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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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칙하게 들여다 본 우리 고전
문학작품에는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인류가 이룩한 문명 그 무엇이든 사람의 흔적이 없는 것이 없을 것이지만 유독 문학작품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고 하는 말은 문학작품 속에 차지하는 사람의 비중이 다른 것에 비해 절대적으로 크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 중에서 신화나 전설, 민담 등은 그 유래를 찾아가다보면 바로 이러한 특징을 잘 살필 수 있다. 한 민족이나 집단 또한 개인의 염원이나 현실의 무게, 삶의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고, 또한 세월의 흐름에 의해 다양한 시대의 산물이 포한되어 왔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요구를 담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선사했던 고전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그 생명력을 더해가는 힘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의 실현과 그 해답을 과거 사람들의 삶의 경험 속에서 찾고자하는 바램이 아닌가 싶다.

대중문화의 총화라고도 볼 수 있는 고전에 대한 시각은 그것을 대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의 시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동일한 작품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는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의 부제가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라는 다소 도전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음도 이해하게 된다. ‘발칙하다’는 형용사로 ‘하는 짓이나 말이 매우 버릇없고 막되어 괘씸하다’는 말이다. 그럼 이 책에 담긴 내용의 무엇이 그런지 찾아가보자. 

이 책은 두 명의 저자가 다섯 가지 주제를 선택하고 그에 부합하는 고전을 선택하여 나눠 쓰기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물론 저자들은 고전의 선택에서부터 합의를 도출하여 글쓰기의 방향에 합의한 사항을 서술했다고 한다. 우리고전 12편을 골라 그 작품이 현성된 배경에서부터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시대상황을 빼놓지 않고 살피고 있다. 

‘고전에 대한 해석을 어떤 정답을 찾는 과정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되 열린 시각으로 새로운 의미, 감춰진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 말 속에 저자가 고전을 보는 ‘발칙한 고전 읽기’의 기본시각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살펴보는 12편의 고전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작품이 만들어졌던 시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고전 읽기라는 특징이다. 또한 저자는 문학작품 탐구과정에서 인간의 존재의 의미와 그 방식, 특히 여성들이 살아온 삶에 대해 세심한 관찰의 결과를 피력한다.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인식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 ‘옹고집전’, 성 역할에 대한 현대적 시각을 제기하는 ‘정수정전’을 비롯하여 사회 구조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롭게 해석해 가려는 ‘춘향전’과 ‘사씨남정기’에 대한 저자들의 시각은 그들의 말처럼 사뭇 도발적인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바로 발칙한 고전 읽기의 본래적 의미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위해 다양한 대중 문화적 요소를 끌어들이고 있다. 고전이 책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당연히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또한 새롭게 해석하는 시각이 담긴 다른 책을 참고하기 마련이다. 저자의 시각에 부합할 수 있는 다른 책의 소개는 물론 대중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로까지 그 범위를 넓혀간다. 하여 비슷한 문제제기나 그 해결책에 대한 방행을 제시하는 영화의 이야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발칙한 고전 읽기를 위해 언급하는 고전들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기본 텍스트 이외 몇몇 작품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재에 그냥 인물이나 제목의 단순비교에 그치고 있어 보다 폭넓은 이해를 방해하기도 한다.

문학작품에는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 특정한 작품이 탄생하는 그 어떤 시대든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배제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탄생이 그렇다면 읽기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다양한 키워드 중에 ‘인간성의 부재’나 ‘타자와 소통’ 등 있다. 바로 이러한 시각이 고전을 현실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기본 시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젊다’라는 느낌을 동반한다. 젊다는 말에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에 다분히 도전적이기 까지 하다. 기존 질서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선 그 무엇이 존재함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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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셀레스티나 을유세계문학전집 31
페르난도 데 로하스 지음, 안영옥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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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굴레에 선 사람들
사람들이 가슴속에 담아둔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게 되는 때는 언제일까? 늘 가지고 살지만 사회적 환경이나 개인의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깊숙이 숨겨두어야 만하는 욕망이라는 것이 눈앞의 현실로 손에 잡을 가능성이 대두될 때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욕망은 일상에서는 차분하게 다독이면서도 특정한 계기를 통해 현실화 되었을 때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제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망설이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동조자를 찾아 나서고 또 어떤 사람은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이렇게 각기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모습을 잘 나타내는 것으로는 문학작품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가상의 현실이라는 장치가 있기에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감정이 표출될만한 상황에선 그대로 드러낼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특정한 가치관에 의해 억눌러왔던 대표적인 시대가 중세로 봉건제라는 신분제도와 종교적 이념에 의해 인간의 삶을 철저히 규정한 시대가 아닌가 한다. 그렇게 강압적이던 신분제도와 종교이념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억눌려왔던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 표출되던 때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놓은 문학작품이 있다. ‘라 셀레스티나’가 그것이며 그 시대 스페인의 일면을 통해 인간의 근본 욕망에 대해 깊은 통찰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라 셀레스티나’는 이 작품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특이하다. 초기 원고의 작성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페르난도 데 로하�’라는 저자에 의해 이어쓰기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회 변혁기의 혼란스러움이 사회 구성원인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사회전반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저자 역시 그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의 반영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의 기본 흐름은 청춘 남녀가 만나 첫눈에 반한 남자가 뚜쟁이를 동원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드디어 사랑을 얻지만 그 과정에서 뚜쟁이가 일을 도모한 일당에 의해 죽고 한 달간의 뜨거웠던 사랑을 나누던 연인도 결국 죽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중심적 인물로 주인공 남녀 칼리스토와 멜리베아 그리고 뚜쟁이 셀레스티나와 칼리스토의 하인 둘이 주인공들 사이를 넘나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보는 아슬아슬함이 있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삶을 살아왔던 뚜쟁이 셀레스티나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동네 남자와 여자의 기본 감정에 대한 욕망의 분출을 충동질하며 구 사이에 떨어지는 이득을 차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편에 붙어 조그마한 이득이라도 챙겨보려는 칼리스토의 하인 두 명은 결국 뚜쟁이 셀레스티나를 죽이고 자신들 역시 죽음을 맞이한다.

종교적 가치관, 집안의 분위기와 여자라는 굴레에 갇혀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왔던 여주인공 멜리베아는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아버지 앞에서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자 한다.

인간의 기본적 감정, 그 중에서 이성에 대한 욕망의 표출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념에 의해 나타나는 모습은 달라지더라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늘 한결같을 덕이리라. 하지만 이러한 욕망의 굴레에 갇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는데 방해요소로 방치한다면 개인과 사회에 좋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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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그림이야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이야기 그림 이야기 - 옛그림의 인문학적 독법
이종수 지음 / 돌베개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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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막연하게 동경하는 대상이 있다. 애써 이유를 찾는다면야 몇 가지 댈 수도 있지만 그런 막연함에 도움이 되지 않기에 그럴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러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그림’이다. 몇몇 화가와 친분이 있고 그들의 창작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림에 대한 나름대로 이미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들과 나눈 ‘그림 이야기’가 더 큰 이유가 되리라 생각된다. 그림이 뭐고, 화가가 그림에 담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또한 그 작업과정은 어떤가를 지켜보며 차곡차곡 쌓인 생각이리라. 

몇 번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손대지 못했던 그림의 세계는 그래서 동경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직접 손대지 못한다고 보는 것도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라는 호기로 그림에 대한 상식을 쌓아왔다. 그것이 그림을 그리는 그들과 나만의 소통을 위한 전재조건이라도 되는량 말이다.

이 책 ‘이야기 그림 이야기’를 들고 제목을 한참 동안 생각해 본다.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쉽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제목의 느낌에서 오는 분위기 탓이라 생각된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알겠는데 중심 주제를 ‘이야기’에 두어야 하는지 ‘그림’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라고 생각해 두었다. 

우선, 저자는 이 책 서두에 이야기 그림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이야기 즉, 텍스트가 있고 그 텍스트를 이미지화 한 결과물이 이야기 그림이고 관심은 바로 그 이야기 그림에 대한 접근이라 해석된다. 이미 완성된 이야기, 그것도 시대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야기를 이미지화 한다는 것은 어쩜 화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면서도 마음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나름대로 형성된 이야기의 이미지가 있기에 새로운 시각이어야 하면서도 근거로 삼고 있는 이야기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내용의 근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는 이여기 그림이 변화되어 가는 흐름 즉, 권(卷), 축(軸), 병풍(屛風), 삽화(揷畵) 등 네 가지 그림 형태에 따라 각각의 분야에서 두 편의 작품을 읽어가고 있다. 그래서 바로 ‘이야기 그림’ 읽기가 된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읽어간다는 것의 전재는 그 그림 속에 담기 이야기를 찾아내고 화가만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두루마리 형식의 권이 이야기 그림의 가장 앞자리에 서며 이는 이야기 시간상의 흐름에 공간이라는 장소와 결합된 것으로 시각적으로 시간상의 흐름이 중심이 되는 듯하다. 반면 축은 시간상의 흐름 보다는 그 시간을 축약해서 특정한 공간이 중심이다. 그렇게 그려서 벽에 걸 수 있는 형태의 그림을 축이라 한다. 더불어 병풍은 이 권과 축의 시간과 공간을 모아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두루마리 권에 해당되는 고개지의 낙신부도, 교중상의 후적벽부도에 이어 축의 그림으로 구영의 춘야연도리원도, 장대천의 도원도 그리고 병풍으로 정선의 귀거래도, 김홍도의 서원아집도를 읽고 삽화로는 진홍수의 장심지정북서상비본과 구사·왕위군 부부의 노신 논문·잡문 160도를 저자의 시각으로 읽어간다. 

그럼, 이야기 그림을 어떻게 읽어 가는가? 저자는 그것의 중심에 ‘무엇을 읽을 것인가’가 있다고 말한다. 작품 하나하나를 읽어가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은 이미 그림 읽기를 시도하면서 짐작하는 바이지만 독자들에게 그림 읽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섬세하고 자상하며 충실한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냥 안내자가 아닌 텍스트와 그림 그리고 독자 사이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탁월함이 돋보인다. 특히 김홍도의 그림에서 김홍도 자신의 내면에 담긴 뜻을 추론하며 의문을 남기는 것이나, 구사·왕위군 부부의 노신에 관한 그림 읽기에서 현실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노신의 제치를 넘어서는 작품 읽기가 나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정한 대상을 누가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전형적인 실례를 저자는 그림 읽기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이 대상으로 하는 그림이 ‘이야기 그림’이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그림 읽기는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자는 그 이야기까지 해석본까지 제시하고 있어 이해를 돕는다. 작품 선정에서도 중국 작품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시대 화가를 선정한 것으로도 저자의 배려를 보는 듯하다.

저자는 이 책의 발간으로 그림과 독자들에 사이를 대단히 흥미로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림을 이렇게 읽어간다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그 만만치 않은 과정을 통해서 접근을 시도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에 미소가 따라 붙는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이며 그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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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이야기 2 - 영웅의 탄생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2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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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공-영웅, 여우의 마음을 가진 사자
춘추전국시대 550년은 우리나라 왕조가 보여주었던 그 역사와는 사뭇 다르다. 한 왕조가 그 시간을 이어온 것이 아니라 우후죽순 격으로 흥망성쇠의 부침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 패권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극단적으로 보인다. 이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쟁’을 필수로 동반하는 과정이었다. 치열했던 전쟁의 과정과 그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게 하기에 충분하다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전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춘추시대에 그 많은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동양 철학의 근간을 만든 제자백가도 출현하게 된다. 난세에 목숨을 건 싸움도 있지만 그 혼란스러움을 극복해 가려는 사상적 토대가 갖추어 진다는 점을 보면 인간이 가지는 무한한 힘을 알게 한다.

‘춘추전국이야기 1’ 이 고대 인류 역사의 과정을 출발점으로 하여 춘추시대 초반 초 주나라, 제나라, 초나라의 고대국가가 형성된 춘추시대 전기의 이야기를 제나라의 관중을 중심으로 살펴봤다면 ‘춘추전국이야기 2 : 영웅의 탄생’ 는 그 후 춘추시대 두 번째 패권을 장악한 진(晉)나라의 문공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가 역사를 이야기하며 시간의 흐름 순으로 정리하기는 하나 인물 중심이기에 주목하는 인물 이외에 다양한 사람들이 출현하고 그들을 비교하며 읽어가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부터 등장하는 인물의 특징이 ‘영웅’이러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저자는 전편에 등장했던 관중은 영웅이라기보다는 성인에 가까운 사람이라 평하며 영웅의 조건으로 ‘여우의 마음을 가진 사자’와 같이 패기와 지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의 출발로 진나라의 문공을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진의 문공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불후한 환경을 이겨내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패자의 자리에 올랐다. 19년에 걸친 망명생활 끝에 이후 패권을 다투게 될 진(秦)나라 묵공의 절대적인 도움으로 군주의 자리에 오른다. 

관중에 의해 춘추전국시대의 기초가 마련되었다면 이 영웅 문공에 의해 중앙집권 정치체제가 구축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 둘에 대한 평가 또한 차이를 보인다. 관중에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살핀다면 당연히 문공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살피고 있기에 흐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춘추시대가 흘러가며 초와 제나라가 양대 권력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 변하고 그 사이 진(晉)과 진(秦)이라는 두 군사강국이 등장하며 새로운 판을 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살필 수 있는 것이 제후의 권력이 강했던 관중의 제나라에 비해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정치체제의 구축과 전쟁의 양상 또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仁)이 통용되는 시대가 멀어지고 힘이 주가 되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영웅이 탄생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문공이 영웅으로 등장하여 당시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근거를 중앙집권의 정치제도, 경제제도를 정비하여 국고를 확충하고, 군주를 중심으로 하는 확고한 관료제, 군제개혁을 통해 군대의 확충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주변 약소 민족공동체를 병합하거나 제후국으로 관리하게 된다. 그 힘으로 초나라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패자의 자리에 올랐다.

춘추전국이야기를 읽어가며 지리학적 중요성이 왜 대두되는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래서 1권에 춘추전국시대의 지도를 부록으로 만들어 늘 각국 상황에 대한 지정학적 조건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배려를 이해하게 된다.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각 나라들이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음을 군주들의 권력과 국민들의 삶의 열쇠와도 같은 것임을 확인한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춘추시대의 역사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각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영웅, 전차, 전쟁 등 상황이 변화될 때마다 그 근간을 살피고 있을 뿐 아니라 늘 오늘날 우리가 처한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있어 기원전과 현대를 이어주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이 더 실감나게 읽히는 것이리라. 

이후 본격적으로 그려질 춘추전국시대의 각 나라의 흥망성쇠 과정의 열쇠를 쥘 걸출한 영웅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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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이야기 1 -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1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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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 한 번에 천하를 바로잡다 
역사적으로 영웅이 필요한 시대는 혼란스러움이 극치를 이룬 시대였다. 그러한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난국을 타계하고 안정된 삶을 원했고 영웅들은 그 요구에 부응하면서 영웅은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난세라는 규정은 어떤 상황을 이르는 말일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러한 혼란스러움은 그런 난세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일까? 혹자는 먹고 살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세상이기에 난세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난세라는 규정도 시대가 변했기에 그 시대에 맞는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치적 혼란, 경제적 부의 불평등, 지역적 갈등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삶 속에 깊숙이 관여하여 살아갈 미래를 불투명하게 한다면 이 또한 난세가 아닌가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해결할 방안은 없는 것인지 정부에도 정치권에도 지식인 그룹에서도 마땅한 방도가 없어 보이지만 세상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음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여,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한 방도를 역사적 경험에서 찾고자한다. 사람이 살았던 어떤 시대도 혼란스럽지 않은 시대가 없었을 것이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그 혼란스러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었던 시대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가 아닌가 싶다. 그 시대는 인간 중심의 심오한 동양 사상의 진수가 싹트고 이를 현실에서 실현할 방법을 제시한 수많은 사상가 제자백가들이 나왔으며 권력의 중심에서 제국들을 평정한 영웅호걸들이 출현하게 되었다. 그렇게 형성된 온갖 사상들이 역사적 검증을 통해 수 천 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당당하게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춘추전국이야기’는 바로 그렇게 혼란스러웠던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계 4대문명의 발상 황하를 중심으로 중국대륙에서 벌어졌던 생성하고 멸망한 나라들 속에서 그 권력의 중심에서 뜻한 바를 실현해갔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

이 책 '춘추전국이야기 1 :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은 저자의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의 출발로 먼저 동시대 동서양의 인류역사를 기본으로 살핀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하여 페르시아나 로마의 당시 상황과 춘추전국시대의 동시 관찰은 인류 문명의 시작과 더불어 중국대륙에서 일어난 문명의 흐름을 이해하는 기본이 되기에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다년간 중국 대륙을 실제 탐험하며 사기, 시경, 춘추좌전, 국어, 전국책, 논어, 맹자, 묵자, 한비자 등 당시 상황을 기록한 역사서 비교분석하며 그 근거를 찾아 최대한 객관적 사실에 충실하려는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얼마나 지난한 열정과 노고의 결과인지 짐작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시리즈 1권 ‘최초의 경제학자 관중’은 강하면서도 착한 현실주의자 제나라의 관중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관중은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군소 민족들을 통합한 주나라부터 중국대륙을 통일한 진나라까지 흥망성쇠를 거듭했던 시대, 춘추전국시대의 시작인 주나라가 그 장악력을 상실하며 등장한 제나라의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우리에게 관중과 포숙의 이야기로 익히 알려진 사람이지만 그의 사상이나 정치력에 대한 이해는 일천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 관중의 출생으로부터 관중이 펼친 정치의 근저에 흐르는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제나라가 패권을 차지하는데 그가 한 역할은 무엇인지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다. 

저자는 관중의 행보를 그의 등장 배경으로부터 경제학자의 면모를 보인 기본 사상을 비롯하여 정치적 활동과 외교관계 등에 걸쳐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다. 제왕 환공과 관중의 관계를 기본으로 최선이 아닌 차선의 전략을 통해 현실정치를 실현해가는 과정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살아나는 느낌이다. 특히,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민중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그 사상적 기조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힘의 균형을 이뤄가는 능숙한 외교전략 등은 특별한 재능이 아닌가 싶다. 혼란스러운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관중과 같은 정치인이 그리운 점이 어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의 강점은 거대 중국의 역사에 흐르는 사상적 기조의 출발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시간의 흐름으로 살피는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 중심이면서도 그 근저에 흐르는 시대적 상황과 정치, 문화적 근거를 역사서를 기반으로 비교 분석한 점이 돋보이는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소 혼란스럽고 어려울 수도 있는 역사 그것도 중국의 역사를 저자의 독특한 글맛을 따라가는 재미까지 있어 이후 발간될 후속 작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중국과 우리 민족의 긴밀했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 세계적 흐름에서 중국과의 관계설정에 도움을 받자고 한다. 그것이 중국의 역사 춘추전국시대를 살피는 근본 목적이라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를 희망으로 이끌어갈 지혜를 얻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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