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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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읽었다면 재독해 보라. 그때 왜 그렇게 힘들게 읽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쉽게 읽힌다.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의 조이스를 둘러싼 아일랜드와 더블린 사람들, 그가 벗어나고 싶어했고, 사랑했던 것들을 알아야 조이스 읽기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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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30 1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요. 저도 예술가의 초상하고 더블리너 다시 읽을 때, 아니 이렇게 편한 책이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물론 율리시즈의 재독은 아직 꿈도 못 꾸고 있지만요. ^^

그레이스 2022-12-30 13:36   좋아요 3 | URL

다른 책 읽는 느낌이었어요^^

책읽는나무 2022-12-30 19: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임스 조이스 탐독의 시간이군요?
정말 쉽게 읽히나요??^^

그레이스 2022-12-30 19:20   좋아요 3 | URL

정말 쉽게 읽힙니다. ^^
 
율리시스 - 제4개역판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어문학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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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소설이다. 곧바로 리뷰하기에도 벅차다. 결론은 의미들을 건져 올리기에는 나의 그물이 너무나 엉성하다는 것이다. 역사, 문학, 예술의 변주와 패러디로 가득한 소설에서 나의 엉성한 그물은 흩어진 몇 개의 파편만을 건져 올렸을 뿐이다. 맞춰지지 않는 조각들을 여기저기 벌려 놓고, 그 유물의 형태조차 감을 잡지 못하는 고고학자,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전위 예술품 앞에 서있는 감상자의 당황스러움이 이런 것일까? 모더니즘의 열광으로 채워진 무의미한 소리의 불협화음과 뒤틀린 동작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조이스는 스무 살 때 아내 노라와 함께 고국을 떠나 취리히, 로마, 파리, 트리에스테 등의 유럽 도시를 전전하며 살았다. 더블린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취리히에 묻혔다. 반면 그의 모든 작품은 더블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나 더블린 사람들에서는 더블린의 곳곳을 선명하게 그리고 있는 작가의 기억을 읽게 된다. 특별히 율리시스는 작가가 더블린 시를 조감하고 있는 느낌을 받게 한다. 더블린 시의 지도를 펼쳐놓고 인물들의 동선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지적작업을 떠올린다. 지금 어느 골목의 모퉁이를 돌고 있는 인물과 다리를 지나고 있는 블룸이 몇 분 후 어디쯤에서 조우하게 될지를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또한 각 인물들이 같은 시간에 어느 장소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그리는 동시성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기법이다. 10거리에서 총독의 마차가 지나가며 그 시간 거리에 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한 사람씩 비추는 장면은 마치 몽타주 기법처럼 보인다.

 

조이스에게 더블린은 어둡고 무기력하고 타락한 곳이다. 그가 더블린 사람들을 쓸 때, 소설의 무대를 더블린으로 선정한 것은 이 도시야말로 마비의 중심지로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제적 빈곤, 실패한 혁명, 절망적인 정치, 부패한 종교, 도덕적 해이의 상황 가운데 있는 더블린 사람들 사이에서 스티븐과 블룸 그리고 몰리가 있다.

 

스티븐 데덜러스는 이 마비 상태를 겪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 아닌가 한다. 스티븐의 의식은 그의 망모(亡母), 멀리건, 아일랜드 및 교회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 죽기 전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거절했던 죄의식, 익사에 대한 공포심, dogsbody라는 단어를 통한 자기 비하, 수탈당한 자의 이미지에 사로잡힌 20대 청년이다. 그의 친구 멀리건은 찬탈자다. 마텔로 탑의 열쇠를 가져가고, 스티븐의 죄의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헤집어놓고, 그에게서 술값을 받아내는 찬탈자이다. 스티븐은 자신을 영국과 이탈리아인과 엉뚱한 짓을 요구하는 세 주인의 종놈이라고 말한다. 아일랜드를 지배하고 수탈한 영국과 부패한 카톨릭과 멀리건과 같은 주변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닷가에서 산파의 가방에 담겨있을지 모르는 죽은 아기와 실종된 익사체를 상상하는 그에게 바다는 죽음의 공포와 자신을 더블린에 가두는 장애로 보인다. 고개를 돌려 시야에 들어온, 대기를 뚫고 움직이는 세대박이 배의 높은 세 개의 돛대는 세 주인을 뜻한다. 영국(혹은 민족주의), 카톨릭, 그리고 주변 사람들. 그 배는 귀향하고 있다. 조이스가 더블린을 떠났어도 끊임없이 더블린으로 끌려가듯이, 그 세 주인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으나, 여전히 노예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스티븐의 의식을 그리고 있다.

 

그의 돛을 가름대에다 죄인 채, 귀향하며 조류를 거슬러 묵묵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척의 묵묵한 배.(42p)”

 

리오폴드 블룸은 유럽에서 건너온 루돌프 비러그(루돌프은 자신의 성을 블룸으로 개명)의 아들이다. 유태인 혈통을 지니고 있다. 가수인 아내 몰리의 외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허용하고 있다. 아들의 죽음 이후로 불능인 그는 몰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보일런이 집으로 찾아오는 시간을 피해 더블린 거리를 배회하고, 길에서 마주칠뻔한 보일런을 피한다. 그의 의식은 두 사람이 만나는 오후 4시에 집중되어 있다.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목욕을 하러 가던 그는 비누를 사고, 그 비누를 주머니 속에 넣고 그 감각을 통해 아내를 의식한다. 스티븐에게 물이 죽음과 공포의 이미지라면, 블룸에게 물은 성욕과 연결되는 이미지다. 바닷가에서 스티븐이 상상했던 익사체에서 떠올렸던 성기의 이미지는 블룸의 목욕탕 장면에서 재현된다. 죽은 시체와 살아있는 블룸 사이에 이미지를 연결시킴으로, 살아있는 것 같으나 죽은 것 같은 블룸을 의미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오줌 냄새나는 근사한 특유의 맛을 주는 양의 콩팥을 좋아하고, 그의 성적 욕망은 배변과 항상 함께 등장한다. 나보코프는 섹스라는 테마가 끊임없이 변소 테마와 뒤섞이는 지점에서 반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블룸이 다소 평범한 시민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평범한 시민이 끊임없이 생리적인 일만 생각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시한다.(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나보코프 문학강의503p) 끊임없이에 문제의식의 방점이 있다. 그의 의식은 왜 이렇게 흐르는 것일까?

 

민족주의자들에 둘러싸여 정체성을 질문 받는 블룸은 자신이 아일랜드인임을 강조한다. 유태인인 그는 아일랜드에 속하길 원했으나 거절당하고 있다. 한 인간의 비존재, 삶에서 마주치는 불행, 채울 수 없는 욕구, 외로움 등이 왜곡된 성도착증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그를 비웃는 민족주의자들의 부도덕성과 허구성을 풍자하고 있다. 주점으로부터 탈출하는 블룸의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엘리야, 구세주로 해학적으로 표현하면서 조이스의 종교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616일 하루 동안의 블룸의 여행은 장례식장에서 공동묘지, 박물관, 도서관, 신문사, 주점, 더블린 거리 곳곳으로 이어진다. 15장의 밤의 거리장면은 괴테 파우스트발푸르기스의 밤을 연상케 한다. 밤거리에서 술에 취한 스티븐을 만난 블룸은 스티븐을 보호하기 위해 쫓아가고, 역마차의 오두막에서 다시 사람들과 아일랜드의 역사와 상황에 대해 토론을 한다. 스티븐의 주장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다. 그곳을 빠져나와 두 사람은 블룸의 집으로 향하면서 겉도는 대화를 한다. 냉담한 스티븐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블룸은 그 사이를 좁혀보려는 시도를 하지만, 블룸의 외로움은 그 대화에서 더욱 깊어지는 것만 같다.

 

천박한 보일런 보다는 아내의 지적인 부분을 채워줄 스티븐을 그녀에게 이어주려는 블룸의 생각은 우스꽝스럽고 비극적인 현재와 애처로운 미래를 지시하고 있다. 이제 그는 여행을 마쳤다. 누구와? 라는 질문에 뱃사공 신바드 그리고 재단사 틴바드 그리고 간수(看守) 진바드 그리고 고래잡이 윈바드 그리고 열성사 닌바드……그리고 폐결핵 환자 찐바드(607p)”라고 답을 한다. 이것은 더블린의 범부(凡夫)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블룸의 자아들이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한참 후에야 신바드의 모험이라는 만화에서 한 장면이 생각이 났다. 신바드가 계속 복제되던! 신바드는 율리시스를 닮은 주인공이다.

 

블룸의 아내 몰리에 관해서는 비판하고 싶은 지점이 많다. 조이스 또는 당대 작가들의 여성상이고 시대적 한계 안에서 성에 대한 사유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조이스의 삶을 얼핏 보아도 조금은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 몰리의 의식은 조이스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장면을 떠올린다. 이 장은 Yes라는 단어가 몰리의 말버릇처럼 들어가는데 그 빈도는 뒤로 갈수록 많아지는 것을 보게 된다. Yes의 크레센도! 몰리가 조이스의 또 다른 자아로서 현실에 대한 긍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육체적 관계 이후에 오는 여성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긍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나는 작가를 비판할 수밖에 없다.

 

18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26만 단어가 넘고, 3만 개의 어휘가 실려 있다. 또한 각 장은 여러 가지의 문체로 쓰여져 있다. 단도직입적이고, 명료하고, 논리적이고, 느긋하기도 하고, 불완전하고, 빠르고, 변칙적인 표현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의식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또한 패러디를 위해 신문 헤드라인 (24), 음악(28), 신비적인 익살극(2, 12), 교리문답식으로 주고받는 질문과 대답(32) 등의 문체가 등장한다. 기호 역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데, 그것을 다 알아내기에는 한 번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유명한 기호는 17장 마지막의 구두점인데, 이전 번역과 다른 출판사의 번역에서는 누락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어디에(Where)라는 질문에 보통 구두점보다는 큰 모양으로 찍혀있는 이 기호는 오랜 생각을 하게 한다. 오리너구리의 알?

 

청각적 기법은 이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주점을 향해 멀리서 다가오는 시각장애인 소년이 가까워지면서 지팡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더 크게 더 빈도가 높게 들린다. 시간에 집중하고 있는 블룸의 의식과 그로 인한 맥박을 느끼게 한다. 탁탁탁 소리와 맥박이 함께 크레센도 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목격된 비옷 입은 낯선 남자는 누구일까? 더블린 거리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메킨토시 입은 남자를 나보코프는 작가라고 추리한다. 마치 이탈리아 화가들이 자신의 그림 한 구석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은 것처럼,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 등장한다.

 

그런데, 저쪽 비옷 입은 홀쭉하게 보이는 녀석은 누구야? 글쎄 누군지 알고 싶군. 글쎄 돈을 몇 푼 주어서라도 그가 누군지 알아보았으면, 꿈에도 결코 생각해 본 일이 없는 녀석이 언제나 불쑥 나타나거든. (90p)”

 

글쎄, 나는 그저 정체모를 시선이란 생각도 든다. 익명의 시선, 그것은 존재에 가해지는 관습, 도덕, 전통의 시선이고 그것은 권력이다. 그의 존재 안에 새겨진 절대자의 시선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조이스는 자신을 그려넣음으로 그것조차 비웃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자신을 둘러싼 것들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던 조이스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더블린을 떠나는 것만이 구원이라 생각했던 그는 떠난 후에도 여전히 더블린을 맴돌고 있다(hovering). 그의 의식은 그 공간으로 사로잡혀 간다. 어머니의 신앙, 종교, 아버지를 파괴한 애국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들의 요구를 외면했지만 그럼으로 외로웠고 고통스러웠던 그의 욕망의 한편은 그들을 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아일랜드를 떠나서도 더블린 거리를 배회하는 인물들을 그리는 조이스의 작품에서 더블린 거리 구석구석과 바닷가를 물푸레나무 지팡이를 들고 걷는 조이스의 모습을 본다. 그는 진정한 산책자(플뢰나르) 였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재독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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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28 2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전 율리시즈 읽으면서 몇 번이나 졸도할 뻔했는데요. 와우....

그레이스 2022-12-28 21:15   좋아요 3 | URL
저도 마찬가지예요.
한 문장 한 페이지를 몇번씩 반복해서 읽어야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서니데이 2022-12-28 2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율리시스 다 읽으셨군요. 페이지가 적지 않아서 시간 많이 걸렸을 것 같아요.
길고 어렵다는 책을 다 읽고 나면 숙제가 하나 끝난 것 같은 기분도 들 것 같고요.
잘읽었습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2-28 21:34   좋아요 4 | URL
함께 읽는 분들이 계셔서 끝까지 읽었던 것 같아요. 후련하기도 하고 읽을때 좀더 열심히 읽을걸 하고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
따뜻한 연말되세요

프레이야 2022-12-28 22: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올해의 명리뷰로 좋아요 더 많이 누르고 싶어요. 글쎄,로 시작하는 문단 내용 와닿습니다. 동의하고 싶어요. 내년에 꼭 읽어야겠다 싶은 작품 또 추가합니다. 늘 미루고 있었네요. 올해 남은 날도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에 만나요 또. :)

그레이스 2022-12-28 22:2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공감해주시니 더 감사하구요.
2023년에도 풍성한 독서와 열매를 기원합니다.~^^

꼬마요정 2022-12-29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엄지척입니다. 존경해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2-12-29 06:2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엄지만 받겠습니다. ㅋㅋ

새파랑 2022-12-29 0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리뷰만 보면 이야기도 재미있고 잘 읽힐거 같은데..전혀 안그러겠죠?

고향을 떠나도 더블린을 배경으로 계속 쓴걸 보면 애정도 많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레이스 2022-12-29 08:43   좋아요 3 | URL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일랜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연설하기도 했구요.
잘 읽히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만큼 읽고 나서 보람^^있는 작품입니다 ㅋㅋ

레삭매냐 2022-12-29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하십니다.

전 읽을 생각도 혹은
빌리거나 살 생각도
못하는 걸요.

제 부족한 그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2-12-29 10:55   좋아요 2 | URL
다시 그물을 짜 봐야겠습니다 ^^

라로 2022-12-29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그레이스님! 멋져요!!^^

그레이스 2022-12-29 12:1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scott 2022-12-29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이스 방대한 율리시즈는 일찌감치 정복 했지만

가장 처음 읽은 젊은 날의 초상
그리고 피네간의 경야를 가장 좋아 합니다 !ㅎㅎ

그레이스님 2023년엔
더블린으로 ^^

그레이스 2022-12-29 16:26   좋아요 2 | URL
예~
언젠가는 가봐야죠~~

서니데이 2022-12-29 22: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따뜻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올해의 남은날이 3일 남았네요.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추운 날씨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2-30 13:09   좋아요 2 | URL
예~~
베란다 창으로 햇볕이 길게 들어오는 걸 보니 겨울이 맞네요.
책 바랠까봐 이리 저리 피신시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발은 시렵구요.^^;;

서니데이님도 건강조심하세요~~

mini74 2022-12-30 1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레이스님 글 읽으면 막 율리시스도 당장 읽을 수 있을거 같고 ㅎㅎㅎ 막 그렇습니다. 올 한해도 좋은 글들로 많이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레이스님 ~ 내년에도 우리 사이좋게 건강하게 잘 지내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12-30 19:34   좋아요 2 | URL
예~
미니님 빨리 회복하시고, 즐거운 독서와 쓰기 해요.
내년에도 미니님 알라딘 티비 기대해요~

나뭇잎처럼 2023-01-01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조이스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율리시스는 읽은 게 아니라 흑백영화로 본 걸 읽었는지 안읽었는지 헷갈려하고 있었네요. 워낙 오래 전일이라 ㅜㅜ 고전들 천천히 재독하는 기쁨 누리고 계시군요. 덕분에 저도 율리시스 올해 목록에 올려봅니다. 하.. 연초에만 늘 바짝 으쌰하는 마음 ㅎㅎ 좋은 리뷰 덕분에 일단 일독을 대신합니다. ㅋㅋ

그레이스 2023-01-01 22:14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책이 많아요^^;;
으쌰하고 다잡으시는 마음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hkang1001 2023-01-02 1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골드문트님! 나뭇잎처럼님! 서니데이님! 스콧님! 라로님! 서니데이님! 레샥메냐님! 새파랑님! 꼬마요정님! 모두 건강 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이 모두 잘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1-02 10:41   좋아요 1 | URL
예~~
감사합니다~~
thkang1001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thkang1001 2023-01-02 1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3-01-02 10:4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thkang1001 2023-01-02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율리시스』를 읽다가 아일랜드 역사를 찾았고, 아일랜드의 역사를 찾다가 영국사슬픈 아일랜드를 읽고, 영국사를 읽다가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올리버 트위스트슬픈 아일랜드는 아이들의 유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쟁과 기아와 같은 상황은 사람들을 한 곳에 머물지 못하게 한다. 생존을 위해 길을 떠나게 한다. 아일랜드 대기근은 아일랜드의 19세기 역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감자 역병이 발생해서 기근이 들고, 아이들(에일리, 마이클, 페기)의 아버지는 국가 공공사업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떠난 지 1년 후, 이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막내 브리짓은 숨을 거둔다. 여기저기서 전염병이 돌고, 죽음의 소식들이 들려온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아가 식량을 구해오기 위해 떠난다. 집에 남은 세 아이들을 수용소(구빈원)에 데려가기 위해 집행관이 찾아오고, 아이들은 수용소를 향해 가는 무리에서 벗어나 도망한다. 아이들은 이모할머니들이 있는 도시를 향해 간다.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시체를 목격하고, 부상을 입기도 하고, 열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여행길에서 잘 가꾸어지고 열매와 꽃들이 가득한 귀족의 정원과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영국으로 실려 가는 곡물을 보고 분노한 군중들의 소요를 목격한다. 아이들이 도착한 항구도시는 번화하고 물자가 넘쳐나고 사치스런 차림을 한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작가는 어떤 비판이나 평가도 없이, 그저 아이들의 눈에 비친 광경만을 묘사하고 있다. 의심 없는 아이들의 시선에 들어오는 극단적 대비를 그냥 그리고 있다.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읽어내고 비판하도록 하고 있다. 서쪽에서는 기아로 인해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고, 동부 해안에서는 물자가 넘쳐나고 곡물이 바다를 건너 수출되는 상황을 당시 아일랜드의 역사에서 인식하고 비판하도록 한다.


피터 그레이의 아일랜드 대기근1845감자 대기근전후의 역사와 기근 동안의 아일랜드인들의 고통과 영국 정부의 정책과 부패한 지주들의 착취와 농민들의 분노, 그리고 이민과 대기근이 남긴 유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845년 이전의 아일랜드 역시 가난한 사회였다. 12세기에 부분적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 아일랜드에서는 전쟁, 반란, 재산몰수가 잇따랐고. 16~17세기에 영국의 지배지역이 확대되면서 아일랜드의 발전은 중단되었다. 이때부터 아일랜드인들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지역으로 이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번영과 빈곤의 극단을 경험하던 18세기, 1741년의 흉년은 블리아드하인 안 아이르(학살의 해)’라고 불렀다. 1760년대 부유해진 영국계 아일랜드 엘리트층은 영국 지배자들에게 더욱 강경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1794년 비밀결사인 아일랜드인 연맹은 1798년 봉기를 일으켰다. 1798년의 반란을 이용해 윌리엄 피트는 연합법안을 상정하고, 1800년 아일랜드 의회와 영국 의회가 통합되고 연합국가가 된다. 아일랜드 총독과 수상은 영국인이었고 런던에서 임명되었다.

 

연합 국가는 영국과 아일랜드 간의 자유무역을 시작, 경제제도를 통합했다. 경제발전이 늦었던 아일랜드가 영국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18세기 부재지주들이 임대한 토지를 중간소작인이 영세소작인에게 토지를 전대하고 농업수익을 올렸는데 물가가 상승하면서 18세기 후반부터는 지주들이 직접 토지를 관리하면서 중간 소작인들이 쫓겨나게 된다. 인구증가로 극빈자들의 숫자가 증가했고, 가난의 문제를 멜서스식으로 이해했던 영국인들은 1830년대 자본투자의 부족으로 아일랜드의 문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한 공공사업보다는 영국의 새로운 구빈원 체계를 본딴 구빈법을 도입했다. 1845년 아일랜드의 수출부문은 고도로 상업화되었지만 그 한쪽에서 생계는 곤궁해져 갔다. 정부의 대책은 더뎠고, 감자 마름병 같은 사태만으로도 쓰러질 만큼 취약해져 갔다.

1828년의 구빈법에 따라 아일랜드는 130개의 구빈 연합체로 나누어졌고, 각 구빈연합체에 하나의 구빈원이 세워졌다. 1836년 빈곤상태라고 선언한 빈민수가 240만 명이었음을 볼 때 10만 명에 달하는 구빈원 전체 정원은 턱없이 모자랐다.

 

1845~1846년에는 식료품 공급이 모자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량 아사라는 최악의 사태만은 피할 수 있었다. 1845년 수확으로 영국인 125만 명을 먹일 만큼 수출했고 더 값싼 수입품이 그 부족분을 채웠다. 이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 듯하지만 수출한 식량으로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겨울 기아가 끝난 1847년 봄에 미국으로부터 곡물 수입이 시작되었다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정부는 공공공사의 체계를 개혁하고 고용을 늘림으로 구제책을 세웠지만 물가상승과 임금 동결로 빈민들의 고난은 여전했다. 공공공사는 실패했다.

 

기아로 인해 면역력을 상실한 사람들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이질 등의 역병으로 사람들은 죽어갔고, 노약자들이 수용된 구빈원은 전염병의 온상이 되었다. 구빈원은 빈민의 바스티유 감옥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1848년에 감자마름병은 다시 나타났고, 1851년까지 기근이 계속되었을 때, 새로운 구빈법은 토지를 소작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에서 제외시켰고, 사람들이 토지로부터 축출되었다. 토지 자유거래는 파산상태인 사유지를 영국계 아일랜드 지주들에게 재분배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대기근 동안 분노한 농민들과 빈민들의 봉기가 다수 일어났다. 이후 민족주의자들의 독립운동에 불을 지피게 된다.

 

1846~1855년 사이 수많은 아일랜드인들이 관선(棺船,Coffin Ship)를 타고 캐나다와 미국으로 이주했다. 대이동이 진행되었다.

 

대기근은 근대 아일랜드 형성의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물론 중요한 사회변화가 1845년 이전에도 많이 일어났지만, 대기근은 오늘날 역사를 움직이는 힘을 형성했고 또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대기근 이후, 아일랜드는 19세기 유럽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처럼 특이한 인구통계는 다른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며, 그토록 끈질긴 악몽에 시달린 나라 또한 없으며,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해외로 떠나보낸 나라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피터 그레이 아일랜드 대기근117p)”

 

아일랜드의 역사를 보면서 일제강점기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험난한 시절 어린 아이들의 고단하고 위험한 생존 여행을 보면서 국가가 보장해야 할 개인의 안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로완 길레스피 <기근Famine>,1997, 더블린 리피강 부둣가

죽은 자식의 주검을 둘러맨 채 휘청이며 어딘가로 떠나고 있다.(출처:오마이뉴스,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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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22 06: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랬던 아일랜드가 지금은 국민 1인당 GDP가 $10만을 넘어서서 세계 2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경제, 외교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는 발전이라고들 하지만 하여간 대단하긴 대단합니다. 아일랜드 가서 감자 기근 운운하면 줘 터질 거 같더군요. ^^:: 이 내용을 읽고 불과 이틀도 안 되어 써먹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ㅋㅋㅋㅋ
그 섬엔 물이 좋은지 글도 좋은 사람도 많고.... ㅎㅎㅎ

그레이스 2022-12-22 06:42   좋아요 5 | URL
골드문트님~ 마지막에서 두번째 문장 이해 못했어요^^;;

아일랜드가 그렇게 발전했으니 역사도 재해석되고, 영국이 아일랜드에서 했던 정책들도 비판받는 것이겠죠.^^
확실히 글 좋은 사람들은 많은 듯요.

Falstaff 2022-12-22 06:45   좋아요 3 | URL
별거 없습니다. 아일랜드가 이제 세계에서 무지 잘 사는 나라라는 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런 내용을 읽은지 이틀만에 여기서 써먹었다는 것 뿐입니다. ^^

그레이스 2022-12-22 06:48   좋아요 4 | URL
아!^^
덕분에 현재 아일랜드의 현재 위상도 알고!
감사합니다 ~^^

새파랑 2022-12-22 0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 역사에 저런 모습이 있었군요. 아일랜드 작품들이 슬프고 우울한 이유가 역사때문일수도 있겠네요~!

그레이스 2022-12-22 07:24   좋아요 5 | URL
제 기억이 맞다면 800년 동안 영국의 통치아래 있었고 1800년부터는 통일국가(?)였는데, 그정도면 자신의 나라를 영국이라 생각할만 할텐데, 이 대기근 동안에 겪은 일들이 아일랜드의 정체를 깨닫게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희생이 컸으나,,,,, 민족주의 정신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페넬로페 2022-12-22 07: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 읽으면서 아일랜드에 대해 더 알고 싶었는데 책이 그리 많지는 않더라고요~~
영국사를 읽어야겠네요^^

그레이스 2022-12-22 07:47   좋아요 5 | URL
제 생각에 18,19세기 디테일은 이 시공디스커버 총서도 좋은듯요

거리의화가 2022-12-22 0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를 당장 읽지는 못하겠지만 아일랜드의 역사는 따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어요. 그레이스님이 추천해주신 책 담아갑니다^^ 영국사와 비교해보면서 읽어보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12-22 15:06   좋아요 2 | URL
문학이 이런 지식을 알게 해주는 효과가 있죠.
그럴때마다 이래서 책을 읽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포스트잇 2022-12-22 10: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는 생각보다 아일랜드와 영국의 정치, 역사에 관한 책이더군요. 영국과 아일랜드 역사, 정치사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이해가 되는 대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와 우리가 비슷한 역사를 갖기도 했고요.
그래도 우리가 더 빡센 역사를 여전히 안고 있다는 것 ㅠ

그레이스 2022-12-22 15:08   좋아요 2 | URL
예 맞아요
아일랜드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했어요.
우리가 더 빡센 역사...! 그런듯요~

미미 2022-12-22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말씀하신 역사적 유사점 때문인지 아일랜드 정서가 우리와 닮은 부분이 있는것 같아요. 그런 책도 출간되었었는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네요. 보관함 어딘가에 있을텐데ㅜ.ㅜ
지난번 올려주신 글 보고 <영국사>중고로 구매했어요. 읽는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잘했네요^^*

그레이스 2022-12-22 15:09   좋아요 4 | URL
생각나시면 올려주세요~
저도 오래오래 묵히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읽은 책입니다

mini74 2022-12-22 13: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영국은 참 ㅠㅠ 아일랜드에도 뭔가 우리가 말하는 한의 정서가 있는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12-22 15:10   좋아요 4 | URL
한의 정서!
율리시스를 읽어보면 확실히 있는것 같아요

희선 2022-12-23 0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와 한국이 비슷한 면이 있다는 말 본 적 있어요 슬픈 역사랄까 가톨릭 지배를 받기도 했더군요 아일랜드 역사는 영국 역사와 함께 봐야 더 잘 알 것 같기도 하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12-23 06:47   좋아요 3 | URL

잉글랜드의 정치 경제 상황에 따라 아일랜드의 상황도 달라졌으니까요

서니데이 2022-12-23 22: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따뜻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 주말이 성탄절인데, 날씨가 계속 추울 것 같습니다.
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그레이스 2022-12-23 22:34   좋아요 3 | URL
예~~
서니데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 🎅

얄라알라 2022-12-25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트위스트를...아이들의 ˝유랑˝ 관점에서 볼 수도 있겠군요.
저는 어린 아이들에게, 오늘날로서는 중독 행위인 술이 허용되는 모습에 놀랐어요.

그레이스 2022-12-25 15:36   좋아요 2 | URL
아이들에게 노동을 시켰는데, 술 담배는 오죽하겠어요 ㅠㅠ

하나의책장 2022-12-25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글 보니 문득 아일랜드사에는 크게 관심두지 않았던 절 반성하게 되네요.
장바구니에 담아뒀다가 1월에 바로 읽어야겠어요!

날이 많이 추워요. 크리스마스는 잘 보내셨나요?^^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Merry Christmas🎄❤

그레이스 2022-12-25 22:06   좋아요 1 | URL
^^
예~
‘하나‘님도 복된 성탄 보내시고,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세요~~~

2022-12-25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5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3-01-06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1-07 07: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도 건강하게 주말 잘 보내세요~~♡
 
올리버 트위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1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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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킨스를 초등생에게 읽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올리버 트위스트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전집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이 책들은 아이들에 맞춰 편집되어, 원작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디킨스의 신랄하고 풍자적인 어투를 경험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가 비판하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기 어렵다. 실제로 어린 시절 내가 읽었던 올리버 트위스트는 그저 불행한 소년의 유랑과 불운한 사건들 그리고 마침내 얻는 행복이란 이야기로만 남아 있었다. 단지 디킨스가 제공한 에피소드만 얻는 독서에 그쳤던 것이다. 몇 페이지를 넘기면서 확신하게 됐다-이 소설은 아이들 용으로는 출판되지 않아야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나이에는 읽히지 말아야 한다.^^

 

올리버가 태어난 구빈원은 1834년 개정된 신구빈법에 의해 운영되는 시설이다. 디킨스는 이곳에서 그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행해지는 비인간적인 악행들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있다.

 

“15세기부터 시작된 인클로저로 인해 쫓겨난 사람들은 걸인이나 유랑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들을 구제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구빈법(the Elizabeth Poor Law, 1601)과 유랑법이 제정되었다. 신체가 정상적인 걸인들은 구걸하기 위해서 허가증을 얻어야 하였고, 유랑법을 어기면 태형에 처해지거나 감옥에 보내졌다. (박지향 영국사303p)

 

엘리자베스 여왕 때 만들어진 이 구빈법은 1834년 개정되었다. 18세기에 들어와 영국은 다수의 전쟁을 치르며 증가한 전쟁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빈민들은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빈민구제에 드는 비용도 100년 사이에 6배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재정적 압박을 받으며 구빈법을 개정하게 된다. 디킨스는 이 신구빈법을 비판한다.

 

그는 이 구빈법과 함께 당시 영국의 법과 제도를 이끌어갔던 공리주의를 비판한다.

이후 여덟 달 내지 열 달 동안 올리버는 제도적으로 시행된 배반과 기만의 희생자였다.(올리버 트위스트 124p)”  구빈원에서 태어난 올리버에게 행해진 일들을 한 문장으로 평가한다. 올리버에게 할당된 비용보다 더 적은 금액을 지출하는 구빈법 위반자에 대하여 이로써 가장 깊은 바닥에서조차 한층 더 깊은 바닥을 찾아내는 솜씨를 통해 자신이 아주 위대한 경험주의 철학자임을 증명해 보였다(올리버 트위스트 125p)” 고 비아냥댄다.

 

전체 이야기는 계몽적이다. 만삭의 몸으로 여행 중이던 정체모를 여인에게서 태어난 올리버, 해산과 함께 그의 모친은 죽고, 올리버는 태어난 구빈원에서 돌봄을 받고, 보육원에서 양육되다가, 다시 구빈원으로 보내진 후, 처벌의 형태로 장의사에 보내진다. 태생이 불운한 아이를 향한 편견과 비인간적인 처우, 굶주림, 착취, 학대로 인해 올리버는 도망한다. 런던에 도착한 아이는 범죄 집단의 마수에 걸려들지만, 우연한 사건과 만남이 반복되면서 출생의 비밀과 그를 향한 음모가 밝혀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권선징악으로 마무리 된다.

 

당시 영국사회는 돈이 최고의 가치인 사회이고, 디킨스가 서문에서 예로 든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에서처럼 폭동과 절도와 무질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회였다. “경찰력이 존재하지 않았고 법을 집행할 기관이라는 것이 고작 치안관과 치안판사, 소수의 상비군밖에 없는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박지향 영국사344p)”

 

자유와 번영이 존재했지만 동시에 부패와 빈곤 등 모순적인 양상들이 가득한 당시 영국사회의 모습을, 디킨스는 구빈원과 런던의 빈민가를 그림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한, 그는 어린 올리버를 통해 선의 원리가 온갖 역경과 악의 유혹을 이기고 살아남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으며, 범죄 집단의 실상을 그대로 묘사하려 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 사회에 기여하길 원했다. 신문기자라는 직업이 이런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각 장마다 제목을 마치 기사 헤드라인처럼 달고 있다.

 

이 소설에서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은 도둑집단의 우두머리를 유태인으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유태인 페이긴은 어린 아이들을 데려다가 도둑질을 가르치고 착취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인물이다. 그를 페이긴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자주 유태인으로 지칭한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셰익스피어 역시 베니스의 상인에서 돈만 아는 인정머리 없는 냉혈한으로 유태인을 소환하고 있다. 디킨스나 셰익스피어의 이런 작품이 읽혀지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편견의 효과를 생각한다면 피했어야 할 일이다. 그 시대와 환경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었겠지만, 이런 글들이 사람들의 증오심을 쌓는 작용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두려운 일이다.

 

올리버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질 때까지, 아이를 타락시키려는 인물과 아이에게 선을 베푸는 사람들, 범죄자와 그 주변인물들의 관계를 차츰차츰 벗겨가는 소설의 플롯은 탁월하다. 권선징앙적 메시지만 있었다면 조금 식상할 뻔한 스토리지만 당시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어 가벼이 읽을 수가 없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영국사를 들여다보게 한다. 여기에 디킨스의 탁월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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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12-18 2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 어려운 시절 읽는 중인데요 아직 초반이지만 재미있네요 필력이 대단!

그레이스 2022-12-18 23:40   좋아요 2 | URL
예~
저도 ‘어려운시절‘ 담 순서입니다.
빨리 읽고 싶네요

Falstaff 2022-12-19 06: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어떻게 디킨스를, 그것도 올리버를 읽으시고 이런 리뷰를 하실 수 있는지, 그저 놀라고 맙니다. @.@ ^^

그레이스 2022-12-19 09:09   좋아요 2 | URL
어렸을때 명작소설로 읽었던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게 된 독서였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방향이 일로 잡히네요^^

미미 2022-12-19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짧게 편집한 그의 소설을 한 편 읽고 뭔가 허전해서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어요. 그레이스님 리뷰를 보니
더 궁금해집니다. 박지향의 <영국사>도요! ^^*

그레이스 2022-12-19 10:21   좋아요 3 | URL
박지향의 영국사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학교다닐 때 이런 책으로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persona 2022-12-19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약본으로라도 읽힌다는 게 좀 역효과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일단 추천도서 리스트 자체가 신빙성이 잘 안가고요. ㅋㅋ 저는 어릴 때 소공녀나 올리버트위스트나 제인에어를 어른들이 보는 그림 없는 책으로 읽은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친구들과 홈스쿨링과 대안학교와 영어교육을 만나게 해준 게 저에겐 초딩때 만난 디킨스여서… ㅎㅎㅎ
근데 영어공부 한다고 제인오스틴은 축약본으로 읽었어요.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제인 오스틴을 어느 정도 잔뜩 오해하고 있었어요. ^^;;

그레이스 2022-12-19 12:12   좋아요 2 | URL
원서로 읽는게 정말 좋을듯요
저도 기회가 되면 원서로 읽어보려구요^^

yamoo 2022-12-19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지향의 <영국사>가 더 눈길이 갑니다. ㅎㅎ
박지향의 근현대사는 꽤 괜찮더군요. 우리나라 근대사도 그렇고 일본과 영국사도 꽤 좋았습니다~
그레이스 님의 서재에서 보니 매우 반갑네요^^

그레이스 2022-12-19 19:35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매끄럽게 잘 썼어요
가독성이 좋았어요
저도 반가워요

scott 2022-12-19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디킨즈 가정 폭력범이지만
글은 정말 잘쓴다는 건 인정! ㅎㅎ

영국 19세기 사회 모습이 가장 잘 묘사된
<황폐한 집> 추천 합니다 ^^

그레이스 2022-12-20 07:18   좋아요 3 | URL
아이러니죠^^

<황폐한집> 입력!
제가 전자책으로 갖고 있네요 ㅎ

mini74 2022-12-21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저도 어릴적 어린이책 문고판으로 접했어요. 그러고보니 마치 읽은것 같은?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제대로 찾아 읽지 않았어요. 그레이스님 글 읽으니 제대로 읽고 싶단 생각듭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항상 하던 스크루지 영감도 제대로 읽어보고싶네요.

그레이스 2022-12-21 14:20   좋아요 1 | URL
전혀 달라요~^^

서니데이 2022-12-21 2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책으로 공부하면서 어느 시기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있지만,
문학을 통해서도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이전에 요약본으로 알았던 책들은 다시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2-23 06:4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그런 책들이 많죠?!
서니데이님도 오늘은 특별히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2-12-23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트위스트 제목만 알고 책은 못 읽어봤네요 크리스마스 캐럴도... 이건 영화나 만화영화만 봤어요


희선

그레이스 2022-12-23 06:53   좋아요 1 | URL
크리스마스 캐럴때문에 겨울에는 디킨스가 읽히는 듯요^^

서니데이 2023-01-06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1-07 07:5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님도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3-01-07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3-01-07 12: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thkang1001님도 새해 건강하세요

thkang1001 2023-01-07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가필드 2023-01-11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너무 늦진 않았나요 ?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당 💐
저도 크리스마스캐럴 좋아하는데
요책은 안 읽어봤네요 읽어보면 좋을거 같네요 ^^

그레이스 2023-01-11 15: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늦긴요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축하까지 해주시는데요

아마 재밌게 읽으시지 않을까싶네요
 

벨로
(크게 소리 내어 웃는다)
어쩌면! 바야흐로 이제부터 어떤 일이 네게 닥쳐올는지 넌 거의 모르고 있잖아. 나는 너의 보잘것없는 운명을 결정하고 너의 버릇을 길들이는 타타르인이야!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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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08 17: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영상이긴 한데, 오늘은 조금 차가운 느낌이 들어요.
따뜻한 하루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12-08 18:03   좋아요 2 | URL
예~~
서니데이님두요~~

서니데이 2022-12-15 1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12-17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7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