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믿음의 글들 9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 홍성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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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저, 공문혜 역 <침묵 silence >을 읽고 / 2003. 01., 308쪽, 홍성사


<침묵>은 1966년 처음 출간되었으며, 17세기 일본 막부 체제가 가톨릭을 탄압했던 사례를 소재로 하여 '인간이 고통받을때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가'라는 그리스도 교인의 고뇌와 의문을 담아낸 기독교 소설이자 역사소설이다.

1635년 카톨릭교 예수회는 일본에 파견된 선교사 페라이라가 배교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로드리고 신부를 다시 선교사로 보낸다. 일본에 도착한 로드리고 신부는 가톨릭 공동체에서 다양한 군상들을 발견한다. 대부분의 신도들은 박해 때문에 하느님 나라를 죽어서 가는 피안의 세계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고, 배교자라는 이유로 미움받는 기치지로는 자신의 나약함으로 고뇌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관헌에 붙잡혀 끌려간 로드리고 신부는 '하느님은 거미줄에 걸린 나비'라면서 기독교 신앙을 저버린 선배 가톨릭 신부 페라이라의 배교를 직접 확인한다. 자신도 가혹한 고문을 당하고 고문당하는 교우들을 위해 배교를 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처해 고뇌하고 갈등한다. 
이때 그리스도가 그에게 말한다. "너는 내가 교우들을 외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과 같이 고통받고 있었다", "나를 밟아라. 나는 밟히기 위해서 세상에 왔다"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그는 겉으로는 성화상 밟기로 배교하지만, 속으로는 기독교 신앙을 보전한다.

로드리고 신부는 파교한 이후 일본 막부의 배교정책에 적극 협조하여 카톨릭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서적을 발간하고, 일본인 카톨릭 교도의 배교 업무에 참여하고, 일본으로 들어오는 그리스도교 신부와 종교물품을 색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중에 다시 자신에게 찾아온 기치지로에게 고해성사를 해준다. 그는 유럽의 교구나 교황청을 배반했을지언정 그리스도를 결코 배반하지 않았다고 다짐한다. 다만 그때까지와는 아주 다른 형태로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 사랑을 알기 위해서 모든 시련이 필요했으며, '나는 일본의 유일한 가톨릭 사제'라는 자부심을 갖고서 말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당시 일본의 모습과 주인공들의 상황은 역사적으로 비슷한 사건과 인물이 실존한다고 전해한다. 당시 일본에 파견된 유럽의 사제 조세페 캘러, 알로요, 카솔라 신부는 고문과 ‘구멍 매달기’ 형벌을 받아 파교하였다. 조세페 캘러는 파교한 뒤 막부 권력에 협조하면서 일본 여인을 아내로 맞아 살다가 84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작가는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만약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고통받는 민중들을 외면하는 그분을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무기력한 분으로 보아야 하는가, 의지가 박약하여 종교적 신념을 지킬 수 없는 기독교인을 배교자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예수회 선교사인 로드리고를 통해 독자에게 하면서도 억지로 답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작품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작품은 카톨릭 교구에 보내는 편지 형식과 3인칭 시각으로 주인공의 행동을 묘사하는 형식이 섞여 있음에도 독자가 읽는 데 불편하지 않다. 서양인 신부의 시각으로 17세기 일본의 모습과 일본인의 삶에 대해 표현했지만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작가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세밀한 심리묘사가 장점이자 특징이다. 특히 고문당하는 교우들을 위해서 배교할 것인지 고민하는 가톨릭 신부 로드리고의 고뇌와 그리스도와의 대화장면은 작가로서의 실력과 기독교인으로서의 신앙이 잘 묘사된 장면이다.

<침묵>은 종교인과 신도들이 읽기에 불편할 수 있다. 카톨릭 사제였던 주인공이 결국 배교한 것도 불편하게 하지만, 종교인으로서 기존의 종교 이론과 해석을 부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인류는 아직 신이 존재하는지 증명하기도, 신이 존재하지 않는지 증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로드리고 신부의 ‘배교’가 실제로 신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그리스도는 피교자의 발에 짓밟히면서도 이것을 용납하고 계셨다는 외경스러운 신앙의 역설을 통해 신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종교가 아닌 인간의 ‘신념’ ‘양심'과 ‘신념/양심을 지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신념이나 양심을 지키려는 것 뿐만이 아니라 불의와 비상식 또는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것을 따르지 않으려는 마음까지 포함될 수 있다. 인간은 얼마나 강할까? 나약한 사람은 신념이나 양심을 가질 수 없을까?
누군가 세월호 희생자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그림을 밟지 않으면 국가를 부정하는 매국노(빨갱이,종북)라며 고문(고발,공개)하겠다면 당신은 밟을 것인가? 그 그림이 세월호 희생자가 아니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면? 그 그림이 이스람교의 마호메트 사진이고 당신이 기독교 신자라면 기꺼이 밟을 것인가? 북한의 인공기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밟을 수 있을까?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깃발이라면 곧바로 짓밟을 수 있는가? 

-작가 소개-
엔도 슈사쿠(遠藤周作, 1923년 3월 27일 ~ 1996년 9월 29일)는 일본의 작가이다. 이모의 영향으로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1955년 발표한 《백인》(白い人)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상을 수상하고 《바다와 독약》(海と毒藥)으로 일본 문학가로서 자리를 굳혔다. 대표작으로는 17세기 일본 막부의 가톨릭 탄압을 소재로 한 《침묵》(沈默, 1966년)이 있는데, 침묵은 홍성사에서 한국어판으로 출판하였다. 엔도는 현대 문학에 영향을 끼쳐서 영국의 가디언지에서는 엔도 슈사쿠의 별세를 기념하는 기사를 작성하였다.

-인상 깊은 문장-

”1638년 1월 일본에서는 3만 5천 명의 카톨릭 신도들이 반란을 일으켜 시마바라를 중심으로 막부군과 악전고투한 결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학살되었다는 것이다.”(17쪽)

“저희 종교가 이 지방 농민들에게 물밀듯이 확대되어 간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사람들이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보았기 대문입니다. 오로지 인간으로 취급해 주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사제들의 인자함에 동요되었던 것입니다.”(50쪽)

“아니, 기치지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조금 더 다른 무서운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침묵입니다. 박해가 시작되고 오늘까지 20년, 여기 어두운 일본의 땅에 많은 신도들의 신음이 가득 차고 사제의 붉은 피가 흐르고 교회의 탑이 붕괴되어 가는데, 하나님은 자신에게 바쳐진 너무나도 참혹한 희생을 보면서도 아직 침묵하고 계십니다. 기치지로의 어리석은 원망에 그러한 물음이 깔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견딜 수 없었습니다.”(86쪽)

"그가 혼란에 빠진 것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뜰 안의 정적과 매미 소리와 파리의 날개 소리였다. 한 인간이 무참히 죽었는데도 바깥 세상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전과 다름없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바보스러운 일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순교란 말인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왜 당신은 침묵하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저 애꾸눈 농민이 오로지 당신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런 정적이, 이런 고요가 계속되는가? 이 한 낮의 고요함. 매미 소리. 이런 어리석고 참혹한 일과는 전혀 관계 없다는 듯이 그분은 외면하고 있다. 그것이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186쪽)

"이것이 기도한 말인가? 기도란 당신을 찬양하기 위해 있는 거라고 오래오래 믿어 왔지만 그러나 이런 당신을 향한 기도는 마치 저주를 위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비웃음이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이윽고 내가 죽임을 당하는 날도 여전히 바깥 세상은 변함없이 흘러갈 것인가. 내가 죽임을 당한 뒤에도 매미는 여전히 울고 파리는 졸음을 재촉하는 날개 소리를 내면서 날아다닐 것인가. 그렇게까지 영웅이 되고 싶은가. 네가 바라고 있는 것은 남모르게 죽는 참된 순교가 아니라 허영을 위한 죽음인가. 신도들에게 칭송받고 기도받고, 그리고 저 신부는 성자였다는 말을 듣고 싶기때문인가.  희생의 제단 앞에서 피리 소리가 구슬프게 흐른다.”(186쪽)

"그때 하늘은 잔뜩 흐리고, 태양은 구름 뒤에 사라진다. "온 땅에 어둠이 임하며 성소의 휘장이 한가운데가 찢어지더라." 이것이 오랫동안 생각해 온 순교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현실에서 본 농민의 순교는 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두막, 저 사람들이 입고 있는 남루한 옷처럼 초라하고 가련하기만 했다.”(187쪽)

"밟아도 좋다. 네 발의 아픔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276쪽)

"그 성화 위에 나도 발을 놓았다. 그때 이 발도 움푹 들어간 그분의 얼굴 위에 있었다. 내가 수없이 생각한 얼굴 위에. 산속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나 옥사에서 언제나 생각해 내며 따뜻한 위로를 받았던 그분의 얼굴 위에. 인간이 생존해 있는 한 선과 아름다움 그 자체인 얼굴 위에. 그리고 평생을 사랑만을 베풀려고 했던 그분의 얼굴 위에. 그 얼굴은 지금 성화판의 나무판자 속에서 닳고 패어 버린, 그리고 슬픈 듯한 눈을 하고 이쪽을 보고 있다. "밟아도 좋다"라고 슬픈 듯한 눈빛으로 나에게 말했다. "밟아도 좋다. 네 발은 지금 아플 것이다. 오늘까지 내 얼굴을 밟았던 인간들과 똑같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그 발의 아픔만으로 이제는 충분하다. 나는 너희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겠다. 그것 때문에 내가 존재하니까." "주여,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293쪽)

"성직자들은 이 모독의 행위를 격렬하게 질책하지만, 나는 그들을 배반했을지 모르나 결콘 그분을 배반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와는 아주 다른 형태로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 내가 그 사랑을 알기 위해서 오늘까지의 모든 시련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이 나라에서 아직도 최후의 가톨릭 신부이다. 그리고 그분은 결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비록 그분이 침묵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나의 오늘까지의 인생은 그분과 함께 있었다. 그분의 말씀을, 그분의 행위를 따르며 배우며 그리고 말하고 있었다.”(293쪽)

[ 2015년 8월 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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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의 편지 김갑수 역사팩션 3부작 2
김갑수 지음 / 615(육일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서평] 김갑수 저 <중경의 편지>를 읽고 / 2013. 09., 292쪽, 615출판

봉건 잔재가 남아 있던 일제 강점기에 압록강 너머로 군자금을 나르며 임시정부의 안살림을 기꺼이 해냈던 여성 독립운동가 정정화. 그녀는 자신의 삶과 활동을 회고록 <장강일기>으로 엮어 후손에게 남겼다.
김갑수 작가는 그 <장강일기>를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에 조선 반도와 중국 등지에서 벌어진 한국 현대사를 역사팩션 형식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압록강을 넘어서>에 이어 작가의 이번 작품도 책장을 펼쳐들자마자 푹 빠져 들었다.

1919년 국내외에서 벌어진 거족적인 항일독립운동에 놀란 일제는 식민지 조선의 총독 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민족개조론’이라는 정치모략을 이용한다. 한낱 친일파에 불과한, 이광수를 비롯한 계몽개화주의자들은 조선이 망한 것은 낮은 민족 수준 때문이므로 스스로 독립하기가 불가능하고 떠들고 있었다. 따라서 기껏해야 희생자만 낼 따름인 민족해방투쟁이나 항일무장투쟁 같은 것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지식인 김영세는 이들이 조선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데 심각한 문제인식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상해 임시정부의 자금을 모금하러 국내에 들어왔다가 일본경찰에 쫓기던 정정화를 숨겨주게 되고 그녀의 모습에서 커다란 감동을 받는다. 김영세의 도움으로 그녀는 상해로 무사히 돌아간다. 그 후 김영세는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는데, 그것은 정정화의 편지였다. 그녀는 한반도와 상해를 오가며 독립자금을 나르고 상해임시정부의 안살림을 도맡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영세와 정정화는 항일운동의 열정과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교류한다. 교사였던 김영세는 친형이 독립운동을 위해 간도로 떠나고 형수마저 병사하여 조카 김민수를 맡아야만 했다.
일제시대에도 청춘들의 사랑은 존재했다. 삼촌 품에서 벗어나 서울로 유학을 떠나가 된 김민수는 아리랑고개에서 신식 여자 둘을 만난다. 나민혜는 화사하고 밝은 서양화가였고, 조순호는 부드럽고 조용한 대학생이었다. 김민수는 첫눈에 조순호에게 호감이 갔으나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고, 나민혜는 첫눈데 반한 김민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공세를 폈으며, 역시 김민수에게 약간의 호감이 있던 조순호는 나민혜의 적극적인 태도와 거짓말에 의해 김민수에 대한 호감을 접어야 했다.

김영세와 정정화, 그리고 김민수와 조순호. 김갑수 작가는 김영세와 정정화를 작품 전개의 중심에 두고, 김민수와 조순호의 사랑 이야기를 배치하여 독자의 관심을 붙잡아 둔다. 
김영세와 정정화가 주고받는 편지는 1920~30년대 한반도와 중국, 만주 등지에서 전개된 항일독립운동과 계몽개화운동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장강일기>가 실존하는 편지이기 때문에 실제 일제시대에 전개된 국내 계화개몽운동이 친일파로 변절되는 과정, 상해 임시정부의 고난, 광둥과 만주에서 벌어진 항일무장투쟁, 일본과 미국 그리고 해외에서 전개된 외교운동의 실상도 드러난다.

<중경의 편지>에는 작가의 역사의식과 일제시대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평가도 담겨 있다. 작가는 일제시대에 국내에서 활동한 이광수와 잡지 <개벽>의 친일 행위, 동아일보 창간비사, 계몽주의, 정약용과 김옥균의 연관성, 일본의 왕궁 훼손, 안창호의 실상과 허상, 독립협회의 위선과 서재필의 악행, 항일무장투쟁과 양세봉과 김형직, 조선의용대와 조선혁명군의 모습 등을 작품 곳곳에 배치하였다.
역사팩션이니만큼 주인공들의 사상과 언행이 당시 사회역사적인 현실과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이런 작품을 통해 왜곡되어 주입된 한국현대사의 인물과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라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에서는 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매국노와 변절자 그리고 기회주의자와 '꺼삐딴 리'가 출현했음을 알 수 있다. 일제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죽도록 일본 황제에 충성했던 친일파들의 작태는, 미국이 멸망하지 않을 것 깉다는 생각으로 미국 찬양과 미국으로의 종속을 갈구하는 '제2의 친일파'가 가득한 21세기 한국사회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100년 전 영원할 것 같던 일제에게 충성을 다한 친일파의 유령이 되살아난 듯 하다.
물론, 그런 매국노들의 반대편에는 오로지 독립과 항일투쟁을 위해 일신의 안위와 가족의 안녕까지 버리면서 국내외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애국지사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렇다면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독립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생사를 넘나들며 진심으로 싸우는 이들은 누구인지...

김갑수 작가의 팩션소설 3부작 중 첫 번째인 <압록강을 넘어서>를 읽은지 1년도 더 지났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잊을까 걱정했지만, 시대의 흐름이 연속됨에도 각 작품이 별도의 스토리와 주인공으로 구성되어 작품을 감상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압록강을 넘어서> 속에 깃들어 있는 우리 선조들의 투철한 애국애민 정신은 <중경의 편지>에서도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했다.
세 번째 작품인 <전쟁과 운명>은 이미 구했다…ㅎ

[ 2014년 12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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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분석 1 : 정치군사 편 - 종미사회를 해부한다 우리사회분석 1
우리사회연구소 엮음 / 615(육일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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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서평] 우리사회연구소 저 <우리사회 분석 1 정치,군사편 : 종미사회를 해부한다 >을 읽고 / 2014. 05., 194쪽, 도서출판 615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 양도하는 것은 군사주권 문제가 아니다.”라고 오늘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가 국회에 출석하여 주장했다.(한민구 국방장관 “전작권 전환, 군사주권 문제 아냐” @newsvop http://www.vop.co.kr/A00000807785.html)
한 언론인은 이런 장교들에 대해 '식민지 군대'라 비난했는데, 이런 말을 들어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식민지 군대의 '똥별'들 / 김의겸 | Daum 뉴스"http://m.media.daum.net/m/media/newsview/20141026185008981

영토와 주권을 가진 어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 내외의 문제에 대해 독립적, 자립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은 인류 역사의 기본적인 상식이자 대한민국 헌법의 규정이다. 그렇다면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요소는 바로 군사주권과 정치외교 주권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와 군사가 어떻게 미국(미군)에 종속되어 있는지에 대한 책을 찾아보려다 구했다. 국뻥부나 외교부 등 한국정부가 큰소리만 뻥뻥치면서 겉으로만 주권국가인 척하는 것 같다고 느꼈는데, 오늘 국방부 장관의 말이나 어제 “별 문제가 아니다”라는 청와대 대변인이나 여당의 발언은 120년 전 을사늑약과 한일합방을 주장하던 이완용 등 친일파가 생각나게 한다.

저자인 우리사회연구소는 책의 제1부 '정치'편에서 '미국의 노골적인 한국정치 개입 역사', '미국으로 뻗은 정치의 뿌리', '국민을 외면한 정부 정책', '국적을 상실한 정치제도와 기구' 등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정치외교의 주권이 어떻게 종속되어 있는지 그리고 미국이 그동안 한국의 정치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분석한다.
한국전쟁 당시 대통령을 제거하려고 계획했던 미군사령관의 ‘상비작전’, 박정희 일당의 5.16 군사쿠테타와 전두환 일당의 12.12 구테타 그리고 1980년 5월 광주시민에 대한 학살에 개입한 주한미군과 CIA의 정체를 폭로한다.
그리고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이 어떻게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개입해 왔는지,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들이 어떻게 한국인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게 되어 가는지 등에 대해 파헤친다.

제2부 '군사'편에는 '미국에게 통째로 맡겨진 우리의 국방', '주한미군의 세 가지 특권', '주한미군의 한반도 전략', '미군의 그늘에 가린 국군', '왜곡된 병영문화' 등 5개 장으로 나누어 역시 군사주권의 유린과 그에 따른 폐해를 다루고 있다.
주한미군과 관련한 문제는 군작전권뿐 아니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영토를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고,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미군이 주둔한 세계 여러 국가 중 가장 치외법권을 누리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각종 특권을 누리고 전횡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전세계적 군사패권전략이 매년 한미군사합동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고조시키고 있고, 허황된 정보와 위기감 조성으로 미국 군산복합체의 무기판매장이 되었으며, 군사주권이 없는 국방부와 한국군대가 어떻게 부정부패와 폭력적 군대문화로 망가지고 있는지 파헤치고 있다.

사실 조금만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다 보면 굳이 책으로 ‘주권국가’에 대해 읽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주권국가 아님'이 단순명료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다.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국방부와 여당은 군작전권을 주한미군에게 바치지 못해서 안달해 왔고, 한국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예외 없이 가장 먼저 미국에 ?i아가서 미 대통령을 알현하며, 매년 한미연례협의회나 외교협의회니 하는 꼬락서니가 고려와 조선의 왕이 명나라와 청나라에서 승인(인정)받고 매년 진상품을 잔뜩 마차에 실어 보내던 게 생각나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선 왕조나 일제 친일파들보다 대한민국 정부가 더 사대주의에 쩔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인상 깊은 문장]

“1994년의 ‘평시 작전권 환수’도 국민을 기만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미국은 ‘평시 작전권’을 한국에 이양하더라도, 평시 위기관리 권한을 비롯해 작전계획을 수립, 합동훈련 계획 및 실시, 정보관리 등으로 이루어진 64개항의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을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 사령관의 권한으로 남겨둠으로써, 이전과 다름없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였다."

"‘전시’라는 개념은 휴전선 전역에서 총포탄이 쏟아지는 ‘전면전’을 상정한 것이 아니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고도 경계상태인 데프콤 3 상태에만 접어들어도 청와대로부터 한미연합사령부, 즉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자동 인계된다. 문제는 테프콘 상태를 청와대가 아니라 한미연합사령부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한국 정부가 가진 평시 작전통제권도 그 권한이 매우 미약한 것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 합의되었던 ‘전시작전권 환수’도 속을 들여다보면 기만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방부가 발표한 ‘전작권 전환 추진’ 설명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대신, 미국 주도의 ‘연례안보협의회(SCM)’와 ‘한미군사위원회(MC)’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맹군군사협조본부(AMCC)’를 새로 만들어 전략적 측면에서 한미 간 협조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기로 하였다. 또한 군사협조본부 아래에 ‘연합공군사령부’를 만들어 미국 제7공군 사령관의 관할 하에 한국 공군을 두기로 하였다. 이로써 한국 공군을 미국 제7공군의 직속 하위부대로 전락시킨 것이다. 결국 ‘적전통제권’은 상징적으로 환수되지만, 오히려 한국군의 대미 예속은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낳고 만 것이다.”(p.128~129)

[ 2014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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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꽃 백가지 1
김태정 지음 / 현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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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김태정 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백가지 1>를 읽고 / 2005. 9., 436쪽, 현암사

가끔은 사회학이나 철학, 소설 같은 사람과 관련이 없는 자연에 대한 책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현란한 문장이 가득한 책보다 눈과 마음이 즐거운 책을 읽는 것이다. '우리 꽃 백가지를 읽으며 공부하는 것은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며, 동시에 자연을 아는 것이었다. 한반도에서만 고유하게 자라는 '특산식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역시 이번에 알았다.
특산식물로는 인삼꽃, 개나리꽃, 지리산괴불, 오동나무꽃, 민민들레꽃, 금마타리꽃, 큰용담꽃, 거문도쑥부쟁이, 바위구절초꽃, 늘메기천담성꽃, 잔대꽃, 솔체꽃, 솜다리꽃 등이 있다.
그리고 한반도와 만주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를 한가지씩 아는 과정은 그대로 한반도와 한국인을 아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소개해주는 내용 때문이다. 꽃의 용도는 결국 사람을 위한 '용도'이고, 꽃에 얽힌 전설은 조상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것이니...

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우리 꽃과 나무를 나 혼자만 알고 지나가는 게 아쉬워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100회에 걸쳐 페이스북에 우리 꽃 백가지를 소개했다. 처음 솜양지꽃에서 시작하여 마지막 단풍나무꽃까지. 페이스북의 많은 친구들도 우리 꽃과 나무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였고 즐거워하였다.  

물론 책 한 번 읽는다고, 꼬박꼬박 사진을 찾아보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고, 책에 보이는 꽃과 나무의 사진을 한두 번 본다고 하여 산과 들에서 꽃이나 나무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철쭉꽃과 진달래꽃을 구분하는 것 하나만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공부를 거듭해야 했다.
'삼천리 금수 강산'의 꽃 하나하나를 쉽게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책과 사진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고 책을 곁에 두다보면 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생기고 잘 알게 되리라 생각해본다.

이 책은 2010년 입적하신 고 법정스님이 추천한 50개의 독후감을 모은 <내가 사랑한 책들>(2010, 문학의숲)에서 알게되었다. 한반도에서 나는 들꽃 백가지를 골라내어 시리즈로 엮은 첫째 권이다. 꽃의 유래, 전설, 분포 지역, 생김새의 특징에서부터 식용방법까지 술술 이야기하듯이 풀어낸 재미가 넘친다.
저자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우리 야생화를 찾아 기록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마흔 해 넘게 진행했다. 2005년 현재 '한국야생화연구소' 소장이며, 젊은 시절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이름 모를 약초를 먹고 회복한 것을 계기로 야생화에 몰두했다고 한다.

가끔 기차나 버스를 타고 지방을 돌아디닐 때면 한반도 남단 곳곳에 굴착기와 포크레인 소리가 요란하다. "아스팔트와 콘트리트가 도시를 넘어 시골 곳곳에 깔려 있고, 무슨 올림픽이 국제대회니 아니면 기업도시니 산업단지니 하면서 인간의 이익과 편리를 명분으로 수만 년을 이어온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만 면, 수십 만년 후손들과 동식물들이 살아야  할 이 곳을. 인간의 탐욕과 폭력으로 이름없는 들꽃들은 밟히고 쓰러진다. 
하지만 그렇게 쓰러지고 사라진 연약한 들꽃들이 한겨울 동토보다 강하고 포크레인보다 숭고한 목숨이다.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백두산 정상에서도 개감체라는 연약한 풀은 단단한 얼음을 뚫고 피어난다. 온통 바위로 이루어진 섬 독도에서는 기린초, 섬초롱꽃, 섬노루기 등의 식물들이 모진 바람 속에서 흙만 보이면 뿌리를 내린다."

이 땅은 '우리의 땅'이 아니라 '우리 꽃들의 땅'이다. 
"꽃이 없으면 우리의 존재도 사라진다. 꽃은 우리 눈을 즐겁게 하는 소도구나 관상용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기반이다. 이 기반이 허물어지면 우리의 삶도 허공꽃이 되고 만다. 꽃을 통해서 우리 자신의 삶의 모습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세상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볼 줄 몰라서 가까ㅏ지 않기 때문에 이 아름다운 세상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마음껏 꽃을 피우는데, 과연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거듭거듭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꽃이나 약초 이야기를 들으면 절친한 후배 한 명이 생각난다. 사람보다 산을 사랑하고 꽃과 약초, 산나물을 좋아하는 후배가. 후배가 산에서 캐오는 나물과 더덕으로 지인들과 오손도손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내년 새봄이 기다려진다.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꽃 백 가지에 대한 소개와 사진이 궁금하신 분은 http://blog.daum.net/hy2oxy/8691769를 참고하세요..^^

[ 2014년 10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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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식민지
김민웅 지음 / 삼인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서평] 김민웅 저 < 보이지 않는 식민지 > 2001년, 294쪽, 삼인

목회자이자 언론인, 국제문제전문가로 알려진 김민웅 교수가 2001년 김대중 정부 집권 3년을 평가하며 출간한 책이다. 김 교수는 현재 성공회대 교수이자 '서울겨레하나'라는 통일운동단체의 대표로 알고 있다.

1997년 말 IMF 금융위기가 어떻게 한국경제를 난도질 했는지,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1998년 금융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김대중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김대중 정부의 경제통상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왜 한국에게는 경제주권이 없다"라는 푸념이 나오는지 공부하기 위해 책을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1998년 미국과 IMF에 의해 신자유주의 정책과 제도가 강제된 지 16년. 한국은 미국 정부와 IMF에 의한 각종 신자유주의적인 정책과 제도를 받아들인 이후에도 한미FTA 체결 등 여러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다.
급기야 한국은 다국적 투기자본의 놀이터이자 미국을 중심으로한 외국자본의 투기장이자 '빨대'로 전락해 있는 상황이다.
IMF 금융위기와 동시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의 경제통상 정책은 과연 적절했는가?

저자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면서 제1장 ‘세계화와 국가의 위기’를 시작한다. 그는 시장경제 자체를 파괴하는 자유시장 시장경제 자체의 문제점을 통해 국가가 자본통제 등 불가피하게 시장을 관리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즉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국가 기능의 무장해제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삶의 터전과 국가경제의 몰락을 가져오고 시장경제 자체의 붕괴까지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회복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는 1990년대에 들어서 사회주의권에 의해 제약되었던 자본주의의 카지노적 성격이 본격적으로 작동했음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사회주의 블럭과 경쟁관계로 인해 감추고 있던 국제 투기자본과 다국적 기업들이 1990년대 후반에 드디어 탐욕스러운 발톱을 드러내었고, 그 직접적인 피해가 한국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금융과 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아붙였으며, 이에 따라  세계 금융 시장까지 동요했음을 주장한다.
결국 국적도 없고 사회 보호도 없고 개인적인 삶도 개의치 않는 자본을 통제할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또한 그는 1980년대 중남미에서 그리고 1990년대 말 이후 아시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본질이 미국 정부와 국제 투기 자본의 아시아 경제 침탈임을 지적하며, 미국 정부와 IMF가 중남미와 아시아에서 취한 각종 정책과 제도적 강요가 중남미와 아시아 각국의 국민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쳤음을 비판한다.
특히 IMF 금융위기시 말레이지아의 마하티르 정부와 한국의 김대중 정부가 IMF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해 취한 정책대응을 비교하면서 종속과 독자적 모델의 갈림길이 나뉘어졌음을 설명한다. 즉, 김대중 정부의 경제학인 DJ노믹스는 "예정된 실패와 위기의 심화"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IMF의 요구와 논리에 따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전면적으로 수용한 한국경제는 결과적으로 세 가지 문제를 아래와 같이 요약한다.
"첫째, 투기적 국제 금융자본의 지배하에 한국 경제가 종속되는 강도가 심화되어 민족 경제의 자주적 기반이 유실될 지경에 이르렀고, 경제 체질이 카지노적 투기 성향으로 기울었다.
둘째,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함으로써 이에 의한 사회적 희생이 엄청나게 높아졌고,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적 양극화가 일상화되어 버리고 말았다.
셋째, 막대한 부채 경제에 의존해 온 재벌 소유 구조 개혁 등을 머뭇거림으로써 공적 자금 투입 방식에 과도하게 의존하여 구가 채무를 비롯, 국민 1인당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IMF 경제위기 이후 3년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정책의 모순과 지속되는 위기는 투기적 국제금융자본의 이해와 국내 대자본의 기득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노동자를 비롯하여 국민 일반의 경제적 여력을 희생시켜 옴으로써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p.17)

저자는 미국 경제의 위기가 어디서 오는지, 그 모순과 전망을 살피면서 미국경제가 투기적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간격으로 인해 이상 착륙 가능성이 있으며 월스트리트와 재무부 그리고 IMF 삼각복합체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실제 그의 지적대로는 아니지만 미국 경제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하여 거대한 위기에 봉착했고,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의 국민경제가 다시 한 번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김민웅 교수는 이 책의 결론 내지 대안, 즉 한국경제의 나아갈 방향으로 '남북공동의 국제 전략'을 제시하며, 그 전략의 핵심으로 자주의 원칙과 민족 공조가 한-미공조의 상위 개념임을 역설한다.

경제학자도 아닌 저자가 국제경제와 김대중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분석하고 비판하는 내용은 여느 경제학자 못지 않게 논리적이고 명쾌하기도 하다.
다만, 저자의 분석과 진단 그리고 대안에서 아쉬운 점은 저자가 제시하는 각종 수치와 분석결과, 평가와 대안 제시에 대해 제3자가 검증하고 비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논리적인 주장으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즉, 주석이나 인용이 크게 부족한 점이다.

[ 인상적인 문장 ]

○ "신자유주의의 국가론은 바로 이 자본의 사적 공간이 공적 영역을 지배하고 흡수해 버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자본의 운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거부, 배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적대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국가의 회복이란 국가 기능 자체의 강화가 아니라, 자본의 이해에 앞서서 사회적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국가의 기능을 복구하는 작업을 가리킨다. 이러한 국가를 건설하고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의 진보적 역량이 성장해야 한다."(p.39)

○ "이들 국제 금융자본은 외환 위기를 이미 겪은 바 있던 중남미 시장에서 빠져나온 자본의 과잉을 처리하기 위해 아시아 경제에 투기성 자본을 그간 대량으로 투입했었고, 이 돈을 손쉽게 받아 쓸 수 있었던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은 향후 엄청난 외채 부담으로 되어 나갈 이 돈을 미리미리 관리하지 못한 채 방만한 자본 유입을 추구했던 것이다. 자본 출입에 대한 정부의 관리 태만이 낳은 결과였다."(p.67)

○ "현재와 같은 IMF의 정책은 결국 이들 나라에 부실 대출을 한 미국의 대규모 은행들이 보게 될 손해를 미국인들의 세금, 그리고 결국에는 한국 등 IMF 구제금융 수혜국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되는데 이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들의 부실 대출은 그토록 질타하면서도, 채권 은행들의 방만한 대출 행위는 책임 추궁도 없이 도리어 손해 보존을 해주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었다."(p.74)

○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과거 권위주의적 권력에 억압되어 있던 '시장'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매우 단순하고도 구시대적인 역사 논리에 과도하게 사로잡혀, 사실은 그 자체로서 이미 거대한 권력 기구인 세계 자본주의 시장 체제가 발휘하는, 그래서 그 내부에 자기 생존의 논리로 엄존하는 본질적인 야만성과 억압의 가능성에 대처하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해 버린 데서 비롯되는 비극이다. 오늘의 시장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리어 전체 사회의 이익을 고려한 국가 권력의 통제와 관리 대상이 되지 않으면 공동체적 복리르 파괴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p.152)

○ "노엄 촘스키는, 이러한 미국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 북한 등의 국가를 '깡패 국가' 또는 '불량 국가'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그러한 나라는 미국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가하였다. 그는 2000년 8월 [르몽드 디플로마띠끄]에 기고한 글에서 제3세계의 약소국들이 자신의 자주적 주권을 방어하기 위한 움직임을 모두 미국에 대항하는 반역 행위로 평가하고 이들을 그러한 깡패 내지는 불량 국가으 범주에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의 대북정책이 기초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인식과 그 결과는 북한의 자주적 권리를 훼손하고 미국에게 굴복할 것을 요구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느 말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미국 내 냉전 세력들이 남북간 화해를 방해하고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한반도 전체의 운명을 미국의 패권적 질서 안에 편입시키려고 한다는 점에 있음을 재삼 확인하게 된다."(p.225)

○ "우리에게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극복은 한 마디로 압축해서 보자면 일차적으로 미국의 패권적 지배로부터 놓여나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가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식민지적 지배하에 있다"는 엄연한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되는 작업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극복은 그 인식의 불철저함으로 말미암아 미국과 우리 사이에 위계 질서적으로 구조화된 힘의 관계를 해결하지 못한 채 타율적으로 끌려 가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p.265)


[ 2014년 10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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