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 한국편 - 김유신과 김춘추에서 김대중과 김영삼까지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 시리즈 1
함규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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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소통이 인간관계의 기본이리라
사람들은 일상의 틀을 벗어난 특별한 상황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만남에서는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는 일생을 통해 각 시기별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의미를 따로 두지 않더라도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 신중을 기하며 좋은 사람을 만나려는 마음들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바람대로 좋은 만남이 이뤄지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일이다. 또한 처음의 좋은 만남이 끝까지 유지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좋지 않은 출발일지라도 과정을 통해 좋은 결말을 맺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아픔을 주는 경우든, 목숨을 걸어야 하는 만남이든, 개인을 넘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경우 등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만남을 보며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있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역사를 바꾼 운명적 만남’은 이렇게 역사 속에서 개인이든 나라든 운명적인 만남을 찾아 만남 속에 얽힌 역학관계를 찾아 내 소개하고 있다. 물과 고기의 만남(水魚之會), 불과 얼음의 만남(氷火之會), 불과 나무의 만남(火木之會), 산과 바다의 만남(山海之會), 구름과 구름의 만남(雲雲之會) 등 다섯 가지 주제로 사람들의 만남을 구분하고 그에 걸 맞는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의 이러한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흥미의 차원을 넘어 어떤 만남이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만남은 없어 보인다.

김유신과 김춘추, 정도전과 이성계, 신숙주의 수양대군의 경우처럼 목적의식이 뚜렷하며 양자의 이해관계가 잘 어울린 만남도 있고, 한 번의 만남이 악연이 되어 결국 잘못된 운명으로 끝을 맺은 정지상과 김부식, 심의겸과 윤원형, 인현왕후와 장희빈 그리고 박정희, 김재규, 차지철, 전두환의 만남이 그것이다. 또한 사회적 편견이나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지향하는 바를 실천해가는 진성여왕과 김위홍, 윤원형과 정난정, 홍랑과 최경창 같은 만남도 있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만남,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서로를 독립적으로 인정하는 서희와 소손녕, 김병현과 공허와 같은 만남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만남을 비교분석하며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시대정신에 의한 피해를 본 경우가 많음을 말하며 안타까움은 전하고 있다. 특히 이예순이나 나혜석, 박마리아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이 책은 삼국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찾아낸 이러한 역사적 만남을 역사적 사료에 근거하면서도 자자 자신만의 시각에 의해 상황을 묘사하여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 각각의 만남에 대한 극적인 재미를 더해주는 흥밋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료적 분석이 정확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장보고와 흥덕왕 편을 보면 장보고에게 김우징이 협조를 부탁하며 김우징 자신의 딸을 장보고에게 시집보낸다고 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는 장보고의 딸을 왕에게 시집보내기로 한 것이었는데 잘못된 제시가 아닌가 한다. 이 책의 주제로 보면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인사 청문회를 보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사람의 만남을 간단하게 부인해버리며 자신의 입지를 살리려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개인과 나라의 운명을 바꿀만한 만남이 아니더라도 우리들은 수없이 많은 만남을 하게 되며 그 하나하나가 자신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결국 자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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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지 않는 바람처럼 - 12년차 집시 세라의 인생사용법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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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결국 내 하기 나름이다
사람마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다양한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는 중에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각자 개별적인 인격이 존중되는 사회다보니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무엇인가 허전함이 남는 것 또한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공감 받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는 한 걸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는다고는 이야기 하지 못할지라도 부러움을 살만한 삶을 만난다. 공감 받는다는 감히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사람의 삶은 특별하고 독특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1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누려온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특별히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길을 잃지 않은 바람처럼’의 저자 곽세라, 그녀 스스로 정해 명함에 담고 다니는 ‘인생을 심각하게 살 용의가 전혀 없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은 저자의 삶의 가치 지향점을 단적으로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를 집시로 부르고 사설 독립마녀라고도 하는 그녀의 삶에서 진정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녀가 그동안 주로 생활했던 인도와 일본에서의 생활했던 모습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살며 얻은 인생의 사용지침서며 삶의 자기고백이다. 무엇에도 걸리지 않은 바람처럼 인생을 살고 싶고 웃음사도를 자처하며 웃음을 전하고 그녀가 현재 도달한 지점이 '인생을 심각하게 살 용의가 전혀 없음'에 와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겪었을 자신을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지독한 외로움’의 과정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살아가는 동안 떨치지 못할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해답을 찾아내는 지름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녀의 12년간의 여행은 진정 자신에게 가치 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삶의 본질을 발견하고 실천하는 집시의 과정이다.

저자 스스로 고백하지만 그녀는 대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순박하고 착하며 좋은 사람을 만난 운, 혼자 여행을 떠나 떠돌 수 있는 조건, 무엇인가 하고자 하면 길이 생기는 운, 이러한 운이라는 것도 어쩜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좋은 운 역시 그녀의 몫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 이웃들에게 저자에게 있었던 이러한 운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적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저자 곽세라와 현실의 이웃 사람들과의 차이는 뭘까? 그녀라고 현실적인 제약과 벽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기에 그녀가 선택한 삶에서 그녀만의 지혜를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저자는 소통의 중요함을 알고 있다. 소통에는 기본이 되는 전재조건이 있다. 나와 타자, 이곳과 저곳, 사람과 자연 등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양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양자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양자에게 모두 가치 있는 그 무엇에 대한 모색이 바로 그 기본 전재가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타인, 다른 세계, 다른 문화 등을 비롯하여 자신에게서도 현실적 차이를 인정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열린 마음이 있다. 그런 방법으로 그녀는 요가를 하고 춤을 추며 그림을 그리고 노래하고 있다. 저자의 그런 삶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좀더 즐겁게 살아도 된다는 것,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삶은 처음부터 우리를 위한 놀이터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당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치지 않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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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주제는 사랑
이명인 지음 / 예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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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경계에서 서성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사랑을 빼면 남는 것이 무엇일까? 지구상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의 의미가 형태가 존재했으며 여전히 유효한 것이 사랑이다. 인류가 살아오는 동안 끊임없이 추구했던 많은 것들 중에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만큼이나 사랑에 대한 정의를 찾아왔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사랑은 힘과 용기, 따스함과 위안을 주는 긍정적인 면과 더불어 절망, 죽음, 파괴, 안타까움, 그리움 등 부정적인 면까지를 포함하기에 인류의 역사는 바로 사랑의 결과물일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적 과정에서든 현실에서든 우리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부러움의 대상이고 따라하고 싶은 갈망이며 ‘언젠가 내게도 사랑이...’라는 현실적이지는 못하더라도 사랑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사랑은 눈길을 주기에 충분하다. 사랑에 성공이라는 말을 붙일 순 없을지라도 좋게 보이는 이들의 모습에선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그렇지 못한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내지는 결코 가지 말아야 할 것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저자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고 사랑에 대한 정의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참모습을 얻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 보이는 내용들로 가득한 여정이 보인다. 저자 이명인의 ‘오늘밤 주제는 사랑’이라는 그럴듯한 제목의 책이다. 저자가 찾은 사랑의 모습은 ‘서툰 사랑’, ‘더딘 사랑’, ‘외사랑’, ‘아픈 사랑’, ‘부러운 사랑’, ‘따라가기 싫은 사랑’까지 사랑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오늘밤 주제는 사랑’에는 캐서린 햅번,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존 스튜어트 밀, 김점선, 김기창, 찰리 채플린, 루 살로메, 너나드 쇼, 조지아 오키프, 앙드레 고르, 윈스턴 처칠, 박수근 등 자신이 속한 부분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그들의 사랑의 모습 속에서 저자가 찾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연인이 사랑하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 사랑 자체가 백인백색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사랑은 ( )라고 정의할 때, 괄호 안에 들어가지 못할 말은 없다. 다만 사람마다 채우고 싶은 게 다를 뿐이어서 그걸 채우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정의될 뿐이다.’

저자는 ( ) 이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의 내면에 깃든 무엇이라고 했다. 다만 그것이 다를 뿐이기에 이로부터 생기는 간극이 서로의 가슴에 남기는 생채기의 종류와 그 깊이를 달리하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힘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도 확인한다. 사회적 환경이나 개안적인 조건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랑을 꾸려가는 것이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랑에 대한 스스로 성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자신이하면 로맨스고 타인이 하면 불륜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랑에 대한 동경이 있지만 현실의 조건에서 그 길에 발을 들여 넣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열망과 사회적 공감대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을 비난하고자 하는 말일 것이다. 그 어떤 사랑이든 당사자에게는 절대적인 가치이기에 타인의 눈에 비친 사랑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겉모습, 타인의 눈이 아닌 지금 사랑하는 당사자의 눈으로 사랑을 볼 때 사랑의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경계는 그것이 무엇을 담고 있던지 성택을 강요하게 된다. 내적 갈등에 흔들리는 사람들은 내내 그 경계에 서서 길을 나설 용기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도 이렇게 경계에 서서 흔들리는 과정이 아닌가 한다. 어떤 사람의 어떤 조건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는 말이 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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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학>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범죄 수학 범죄 수학 시리즈 1
리스 하스아우트 지음, 오혜정 옮김, 남호영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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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진정 아름다운가?
계산에 밝은 편이 아닌 사람으로 수학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접할 때마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흘려들었다. 수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기까지 하기에 ‘수학은 아름답다’라는 말을 들으면 외계인 보듯 낯설기만 하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내 아이가 수학에 몸서리 칠 그 때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수학과 관련된 서적을 접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숫자의 연산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 내겐 흥미로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를 필두로 ‘이것이다’라는 수학 소설에 이어 ‘범죄 수학’에까지 연달아 접하며 수학이 재미와 가치에 더불어 놀라운 현실성을 확인한 것이다. 

‘범죄 수학’은 수학을 좋아하고 대단한 재능이 있는 미국의 고등학생이 발간한 책이다. 주요한 내용으로는 평범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을 수학의 원리에 의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물론 미국 드라마의 ‘넘버스’를 몇 번 봐서 이와 비슷한 과정이겠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이 책은 고등학생의 작품이기에 그보다는 훨씬 친숙한 문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고등학교 수학을 이해한다면 쉽게 따라갈 수 있다고 전재하고 있지만 그럴만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범죄 수학’은 14가지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각각의 사건이 발생하는 배경과 이 과정을 세심하게 듣고 사고하여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주인공 ‘라비’는 단연 돋보인다. 삼각법, 확률, 순열조합, 연역적 추론 등 수학의 원리를 자유자재로 적용하고 주변 환경과의 관계까지 살피는 치밀함이 보인다. 하지만 범죄의 현장에서 범인에 대해 사건의 배경에 대한 추리 과정이 다소 생략되어 있고 벌어진 결과에 의해 연역적으로 추론하는 수학 공식을 통해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개인적 한계로 인해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일반인을 위해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무엇이든 기초가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공계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가 많아지는 정책이 수립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로 기초학문에 수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수학이 학문으로써 학교나 연구소에서만 행해지는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감은 어디서부터 생긴 것일까? 개인적인 경험으로 통해 거슬러 올라가면 학교 수업에 이르지 않을까 한다. 수학을 가르치는 학교의 수업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린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입시위주 수업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실생활과 학문의 전반적 과정에 미치는 영향과 그 가치를 알 수 있게 하는 수업이었다면 어떠했을까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지만 이후 수학에 대한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의 좋은 기회가 아닌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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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풍자극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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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의 호텔로 가는 사람들
사람들이 직업이든 살아가는 환경이든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그리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생길 때에서야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생활의 근거지를 옮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살아오는 동안 이미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이기에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근본 속성에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삶의 근거지를 옮기는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브루클린 풍자극’은 평범한 일상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거주지를 옮기면서부터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자기보고서와 같다. 네이선 글래스라는 오십대 후반의 남자가 폐암의 발병과 아내와의 이혼 그리고 평생직장이던 보험회사 영업사원이라는 일자리를 잃고 나서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 생의 마지막을 보낼 곳으로 선택한 곳이 자신이 태어난 브루클린이다. 생을 마감하기 위해 선택한 곳에서의 삶은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될까?

사랑하는 딸은 무엇이든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간섭처럼 들리는 오스터 마지막 언쟁으로 실망감을 느낀 네이선은 브루클린의 조용한 아파트에의 또 다른 일상을 시작한다. 거리의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식당 종업원에게 이성적인 관심을 갖기도 하고 헌책방에서 책을 보기도 하며 소일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주 가던 헌책방에서 조카 톰을 만나고 어릴 적 추억을 함께 나눈다. 톰으로부터 헌책방 사장 해리를 만나면서 이어지는 인연들과의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의 연속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 네이선 글래스를 발견하게 된다.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로 생각한 브루클린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과정을 네이선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책’을 쓰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그동안 살아오며 자신이 겪었던 일상적인 추억에서 극적인 장면이나 아주 사소한 일까지 모두 기억나는 대로 써나가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브루클린에서의 일상도 그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책’ 내용에 들어갈 텍스트의 일종이기도 하다. 

브루클린에서의 일상을 꾸려가던 네이선과 톰 그리고 해리는 자신들의 현실을 벗어난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현실을 벗어난 곳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곳으로 가기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실존의 모텔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현실의 무게를 벗어날 수 있는 곳에 대한 동경이 아닌가 싶다.

우여곡절의 삶을 살아왔던 해리의 뜻하지 않은 죽음, 동성애의 대한 사회적 편견, 겉모습 만으로만 알게 되는 사람들, 마약과 섹스, 종교 갈등, 결혼과 이혼 등 우리의 삶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인공인 네이선이 주목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기 성찰의 과정이 바로 브루클린에서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루클린 풍자극’을 통해 저자는 인생의 절망의 순간에서 찾아오는 뜻하지 않은 일들로 인해 끝으로 생각했던 삶이 다시 시작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뉴욕의 브루클린은 네이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어느 곳이나 실존의 호텔이며 이상형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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