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삭아서 찢어짐 ㅋ
제가 읽고 있는 홍성사 책은 바코드도 알라딘에서 찾을 수 없고(지니도 어쩔수 없음ㅋ), 열린책에서 다시 펴낸 책으로 올렸어요
이 책도 품절입니다. ㅠ

E.H.카 잘 썼는데요, 번역도 좋고
재출간되면 사서 보려고 했는데....ㅠ
그냥 이 손만 대면 찢어지는 이 책으로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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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9 21: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도 그으면 활자가 갈라질 것 같습니다!


열린 도끼옹 세트 수익으로 이런 책 재 번역 출간 해주징 ㅠ.ㅠ

그레이스 2021-12-09 21:35   좋아요 1 | URL
마자요 ~힝

프레이야 2021-12-09 2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골동품이네요. 79년 발행. 2,300원.
직접 구매하신 책인가요?

그레이스 2021-12-10 00:02   좋아요 2 | URL
남편책이예요^^
결혼 전 아주 오래전에 갖고 있던 책이래요
홍성신서 시리즈로 홍성사가 대박났었다는 얘기를 신나게 해주네요
ㅎㅎ
책 이야기하는 거 좋아해요

프레이야 2021-12-10 08:02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ㅎㅎ남표니도 문학도였는데 아주 그냥 폭삭 내려앉은 곰팡내 나는 책들 천지입니다. 못 버리게 해요. ㅠ 작년에 책 대거 처분했는데 남표니 골동도서는 그대로입니다.

바람돌이 2021-12-10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도 차마 못버린 저런 책이 몇권 있죠. 심지어 너덜너덜하기까지.... ^^
전 찢어질까봐 펴보지도 못하겠던데, 이런 책 찾아서 다시 읽어보는 것도 좀 신나는 경험일듯하네요. ^^

그레이스 2021-12-10 00:06   좋아요 0 | URL
예 나름 묘미가 있습니다
가독성이 좋아서 이런 책은 다시 출간해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E.H.카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구요

페크pek0501 2021-12-10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책 있어요. 누렇게 변색되고 글자체도 비슷하네요.
버리긴 아깝고 그렇네요. ^^

그레이스 2021-12-10 20:57   좋아요 1 | URL
열린책들에서 재출간되면 버릴려구요^^

희선 2021-12-11 0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작가 책이 예전에도 나왔군요 열린책에서 나온 것도 품절이라니... 언젠가 다시 책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그레이스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12-11 08: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좋은 주말 되시길...^^

하나의책장 2021-12-14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삭았을 정도면 정말 오래된 책이네요^^
오래된 책일수록 뭔가 버리기 아까울 것 같아요ㅎ

그레이스 2021-12-14 20:25   좋아요 0 | URL
그래서 끌어 안고 살고 있습니다
ㅎㅎ
재출간되면 버릴거예요
정말!^^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의 운명이 영원한 것을 조각하려 했기에 쇠망치가 될 때까지 혹독하게 단련되었으며, 그래서 그의 운명이 그렇게나 강렬했다는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 무엇으로도 한계를 측량할수 없을 지경인데, 그의 삶의 행로는 19세기의 다른모든 작가들이 시민으로서 걸어간 순탄한 넓은 포장도로와 전혀 닮은 점이 없다. 여기서 우리는 가장 강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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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2-07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선생님이 제목에 있지만 도선생님이 쓴 게 아니라, 츠바이크 평전이군요.
그레이스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1-12-07 20:43   좋아요 2 | URL
도스토예프스키 남은 작품들 읽으면서 마무리해보려구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scott 2021-12-07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ㅜ.ㅜ
이 책 번역이 ㅜ.ㅜ

그레이스 2021-12-07 21:09   좋아요 1 | URL
좀 그래요
ㅠㅠ
한문장에 같은 부사가 나오는 거 보면서 👀 같은 부사를 다른 말로 바꾸지 못한 서투름에 조금 안타까웠어요 ^^
새겨서 읽어야죠^^

페크pek0501 2021-12-10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저는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이란 책을 샀어요. 어제 받았죠.
멋진 글을 찾게 되면 페이퍼로 올리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1-12-10 17:0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기다릴께요.*^^*
 
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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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끌어안고 가야 할 나쁜 기억 한두 개쯤 없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니.”(206p) 괴로워하는 신디 쿰스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기도 올리브의 자기고백이기도 하다. 잭과 결혼한 조금 더 나이든 올리브는 여전히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잘 알아본다. 그들을 찾아가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때론 지나치며 너 캘러헌 씨 딸이더구나.…… 좋은 분이었는데 돌아가셔서 유감이구나.”(84p)라고 하는 짧은 말로 케일리에게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다. 이따금 자신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느끼는 올리브는 전 남편 헨리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괴롭다고 한다. 누구나 뒤를 돌아보면 다 후회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녀는 전보다 더 말이 많아지고 자기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신디처럼 항암치료를 하며 회복될 수 없을 거라는 절망감과 외로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을 찾아가서 어떤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 “나도 죽는 게 죽을 만큼 무서워. 그건 사실이야.”(206p) 올리브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뿐이다. 그녀가 공감하고 위로하는 방법이다. 몸 여기저기에 문제가 생기고,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본 노년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알겠지만, 신디. 네가 정말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그리고 죽게 된다면, 진실은 …… 우리 모두 그저 몇 걸음 뒤에 있다는 거야. 이십 분 뒤, 그게 진실이야.”(207p)

 

올리브 키터리지는 큰 몸집으로 나타나 잊지 못할 위로를 남긴다. 삶의 마지막 때가 가까워지면서 그녀는 타인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채워간다. 어릴 때는 보지 못했던 2월과 3월 그리고 여름과 가을의 햇볕의 차이를 아는 것이 바로 인생의 황혼이라는 생각이다.

 

한낮의 빛이 끝을 향하면서 입 벌린 모습을 한 태양이 연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황홀한 노란색을 쏟아냈고, 그 빛은 헐벗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내리비쳤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했다. “어쩜, 나는 늘 2월의 햇빛을 사랑했어.” 올리브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어쩜.” 그녀는 경외감이 깃든 목소리로 한 번 더 말했다. “2월의 저 햇빛 좀 봐.”

(224p)

 

신디와의 대화, 그리고 신디가 잊지 못할 이 광경, 올리브가 자신이 2월의 햇빛을 사랑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외침은 소설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고 느꼈다.

 

잭과의 결혼이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가는 것”(212p) 이라고 말한 것처럼, 잭의 죽음과 홀로됨, 심장마비, 실버타운 메이플트리 입주도 인생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계절이 바뀌고 그때마다 빛이 달라지듯 삶이 변화해가는 것이다. 여전히 올리브는 사람들의 눈에 띄고, 탐조등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찾아낸다. 점점 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을 탐사하듯 대화를 이끌어간다. 사람들은 그 대화 속에서 외로움 불안 상처를 드러내고, 위로를 받고,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는다.

 

그녀 스스로도 잭에게서 신디에게서 이저벨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잭은 올리브에게 당신 기분 좋게 만드는 건 참 쉽구나”(244p) 라고 말한다. 그렇게 쉽게 기분 좋게 해줄 수 있는 반면 우리는 그 방법을 모를 때가 많다. 올리브가 스스로에게 고백한 것처럼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459p)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459p)고 생각한다. 늦은 건 늦은 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다. 누구나 나쁜 기억 한 두 개쯤은 끌어안고 살아가니까. 헨리를 보내고 잭과 결혼한 후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말을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 때 올리브가 가장 올리브다울 때다. 작은 친절에도 기분 좋을 수 있다. 사람들은 오래전 올리브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약해져가고 노화를 겪으며 죽음에 가까이 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서툰 일이다. 거듭되는 상실 역시 반복된다고 해서 적응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것은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일지도 모르겠다. 홀로 있기를 좋아하고 누구의 간섭도 싫어했던 올리브가 수다스러워지는 순간을 보며 나이 들며 가장 두려운 것은 혹시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뒤를 돌아보며 헨리를 외롭게 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기분 좋게 하는 방법을 몰랐다는 것이 그녀가 끓어안고 가야할 나쁜 기억일 테다.

 

나의 노년은 몇 월의 햇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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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5 18: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은 가을 9월의 빛^^

그레이스 2021-12-05 18:54   좋아요 5 | URL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새파랑 2021-12-05 19: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처럼 열정적인 분에게는 항상 햇빛이 가득한 5월일거 같아요 ^^

그레이스 2021-12-05 19:34   좋아요 5 | URL
열정적으로 봐주시니 😊 감사

얄라알라 2021-12-05 19: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축언을 받고싶습니다!!!! 열정과 5월 너무 잘 어울립니다!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1-12-05 19:36   좋아요 3 | URL
ㅎㅎ
감사합니다.

Falstaff 2021-12-05 2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썼다 지웠다, 썼다가 다시 지웠다가, 또 썼다가 또다시 지우면서
아, 난 아직 이 작품에 대해서 토를 달 정도는 아니야, 파바박, 알아차립니다. ^^;;;

그레이스 2021-12-05 20:26   좋아요 3 | URL
댓글을 썼다 지웠다 하신 이유가 뭘까 생각하게 됩니다.
얼른 폴스타프님 서재로 가서 다시 리뷰 읽고 왔습니다^^

그레이스 2021-12-06 07:13   좋아요 1 | URL
아직 노년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라는 뜻이겠죠??^^

Falstaff 2021-12-06 08:58   좋아요 1 | URL
니옙. 그렇습니까. 아직은 뭐. ㅋㅋㅋㅋ

다락방 2021-12-05 20: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는데 처음엔 2월의 햇빛을 그냥 넘겼거든요. 재독에서야 비로소 2월의 햇빛이 훅 들어왔고 여전히 다시 올리브, 는 2월의 햇빛으로 기억돼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지점이 많지만 2월의 햇빛으로 마무리 짓는 그 단편에서는 정말 압권이었어요.

그레이스 2021-12-05 21:08   좋아요 3 | URL
저도 같은 생각이예요~

mini74 2021-12-05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 강아지가 거실에 누워 자는 걸 좋아하는데 시간에 따라 조금씩 장소가 바뀌어요. 햇빛 찾아가는 중인거죠 ㅎㅎㅎ 그레이스님의 노년, 몇 월일진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따땃하길 바라봅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1-12-05 22:11   좋아요 3 | URL
강아지^^

scott 2021-12-07 21:00   좋아요 2 | URL
햇살이 몸에 좋은 거 아는 똘망이!
૮ ฅ•ᴥ•აฅ

페크pek0501 2021-12-06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 를 좋아합니다. 이 책도 구매하려 했는데 놓쳤어요. ^^

그레이스 2021-12-06 16:38   좋아요 3 | URL
올리브 키터리지 좋아하시면 이 책도 좋아하실거예요^^

희선 2021-12-09 0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는 나이 들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고 달라졌네요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혼자 있기 좋아했다고 하니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않았겠습니다 올리브뿐 아니라 올리브를 만난 사람도 전보다 나아졌을 듯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1-12-09 06:30   좋아요 2 | URL
예~
희선님 ~♡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나의책장 2021-12-14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즉 읽었지만, 그레이스님 서평 보고나니 더더욱 따스한 느낌이 들어요^^

그레이스 2021-12-14 20:2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일단 책을 읽어가면서 가장 첫 번째 든 생각은 정말 본 영화가 없다는 것이다. 영상보다는 텍스트를 더 좋아한다. 머리가 아파서 영화관에 앉아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영화는 짧은 정보로만 접한다. 이 책의 많은 영화들 중에 기껏 본 영화가 <버닝> 하나다. <버닝>도 사실 포크너의 헛간 타오르다때문에 봤다.

그런데도 이 책은 읽어가기에 무리가 없고 공감이 되었다. 경험의 창으로 영화를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느낀 점은 작가가 오랫동안 글을 써왔음을 드러내는 어휘들에 관한 것이다.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들과 조탁되고 잘 닦여진 언어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빈약한 몇 가지 언어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답답한 순간을 자주 마주친다. 적당한 언어를 찾지 못해 문장 전체를 다시 쓰고 마는 좌절을 여러 번 경험한다. 작가가 부러웠다.


작가는 얼마나 많은 영화를 보고 곱씹고 되짚어 사유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공감하고 좋았던 감상은 <밀양> 이다. “지상의 심원한 햇볕을 느끼게 되는 날이란 제목으로 시작되어 심원한 햇볕이 어디든 있어서 지친 평온함의 이유가 된다는 감상이 새로웠다. <밀양>을 언급할 때 흔히 사람들은 용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밀양>을 영화는 Secret sunshine으로 번역했지만, 작가는 깊은또는 심원한햇볕이라 하고 보편타당한 진리가 숨 쉬는 곳, 우리가 사는 땅 어디든 밀양(密陽)’이 내려앉는다고 감상을 적는다.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서 햇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 빛이 찾아들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보인다. 우리 땅 모든 곳이 보편타당한 진리가 숨 쉬는 곳이기를 바라는 나의 바램을 붙여본다.


남자 주인공의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가슴 떨렸다던 <흐르는 강물처럼><개 같은 내 인생>, <바베트의 만찬> 조차도 책으로 읽었다. 영화 트레일러에 소개된 영상만 잠깐씩 봤을 뿐이다. 소개된 다른 영화들도 책으로 읽으려 계획 중이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영화는 각자의 영화.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에 본 영화들을 기억하며, 그것들과 함께 겹쳐 떠오르는 인생 사건들을 생각했다. 대학입학시험을 치르고 자유를 만끽하며 친구들과 함께 봤던 <지옥의 묵시록>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종로거리를 돌아다니다 표를 구할 수 있는 영화였다. 보고나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상들에 머리가 아팠던 첫 번째 영화였음에도 자유에 들떠 있던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겼다. 프랑스의 대학 졸업 구술시험의 무시무시한 순간에 전율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너는 어떻게 거기서 그걸 보니?” 하고 의아해했던 <You call it love>.^^ 첫아이를 낳기 전날 만삭의 몸으로 피카디리인지 단성사인지에서 봤던 <인디펜던스데이>. 임신이라는 몸의 구속으로부터 독립한 날이었다. 영화가 던지는 의미들보다는 이벤트로 기억되는 영화들이다.


밤늦게 까지 깜빡거리던 TV 주말영화, 명화극장을 보던 아빠의 등을 기억한다. 정작 뒤에 앉은 나는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잠든 아빠를 깨우곤 했다. 아빠는 영화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족들과 당신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 TV를 켜지만, 불안함과 걱정은 어느새 그의 머리를 꽉 채우고 영화 한 편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피곤했었을텐데, 그 때는 몰랐다. 몰랐던 게 당연했겠지만. 가끔 영화 보다가 책상 의자에 앉아 잠든 남편을 보며 그때의 아빠를 떠올린다. “어떻게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못 봐. 수면제네라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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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3 2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말영화를 보시다가 주무시는 아버지 곁을 지켰던 그레이스 님
남편분은 책상의자에서 꾸벅꾸벅 ^^

그레이스 2021-12-03 22:08   좋아요 3 | URL
ㅠㅠ

미미 2021-12-03 2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유콜잇러브> 구술시험 저도 넘 신기하더라구요. 다큐에서 프랑스 그랑제꼴보고 막연히 멋지다고 생각했다가 다큐보다 현타오게 한 영화를 본 느낌?😅

그레이스 2021-12-03 22:16   좋아요 4 | URL
저랑 비슷하시네요^^
바칼로레아에 관심을 두게 된 작품이었어요^^

새파랑 2021-12-03 2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이 책을 못읽었는데 저도 거의 본 영화가 없을거 같아요 😅 근데 밀양은 봤어요 ^^

그레이스 2021-12-03 22:16   좋아요 4 | URL
전 밀양도 안봤어요
볼 기회는 많았는데,,,,

mini74 2021-12-03 2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옆에서 조는 남편.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ㅠㅠ어느새 청년이 노년의 우리 아버지룰 닮아가는거 같아요. 물론 울 아부지가 좀 더 잘생기셨지만 ㅎㅎㅎ 그레이스님 글도 공감가고 아름답고 좋아요. ~ 저도 이 책 열심히 읽고 있는데 나름 영화도 좋아했던 터라 추억 떠올리며 읽고있습니다 *^^*

그레이스 2021-12-03 22:39   좋아요 3 | URL
ㅎㅎ
저보다는 더 풍성한 리뷰 글을 쓰실것 같네요.
리뷰를 쓰기에는 본 영화도 없고 해서,,,, 그래서 감히 🌟 평가도 하기가 그렇고 해서 페이퍼로 했어요 ^^;;

감사합니다 ~

희선 2021-12-04 0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는 안 보고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거나 글을 보는군요 영화보다 글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영화 원작소설이 있기도 하니 가끔 그걸 보기도 합니다 그것도 자주 보는 건 아닐지도... 영화를 안 봐도 영화를 말하는 글 봐도 괜찮겠지요

그레이스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1-12-04 07:48   좋아요 2 | URL
~♡
희선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1-12-04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영화나 드라마 보다가 맨날 졸아서 남편이 늘 핀잔을 줍니다.
영화관에서 자고 나오는 날엔 너무 비싼 잠을 자는 거 아니냐구요ㅋㅋㅋ
그럼 뭐 집안 일 한다고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합리화 시킵니다만...우리네 부모님들도 너무 고단한 삶을 사셨었죠??
저는 습관적으로 졸지만 부모님들은 정말..ㅜㅜ
주말의 명화...자막 올라갈 무렵 자다가 깨면 늘 어김없이 푹 주무시고 계시던 저희 아버지도 떠올랐어요.그래서 내가 아빠를 깨우고 티비 끄고 다시 잤었는데..지금은 남편도 졸고,나도 졸고...애들이 방에 들어가 자라고 깨워 주네요ㅋㅋㅋ
아..저도 이 책 읽으면 그레이스님처럼 같은 기분일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1-12-04 08:34   좋아요 2 | URL
그 광경이 그려지네요
아이들이 나무님 부부를 깨우는 장면^^~♡

2021-12-04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4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12-04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관 가기 전날 수면부족이면 영화가 길거나 조용하면 잠깐 자는 것 같아요.
내용이 재미있어도 그런 날이 있었어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2-04 23:15   좋아요 1 | URL
그런 날도 있고, 그런 나이도 있죠^^
서니데이님의 해피 선데이를 바라며~^^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진실한 사람이 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영화는 흔들림 없어 보이는 테디와 늘 고민하는 데미안을 두어 우리에게 묻는다. 나아가 좀 더 치열하게 살다.
간 사람들의 발자취와 지구촌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폭력과 전쟁을 환기한다.
"나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어."
데미안은 밀고자 동료 크리스를 총살하고 나서 괴로운 심정으로시니드를 만나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무관심보다 ‘무감각‘이라는 생각이 번쩍하고 드는 대목이다. 느끼는 능력이 없을 때 우리는 눈을 뜨고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를 열고 있어도 듣지 못한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무감각, 자신의이기심에 대한 무감각 그리고 사람을 근본으로 하지 않는 그 어떤 신념과 명분에 깔린 고통에 대한 무감각. 무엇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궁극은 자신의 내면이 죽어 가고 있음에 대한 무감각이 아닌가.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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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02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을 멋지게 뽑으셨습니당~~~

그레이스 2021-12-02 14:17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