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도전 1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1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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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 행복이 지극한 사소한 개인의 일이 되었건 시대의 소명을 가슴가득 안고 불굴의 의지를 표현하는 일이건 그 끝에는 평화롭게 일상을 살아가는 일일 것이다. 개인의 사소한 행복이든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사회변혁을 이뤄가는 일이건 다 그 일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중심에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많은 역사적 인물들은 그들은 자신을 사랑했고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가슴에 안고 살아간 사람들이다.

조선시대 뜻을 굽히지 않았던 대부분의 영웅들은 조선 500년 역사가 흘러가는 동안 대부분 복권되어 그 삶이 정당하게 인정되었지만 조선이 끝나가는 시기에 와서야 겨우 인정되었던 사람이 있다. 혼란스러웠던 고려 말 신흥 사대부와 손잡고 역성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이뤄 조선이라는 나라를 개창하고 그 기틀을 만들었던 정도전이 바로 그 사람이다. 

이수광의 [정도전]은 고려 말 조선 초의 격동기를 주체적으로 살았던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숨차도록 치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방원에 의해 1차 왕자의 난을 당하는 그 숨 가픈 시점을 시작으로 정도전이 살아온 치열했던 시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역사소설이기에 그 한계를 감안하고 읽어간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가 적당한 버무려진 이 이야기는 정도전이 꿈꾸는 역성혁명의 본질이 무엇이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분사회에서 미비한 출생의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학문을 닦으며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삶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어린 시절의 정도전은 훗날 정치적 신념에 의해 다른 길을 가게 되는 벗을 만난다. 우뚝 선 스승 이색, 지음이라고 여겼던 정몽주, 하륜, 이숭인 등과 함께 시대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이다. 남다른 특출함을 보이는 정도전에 대해 스승 이색은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제자의 가는 길을 막아서지는 않는 스승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도전은 공민왕 이후 더욱더 혼란스러운 고려의 정치상황, 원나라가 망하고 명나라가 등장하면서 더욱 복잡해지지만 하는 대외관계 그리고 이 속에서 헐벗고 굶주려가는 백성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에 밤잠을 설친다. 정도전이 꿈꾸는 세상에 대한 준비는 벽에 부딪치지만 굴하지 않고 그 뜻을 실현할 사람을 찾아 이성계를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맹세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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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도전 2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2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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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권력 앞에서는 가족도 스승도 벗도 돌아보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있지만‘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는 뜻에 따라 민본정치의 실현을 위해 지음이라 여겼던 정몽주 그리고 스승까지도 내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이성계와 함께 위하도 회군 이후 공민왕, 우왕, 창왕 그리고 공양왕까지 쓰러져가는 왕조를 일사천리로 마무리하며 조선개국에 성공한다. 이성계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왕도를 옮기고 조선의 기틀을 튼튼히 할 법적 근거를 확립하기 위해 경국대전을 제시하지만 난관에 부딪치고 만다. 

토지개혁, 요동정벌, 사병혁파 이는 정도전 개혁의 핵심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재상정치’, ‘민본정치’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 것이다. 아는 왕권 중심의 조선을 꿈꾸는 이방원과 대결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그려온 그림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권력이라는 괴물에 의해 그 꿈의 좌절을 눈앞에서 보게 되는 정도전의 가슴엔 이미 저세상으로 간 정몽주, 이숭인 그리고 스승 이색과 하륜이 담겨져 있다. 정도전, 이방원의 칼끝이 자신의 목을 노리는 순간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내 최씨의 거문고 소리가 험난한 삶의 마지막을 인도하지 않았나 싶다.

오늘날 정도전에 대한 평가는 각기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준 모습대로 백성을 근본으로 생각하며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꾼 개혁 정치가와 고려 말과 조선 초에 새롭게 등장하는 신진 사대부들의 사회적 기반과 정치적 틀을 만들기 위해 선두에 섰던 정치인이 그것이다. 저자 이수광이 그려가는 정도전의 이야기는 혼란스러운 시대 혁명가를 담아서 그런지 다소 거칠다는 느낌이다. 또한 자주 보이는 오자는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보여준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지만 또한 영웅은 난세를 이끌어간다는 말도 있다. 정도전의 파란만장했건 삶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든 그가 이룩하고자 했던 세상에 백성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정도전에 대한 주목을 하게 되는 점이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역사에도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다. 지극히 소중한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으면서도 불의에 굴하지 않아 죽음 앞에서도 당당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았던 당대에 그 업적을 정당하게 평가받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역적이라는 치명적인 평가를 받아 역사의 그늘 속으로 사라지기도 했고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런 영웅들에 대한 오늘날의 평가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가치관에 의해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들이 품었던 뜻만큼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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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인물통찰 - 폄하와 찬사로 뒤바뀐 18인의 두 얼굴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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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역사인식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은 절대적 진리가 존재할까? 동일한 사건을 접하는 많은 사람들의 평가는 그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의 견해가 다 옳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우선 그럴 수 있다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것은 절대적 가치라기보다는 상대성을 두고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전재에 동의해야 비로소 합의점을 찾을 수 있고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의 기준을 마련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주변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지침이나 흐름에 의해 당연시되어 온 것들이 많다. 하물며 시간이 훨씬 지난 역사적 사건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도 역시 그러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일면적인 평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미래를 열어갈 희망을 억압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가치관이나 정치적 의도에 의한 의도된 사건의 평가는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

우리가 역사적 사건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학교수업이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로는 일정한 스펙트럼을 통과하고 특정한 사람들의 이해요구에 맞게끔 해석된 이후의 일이 되는 경우라는 것이다. 무엇이나 다 같겠지만 전문적으로 역사를 전공하고 연구하는 역사학자의 노력보다는 곁가지로 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올바른 시각에서 벗어날 확률이 많아진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사 인물 통찰 : 폄하와 찬사로 뒤바뀐 18인의 두 얼굴]은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역사적 인물에 대해 관점을 달리해서 바라보기를 시도한 책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떨어질 수 없는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18명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각기 다른 시각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각을 통해 살펴보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지금까지 지배적이었던 시각을 벗어난 것도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역사적 인물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시도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본다.

저자가 이런 전재로 살피고 있는 역사적 인물로는 고구려의 장수태왕으로부터 강감찬, 공민왕, 이성계, 정도전, 양녕대군, 신숙주, 연산군, 윤원형, 이황, 광해군, 김상헌, 송시열, 정조, 김대건, 흥선대원군, 명성황후, 김옥균까지 18명이며 왕으로부터 정치가, 군인, 학자,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극과 극을 보인점도 있고 특정한 측면이 강조되었던 점도 분명히 있다.

장수태왕은 중국에 조공하지 않았을까? 강감찬은 ‘단지’ 고려 구국의 명장일까? 이성계는 고구려의 최전성기를 구가한 장수태왕이 조공하고, 요나라의 침략을 물리친 강감찬에 대한 새로운 평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출신성분에 대한 의문, 오직 학문에만 전념한 대학자 이미지의 이황이 42년씩이나 관계 들락거렸다는 점, 효종과 송시열의 북벌론의 실체, 명성황후에 대한 상반된 시각, 김옥균이 ‘친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 무엇 하나 만만한 것들이 아닌 이목이 집중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다.

저자는 바로 그렇게 논란이 되는 점을 부각시켜 비교 분석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접근이 보인다. 저자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할 때 개인으로만 평가가 아닌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까지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이황의 경우 성리학의 거두로 탁월한 업적을 남긴 학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당시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정치일선과 뗄 수 없는 시대였기에 그의 정치인으로써의 활동도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러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고찰은 그동안 주류를 이뤄오고 있는 역사시각에 대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매우 조심스러운 책읽기가 되었지만 신선한 충격으로 나가오는 점이 분명하게 있다. 일정한 스펙트럼을 통해 의도된 역사인식이 가져올 피해는 자못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역사적 사건이나 역사적 인물 등 역사인식 있어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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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
사마천 지음, 김원중 엮음 / 민음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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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본도리를 생각해 본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여러 저작들이 여전히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그 속에 담긴 뜻이 시대를 불문하고 빛을 발하기 때문이리라고 본다. 그중 동양의 고전으로 사마천의 사기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사기는 태사공서라고도 하며 중국의 오제 때부터 한나라 무제까지 3000여 년 동안의 기록을 모은 책이다. 사마천의 사기는 ‘열전’, ‘본기’, ‘세가’의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기록한 여타의 기록물과는 달리 사기는 정치사에 편중됨이 없이 천문 지리를 포함하여 경제, 예술, 철학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인간 전체를 대상으로 오늘날의 백과사전 류의 역사서라 불러도 무방할 내용의 역사서이다.

사마천은 전한 시대 사람으로 아버지 사마담은 천문 역법과 도서를 관장하는 태사령이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20세 때에 중국 전역을 자유롭게 방랑하며,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고 고서적을 수집하고 자료를 섭렵했다. 아버지 사마담이 죽으면서 자신이 집필하기 시작한 [사기]의 완성을 부탁하고, 그는 그 뜻을 받들어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마천이 본격적으로 사기를 집필한 것은 ‘이릉의 화’를 당하고부터다. 곤란한 처지에 처한 사마천은 옥중에서도 저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후 신분이 회복되어 아버지의 유언을 받든 지 20여 년 만에 불후의 역사서인 [사기]를 완성하게 되었다.

[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는 바로 이 사마천의 사기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국내에서 ‘사기’에 관한 전문가로 알려진 김원중 교수에 의해 새롭게 구성된 책이다. 방대한 사기에서 오늘날 청소년에게 귀중한 교훈으로 삼아도 좋을 명장면 70여 편을 선정하고 이를 해설하며 본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설명을 덧붙여 놓아 관련 내용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는 구성을 보인다. 사기 130여 편중에서 112편이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온갖 모습을 담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주목할 만한 이야기로는 순리열전에 나오는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는다’를 비롯하여 상군열전 편의 ‘새로 만든 법은 믿음 속에서 꽃필 수 있다’ 진시황 본기의 ‘시대의 변화에 따르라’ 위공자 열전의 ‘숨어사는 선비 얻는 법’ 맹상군 열전의 ‘받지 못할 돈을 받는 법’ 소 상국 세가의 ‘사냥개와 사냥꾼의 차이’ 등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70여 장면을 모두 사람사이에 지켜야할 동양철학의 덕목인 인, 의, 예, 지, 신, 충에 대해 알게 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내용을 저자의 기준에 따라 5부로 나누고 있는 이 책은 ‘사기’가 단순히 처세술에 국한 된 것이 아니기에 인간의 근본에 대해 성찰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시대에 따라 동일한 환경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한결같이 흐르는 인간 근본의 도리는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사상에 의해 초개같이 목숨을 버리기도 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어가기도 하지만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모습은 어디서 오는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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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묘 18현 - 조선 선비의 거울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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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올곧은 정신이 그립다.
일찍이 사람이 살아가며 반드시 지켜야할 도리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시대가 변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해왔지만 인간의 근본 도리에 대한 깊은 성찰은 그대로 인 것이다. 아니 오히려 시대가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면서 그러면 근본 물음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선 500년의 역사를 지키고 민족의 정신을 이어올 수 있었던 근간에는 안으로는 엄준한 기준에 의해 자신을 성찰하고 밖으로는 대의를 실천하기 위해 목숨을 건 선비들의 의로운 삶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조선을 지탱했던 학문적 근간에는 성리학이라는 학문이 있었다. 나라의 법을 세우고 가정의 예를 지키며 자신의 내면을 세워가는 근간이 바로 이 성리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묘 18현]은 바로 그 성리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려 한 나라의 근간을 이룬 사상적 기반이 되기까지 탁월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자의 유학이 송나라 대에 들어 주자로부터 이론적으로 심화되고 철학적인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이(理)·기(氣)의 개념을 구사하면서 우주의 생성과 구조, 인간 심성(心性)의 구조, 사회에서의 인간의 자세 등에 관하여 깊이 사색이 성리학의 체계이다. 

그러한 성리학을 바탕으로 뿌리를 내린 조선이기에 성리학에 대한 업적에 따라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폐를 모시고 배양하는 문묘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었다. 여기에 모셔진 우리나라 성현으로 18인이 있으며 그들은 신라 최치원를 시작으로 설총, 고려의 안향, 정몽주, 조선의 김굉필, 정여창, 조광조, 이언적, 이황, 김인후, 이이, 성혼, 김장생, 조헌, 김집, 송시열, 송준길, 박세채 등이다.

[문묘 18현 : 조선 선비의 거울]은 바로 이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태어남과 성장배경, 학문적 계보, 정치적 성과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살피고 있다. 문묘에 배향된 이들의 공통점은 학문을 통해 자신을 닦고 이렇게 배운 뜻을 생활과 정치에 일치시키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 올곧은 뜻을 실현하는 과정에 하나같이 직언을 멈추지 않았으며 이는 자신의 목숨을 내건 치열한 삶이었다는 것이다. 배우고 익힌 바를 실천에 옮겨 일신에 불이익이 올지라도 그것을 명예로 여긴 선비정신의 근간이다. 그 결과 사약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삭탈관직과 귀양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선의 성리학은 그 시발이 되는 중국에서 와는 다르게 조선에 와서 그 뿌리를 확고히 한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가 아닌가 싶다. 그 선두에 선 사람으로 조광조의 치(政治), 이황의 도(道學), 이이의 학문(學文), 김장생의 예(禮學), 송시열의 의리(義理)를 조선 선비의 이상으로 삼아 동방 5현이라 하였다. 절대 왕권이라는 왕조의 나라 조선이지만 이러한 선비의 정신이 함께 있었기에 종묘사직을 이어올 수 있는 사상적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예로써 가르치면 나라가 평온해지고, 지식으로만 가르치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 18현 중 한분인 김장생의 말이다. 비록 현대의 시각으로 볼 때 이해하지 못하는 성리학의 내용이 있더라도 그 가르침을 삶과 직결 시켰던 정신만은 온전히 받아 안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온갖 부정과 비리로 점철된 현대 정치를 바라볼 때 혼란스럽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정치는 하늘의 뜻을 받아 백성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 아닌 권력에 대한 욕심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조선을 이끌어 왔던 선비들의 올곧은 선비정신이 무엇보다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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