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세상을 호령하다 - 조선의 문학과 예술을 꽃피운 명문장가들의 뜨겁고도 매혹적인 인생예찬
이종묵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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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는 부리는 자의 몫이다
선조들의 글을 보면 늘 부러운 것이 있다.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며 가슴에 담은 뜻과 학문에서 얻은 바를 삶 속에서 동일화 시켜가는 것이 그것이다. 공부를 하는 본래의 목적이 자기수양에 있고 이렇게 얻은 성과를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선조들의 뜻이 몹시도 그리운 시절임을 알기에 더욱 그 그리움은 커진다.

자신의 인격 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 즉 위기지학(爲己之學)을 기본으로 하는 선조들의 삶에는 학문의 성취가 성인들의 책을 통해 얻는 것 뿐 아니라 자연과 벗하며 자신이 둘러싼 온갖 만물이 다 스승이라는 뜻을 함께 한 삶이었다. 그렇다보니 선조들의 글 속에는 유독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풍류가 넘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풍류도 곧 학문의 성취하는 노정에 있다는 그들의 여유로운 마음이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는 저자 이종목이 이러한 선조들의 여유로운 마음이 삶 속이 녹아 있는 글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그 속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찾고자하는 바램으로 발간한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일곱 분야로 나누어 글을 싣고 있는데 굳이 그 경계를 따져 살펴보지 않아도 될 만큼 풍부한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저기수양의 마음 닦기 뿐 아니라 책을 대하는 자세와 방법, 글을 쓰는 요령과 자연을 벗하는 마음, 스승을 구하고 벗을 대하는 자세를 비롯하여 공부하는 방법까지 선비들의 주옥같은 글들이 있어 읽어가는 동안 따스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관념적인 글이 아니라 실제 생활과 구체적으로 결부된 글들이 주를 이루기에 마치 시간을 거슬러 당시 선비들의 모습을 대하는 듯 실감나는 글들이다.

이익, 유언호, 김조순, 유득공, 서유구, 홍석주, 채제공, 남유용, 신경준, 이이, 윤순, 심낙수 등 당대를 호령했던 사람들 뿐 아니라 출신이 미천하여 세상에 자신의 뜻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가슴에 담은 뜻을 글로 남긴 사람들이 있어 다양한 사상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그들이 남긴 글을 통해 지금은 사라져 버린 곳이나 심하게 변하여 알지 못하는 풍경을 살필 수 있어 당대와 현대를 비교하며 읽으며 글이 가지는 힘을 발견하게 된다. 그 속에는 한강변의 사라진 섬 이야기나 시전의 풍경, 꽃놀이하는 모습, 도성의 옛 모습을 되살려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특히, 장혼의 ‘눈과 귀에도 즐겁고 마음과 뜻에도 기뻐서 빠져들수록 더욱 맛이 있어 늙음이 오는 것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는 책에 대한 생각은 책이 가지는 의미를 알만하며, 윤기의 ‘좋은 사람 좋은 책 좋은 산수’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심낙수와 그의 벗 이규위의 ‘애오’와 관련되어 도연명의 시에서 나오는 ‘새들은 기쁘게도 깃들 둥지가 있듯이, 나도 또한 내 집을 사랑하노라’라는 문장은 당시 많은 선비들이 가슴에 담았던 뜻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공감하는 바가 크다.

‘글로 세상을 호령하다’를 통해 선조들이 글을 짓고 후세에 남긴 이유를 살펴볼 좋은 기회를 얻었다. 한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원문의 해석과 적절한 해설이 더불어 있어 접근하기 좋은 책이다. 원문까지 있어 참고할 수도 있다.

본문 유득공의 글 ‘도성 안 사람들이 하천에 노니는 물고기 같네’라는 글이 이 글이 1770년에 쓰였다고 하는데 글의 마지막 부분에 채상대의 비석에 관한 부분에는 1776년 침잠을 하던 곳이라는 부분이 있다. 글을 쓴 시간보다 후대 일이 기록되어 있으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저자의 해설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많은 사람들은 현대 사회를 각박하고 혼란스러워 혼을 빼앗아 갈 것 같은 세상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움은 시대를 불문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시절의 수상함 만을 탓하며 자신의 뜻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를 주저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선조들의 옛글을 보며 그들이 학문하는 진정한 뜻을 살피고 그를 통해 자신을 돌아봄이 어떤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삶의 여유는 부리는 자의 몫이다’라는 말는 같은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사람마다 달라지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리라. 선비들은 자신의 뜻이 겪이는 것을 목숨을 걸고 지켜내고자 했지만 오늘날 우리들은 그렇게 지키고자하는 뜻이라도 세워 살아가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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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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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의 힘으로 나선 자아 찾기
글로 읽는 여행기에는 목마름이 있다. 몇 권에 걸쳐 다양한 여행자들의 여행기를 따라가며 느끼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나에게는 없는 것이 그들에게 있고 또한 그들과 그들이 다녀온 곳에 없는 것을 찾아볼 마음을 내게 만드는 힘이 바로 목마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행의 트렌드가 다양화 되고 있는 듯하다. 걷기 여행, 자전거 여행에 머무는 여행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이것은 여행을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 것이지만 방법이 달라지면 내용도 달라짐을 알게 한다.

여행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늘 익숙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고 자신을 낯선 환경에 노출시킴으로써 결국 그 속에서 자신으로 돌아오는 길’ 임을 확인하는 것이리라. 그러한 여행을 하는 방법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기에 무슨 여행이든 다 좋은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 ‘마침내 그리움’은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걷기보다는 빠르지만 자동차 보다는 느린 자전거만의 눈높이로 바라본 우리 산천의 시간에 따른 변화와 공간에 대한 갖가지 모습을 담고 있다. 만만치 않은 여정인 서울에서부터 서해안을 따라 길을 나선 저자는 일정한 목표를 정하긴 했으나 굳이 메이지 않고 길을 따라 자전거를 달린다. 안양, 수원, 평택, 거산, 서산, 해미를 거쳐 변산반도에 잠시 머물다 영암, 장흥, 보성, 순천의 전남 땅을 지나 남해안을 따라 경상도의 땅에서 울릉도에서 머물고 다시 강원도를 돌며 경기도로 돌아오는 긴 여정이었다.

가는 길에 지난 추억이 서린 곳을 만나면 회상을 하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오기도 하면서 묵묵히 길을 간다. 함께한 동료가 도중에 여행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나선 길을 돌린 마음은 애초에 없어 보인다. 자전거와 함께한 길이기에 도구로써 자전거 보다는 친구가 되어가는 것은 저자의 말이 아니라도 짐작할 만하다.

저자의 이 자전거 여행의 동기를 자신을 둘러싼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신을 바라보고 싶은 간절함이라 이해한다. 그렇기에 온전히 자신만의 힘에 나아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이나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그리 많지 않다. 애써 다가와 마음 열고 싶은 사람도 애써 밀어내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다고 마음을 완전히 닫아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는 사람들에게 도움도 받고 서울서 응원 차 온 친구들도 만나곤 한다.

그럼, 저자는 이번 자전거 여행을 통해 목적한 바를 얻었을까? 마지막 날의 일정에 대한 급한 마무리에서도 찾을 수 없어 보인다. 하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특별한 목적을 얻기 위해 여행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모든 여행은 여행마다 그 여행에서 얻은 것이 있을 것이다. 저자의 눈높이를 따라 가는 길에서 독자가 굳이 그것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여행의 기록이라면 굳이 출판까지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출판을 한 저자는 자신의 여행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뭔가가 있기 때문이리라. 저자가 ‘우호적인 감정의 전이’로 규정하면서 ‘작은 단초라도 그것이 하나의 계기로 작동하기만 하면 인간의 마음은 쉽게 부드러워진다. 부드러움을 획득한 뒤의 시간이란 늘 감미롭다’고 이야기가 한다. 이 말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담겨있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길, 자전거, 의식의 풍경이 서로 겹치는 그곳에서 저자의 마음속에 오롯이 남았을 긴 시간의 바퀴자국이 살아가는 동안 저자의 자아 찾는 길의 나침반 구실을 할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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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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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에게 책은 무엇인가?
왜 책을 읽는가? 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특히, 내가 사는 집을 방문한 사람의 경우 쌓여있는 책의 양에 놀라 이 많은 책을 다 읽었느냐는 물음은 빠지지 않는다. 많다 적다는 상대적 비교인 것이다.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서 한 질문이고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라는 것이지 결코 절대적으로 많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럼 책은 왜 읽는가? 우선 무궁한 지적 세계에 대한 나만의 효율적인 습득방법이 독서고 또한 교양인으로 자신의 자아를 성숙시켜가는 훌륭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읽는 책마다 감동적인 어떤 느낌을 얻는가라는 물음에는 솔직한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우선은 자신의 지적 성숙의 수준과 결부되어 있다는 판단이다. 자신의 수준을 뛰어 넘는 것, 현저하게 낮은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책이 주는 무한한 매력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지의 정원’은 바로 책에 관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현대 일본의 지성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 두 사람이 현대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교양으로써의 책읽기에 대한 대담을 담아놓은 책이다. 이 대담에서 두 사람은 자신의 자아를 성숙시키며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의견을 내 보이고 있다. 이 대담에서 주요 흐름은 사전에 두 가지 주제에 적합한 자신들의 추천도서 100권씩을 선정하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진행 되고 있어 흥미를 더해간다.

지의 정원에는 두 대담자 각자의 서재에서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으로 우리의 뇌를 단련하기 위하여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교양서 100권’과 지금, 여기를 살아가기 위하여 ‘문고와 신서에서 100권’ 이렇게 400권에 달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선정한 책을 통해 이야기의 공통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맞게 두 지성인 펼치는 대담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책이 사람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 할 수 있다. 독서가 인류에게 미친 영향에서부터 고전에 대한 구 사람의 생각차이 뿐 아니라 20세기를 흔들었던 미국에 대한 사고, 현대사회에 흐르는 학문적 경향성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지와 교양을 얻기 위한 독서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담자의 이력을 통해 보더라도 두 사람은 금방 다른 삶의 경로를 걸어온 것을 확인 할 수 있지만 토론의 과정은 그것을 확인하는 절차를 걷고 있는 듯 보인다. 고전에 대한 생각이나 일본의 역사를 보는 시각, 일본 현 체제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두 사람은 시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두 사람의 대화를 막는 장애가 아니라 더 깊은 대화를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음도 알게 된다.

모두 일본 사람으로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자신들의 인식을 보면 객관적으로 보려는 입장을 견지하나 일본 군국주의의 태동이나 일본 공산당에 대한 견해는 일본인으로 일본에 대해 긍정으로 묘사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공감하는 것은 지구촌이라고 불리는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선정한 책 목록을 유심히 살펴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찾아 보는 즐거움도 더불어 느낄 수 있다. 또한 부록에 실린 다치바나 다카시의 두 주제 섹스의 신비를 탐구하는 책 10권과 실전에 도움이 되는 독서 기술 14개조는 흥미를 끄는 부분이어서 반갑다. 특히 독서기술 14개조는 자신의 책읽기에 대한 과정을 검토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다치바나 다카시, 사토 마사루 이 두 사람의 대담을 통해 인류 역사에서 책의 역할과 지금 나 자신에게 책읽기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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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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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범주가 갖는 감정의 이중적 시스템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딸아이가 5살쯤에 벌어진 일이다. 엄마와 낯선 동네 어떤 집을 방문하여 놀다가 사라졌다. 이야기를 나누던 아이 엄마는 한참 이야기를 하던 중 딸아이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급하게 전화를 했다. 낯선 곳에서 아닌 사람 하나 없이 헤매고 있을 아이 생각에아는 사람들을 그 동네로 소집하고 한참을 찾고 나서도 아이의 행방을 몰라 소동을 벌이고 급기야 파출소에 신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실종신고를 하려가던 길에 울며 나타나는 아이를 발견했다. 

아빠를 본 첫마디가 놀이터에서 오빠가 밀쳐서 넘어졌다고 속상함을 내비치는 것이다. 딴에는 그것이 못내 서러웠던 모양이다. 고만고만한 아이들 틈에서 섞여 놀다보니 엄마와 떨어졌다는 생각도 못하고 정신없이 놀다 그때서야 엄마가 없다는 두려움도 있었나 보다.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아이를 찾아다니는 순간 온갖 나쁜 생각이 들고 아이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 후론 어디를 가던 아이는 시각이 닿는 범위 안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다.

‘침묵의 무게’를 읽어가는 동안 그때의 기억을 떨칠 수 없었다. 부모에게 아이들이라는 존재가 어떠한지 충분히 알기에 말이다. 이 책은 그러한 가족 구성원 간에 벌어지는 감정의 변화 상태를 담고 있다. 자식과 부모, 형제 그리고 이웃 간에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의 변화를 아이의 실종이라는 계기를 통해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일곱 살 여자 아이 칼리 클라크와 페트라가 가족들이 잠든 사이에 사라졌다. 공교롭게도 사라진 그 아이와 가장 친한 이웃의 아이도 함께 보이지 않은 것이다. 네 살 이후 말을 하지 않은 딸아이에게는 든든한 오빠가 있었지만 오빠조차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한다. 잠옷을 입은 채 신발도 신지 않고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 온 동네 사람, 지역 보안관에 연방경찰까지 동원되어 수소문하지만 흔적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있었던 유괴성폭력 사건으로 희생된 아이의 엄마가 뭐라도 돕겠다며 나타나 사라진 아이들의 부모는 더욱 긴장하게 되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게 된다.

‘선택적 함묵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던 칼리, 가족 모두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답답함을 가지지만 특별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가슴 아픈 상황이다. 또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에 오는 아빠는 술중독자로 아빠의 역할에 등한시한 사람이다. 하지만 다정한 엄마와 든든한 오빠가 있기에 잘 견뎌내는 칼리에게 말하지 않은 원인이 아빠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실종사건에서 아이들을 발견한 후의 일이다.

이 책은 가족 구성원간의 소통, 이웃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감정적인 문제 등에 얽힌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 흐름을 잘 드러내 놓고 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기에 서로간의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모습에서는 현 우리 사회의 가족의 일상을 보는 듯 싶다.

가족 구성원에게 닥친 불행한 일은 사고 당사자에만 국한된 불행이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한 빈번하게 그려지는 문학작품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우를 접할 때마다 가슴 먹먹함을 느끼는 것 역시 누구나 공감하게 된다.

자신의 존재의 근거가 되는 가족이지만 때론 그 가족의 구성원에 의해 씻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이기에 말하지 못하는 일이나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더라도 가슴에 묻어두고 오랫동안 아파만 하는 일들은 부모나 자식 또한 형제간이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에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리라.

침묵의 무게에 등장하는 가족 간의 갈등이나 칼리의 ‘선택적 함묵증’도 바로 이런 가족 내의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특히, 이 책은 아동 성폭행과 가정에서의 자녀 학대, 부부간의 폭력과 소통의 부재 등 일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한 개인에게 그리고 속한 사회 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크고 높다. 그 가족이 혼란스러운 현대사회의 문제를 극복해가는 근간이 될 수도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가족이라는 범주 속에서 진행되는 온갖 폭력은 이를 해결해 나갈 사회적 시스템의 구축을 필요로 하는 현실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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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 본성의 비밀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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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 근거를 찾으려는 부단한 노력을 전개해왔다. 그러한 노력은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특정한 학문에 국한되어진 것이 아니라 학문 전 영역에 걸쳐서 끝임 없이 탐구되어온 과정이었다. 그 결과 특정한 환경에서 특정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인간 행동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지고 그것이 한 개인에 행동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예측 가능해 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인간 행동의 보편적인 법칙을 밝히고 이로부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탐구해 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다. 이 책은 댈러스 모닝뉴스의 과학 편집자였으며 대중과학저술가 톰 지그프리드가 존 내시의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탐구 과정에 있어서 현대과학이 주목하고 있는 현주소를 알려주고 있다.

그럼 게임이론이란 무엇일까? 게임이론은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위해 최적의 전략을 선택하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이 게임이론의 창시자는 존 내시로 우리에게 알려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천재 수학자’이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그리고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를 통해서이다.

게임이론이 처음 제기될 때만 해도 그리 주목받지 못하다가 경제학과 결합이 되면서 점차 정치학,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등의 사회과학분야에서 뿐 아니라 자연과학인 생물학, 물리학 등 사회 전반에 그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한다. 결국 개인이나 집단의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와 예측에 있어 그 가능성을 현실화 시키는 근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톰 지그프리드는 이 책을 통해 이러한 과정을 잘 설명해가고 있다. 먼저 게임이론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사회과학에 적용되는 예를 통해 얼마나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핀다. 또한 인간뿐 아니라 오리의 먹이 활동에 대한 예를 통해 동물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개임이론의 증거를 찾는다. 이후 인간의 두뇌와 개인의 행동, 인간 집단의 행동으로까지 적용범위가 넓혀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인간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개인이 속한 문화의 특성에 따른 차이는 물론 통계학, 사회물리학, 양자역학, 정보이론 등 최근 각종 과학 분야에 이르기 까지 그 연관성을 살피고 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생소한 분야의 이야기이기에 딱딱하거나 결코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라 선입감을 무색하게 할 만큼 일상적인 예를 통해 설명해가는 저자의 글 솜씨와 해박한 지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또한 관련 학자를 포함한 전공자들이나 공유할만한 내용들이 전반을 차지하지만 ‘게임이론’이라는 흥미로운 분야뿐 아니라 현대 과학이 주목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구 과제가 무엇이고, 그 과정이 어떻게 되며, 현재는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까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것은 수학이라는 학문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었다는 점이다. 수학이 그 자체 학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문의 결과물을 수치화하고 통계를 내는데 꼭 필요한 기초학문임을 확인한 것이다.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를 함께하는 동안 ‘인간의 모든 행동을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는 법칙’이라는 지극히 매력적인 이러한 도전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을 넘어 가능함이라는 희망을 가져오게 하는 과학자들의 탐구과정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안내하는 적절한 텍스트를 만나 새로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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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유의지와 결정론 사이의 화해
    from 101번째 글쓰기 2010-08-28 03:23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자음과모음(이룸) 이 책을 읽고 있는 도중에 재미있는 경험을 하나 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께서 트위터를 통해 내게 물으셨다. "아들이 이 책을 읽고 싶어하는데 읽어도 될까요?" 그 중학생은 아마도 이 책의 부제에 매혹되었을지도 모른다. '게임하는 인간'. '존 내시의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인간본성의 비밀'. 게임이론을 알게 되면 또래들 중에서 게임을 가장 잘 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