모순에 처한 자신을 본다. 

이처럼 알고는 있지만 삶속에 운용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식하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인식하는 범위 자체를 한정 지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지극히 단편적인 사건의 조합만으로 세상의 판단하고 그 판단에 의해 모든 진리가 규명되는 듯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을 위안삼아 할 수 있는 말은 결국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이해할 수밖에 없고 이해하는 범위가 전부라 여기며 살아간다.’ 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확인시켜주는 이야기를 접하며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것이다’라는 김태연의 소설은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미약하고 인식하는 범위가 얼만 한정된 시공간인지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 나는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공으로 인해 살던 고향을 떠나 법학과에 입학하지만 아버지의 친구인 왕거지와의 만남을 인연으로 수학을 공부하게 된다. 일정정도 성공을 거둔 나는 ‘챔피언스리그’라는 기록을 접하며 재야 천재수학자 김광국과 다희라는 인물들이 겪는 일을 통해 스승 왕거지와의 약속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수학, 천문학, 물리학 등 최신 과학적 성과물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도구로 사용된다.

수학, 물리학, 천문학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고수들이 등장하며 우주의 구성 원리를 찾아가는 지적 탐험과정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소설이 가지는 허구성이라고 만 치부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미 과학자들에 의해 규명되었고 또 밝혀지고 있는 다양한 과학적 원리, 수학이 찾아가는 명쾌한 방정식의 성립과정 등 따라가기 만만치 않은 내용들이 주를 이루지만 저자는 묘하게 추리물 성격의 사건 진행과 결합하여 딱딱함을 다소나마 해소하고 있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나 안에 있는 너’ 등 철학적 개념을 수학적으로 방정식으로 확인하려는 지난한 지적 탐구과정이 선입감처럼 지루하지는 않지만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는 수식, 수학적 개념들 앞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크게 세부분으로 구분된다. 저자의 표현대로 K리그, 챔피언스리그, 코스모스리그로 이어지는 시공간, 차원이 다른 이야기를 동일한 주제를 통해 엮어 놓고 있다. 그것을 풀어가는 매개가 축구공이라는 구를 통해서 말이다. 이는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축제 그리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는 생각이다. 수학적 이론의 어려움도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비약된다는 점, 사건의 마무리가 흐지부지 한다는 점, 미완의 마무리 등이 다소 아쉬운 점이다.

최근 톰 지그프리드의 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라는 책을 통해 수학이 주는 학문적 매력에 흠뻑 빠진 기억이 있다. 세상의 거의 모든 학문분야가 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그 성과의 총화가 수학적 방정식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것이다’라는 이 소설로 다시금 그러한 충격에 노출된다. 하지만 그 충격은 흥미로운 지적탐구 과정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묘한 흥분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온갖 문명의 이기가 수학을 비롯한 과학의 성과가 집적된 결과물이지만 그 구체적 원리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도 잘 사용하듯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 그 속의 지구라는 행성에 대해 그 구성 원리를 구체적 알지 못함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학문이 인간 존재의 근원을 밝혀가려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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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문화 기행 깊은 여행 시리즈 2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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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이 머무는 곳, 피렌체 탐미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오는 동안 이룩한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에선 발걸음이 느려지기 마련이다. 시선을 붙잡는 것이 꼭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예술작품에 한정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사람의 흔적이 있어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는 것처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문화유적을 찾아 나서는 것이리라. 이렇게 인류가 남긴 흔적을 통해 지난 시간과 공감하며 위대한 유산에 대해 놀라기도 하며 때론 따스한 위안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는 문화유산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애정을 가지고 살피며 이를 보존하고 후대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것과는 상반되게 경제개발 논리에 의해 물질적 가치로만 판단하는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이러한 문화유산을 대하는 바른 태도일까? 그 해답의 한 전형을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라는 책을 알게 된다.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는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웠던 피렌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주도이며 모직물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많은 귀금속 등의 발달로 경제적으로 번영하였고 유럽의 상공업, 금융업의 중심이 되었던 곳이다. 또한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권력을 잡았던 메디치가(家)와는 떨어져 이야기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이 메디치가의 후원과 관심으로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행운의 도시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피렌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우선 피렌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 특히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작품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관심사로부터 출발 한다. 저자는 보티첼리와 티치아노, 카라바조,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으로 이어지는 거장들의 작품을 대하며 그 작품들에 얽힌 이야기를 비롯하여 각기 작품들에 대해 섬세하며 친절한 작품해설을 하고 있다. 그의 글로 만나는 예술작품들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함께한다. 작품들의 근간이 되는 것이 원래 신화에서 온 것이기에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일 것 같다. 작품 하나하나에 세심한 눈길을 두는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작품을 직접 대해 듯 다가온다.

두 번째로 저자는 피렌체 도시의 곳곳에 있는 조각 작품들과 보무도 당당한 건물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도시의 속살을 살피듯 보여주는 작품들 또한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의 상황에 견주어 설명하기에 피렌체의 역사를 고스란히 알게 된다. 다비드, 유디트,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사비니 여인의 약탈, 바쿠스 등을 비롯한 조각 작품뿐 아니라 피오레 대성당, 조토의 종루, 바르젤로 궁전, 루첼리아 궁전, 안티노리 궁전, 산타트리니타 다리, 시뇨리아 광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넘어가는 것이 없다. 

저자의 주요 관심은 아니었지만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네 명의 죄수’라는 미완성작으로 조각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를 유추하게도 하지만 무엇보다 대리석의 딱딱한 돌 속에 갇혀있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도 실감나는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시간과 공간, 스스로의 울타리, 사회제도 등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다양한 제약 조건에 갇혀 몸부림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만 하다.

다양한 작품이 온전히 보관되고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 소중함을 현실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하고 있는 피렌체는 도시 자체가 역사적 유물이라 불러도 좋다는 사람들의 강한 자부심이 보인다. 그렇기에 그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살아 숨 쉬고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게 하였다고 생각된다. 저자의 시각에 따라 피렌체를 둘러보면서 우리나라 한 도시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천년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라 경주를 비교해 보는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다.

책과 함께하는 동안 자주 앞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텍스트에 삽입되어 있는 사진이 흑백이고 또 그 사진 상태가 너무 어두워 자자의 해설은 제대로 살필 수 없어 그나마 앞장에 있는 칼라사진을 찾아보려고 애쓰지만 그곳에도 설명된 작품이 다 수록된 것도 아니어서 다소 아쉽다.

저자는 관광이 아닌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테마로 여행이 각광받는 시대다. 시간이 멈추어 있는 곳, 역사와 현실이 조화를 이뤄 함께 살아가는 곳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보고 그 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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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막연하게 그리웠던 피렌체, 조금 더 깊게 느끼기
    from 도서출판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 2010-10-18 07:32 
    막연하게 그리웠던 도시가 있었습니다. 1999년 첫 해외여행을 유럽으로 다녀왔습니다. 28박 29일을 호텔팩으로 정신없이 쏘다녔습니다. 그 중 스치듯 피렌체에 3시간 머물렀는데, 웬지모르게 다른 도시들보다 길게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2년 후 2001년, 운이 좋게도 다시 유럽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게다가 일주일간 자유여행을 할 기회까지 생겼습니다. 주저없이 선택한 도시가 피렌체였습니다. 그냥 다시 가야만할 것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근대일본의 국제질서론
사카이 데쓰야 지음, 장인성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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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제관계를 기본을 보다
현대사회가 복잡한 시스템에 의해 유지되는 현실에서 관계의 최소 단위라 할 수 있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다양한 전재조건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개인들이 속한 조직이 다양하고 중층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리라. 하물며 이런 개인의 생활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정책이나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를 올바로 이해하기론 실로 많은 노력이 요구되며 어쩌면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를 일컬어 ‘국제질서’라고 한다면 그러한 국가질서가 유지되고 자국의 이해요구를 반영한 타국가간의 질서에 대응하는 여러 나라들의 모습은 다분히 자국의 이해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국제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던 전쟁의 당사자가 되는 국가의 경우 더욱 그럴 것이다.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당사국으로 패전으로 인해 국제조약에 강제 조인한 경험으로 그로부터 현대일본의 국제질서의 기조가 정해진 국가이다. 그렇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고 일부에서는 그 국제조약의 불평등성의 문제를 들어 새로운 모색을 하는 부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대일본의 국제질서론'은 그러한 근대일본의 국내와 국제간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일본 내 정치상황에 근거하여 일본의 대외관을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의의가 있다. 다소 전문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피해 당사국인 우리나라로써 분명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미국의 정책에 무관한 나라는 없기에 다분히 미국의 정책에 대한 반응으로 대응하는 것이 기본적인 기조를 이루는 대외정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 내에서 이뤄지는 일본의 국제정치나 미국의 국제정치 등의 국제관계를 계보학적 접근을 통해 살피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미국 정치 중심의 국제 관계에서 벗어나 일본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전후 외교론의 형성, 고전 외교론자와 전간기 국제질서, ‘동아협동체론’에서 ‘근대화론’으로, 아나키즘적 상상력과 국제질서, ‘제국질서’와 ‘국제질서, 일본 외교사의 ‘낡음’과 ‘새로움’ 등으로 구분하여 일본의 국제질서의 흐름을 계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쟁의 당사자이기에 그 전쟁이 중심이 되어 전전과 전쟁 중 그리고 그 후 과정에 대해 살피는 흐름이다.

현실에서 보여주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조짐에 대한 이해는 바로 종전 시 체결한 미일 안보조약의 범위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섬나라 일본의 지정학적 특성상 대륙을 향한 관심은 근대일본을 넘어서 현대일본에 있어서도 얼마나 중요한 이해요구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제국질서라는 말에 의해 표현되는 일본 내 정치상황이 국제질서라는 대외관과 병립하며 실익을 추구하는 국제관계의 일면을 보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도 역사 속 끝나지 않은 한일관계도 분명하게 단절과 계승이라는 통과의례가 필요할 것이다. 전후 처리문제를 대하는 현 일본정부의 방침이나 독도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의심이 있는 것에 대한 우리나라의 흔들림 없는 정책의 기조가 필요함이 절실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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