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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체리새우 블로그를 다른 아이들이 본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비공개로 설정해 두었지만 가끔 반발심이 생긴다. 깨어 있는 척이고, 깨끗한 척이고, 그 기준을 누가 정하는 거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일단 선비질, 진지충 딱지부터 붙이는 거 아닌가. 가곡 좀 좋아하면 안되나? 케이팝 좋아하면 애국자고, 가곡 좋아하면 진지충인가?
…… 라고 외치고 싶다. 학교 방송실 마이크에다 대고 말이다. 그럼 당장 전교 아싸로 등극하겠지. 아! 나는 매사 이런 식으로 토 달고,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 한다.」 24p

이게 진짜 체리새우의 블로거 다현이의 모습이다. 체리새우를 자신의 블로그 이름으로 한 이유도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굳건한 생명체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해서이다. 다현이는 중학교 2학년. 한참 친구가 세상인 나이이다. 1학년 때 친구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다현이를 설아가 병희, 아람, 미소의 무리에 소개했고 ‘다섯 손가락’이 되었다. 왕따가 되는 것이 두렵고 이 친구들과 함께 하기 위해 다현이는 자신의 취향을 버리고, 눈치를 보고, 친구들에게 자주 선물을 하며, 무리한 부탁도 다 들어준다.

2학년이 된 다현이에게 온 큰 시련은 왕따인 은유와 짝이 된 것. 그것도 아람이가 싫어하는 노은유와…. 과제를 위해 시후, 해강, 은유와 한 조가 되면서 설상가상! 은유의 집에 모여 함께 과제를 해야 하는 날 핑계를 대고 빠지지만 운명처럼^^ 빵집에서 만나고, 그들은 은유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날 다현이는 은유에게서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자신 또한 모임의 후반전을 혼자서 이불킥 할 게 분명한 말들을 혼자서 떠들게 된다.

이상한 것은 자신이 다섯 손가락 아이들과 수다를 떨 때 그런 말을 했다면 분명 야유가 쏟아졌을 텐데 시후와 해강이 은유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은유와 시후 해강이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다섯 손가락 친구들과는 거리가 생기는 것을 느끼며 다현이는 두려움과 갈등을 겪게 된다. 다신 왕따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람이가 은유를 싫어하는 이유는 오해에서 비롯되었고, 또 아람이 또한 자신이 가진 상처를 가리기 위해 신경질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진지한 이야기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시후, 해강, 은유. 해강이가 만들어 온 맛없는 김치전을 맛있다고 먹어주는 시후와 해강이. 자기가 알고 있는 친구들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지만 아람이 특히 설아와 멀어지는 거리 때문에 다현이는 괴롭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야. 좋은 친구라면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돼.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그러다 보면 과제할 때 너희처럼 좋은 친구도 만나고, 봉사활동이나 마을 밥집 가면 거기서 또 멋진 친구들을 만나. 그럼 됐지 뭐.”」 177p
온유가 세상 다 산 노인처럼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다현이에게는 세상 진지충 같은 이 말이 마음을 때린다(뼈 때린다고 하지 아마… ㅋㅋ). 본인이 왕따임을 알았을 텐데, 은유가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은유는 체리새우였던 것이다.

다현이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쓴다.

「5월 14일
어떤 친구가 말했다.
우리 모두는 나무들처럼 혼자라고. 좋은 친구는 서로에게 햇살이 되어 주고 바람이 되어 주면 된다고. 독립된 나무로 잘 자라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그게 친구라고.
이 말이 계속 생각난다.」 191p

다현이는 여기에 스스로 댓글을 단다. 친구는 동등해야 하는데 자신은 자주 무시당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스스로가 자초한 듯하다고. 친구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했다고. 스스로를 업신여기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기 어렵다고. 이제는 선물 주는 버릇, 눈치 보기, 거절 못하는 태도를 버리고 당당해지자고…!

홀로 서있는 나무 같은 존재. 사실은 어른들인 우리도 잘 안 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많은 영향을 받고 내가 어떻게 보여질까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산다.

우리 몸은 가시적이다. 즉 보여 지는 대상이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보여 진다는 것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우리에게는 자연스럽게 ‘보여 지기 원하는 모습’이 생겨난다. 이것이 타인의 관계 속에서 타인의 시선과 충돌을 겪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진지함을 싫어하는 대개의 아이들처럼….) 이 갈등은 우리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규정할 때 나는 계속 불안하고 불만족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타인의 시선은 나를 사회적 존재로 만들지만, 때로는 저항하고 싶게도 한다. 이러한 저항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우리는 내 속에 자리 잡은 타인의 시선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회적 규범과 가치를 넘어 새로움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 53p 「보여진다는 것」 김남시

우리가 상처받고 아픈 상황은 아이들도 겪는다. 이 아이들은 연약하고 더욱 상처받기 쉽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한참 친구들과 행복한 기억을 남겨야 할 때,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자신의 방안에 갇히게 되는 아이들의 사연을 때때로 듣는다. 때로 상처를 받지만 바르면 상처가 아무는 마***. 후**과 같은 연고는 다현이 엄마나 은유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제발 너희들에게도 햇살과 같고 바람 같은 친구가 있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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