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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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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꾸다 히데오의 작품은 2008년 11월에 <남쪽으로 튀어> 1,2권을, 2010년 3월에 <GIRL>을 읽은 적이 있다. <남쪽으로 튀어>는 전공투 세대이자 아나키스트가 된 아버지가 정부나 제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비타협적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아들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다. <GIRL>은 직장여성인 주인공들이 회사에선 잘못한 것도 없이 괜히 눈치가 보이고 남자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 같고 결혼보다 일이 좋아 독신을 택했는데 자꾸만 밀려드는 외로움을 주체할 길이 없을 때, 긍정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환하게 웃게 만든다. 두 개의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 문학과 소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 뒤로 히데오의 작품도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은 올해 읽고 싶은 문학 분야를 고르던 중 저자의 작품에 대한 좋은 인상이 남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 초에 소설이라 가볍게 읽은 것인데, 우연하게도 엇그제 공부모임의 주제와 관련된 심리치료 의사가 주인공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그 뿐 아니라 공부모임 중에 이 책을 참석자들에게 소개도 해주었다. 책을 꾸준히 읽음에도 주로 인문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그리고 경제경영 분야를 주로 읽다보니 간간히 미소를 짓게 하거나 웃음 소리가 나게 하는 문장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진지한 책들이다. 이 책 <공중그네>는 책을 읽는 중에 여러번 나도 모르게 크게 웃게 만들어 주었다(눈물이 쏙 빠질만큼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인 것 같은...^^
 
처음 손에 들었을 때 소설 책이라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주인공과 조연급의 캐릭터를 엽기적이고 독특하게 설정하여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주인공인 신경정신과 의사는 거대한 체구를 가지고서 처음 방문하는 환자를 결박해놓고 다짜고짜 주사부터 찌르고 보는 단순무식 치료부터 시작한다. 사극에 나오는 소리를 연상시키는 간드러지는 웃음소리를 내고 혼자서 몇 인분의 식욕을 자랑한다. 게다가 환자들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하마 같은 몸으로 공중그네 서커스에 도전하기도 하고, 칼부림이 예사로 일어나는 야쿠자들의 담판 현장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갖은 훈수를 두기도 하며, 일탈충동에 시달리는 환자와 의기투합하여 육교에 기어 올라가 이정표를 슬쩍 고쳐놓기도 한다. 간호사는 항상 D컵 가슴이 드러나도록 상의를 입고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서 환자들의 눈과 주의를 분산시킨다.  
 
책 속에는 5명의 환자와 의사의 5가지 증상과 이야기로 구성된다. '고슴도치'에서는 이쑤시개만 눈앞에 보여도 오금을 펴지 못하는 야쿠자 중간보스가, '공중그네'에서는 걸핏하면 공중그네 묘기에서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가, '장인의 가발'에서는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정신과 의사가, '3루수'에서는 꽃남 신예 선수의 등장으로 갑자기 악송구를 남발해버리는 10년차 프로야구 선수가, '여류작가'에서는 자신의 작품 줄거리를 기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인기 작가가 등장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심리치료 효과는 놀랍다.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환자들의 강박증은 난리법석 끝에 기적처럼 치유되어버리고, 독자들은 유쾌한 웃음과 함께 가슴이 환해지는 감동을 맛보게 된다. 언뜻 보아 이 작품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별난 인간들이 무더기로 등장해서 한판 난리법석을 피우다 사라지는 단순한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을 곱씹다 보면 별난 인물들이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요, 그 얼토당토않은 해프닝들이 현대사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작가는 스스로의 증상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일상에 파묻혀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 무기력한 태도나 일탈충동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우울증과 강박증에 빠지고 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위트와 풍자로 포착해낸다. 그리고 앞뒤 재지 않는 낙천성으로 삶을 거침없이 밀고 나가는 주인공의 기행을 통해 독자들이 지친 삶에서 치료를 받는 생각으로 읽어도 될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우리는 어떤 보이지 않는 강박증과 우울증을 안고 있는지, 그 해결책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의 문장
- "야쿠자 일이라는 게, 말하자면 고슴도치 같은 거잖아. 항상 상대를 위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런 일은 누구든 지치게 마련이니, 그 반대급부로 끝이 뾰족하거나 예리한 물건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됐는지도..." (고슴도치, p.30)
- "파괴충동은 다시 말하면 자신을 망가뜨리고 싶어 하는 심리니까, 보상행위를 찾아내면 의외로 쉽게 진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장인의가발, p.142)  

 
-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주는 게 말이다. 그런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 신에게 감사하자." (여류작가, p.306)
- 더러는 가벼워 보이던 것, 하찮던 것, 사소한 성격적 결함이 정신적 질환으로 이어지는 수가 있다. 그렇게 되는 계기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만들어 쓰고 있는 가면이 어떤 방패 노릇을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누구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옮긴이의 말, p.307)
 
[ 2011년 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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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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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에 서점에서 <접시꽃 당신> 등 몇 권을 읽은 후로 처음 접하는 도종환 시인의 시집... 이 시집은 그가 지난 30년 동안 발간한 9권의 시집과 그 속의 시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시 61개를 골라 시선집으로 묶은 것이라 한다. 그 시 구절의 바탕에, 시들의 사이에 송필용화백의 어울릴만한 그림들을 그려넣었다.
 
몇 개 맘에드는 시를 소개하면,
[단풍드는 날] "버려야 할 것이 /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 제 삶의 이유였던 것 / 제 몸의 전부였던 것 /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 방하착 / 제가 키워 온, /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 가장 황홀한 빛깔로 /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나무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시인이 결국 사람이 언제,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말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아름답게 불타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버리기 어려웠던 것들을 버림으로써...
 
"직장인 100만 명이 뽑은 내 인생의 시 한 편" 2009년 한국경제신문이 직장인 103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이다.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시가 도종환 시인이 쓴 [담쟁이]다.
"저것은 벽 /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 그때 /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않는다 /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남들이 모두 절망하고 포기할 때, 서두르지 않고 한 사람씩 시작하여 주변의 사람을과 함께 나아가면서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이든지 결국 한 사람부터 시작인 것이다. 사람들이 자그마한 사안들부터 그 한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을 때부터, 시작할 때부터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박노해시인의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연상시킨다.
 
[여백]에서는 나무들이 아름다운 것은 나무들 뒤에서 조용히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기에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한다. 따라서 여백이 없는 사람,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도 아름답지 않다는 것... 이 '여백'이란 무엇일까...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에서는 살아오면서 지나온 모든 길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술회한다. '가지 않은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고,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던 길'과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로 때로는 쓸쓸하고 때로는 눈시울 젖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길들이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더라도 우리는 또 다시 가지 않을 수 없다.
 
작년(2010년) 8월 김해 가야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한 강연 도중, 도종환 시인은 소통을 먼저 말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언어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했다. "꽃이 말을 하지 않을까요? 짐승은요? 모든 사물은 그들 언어로 소통합니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저는 꽃이 항상 향기와 빛깔로 말을 건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잠시라도 멈춰 만끽해보라고 했다. 예쁜 게 있으면 보고, 좋은 냄새가 나면 맡고, 즐거운 소리가 울리면 들어보라고 했다. "여러분은 너무 바쁘죠. 공부하고, 학원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하지만, 한 번쯤 멈춰보세요. 시인은 멈출 줄 아는 사람입니다."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며 피는 꽃]을 그렇게 썼다고 했다. 코스모스인 줄 알았던 꽃이 주황색이었고, 주황색 코스모스는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렇게 다가가니 흔들리지 않는 꽃이 없고, 젖지 않는 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 시는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로 끝난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면 젖으며 피었나니 / 바람과 비에 젖으면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겉보기에 아름답기만 한 꽃들도, 새들도, 나무들도 모두가 자연으로부터 흔들리고 젖고 상처받으며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사람들도 자연에서, 사회에서 온갖 비바람과 상처를 받으면서 자라고 성장한다. 그런 비바람과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삶은, 흔들리지 않고 젖지 않으려 하는 삶은 아름다워지기는 커녕 정상적인 성장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 2011년 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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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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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부터 20여 년간 명상과 인간의식 진화에 대한 번역서를 소개하면서 시를 써온 류시화시인은 자신이 직접 읽고 사랑했던 시들을 처음 모아 잠언 시집을 낸 것이다. 시집에 들어 있는 각 시들은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가득 담겨 있다.
 
이 시집은 류시화시인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과 같이 잠언시집이지만, 다른 점은 시집에 들어있는 시들의 작자가 이름없는 ’무명씨’라는 점이다. 인디언에서 수녀, 유대의 랍비, 회교의 신비주의 시인, 걸인, 에이즈 감염자, 가수 등 지역과 시대를 뛰어넘은 다양한 무명씨들의 고백록이나 기도문들을 모아 엮었다. 하지만, 그들은 시인으로써 이름은 없지만, 자신의 삶에서는 개인사를 당당하게 완성한 개인들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이 어떤 경지에 도달하면 종교나 직업, 나이, 지역, 신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작자 미상의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는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신에게 간절하게 바라는 일종의 ’중용의 미’를 잔잔하게 보여준다.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진 않습니다만,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루디야드 키플링의 [만일]은 인간이 한 사람의 어른이 되어 세상에서 반듯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신뢰, 지혜, 꿈, 인내, 의지, 용서가 필요함을 가정법을 취하면서 말해준다.

랍비 주시아의 [도둑에게서 배울 점]은 도둑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7가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밤 늦도록 일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동료를 신뢰하고 최선을 다한다. 소유한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시련과 위기를 견뎌내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것...

이름 없는 뉴욕 맨하탄의 거지의 [내가 배가 고플 때]는 사람들이 겉으로 얼마나 허위와 위선으로 가득차 있는지 야유하면서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내가 배가 고플 때 / 당신은 인도주의 단체를 만들어 / 내 배고픔에 대해 토론해 주었소..."

작자 미상의 [수업]은 예수가 그의 제자들에게 하늘나라의 말씀과 교훈을 가르칠 때, 제자들이 질문하는 이야기에 빗대어 기독교도들의 무지함과 교만을 꾸짖는다. 요한이 말했다. "다른 제자들한테는 이런 걸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 새로운 존재를 영위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냉정한 관찰법과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는 시집이다.  
 
시집의 제목이자 가장 오래 남았던 시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소개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사람이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말 그대로의 잠언시라 할 수 있다. 나는 과연 지금 이 시구절 속의 '앎'을 깨닫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다. 나는 아직도 즐겁지 못한 순간이 많고 당장 해결하지도 못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사랑하지도 못하고 용기도 부족하고 타인의 장점도 찾아내지 못한다. 나는 더 많이 감사해야 하고 더 많이 행복하다고 느껴야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 2011년 2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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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업튼 싱클레어 지음, 채광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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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세상 등진 여성 간신히 목숨 구해(청주)', '생활고에 시달리던 가출청소년 편의점 상습 강,절도(서울)', '고문 후유증에 생활고로 518 유공자 자살 잇달아(광주)', '생활고에 2층 난간에 목 매달아 자살(개봉동)', '생활고 비관 70대 할머니 자살(대구)', '생활고 비관 자신의 집에 방화한 40대(거제)', '보육원 퇴소 10대들 생활고 압박 강도(광주)'... 
 
3월 22일 다음 포털 사이트에서 '생활고'란 단어를 입력한 후 첫 번째 페이지에 나온 기사들이다. 청소년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 전반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사건사고와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2월 20일 통계청의 우리나라 상대빈곤율(가처분소득 기준) 발표에서 지난 2007년 14.8%, 2008년 15.0%, 2009년 15.2%로 높아지고 있는 수치가 사회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상대빈곤율이란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수준별로 나란히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위치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의 50%를 밑도는 가구의 비율을 뜻한다.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가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절대빈곤율도 2007년 10.2%, 2008년 10.4%, 2009년 11.1%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한겨레 기사 2011-2-20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464290.html)
 
지구상에서 가장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어디일까? 세상 사람들은 모두 미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미국은 한국보다 더 잘 살까? 미국이 제3세계에 자신들의 자랑이라고 떠들어대는 자유, 평등, 기회는 얼마나 잘 보장되어 있을까? 20세기에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과 제3세계 국가들에게 미국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로서 자랑하고 전파한 자본주의, 자유시장의 모습을 이 책 만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도 없을 것이다. 한국은 이런 미국을 철저하게 따르는 중이다.
 
이 책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리투아니아 이민자들이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이 장악한 시카고에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근로조건, 거주상황 등으로 인해 처절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곳은 '정글'이었다.
 
1900년대 초 '황제의 숲'으로 알려진 리투아니아의 브렐로비치라는 산악지방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평화롭게 살던 20대 초반의 유르기스는 말 시장에서 처음 본, 아름다움 미소를 지닌 오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오나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된 유르게스는 미국이 리투아니아와 달리 자유, 평등, 기회의 땅이라는 소문을 듣고 부푼 꿈을 안고 모든 재산을 처분한 다음 오나, 그리고 오나의 가족들(모두 12명)을 데리고 미국 시카고에 도착한다. 시카고까지 오게된 동안 재산 대부분을 지출하였고 시카고에 자신들이 편하게 거주할 마땅한 집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시카고에서 처음 본 거대한 쇠고기 공장과 가축 수용장을 둘러보면서 유르기스는 "끔찍해라. 내가 돼지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네."라고 속삭인다. 
 
유르기스와 일행들이 꾼 꿈이 헛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며칠도 걸리지 않았고 그들은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위하여 직장을 구해야 했으나 당시 시카고는 유르기스 일행과 같은 이민자들과 실업자들이 넘쳐났기 때문에 취업은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유르기스와 어른 몇 명은 지옥같은 공장에서 장시간 일해야만 했다. 추위, 악취, 먼지, 피, 기름, 땀이 범벅된 공장 안에서는 쉴 틈도 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유르기스는 오나와 결혼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들은 한 때 무한경쟁 속에서도 자신들의 보금자리도 장만하고 돈도 모으는 등 희망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본가들과 그 하수인들이 쳐놓은 이중, 삼중의 그물망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처음 강철같은 체력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유르기스는 오래지 않아 집도 빼앗기고 체력과 정신이 고갈되고 소중한 가족들을 하나씩 쓰러져갔다. 유르기스가 시카고의 구조적인 현실을 깨달은 것은 모든 것을 빼앗긴 후였다. 고통과 절망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방황하고 추위와 허기에 시달리다가 유르기스는 사회주의자들을 만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이 책은 출간된 이후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당시 대통령이던 루스벨트의 조사와 후속조치를 통해 식품안전에 관한 법률,제도와 식품의약품안전청(FDA)가 설립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책을 발간했던 더 중요한 이유, 즉 열악한 환경과 처우를 당하고 있는 노동자와 빈민에 대한 관심이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으로 변해버린 결과로 인해 허탈감에 빠져야 했다.
 
<정글> 속의 이야기가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된 아득한 과거의 이야기로 끝난 것일까? 책의 말미에 소설가 방현석이 '작품해설'에 쓴 것처럼 "시간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이 책이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과 존 로빈슨의 <음식혁명>에 다시 거론된 것은 아직도 자본가와 쇠고기 산업이라는 악마가 지구상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자본, 자본가들의 추악함과 역겨움은 여전하다. 그리고 미국의 추악한 쇠고기 산업은 지난 2008년 한국에서도 '광우병 파동'을 일으켰고 다행이도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도 육식의 공포와 쇠고기 산업의 폐해를 알게되었다.
 
<정글>은 광우병 공포와 쇠고기 산업의 추악함 뿐 아니라 21세기 한국에도 여전히 열악한 취업기회와 근로조건, 물가상승과 불안한 보금자리, 자본주의적 욕망과 무한경쟁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IMF 사태 이후 부익부빈익빈이 더욱 심화되면서 빈곤층이 늘어남과 동시에사회적으로 희망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공동체 의식이 무너지고 있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들어 가는지, 몰아 가는지 <정글>을 통해 냉정하고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현실을 정확하게 알고 난 다음에야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2011년 3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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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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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작품은 <우리는 사랑일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일의 기쁨과 슬픔>, <여행의 기술>,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에 이어 이 챆이 여섯 번째다. 저자는 사랑이나 일, 여행 등 일상적인 소재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기술하면서 동시에 철학과 인문학적 해석을 덧붙여 나가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작가다. 지난번 공부모임에서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과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공중그네>를 통해 트라우마와 자살의 사회적 성격, 심리학 치료 등에 대해 읽고나서 그 연장선 상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이 책은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안'해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지위로 인한 불안]으로 규정하고 그 개별적인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으로부터 끌어낸다. 그러면서 '불안'에 대한 해법으로 철학과 예술, 정치와 기독교(공동체), 보헤미아(초현실주의, 자유주의, 히피등)를 제시한다.  

다시 말해 늘 다른 사람의 사랑을 필요로 하고, 아주 사소한 일에도 상처를 받는, 현대인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불안'의 정체를 밝힌 작품이다. 우리는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라는 작가의 말에 동감할까? 작가에 따르면 삶은 하나의 욕망을 또 다른 욕망으로, 하나의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구체적으로, 불안은 불황, 실업, 승진, 퇴직, 업계 동료와의 대화, 성공을 거둔 걸출한 친구에 관한 신문기사와 같은 물질적인 자극과 더불어 사랑 결핍이나 애인과의 결별, 이혼과 같은 정식적인 것에서도 유발된다. 작가는 어떤 상황에서 당신이 얼만큼 불안한지 파악할 증거는 흔치 않지만, 당신이 어디에 몰두한 듯한 표정을 짓거나, 부서질 것 같은 미소를 보이거나 다른 사람의 성공 소식을 들은 뒤 유난히 긴 침묵을 지킨다면 증세는 명백하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그리고 작가는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도 취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들의 에고가 지닌 불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 메르세데스 벤츠의 광고 사진, 1902년 열린 하인츠 케첩 영업자들의 회합 등 철학과 예술, 일상의 위대한 유산들 사이를 꺼내어 놓고 비교한다. 특히 18~19세기부터 서구에서 시작된 사회경제체제와 세계관의 급격하고 엄청난 변화가 사람들 사이에 물질적, 정신적 불안을 가져왔음을 이야기한다.(작가 자신이 그렇게 해석한 것은 아니지만, 불안이 급속히 확대된 시점을 19세기 중반부터 세계관이 변화된 것을 기본적인 이유로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중세 기독교 세계관에서는 사람들의 지위는 "신의 자손들'로서 서로 공통되었고 부의 축적은 죄악시되었으나 종교개혁이 일어나면서 부와 지위와 같은 물질적인 것들이 지위를 규정하게 되어버린 것을 말한다. 자본주의 문화는 가난이 수치가 되게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불안은 욕망의 하녀'라고 규정한다.
 
이런 불안에 대한 해법으로 작가는 철학과 예술, 정치와 기독교, 보헤미아를 제시한다.
- 철학 : 올바른 세계관을 형성하여 비판적으로 현대사회와 문화를 해석하고 스스로 물질이나 지위, 부와 욕망을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 예술 : 회화와 희극, 문학과 만화, 시와 영화 등 예술작품을 통해 물질과 지위를 누르고 세상을 더 진실하고 현명하게 해석할 수 있음을 말한다.
- 정치 : 적절한 정치적 감각을 갖추어 지배적인 부와 지위개념을 이데올로기(중립적으로 말하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어떤 편파적인 노선을 밀어붙이는 전술)로 규정하고 사회의 이상을 바꾸거나 그것과 씨름하는 것을 말한다.
기독교 : 기독교적 공동체를 통하여 모든 인간이 귀중하다는 공간과 태도를 조성하여 지배관념을 피하는 것을 말한다.
보헤미아 : 초현실주의, 자유주의, 히피 등 기존 관념과 문화를 비난, 거부하고 자유롭게 삶과 문화를 즐기는 것을 말한다.

작가는 이 책 속에서 "돈과 권력이 우리가 원하는 사랑과 인정을 보장해주는가?", "많은 부를 소유한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던 성취의 모든 것인가 아니면 그 대체물일 뿐인가", "발전된 기술과 편리한 기기들은 우리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가 혹은 우리의 불안을 사육하는가" 등의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작가 특유의 간결함과 유머, 독창적인 해석들이 잘 어우러져 있어 읽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작가가 불안의 원인과 욕망의 근원, 그 해법을 제시하는 방법은 그럴 듯해 보였다. 하지만,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것으로만 다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다. 우선,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불안과 같은 문제 역시 사회적, 역사적으로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 자신도 불안의 원인을 찾는 중에 언듯 다루기도 했지만, 현대사회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적, 정신적 불안이 대폭 증가한 것은 사회경제체제와 세계관 및 문화가 변했기 때문이다.(그것이 지배자들의 지배관념이든 아니든 간에..)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전세계적으로 불어오는 신자유주의 정치경제가 모든 분야의 사람들을 최악의 '불안' 상태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따라서 그 해법도 역시 사회적으로, 정치경제와 사회문화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다분히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것이기에 사회적, 집단적으로 다가가지 않고서는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개인은 얼마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제시한 여러 해법 요소들은 그것이 사회적, 문화적으로 풀어나간다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 책 속의 문장

- 불편은 모욕을 동반하지만 않으면 오랜 기간이라도 불평 없이 견딜 수 있다. 병사나 탐험가들이 그런 예다. 그들은 사회의 극빈층이 겪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궁핍을 기꺼이 견디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존경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버텨낸다.(p.17)

- 우리가 실패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성공을 해야만 세상이 우리에게 호의를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가족의 유대, 우정, 성적인 매력 때문에 가끔 물질적인 동기가 부차적인 것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자신의 요구를 온전히 총족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무모함 낙관주의자일 것이다. 인간은 웃어줄 만한 확실한 이유가 없으면 좀처럼 웃어주지 않는 법이다.(p.137}

-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언제나 동포의 도움을 얻을 일이 있다. (그러나)동포의 자비로운 마음에만 기대서는 도움을 얻을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의 자기애를 자극하면 설득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저녁을 먹게 되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이나 빵가게 주인이 자비로운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이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해야 한다."(p.138}

- 이반 일리치가 가장 괴로웠던 것은 아무도 그에게 그가 바라는 동정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오랜 고통 끝에 이제 병든 아이처럼 동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인정하기는 부끄러웠지만)순간들이 있었다. 어린 아이를 위로하고 달래주듯 누가 안아주고, 입맞추어주고, 울어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는 턱수염이 허연 중요한 관리였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럼에도 갈망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p.294)   
 
[ 3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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