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 - 완역결정판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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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세상에서 절대적 자유를 꿈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난 세상이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삶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하여 지난 역사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 해답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우리가 성인으로 우러러 보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수많은 사상이 대두되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밝혀 놓은 사상에 의해 시대를 선도하는 지혜를 얻어왔다. 논어를 비롯하여 장자의 사상은 동양사상의 진수라고 하여 오늘날까지 학문의 영역을 포함하여 시대를 밝혀갈 사상으로 탐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자(기원전 369~286)는 장주라고 송나라에 태어났다. 도가사상을 확립한 사람으로 노자와 더불어 노장사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하였다. 당시 사상들과의 교류도 하면서 그의 사상적 깊이를 더해갔다. ‘어떤 대상을 욕구하거나 사유하지 않으므로 무위(無爲)하고, 스스로 자기존재를 성립시키며 절로 움직이므로 자연(自然)한 것’이라는 도가사상으로 대표되는 [장자]는 내편 7, 외편 15, 잡편 11로 모두 3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자의 도가사상은 우선, 모든 존재와 현상의 근원을 ‘도(道)’라 부르는 본체론과 절대적인 인간의 자유의 추구를 지향하는 윤리관 사람이란 아무것에도 걸림이 없는 무대(無그待)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모든 현상계의 가치관을 부정하고 절대적 자유의 경지를 말하며 삶과 죽음은 본질상 같다고 파악하는 윤리관을 나타내고 있다.

이 책 연암서가 발행 본 [장자 : 절대적인 자유를 꿈꾸다]는 장자의 이 33편을 우리말로 옮겨놓고 그에 대한 간략한 해설을 포함하고 있다.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한자로 된 원문을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러한 불편을 해결한 역작으로 보여 우선 반갑다.

내편(內篇)에 속한 7편은 속된 세상을 초월하여 아무런 거리낌 없는 참된 자유로운 세계에 마음을 노닐게 하는 지극한 사람의 경지를 뜻하는 소요유(逍遙遊)부터 시작하여 사물을 한결같이 똑같이 본다는 제물론(齊物論), 삶을 길러주는 주인 양생주(養生主) 등 장자의 핵심사상이 주로 포함된 것이라고 한다. 외편(外篇)은 8편 변무부터 20편 지북유(知北遊)까지를 말하며 군자와 소인 및 악인이나 절조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도가의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잡편(雜篇)은 23편 경상초부터 33편 천하까지를 말하며 외편과 잡편은 장자의 사상과는 조금 차이를 보이는 것도 있지만 후대에 그 제자들의 글을 모아 놓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대표되는 장자의 도가사상이 현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어떻게 결부될지 자못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애써 노력하고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면 물러나 숨어서 조용히 지내야 한다는 말이나, 공자를 비롯하여 백이와 숙제를 포함하여 태평성대를 이룬 사회라고 부르는 요, 순 시대에 대한 장자의 평가 또한 의외의 부분이 많다. 자신이 뜻한 바를 실천하고 대의를 위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억압했던 부분에 대해서 그것이 옳은 일인가 물음을 제기한다. 일면 수궁이 가는 면이 있다.

절대개념으로 세상을 파악할 때 오는 온갖 부작용을 상대적 개념으로 그 본질을 파악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사물과 세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 공감이가는 부분이지만 절대적 숙명론으로 결부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무래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자신 만이 옳다고 목소리 높이는 이 시대에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상대적 개념으로 파악 절대적으로 옳고 그름도 없고 오직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원전으로 그 뜻을 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완역본을 접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운 책이다. 그만큼 다가가기 쉽게 번역되어 있다. 하지만 원문이 그런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것 같은 반복되는 문장에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자 : 임금보다 존귀하다는 말안가? - 말인가?(31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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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발견
오정희.곽재구.고재종.이정록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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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만큼이 딱 좋은 거여
살아가다 보면 모질게 마음먹고 꼭 해봐야겠다는 것이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딱 꽂혀 옴싹달싹 못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그러한 대상이 되는 것은 한없이 아름다운 자연풍광이든 생각만으로도 먹먹해지는 어머니든 가리지 않는다. 알지만 어쩌지 못하고 알지도 못한 사이에 곁을 떠나가고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 그것을 우리는 그리움으로 부르는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그리움 하나 가지지 못한 사람은 없다. 물론 그 대상은 사람에 따라 그 사람 수만큼이나 종류도 다르고 깊이도 다르며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 여기 평생 문학의 길을 걸어온 네 명의 문학인 오정희, 곽재구, 고재종, 이정록이 살아가며 감춰둔 이야기를 그리움이라는 주제를 통해 그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들이 털어 놓는 이야기 속에는 가족, 고향, 자연, 그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에 문학적 지향점이 담겨 있다.

그리움 하나, 사람 냄새가 풍겨 오다 : 오정희
내 마음의 고향, 열여섯 살, 그 새벽의 술 한잔, 이제사 들려오는 메아리, 딸의 어머니, 가계부를 뒤적이며, 저녁 산책 등을 통해 소녀에서 여자로 어머니로 문학인으로 살아오는 동안 가슴 속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다. 가난한 소녀시절 꿈을 잃어버린 오빠와 함께한 낚시터 동터오는 새벽 생애 처음 접해보는 술 한잔이 작가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다.

그리움 둘, 그리운 낯선 곳으로 : 곽재구
작가와 여행은 불가분의 관계인 듯하다. 냄새, 내가 사랑한 시간들의 춤, 그 나무가 있는 풍경 등 낯선 여행길에서 만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또한 그림엽서에서 프리지아 향기를 닮은 맹인 부부, 세 명의 벗이 함께한 그리움을 향한 여행인 노래는 끝났어도 그리움은 한이 없어라의 기생 매창을 향한 한마음도 결국 사람에 대한 그리움인 것이다.

그리움 셋, 자연의 내음 속으로 : 고재종
고재종 작가에게는 담양의 메테세콰이어의 가로수 길의 빛깔과 향기가 오롯하게 담겨있는 것 같다. 감탄과 연민, 처음의 빛깔과 향기, 공명에 대하여, 그 희고 둥근 세계, 세상의 근원에 대한 꿈, 사랑의 비밀 등 이 모든 글에서 자연과 사람, 사람과 자연 공존해야할 양자 간의 소통의 공감이 그의 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그리움 넷, 고향, 그 정겨운 향기 : 이정록
할머니 얼굴의 주름살은 괜한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주름의 깊이만큼 가슴에 쌓여있는 삶의 지혜를 오롯이 가슴으로 안고 있다. 피라미 연가에서의 이름에 읽힌 사연도, 내 사랑 버드나무여의 나무에도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할머니와 고향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가슴의 넓이는 얼마나 일까? 바늘 하나도 비집고 들어갈 곳이 없을 때가 허다하지만 우주 삼라만상을 다 품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것도 사람 가슴이다. 살아가는 동안 그리움으로 쌓일 그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살아가고픈 마음이다. ‘요만큼이 딱 좋은 그곳’에 멈출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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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알 이야기 을유세계문학전집 26
크레티앵 드 트루아 지음, 최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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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기사와 신화의 탄생
우리가 살아가며 누리는 온갖 유, 무형의 문화유산은 어느 한순간 뚝딱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한 순간 어느 한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역사와 시간과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느 특정인의 노력만을 생각하게 된다. 책 속에 담긴 이야기 역시 저자의 순수한 창작물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 저자가 살아오는 동안 영향 받았던 모든 문화유산과 경험의 총화라고 보는 것이 합당한 평가가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정신문화의 총화라고도 할 수 있는 ‘신화’라는 것 역시 문자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더하기 빼기를 반복하며 시대정신과 호응하며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유, 무형의 정신문화나 신화, 문학작품들이 이렇게 인간의 역사와 그를 온 몸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것을 모으고 기록하며 새롭게 만든 한 사람의 노고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기억 속 수많은 위인이나 위대한 사상가, 작가들이 오늘까지 그들의 창작물과 더불어 당당히 살아있는 근간이리라.

중세문학의 대표적인 이야기 거리가 종교와 신화가 아닌가 한다. 그 중에서도 브리튼의 역사와 켈트족의 신화 그리고 기독교적 요소가 결부되어 있는 아더왕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아더왕과 그라알이라는 ‘성배’의 효시가 되는 작품을 접하게 된다. 12세기 무렵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그라알 이야기’다.

[그라알 이야기]는 크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하나는 자신의 이름이 페르스발 루 갈루아라는 것조차 알지 못하는 소년이 자신이 살던 숲에서 어느 날 무장한 기사를 만나 호기심을 발동하기 시작하면서 출발하고 있다. 빛나는 갑옷과 무기들을 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는 기사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기사가 되는 방법이 아더왕으로부터 임명되는 것을 알고 왕을 찾아 홀어머니를 떠나 여행을 하게 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사로써 용맹성을 떨치게 된 소년은 어머니를 찾아가는 길에 낯선 곳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창’과 ‘그라알’을 보게 된다. 창과 그라알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갖지만 물어보지 못하고 이것이 훗날 불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이야기의 흐름과는 달리 또 하나의 이야기는 아더왕의 조카이자 기사인 고뱅으로 그는 무고죄에서 벗어나 기사와 가문의 명예를 찾는 길을 떠난다. 기사의 영예를 찾는 길에 ‘항상 피가 흐르는 창’과 연관이 되어 지고 그 창을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진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가는 ‘그라알 이야기’는 다소 허무하게 결말도 없이 끝나고 만다. 역자의 작품해설을 보고서야 이 이야기가 미완성의 작품임을 알게 되지만 그렇더라도 혼란스러움은 멈추지 않는다. 그라알 즉 성배에 대한 이미지 형성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제시도 없고 단지, 중세 두 기사의 용맹성과 명예를 찾는 험난한 여정만이 들어올 뿐이다.

어떤 이야기가 구전되어 오는 동안 특정 신화로 완성되기까지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이 ‘그라알 이야기’가 바로 훗날 ‘아더왕의 이야기’와 ‘성배 이야기’의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이야기 구성의 미완성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다소 혼란스러운 이야기의 진행이지만 거침없이 흘러가는 줄거리는 매우 흥미롭다.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중세 기사와 아더왕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갖게 하는 근본적 힘과 상통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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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쿰부 트레킹
법상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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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는 어디에도 있다
요즘은 걷기 여행에 대한 관심이 유독 높아지는 시대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것 같아 부러운 생각이 앞선다. 비록 건강을 챙기고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하게된 것일지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연 속의 넉넉함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그렇다. 이제 이렇게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달고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갖는다는 대단히 긍정적인 접근이라 더 좋아 보인다.

얼마 전 조선 선비들이 유명한 산을 찾아 그 정상을 올랐거나 기슭을 유람하며 느낌을 기록한 유산록을 접하며 이 시대 우리가 누리고 싶어 하는 걷기 여행 내지는 트레킹을 이미 누리고 살아왔음을 알고 그들의 넉넉한 마음자리를 보는 것 같아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은 또 다른 형태의 유산록으로 다가온다. 그것도 구도의 길에서 깨달음을 향해 단단한 삶을 살아가는 스님이 숙명과도 같은 히말라야를 방문하고 14여 일 동안 걷기여행을 통해 자연이 주는 그 고운 심성과 함께하는 동안 얻게 되는 자기고백이 담긴 여행의 기록이다. 구도자의 수행과 명상의 오롯한 마음자리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묘한 설렘 같은 것도 있다.

카투만두에서 루쿨라 팍딩, 남체바라, 상보체, 텡보체, 딩보체, 낭카르창 피크, 로부체, 칼라파타르를 정점으로 다시 종라, 촐라패스, 닥낙, 고쿄, 마체르모, 쿰중, 루쿨라, 카투만두로 돌아온 일정에서 히말라야에서 보고 느낀 자연의 풍광과 자연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묵묵히 걸어가는 한 구도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 법상 스님은 여행을 떠난 사람이 진정한 길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비우고 활짝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옳고 그름, 아상, 고집, 돈, 명성, 권력, 인기, 소유 등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붙잡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옹졸함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여행을 통해 얻게 될 모든 것이 그 빈자리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저자는 히말라야의 자연 풍광만을 전해주기 위해 쓴 책이 아님을 알게 한다. 히말라야를 올라가는 동안 고도가 높아지는 것에 비래하듯 구도자의 자기고백에서 일반 독자들의 삶에 산소 같은 역할을 하게 될 성찰의 결과를 내 놓고 있다. 스님의 명상 순례기인 동시에 독자들에게는 인생의 지침서라 할 수 있다.

현장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은 생생한 사진이 돋보인다. 히말라야 언저리의 구석구석을 앉아서 보는 눈의 호사함과 더불어 스님의 명상을 통해 얻은 마음의 평화가 마음의 호사를 누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로 인한 온난화로 만년설이 녹아 맨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스님의 심정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또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경험자의 충고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매 순간 순간이 순례길이며, 여행길이다. 히말라야는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생의 매 순간 순간에 거기 그렇게 언제나 있다.”

스님의 말처럼 굳이 먼 길을 떠나지 않더라도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현실에서 매 순간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갈 때 그 삶이 성찰의 순례길이며 히말라야로 가는 트레킹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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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오네긴 을유세계문학전집 25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김진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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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애틋한 마음
삶에서 ‘만약에’라는 가정이 존재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직업, 학교, 여행길 등 사람에 따라 수 만 가지가 되지만 그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고 암송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이러한 아쉬움이나 안타까움은 현실에서 오는 온갖 불안 요소로부터 위안 삼아 보는 하나의 꺼리가 될 수 있기에 여전히 유효한 가정이 아닐까?

이렇게 지나가 버린 시간에 대한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된다. 러시아의 시인으로 유명한 알렉산드르 푸슈킨의 시 소설‘예브게니 오네긴’은 뜨거운 청춘으로 한때를 살았던 모든 이들에게 지나간 시간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저자 푸슈킨이었기에 이 소설 속 테마인 사랑, 청춘이 주는 의미는 더 가깝게 느껴지는 듯하다.

[예브게니 오네긴]은 귀족의 삶을 살아가는 예브게니 오네긴과 순수하고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시골 처녀 타티아나와 사이의 안타까운 사랑의 사연을 시로 엮은 작품이다. 권태롭기만 한 생활을 하던 예브게니 오네긴은 친척의 사망으로 남겨진 유산을 받기 위해 시골로 간다. 그곳에서 순수하기만 한 시골 처녀의 순박한 사랑고백을 받지만 이를 거절하고 만다. 한편 타티아나는 모스크바로 와 전쟁 상이군인과 결혼하고 우아한 귀부인이 되어 사교계를 주름잡는다. 한 사교장에서 타티아나를 만난 예브게니 오네긴은 변한 모습에 옛 일을 생각하며 사랑을 호소하지만 역시 거절당하고 만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두 편의 편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편지는 시골 처녀 타티아나가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절절하게 담아 예브게니 오네긴에게 보낸 것이다. 청춘 시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설렘과 부끄러움, 두려움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다른 하나는 상황이 변하여 우아한 귀부인 타티아나에게 보낸 예브게니 오네긴의 편지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그 사랑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느끼는 후회, 아쉬움, 어쩌지 못하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 등이 담겨있다. 

19세기 러시아의 상황에 대한 이해부족, 시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오는 생소함이 있지만 읽어가는 동안 느끼는 시가 갖는 운율이 있어 쉽게 읽히는 작품이다. 곳곳에 말줄임표가 등장하여 이것이 뭔가 싶기도 하다. 또한 자주 등장하는 문학인들에 대해서도 막연히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는 생각에 머물게 된다. 푸슈킨이 살았던 당시 러시아의 시대상황에서 가능했을 다양한 인간의 생활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이해를 돕는 작품해설을 보면 긴 시간이 걸렸다는 역자의 고뇌가 알만하다는 생각되 든다. ‘낭만적 꿈에서 현실로 그 이행을 노래한 긴 애가(哀歌)’라는 작품 소개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듯싶어 공감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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