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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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꾸다 히데오는 일본 작가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작품을 읽어본 작가이다. 그동안 <남쪽으로 튀어>, <걸>, <공중그네>를 읽었다. 히데오의 작품은 현대 일본사회의 모습과 일본인들의 문화, 그들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히데오의 작품에는 유머와 풍자가 들어있으며, 동시에 잔잔한 인간으로서의 감동과 울림이 있다. 최근에 나온 작품이라 하여 읽게 되었다.
 
세 개의 작은 군 단위 행정구역이 합병되어 탄생한 인구 12만의 지방 도시 ’유메노’를 배경으로 나이, 직업, 주변 환경, 가치관 등이 전혀 다른 다섯 주인공의 톱니바퀴처럼 얽혀 있는 다섯 가지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평범하게 우울한 일상을 보내는 인물들이다. 시청 생활보호과에서 생활보조비 수급 대상자를 상대로 일하는 공무원 아이하라 도모노리, 도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어떻게든 유메노시를 떠나고 싶은 여고 2학년생 구보 후미에, 폭주족 출신으로 노인들만 사는 집을 골라 누전차단기를 교체해주고 엄청난 돈을 받아 사기를 치는 회사의 세일즈맨 가토 유야, 소매치기를 잡아내는 보안 요원이자 신흥 종교에 빠져 있는 중년의 이혼녀 호리베 다에코, 그리고 어떻게든 큰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는 유메노 시의원 야마모토 준이치가 바로 그들이다. 

1. 아이하라 도모노리,  본청으로 자리를 옮길 날만을 기다리며 무사안일한 공무원 생활을 계속하던 그는 실적에 목말라하는 상관의 지시를 따르다가 정신지체 증상이 있는 청년의 어머니가 추운 겨울에 추위와 배고픔에 죽도록 만들어 청년의 분노를 자아낸다. 그는 직업과 업무에 대한 자부심도 없고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채 도박장 주차장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유부녀들의 ’성매매’를 훔쳐보다가 자신도 ’성매매’를 하게 된다. ’성매매’에 깊숙하게 빠져들다가 이혼한 전부인을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 발견하게 된다.

2. 구보 후미에, 유메노시를 떠나기 위해 기필코 도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그녀는 어느 날 밤 학원에서 집으로 가던 중 사회 부적응자이자 게임세계에 빠져있는 청년(가토 유야의 고등학교 동창)에게 납치, 감금된다. 

3. 가토 유야, 고등학생 시절 오토바이 폭주족이었기에 별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가토 유야는 전직 폭주족 두목이 운영하는 사기 세일즈 회사에 근무하게 된다. 폭주족 선배가 회사에서 실적을 올리고 그에 따라 거액의 보너스를 받아가는 것을 보면서 가토 유야는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를 그려 본다. 이혼한 아내가 생활보조비를 계속 수령하기 위해 자신에게 떠맡긴 아이를 부모에게 부탁하면서 부모에게도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하게 되면서 가토는 조금씩 일반 직장인이자 사회인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회사의 불합리한 처사에 반발한 폭주족 선배가 사고를 치게 되고 이에 휘말리면서 가토 유야는 흔들린다.

4. 호리베 다에코, 신흥 종교에 가입하여 삶의 활력을 되찾은 다에코는 오히려 신흥 종교 간 갈등에 희생되어 보안회사에서 해고된다. 해고 이후 더욱 신흥 종교 생활에 빠져들려고 노력하지만 여의치만은 않다.

5. 야마모토 준이치, 아버지의 지역구를 이어 시의원에 당선된 준이치. 아내와는 애정 없는 부부생활을 이어가면서 회사의 비서와 ’딴 살림’을 차리고 있고 학교 성적이 좋은 아들을 둔 준이치는 유메노시의 폐기물 처리장 이권에 개입하여 지역 조직 폭력배들과 거래 중이다. 하지만, 전직 의회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와 폐기물 처리장 이권에 뛰어들면서 상황이 복잡해진다. 급기야 지역 조폭이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자신마저 사건에 빠져들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만다.

5명의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사연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리고 있지만, 그들을 구석으로 모는 것은 겉으로는 다르지만 그 이면에 동질성 같은 것이 존재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불균형적인 경제 발전으로 인해 쇠락해가는 지방 도시는 물론, 가정 폭력, 은둔형 외톨이, 사이비 신흥 종교, 정치권의 세습, 사기 세일즈 등 현대의 부조리한 사회상과 그것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오쿠다 히데오스러운 유머도 곳곳에 배치되어 웃음과 진지함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히데오는 다섯 군상들의 ’우울함’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전개한다.  
 
-------- 오꾸다 히데오는 누구인가? ------------------------
1959년 일본 기후현 기후시에서 태어나 기후현립기잔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잡지 편집자, 기획자, 구성작가, 카피라이터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1997년 40살이라는 늦은 나이에『우람바나의 숲』(한국어판 서명 :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으로 등단하였다.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일본 사회의 모순과 그 틈바구니 속에서 각자의 사정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내용들이 그의 소설의 중심을 이룬다.
시니컬한 유머감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그는 일본 내에서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기인작가’이다. 또한 그의 작품이 인기가 높은 한국에서도 수 없이 인터뷰와 한국 방문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동네 도서관에 가서 작품 쓰는 것을 매우 즐기는 소박한 품성을 지녔다.
2002년 『인 더 풀』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으며, 같은 해 『방해』로 제4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2004년 『공중그네』로 제131회 나오키상을, 2009년 『올림픽의 몸값』으로 제43회 요시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공중그네』『인 더 풀』『남쪽으로 튀어!』『걸 Girl』『면장 선거』『스무 살, 도쿄』『방해자』『오 해피데이』『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꿈의 도시』 『올림픽의 몸값』등이 있다. -------------------------------------------------
 
히데오는 이 작품 속에서 <공중그네>와는 다른 현대 일본사회의 칙칙함과 우울함을 이야기 한다. 유메노시는 21세기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와 일본 자본주의에 희생당한 전형적인 소도시다. 대규모 쇼핑시설의 건립으로 지역의 전통 재래시장은 망했고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로 고통받는다. 기성세대와 유력자들은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이권에 집착하고 젊은이들은 도시에서 희망을 상실하였다. 관청과 공무원들은 무사안일과 매너리즘에 빠져 지역주민들에게 아무런 비전과 희망도 제시하지 못하고 지역 주민 대부분들도 희망을 잃은 채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하루하루 살아간다. 도시는 칙칙하고 도박장과 은밀한 ’성매매’가 성행하고 희망 없는 사람들은 블랙홀처럼 빨려든다. 도시에는 새로운 활력과 움직임을 상실했고 은퇴한 노인들이 주된 거주자들이다. 옆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작품의 결말은 충격적이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암시한다. 히데오는 작품 속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의 마지막 희망은 시대적이거나 사회적이지 않다. 최악의 상황에서 잠시 벗어날 뿐 여전히 원상태로의 복귀 정도가 아닐까 싶다. 2011년 일본 동북부 쓰나미와 후쿠시마 원전은 이러한 일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소설 속의 지역 모습이 일본의 소도시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은 옆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한국은 언제쯤 일본의 노인인구율을 따라잡을까? 최근 한국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 SSM이 지역 상권에 끼칠 피해의 미래 모습은 어떤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이권개입은 과연 근절되었는가? 도박과 성매매는 줄어들고 있는가? 한국의 지방 소도시들 역시 ’유메노시’와 다를 바 없다. 한국이 일본의 무기력함을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국가적, 사회적, 공동체적 희망을 함께 만들어 나갈지 여부는 앞으로의 몇 년 안에 드러날 것이다.
 
[ 2011년 6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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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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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늦게 혼자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서거 2주기이기도 했고 지난 달 초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돌아가시기 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 늘 읽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번에 읽었다. 다시금 가신 님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 분의 존재와 역할이 상징했던 의미를 알고 싶었다.
 
이 책은 오연호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www.ohmynews.com] 대표기자가 2007년 가을 청와대에서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을 3일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내려간 이후 언론과의 심층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2007년 가을 오연호 대표기자와 〈인물연구 노무현〉을 위한 3일간의 인터뷰 이후 한두 텔레비전 다큐프로그램에 등장하였고 일부 정치학자들과의 대담이 있었지만, 언론과의 본격 인터뷰는 없었다. 이 책에 담겨있는 그 당시의 인터뷰는 정치인 노무현이 언론과 가진 마지막 심층 인터뷰였던 것이다.(그래서 이 책은 2009년 노 전대통령 서거 이후 대폭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물론, 출판사는 이 책의 수익금 중 일부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사업과 관련한 뜻있는 사업에 쓰여질 예정이라고 밝힌다.)
 
봉하마을에 세워져 있는 ‘작은 비석’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왜 그 문장이 선정되었을까? 이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노무현이라는 이름에 애증(愛憎)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노무현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 오연호 기자는 누구인가? ----------------
인터넷 신문 [오마이 뉴스] 대표 기자.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리젠트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학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월간 말]에서 심층취재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그는 2000년 2월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오마이뉴스]를 창간, 시민 참여 저널리즘을 선도해왔다. 6만여 명의 시민기자가 참여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는 세계 언론계에 주목을 받았고, 그는 하버드 대학교, 스탠퍼드 대학교, 세계경제포럼, 세계신문협회의 초청을 받아 연설했다. 200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 와튼 스쿨이 주는 경영혁신상을 수상했고, 2007년 미국 미주리 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이 뛰어난 언론인에게 주는 ‘미주리
메달’을 받았다.  -----------------------------------------------

1장. [바보를 보내다]에서는 자신을 너무도 사랑했고 그만큼 세상에 분노했던 노 전대통령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누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그리고 죽어서 사람들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를 분석한다.

저자는 노 전대통령을 자살로 내몬 것은 검찰 수사이지만, 그 배경에는 당시 정치권력을 갖고 있는 자와 정치권력을 내려놓고 시민권력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자의 한판 싸움이 존재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 상에서 장례기간 내내 시민분향소와 서울과장을 경찰차벽으로 둘러싼 것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2장. [노무현의 왜?]에서는 노 전대통령의 당선시킨 수많은 지지자들에게 애증을 갖게 했던 여러가지 계기들에 대해 노 전대통령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담고 있다.

노 전대통령은 재임시 한나라당에 제시한 '대연정' 제안이 자신의 오래된 한국정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밝힌다. 하지만, 그 과정이 스스로의 '자만'이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 때부터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자신은 "청와대에서 걸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고 임기 말까지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자인한다.

3장. [바보가 쓴 정치학 교과서]에서는 정치학자 노무현과 대통령학자 노무현이 들려주는 정치학 강의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왜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왜 대통령이 되고자 했는지, 왜 보수언론과 싸웠는지, 그리고 정치인이 갖춰야 할 기본과 원칙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 전대통령은 정치인이 되고자 한 이유는 노동자, 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함이었고 대통령에 나선 이유는 김영상-이인제로 이어지는 기회주의와 부정의를 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즉, 그는 '정의가 패배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조중동 보수언론과의 싸움도 그 연장 선이었다. 그리고 그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해법과 처리과정, 이라크 파병, 한미 FTA에 대한 자신의 의사결정 배경을 밝힌다.

4장. [진보의 미래]에서는 사상가 노무현, 민주주의 연구가 노무현을 말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시민은 누구인가, 민심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노 전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과 자신의 당선이 '당연'하다기 보다 '기적'에 가까웠음을 지적하며 한국의 정치사회 현실에서는 올바른 정의와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민권력'이 바로 세워져야 함을 역설한다. 자신이 퇴임 후에 시작하고 지속한 일들의 중심이 '시민권력'을 세우는 것이었으며, 시민들에게 '권력은 위임하되 지배는 거부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자신의 대통령 당선이 '기적'이었다고 평가한 노 전대통령의 판단은 옳을 것이다. 그것은 노 전대통령의 집권 과정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집권 기간 내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노 전대통령의 당선이 제대로 준비된 역량에 근거하지 않았기에 집권 과정 내내 순조롭지 못했다. 그런 과정이 현재 한국의 정치구조와 정치현실의 본질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대안이 '시민권력'일까? 노 전대통령이 서거했기 때문에 본인이 제시한 '시민권력'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국의 헌법과 민주주의, 대통령제, 의회정치, 3권분립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는 이상 그 체제 내에서 작동하지 않는 어떠한 '권력'도 제대로 시민들의 힘을 끌어들이고 역동적으로 반영하도록 할 수 있을지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유러피안 드림>을 깊숙하게 읽고 북유럽 정치구조를 면밀하게 고찰한 노 전대통령이 정당체제와 의회민주주의에서 대안을 찾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분의 분신이라 일컫는 유시민, 한명숙, 이해찬, 김두관, 이광재, 안희정씨는 왜 현 정치체제 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계속되는 고민이다...

[ 2011년 6월 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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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연구원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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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쓸 때, 꺼내지 않고 사용하지 않고자 다짐한 단어가 ’절대’, ’절대로’라는 표현이다.
그 표현은 시간이 지난 후에 내가 뱉은 말로 인하여 나 스스로를 얽매이게 만들고 ’생각이 모자랐던’ 자신을 욕하거나 학대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물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와 같은 사례는 제외...)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에도 가급적 그러한 표현을 쓰지 않도록 당부하곤 한다.
어려서부터 논리가 막히거나 이해력에 한계에 도달할 때, 또는 감정이 상하거나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습관적으로 "난 절대 그럴 수 없어",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절대로 안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상 일이라는 게,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절대로’ 있을 수 있거나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절대’와 ’절대로’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라도 나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과 같은 소비와 성장, 물질과 에너지 사용은 후손들을 위하여 ’절대’ 막아야 한다고..
비록 내가 일상생활에서 치밀하게 그 내용을 실천하거나 내 머리 속에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내 의식과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세계관의 많은 부분을 뒤흔들었다.
지구에서 출현하기 시작한 이래 인류 역사가 마냥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만 발전해 왔다는 세계관은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세계관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인류 역사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내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양산해 왔고 지금 그 최고 수준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세계관도 적용될 수 있고 필요하기도 하다.
우주와 지구상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의 흐름, 아름답기만 한 자연과 상품의 이면, 질서와 무질서에 대한 새로운 관점, 돌이킬 수 없는 것들...
그런 세계관은 ’엔트로피’라는 단어 하나로 모두 설명될 수 있다.
 
엔트로피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열역학에서 물체가 열을 받아 변화했을 때의 변화량을 가리킨다"고 되어 있다.
아인슈타인은 "엔트로피는 모든 과학의 제 1법칙"이라고 말했으며 이 책의 저자는 "엔트로피는 인류가 발견한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엔트로피란 열역학의 제 2법칙, 즉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사용이 가능한 것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혹은 이용이 가능한 것에서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또는 질서있는 것에서 무질서한 것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이 개념을 자연환경 뿐 아니라 인간생활 전체로 확대하여 적용한다.
엔트로피는 모든 경제활동을 지배하는 기본 원리이며, 이 궁극적인 원리를 인식하고 이것에 의해 경제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 세계는 파국을 재촉할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의 주안점은 엔트로피의 도입에 의한 새 세계관의 확립을 요청하고, 거기서 비롯될 새 사회의 개념을 규정하려는데 있다.
저자는 인류 문명사의 골격은 그 시대마다 에너지 환경이 조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지금까지 인간이 믿어 온 세계관은 어떻게 수립되었으며, 어떤 역할을 해 왔는가를 밝히는 동시에 현대의 세계관이 내포하고 있는 치명적인 결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인류가 지금처럼 소비와 성장을 위해 자연물질과 에너지를 무한대로 사용할 경우 무질서는 극에 달하고 지구상에는 어떤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속도가 이어질 경우 그 ’마지막 시기’도 급속하게 다가올 것이고...

저자는 현대인의 과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물질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지리와의 합일을 도모하여 여기서 얻는 만족으로부터 비롯되는 인간적인 해방감을 체험하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를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는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라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현대 사회를 엔트로피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종합진단하여 그 처방을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다윈의 진화론 못지 않은 중대한 발언을 이 세기에 던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 책 전체적으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고 크게 배웠다.
'엔트로피' 관점에서 나와 주변의 사고, 행동, 흐름, 과정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나 스스로 아주 일상적이고 소소한 측면에서 엔트로피를 줄이기 위한 습관과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첫째, 저자가 발간한 시점이 1980년이었는데 한국에서 발간된 2000년까지 사이의 기간에 대한 수정,증보,첨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둘째, 20세기 후반부터 과학계를 중심으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뉴턴식의 '기계론적 세계관의 후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등을 비롯한 최첨단 과학의 성과에 힘입어 이미 과학계에서 비롯된 사상적,철학적 패러다임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조금 앞서갔다.
엔트로피 법칙이 ’과학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2010년에도 약간 무리였던 것 같다. 
* 핵심 문장
- 엔트로피란 우주 내 어떤 시스템에 존재하는 유용한 에너지가 무용한 형태로 바뀌는 정도를 재는 척도이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지구상이건 우주건 어디서든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더 큰 무질서를 만들어내야만 한다.(p.21)
-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판도라가 인생의 온갖 악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연 순간 황금시대는 갑자기 끝나고 말았다.(p.27)
- 중세 전반에 걸쳐 서유럽을 지배했던 기독교적 역사관은 이 세상에서의 삶을 다음 생을 향해 가는 중간과정으로 생각했다.(p.31)
- 기계론적 세계관은 프랜시스 베이컨, 르네 데카르트, 아이작 뉴턴 등 세사람의 공동작품이다. 3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는 이들이 만든 사상의 영향 아래 살고 있다.(p.37)
- 인간은 새로운 삶의 목표를 얻었다. 사후세계에서 구원을 얻는 다는 중세의 목표는 이제 사라지고 지금 살고 있는 세계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목표가 그 자리를 채웠다. 역사는 무질서하고 혼돈된 상태에서 뉴턴의 기계론이 대변하는, 질서있고 완벽하게 예측가능한 상태로의 지속적인 진전으로 정의되었다.(p.43)
- 에너지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옮겨갈 때마다 ’일정액의 벌금을 낸다’. 여기서 벌금은 ’일할 수 있는 유용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가리키는 용어가 바로 엔트로피다.(p.57)
 
- 우주는 조금씩 쇠락하여 궁극적으로는 엔트로피 극대점 또는 열 죽음 상태에 이른다. 이 상태에서는 모든 유용한 에너지가 소진되고 따라서 어떤 활동도 일어날 수 없다. 열 죽음 상태는 영원한 휴식상태에 해당된다.(p.70)
- 모든 생물은 주변환경으로부터 마이너스 엔트로피를 지속적으로 흡스하여 살아간다. 마이너스 엔트로피야말로 생명체의 양식이다. 생명체는 주변환경의 질서를 파괴하여 자기 몸에 흡스하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한다.(p.79)
- 다시 말해 모든 생명체는 평형을 향해 나아간다. 예를 들어 우리 인간은 어떤 생각을 할 때나 손가락 하나를 움직일 때마다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렇게 계속 소비만 하면 결국 평형상태에 도달하는데, 그것은 곧 죽음이다.(p.79)
- 어떤 사람이 1년을 살아가는 데는 300마리의 송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300마리의 송어들은 9만 마리의 개구리가 필요하고 이 개구리들은 2,700만 마리의 메뚜기가 필요하며 이 메뚜기들은 1,000톤의 풀을 뜯어먹는다.!! (p.81)
 
- 인간 역사와 문화에서 큰 변화는 예외 없이 풍요함의 축적 결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의 원천이 고갈되었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역사란 열역학 제2법칙이라는 사실이다. 엔트로피 과정은 항상 극대점을 향해간다.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일정량의 에너지는 영원히 무용한 것이 되어버린다. 축적된 엔트로피로 인해 사회가 에너지원 자체에 대한 질적 변화를 꾀하는 때가 이른바 역사의 분수령이라는 시점이다.(p.94)
- 바로 이 전환의 시기에 낡은 방식은 쓸모없게 되는 것이다. 이때 사회의 엔트로피 총량은 너무나 커져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이동이 일어나고 새로운 방식의 기술이 태어나며 새로운 사회, 경제, 정치체제가 형성된다. 엔트로피 법칙은 유용한 에너지의 획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새로 형성된 환경이 앞선 환경보다 더 열악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이유는 각 단계를 지날 때마다 이 세계가 갖고 있는 유용한 에너지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p.95)
-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는 인간의 육체만으로 늘어난 작업을 감당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인간을 적절한 수준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기술을 개발해야만 했던 것이다. (p.95)
- 두 날 쟁기, 3포식 농법, 말에 의한 경작 등을 통해 9세기부터 12세기까지 농작물의 잉여분이 생겼고 이에 따라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기존 농경지의 지력이 끊임없이 소진되었고 더 많은 경작지를 얻기 위해 대대적인 벌목이 행해졌다. 결국 나무가 부족하여 서유럽과 북유럽 사람들은 위기에 직면했다.(p.103)
- 생물학자들에 의하면 지나친 전문화는 종의 멸종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어떤 종이 특정한 생태계 내에서 지나치게 전문화되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즉 전환에 대비할 수 있는 융통성과 다양성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는 지나치게 전문화되고 또 기존의 에너지 환경에 너무 익숙해서 근본적으로 다른 에너지 환경으로 옮겨가는 데 필요한 융통성을 대부분 잃어버렸다.(p.131)

- 미국인구는 세계 총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에너지 총소비량의 1/3을 차지한다. 1970녀넹 미국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발전소에서 1조7,000만 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했다. 이것은 미국은 제외한 세계 4대 소비국가(소련,일본,서독,영국)의 발전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p.139)
- 핵융합 발전의 가능성에는 큰 제약이 존재한다. 첫째, 폐쇄된 공간 안에서 핵융합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 둘째, 몇 가지 핵융합 기술이 나와 있지만 주로 연구되고 있는 것은 중수소-3중수소 반응이다. 삼중수소는 재생불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에 에너지원이 무한하지가 않다. 셋째, 핵융합 발전이 ’깨끗하다’고 하지만 이에 필요한 리튬 광산의 광부들은 건강상의 영향을 받을 것이고 핵폐기물도 쏟아낸다. 넷째, 핵융합로 설계와 관련하여 기술적 및 유지보수상의 문제가 있다.(p.154)
- 미국 중류층 한 사람은 과거 200명의 노예가 생산하는 것만큼의 일을 소비하며 살아간다. 보통 사람의 1일 식사는 2,000 칼로리쯤의 에너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기 등을 쓰고 가공식품을 먹기도 하면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20만 칼로리쯤 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칼로리의 100배 정도를 쓰는 셈이다.(p.180)
- 미국의 ’구식’ 농부(소 한마리 + 쟁기)는 자신이 투입한 에너지 1칼로리당 10칼로리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러나 기계화된 밭의 농부는 자신이 투입한 에너지와 여기에 투입된 모든 에너지(비료,장비,농약,운송,가공등)를 합하면 270칼로리짜리 옥수수 깡통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려 2,790칼로리를 소비한다.(p.183)
- 승용차로 승객 한 사람을 1마일 수송하는데 드는 에너지는 8,100BTU인데 비해 대중교통 수단의 경우 3,800BTU로 떨어진다. 1톤의 화물을 철도로 운송할 경우에는 670BTU, 트럭의 경우 2,800BTU가 필요하다. (p.189)
- 미국 환경청, 국립암연구소, 국립산업안전및건강연구소,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의 대표들로 구성된 연방정부 특별팀은 ’우리가 만들어낸 환경은 이제 미국에서 주요 사망원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암, 폐질환, 심장질환 등이 1900년에는 사망원인의 12%, 1940년에는 38%를 차지했으나 1976년에는 59%로 뛰어올랐다.... 이러한 질병의 발병원인이 환경 탓이라는 증거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p.234)
- 엔트로피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이제 고도 산업사회에서 우리가 누려온 높은 생활수준과 방대한 에너지 흐름에 대한 대가를, 만연하는 질병과 죽음이라는 형태로 치르고 있는 것이다.(p.234)
- 결국 사회 전체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놓인다. 하나는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기반을 둔 저에너지 소비사회로 회귀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마구 창궐하는 역병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p.237)
- 한 사회의 에너지와 부가 소수에게 너무 집중되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이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에너지 결핍에 시달리게 되면 그 사회는 붕괴되거나 혁명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p.253)
- 인간 사회의 엔트로피 진행과정을 자연의 엔트로피 진행속도와 비슷하게 맞추려면 우선 에너지 흐름의 절대량을 줄여야 하고 적은 양의 에너지를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좀 더 균등하게 분배해야 한다.(p.253)
- 엔트로피 법칙은 이제 곧 과학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서 뉴턴 역학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직 엔트로피 법칙만이 변화의 본질과 방향 그리고 변화의 과정에 관련된 모든 것들의 상호연관성을 충분히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위키백과사전에서 엔트로피에 대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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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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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뜻에 대해서는 엔트로피 (동음이의) 문서를 참조하십시오.

얼음이 녹으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열역학적 엔트로피(entropy)는
열역학적 계상태 함수 가운데 하나로 독일의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1850년대 초에 엔트로피의 수학적 개념을 도입했다. 자연계는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인 무질서로 변화한다.


  • 고전 열역학적 정의로 엔트로피는 로 변환할 수 없는 에너지의 양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 통계 열역학적 정의로 엔트로피는 열역학적 계의 통계적인 ‘무질서도’를 나타낸다.



목차

[숨기기]

열역학적 정의 [편집]


실제로 외부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유용한 에너지", 존재하지만 외부적인 일을 하는 데에 쓰일 수 없는 에너지를 "사용불가능한 에너지"라고 한다. 계의 총 에너지를 "유용한 에너지"와 "사용불가능한 에너지"의 합으로 정의 할 때, 엔트로피는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주어진 계의 절대온도에 정비례하는 "사용불가능한 에너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깁스 자유에너지 또는 헬름홀츠 자유에너지와의 관계식에서 "TS" 로 나타나는것을 생각해보라.

엔트로피는 열량의 함수로써, 주어진 열이 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같은 크기의 열량이라도 고온의 계에 더해졌을 때보다 저온의 계에 더해졌을 경우에 계의 엔트로피가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엔트로피가 최대일 때 열에너지가 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은 최소이고, 반대로 엔트로피가 최소일 때 열에너지가 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최대가 된다.

열역학적 관점에서 엔트로피 S는 직접적으로 정의되지 않으며, 엔트로피의 변화량과 계의 열량 변화의 관계를 나타내는 식으로 표현된다.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때, 엔트로피의 변화 ΔS는 다음의 식으로 정의된다.

\Delta S = \frac{\Delta Q}{T}

ΔQ는 등온 가역과정에서 계에 가해진 열량이며, T는 과정이 일어나는 동안 계에 일정하게 유지되는 절대온도이다. 계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다면, 관계식은 다음의 미분식으로 나타난다.


dS = \frac{dQ}{T}

이 식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하여, 온도 T가 열량 Q에 대한 함수 , 즉 T(Q)로 나타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열량 변화에 따른 총 엔트로피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Delta S = \int_A \frac{ 1 }{ T(Q)} dQ


A는 열량이 변화하는 범위를 나타낸다.

엔트로피는 계의 자유에너지를 결정짓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온도는 평형상태에 있는 계에서만 정의되는 값이므로, 이와 같은 엔트로피의 열역학적인 정의는 오직 평형상태에 있는 계에서만 성립한다. 반면 통계역학적인 엔트로피의 정의는 모든 계에 적용된다(아래참고). 따라서 엔트로피의 보다 근본적인 정의로는 통계역학적인 정의를 꼽을 수 있다. 엔트로피의 증가는 흔히 분자들의 무질서도의 증가로 정의되어 왔으며, 최근들어 엔트로피는 에너지의 "분산"으로 해석되고 있다.

통계역학적 정의 [편집]


볼츠만은 엔트로피를 다음과 정의하면 열역학적인 엔트로피의 정의와 동등하면서 여러가지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S = k_{B} \ln \Omega \; , 여기서 kB볼츠만 상수이고, Ω는 계가 가질 수 있는 가능한 (미시적인) 상태의 가지수이다. 폰 노이만은 이러한 정의를 양자역학적인 계에 적용시켜서 폰 노이만 엔트로피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S(\rho) \,=\,-{\rm Tr} (\rho \, {\rm ln} \rho), (ρ는 밀도행렬)

블랙홀에서의 엔트로피 [편집]


블랙홀의 엔트로피는 블랙홀의 표면적에 비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서 ’고전적’으로 볼 때에 블랙홀의 표면적은 증가하기만 한다. 하지만 호킹 복사에 따라서 블랙홀의 표면적이 줄어들 수도 있다.

성질 [편집]


STR은 특정 온도 TR에서 시스템의 에너지 중에서 로 변환할 수 없는 에너지를 나타낸다. 따라서 전체 에너지에서 STR를 뺀 양이 자유 에너지가 된다.

열 엔트로피와 위치 엔트로피 [편집]


엔트로피를 계를 구성하는 성분들의 배열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위치 엔트로피와 열 엔트로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열 엔트로피는 분자들 사이에서의 에너지 양자의 분포들에 의한 구별가능한 배열을 기준으로 하여 계산된 엔트로피를 열 엔트로피라라고 부른다.

위와 같이 분류한 엔트로피를 계의 관점에서 본 알짜엔트로피 변화를 나타낼때 이용할 수 있다.

계와 주위가 갖는 엔트로피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ΔSnet = ΔSsystem + ΔSsurrounding

여기서 열 엔트로피는 계와 주위 모두에 존재하지만, 계를 제외한 모든 곳을 지칭하는 주위에서 위치 엔트로피의 변화는 너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므로 그 변화를 무시할 수 있고, 주위가 갖는 엔트로피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온도, 즉 열 엔트로피이다. 이 때문에 주위의 엔트로피 변화를 열 엔트로피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관점에서 계에서 열 엔트로피변화는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위치 엔트로피의 변화가 더욱 계의 엔트로피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계의 엔트로피 변화를 위치 엔트로피의 변화라 할 수 있다. 

[ 2010년 11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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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김광수경제연구소 엮음 / 김광수경제연구소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지난 2000년 5월에 "객관성과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민간 전문 Think Tank가 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민간 연구소, 컨설팅 회사다. 처음 김광수 소장을 비롯하여 몇 명으로 출범한 연구소는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서 연구능력, 정책개발능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매주 경제시평, 연구소의 주요 고객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무원, 대학, 기업, 금융기관, 학자, 정당, 시민단체, 개인들이다. 연구소에서는 2003년부터 매년 경제보고서, 지역경제동향, 경제단신, 시사경제 등을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온라인 활동도 활발하여 다음 카페(http://cafe.daum.net/kseriforum)에는 경제연구소 규모로는 제법 큰 규모인 9만3천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되어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지역별 모임과 세미나, 강연 등이 회원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년 가을 우연한 기회에 [김광수경제연구소]를 접하게 되었고 그 후로 연구소에서 발간한 책을 읽고 있고 연구소가 정기적으로 발표한 자료를 받아보고 있다. 특히 연초에 2011년 경제전망을 다룬 여러 개의 연구소 서적을 비교하면서 읽은 후 [김광수경제연구소]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때 The Economist의 <2011 세계경제대전망>와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2011 경제전망>,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KDI의 경제전망 발표 자료, 그리고 '미네르바' 박대성의 <2011 경제 대전망>을 읽었다. 정부부처는 부실한 내용과 과장장된 수치로 포장되어 있고 경제연구소들은 객평가의 객관성, 책임성과 대안이 부족해 보였다. 오로지 [김광수경제연구소]만이 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책임성을 분명히 하면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한국 경제와 국민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연구소가 지난 2003년 연구소 창립 3주년을 기념하여 3년 간에 걸쳐 발표된 주요 보고서들 가운데 13개 주제를 엄선하여 재정리한 후 발간한 것이다. 연구소가 발간한 책을 시기적으로 읽음으로써 연구소의 연구,분석의 관점과 역사, 보고서의 객관성과 품질, 평가와 전망에 대한 흐름을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제1부. [경제위기 분석]
001. 동아시아 외환위기 분석(한국 등 5개국 대상) : 연구소는 1997년 동아시아 왼환위기의 원인을 내적,외적 원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외적원인으로는 1990년대 세계적인 금융자유화,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서구 은행들이 1995~1996년 2년 동안 동아시아 5개 국가에 9백억 달러에 달하는 순대출을 한 후 1997년부터 1999년까지 1,22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한 것이고, 내적 원인으로는 1990년대 금융자유화 과정에서 금리 및 환율결정에 관한 시장 기능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정책적 실패라 할 수 있다.(연구소는 말레이지아의 경우 당시 거시경제 지표로 볼 때 외환위기로까지 확대될 만큼 위기적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하티르 수상이 제기한 투기적 헤지펀드에 대한 비난은 설득력이 있가고 평가함..)
 
연구소는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한 IMF의 구제금융 대책을 대체로 부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IMF의 고금리, 긴축재정 정책은 시장을 통하여 부실기업 및 부실금융기관을 효과적으로 선별 추출해 냈다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내외금리차를 확대시켜 재정거래 기회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급격한 신용경색을 초래하여 디플레를 가져왔다. IMF의 시장개방과 환율자유화 정책은 국제무역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를 고려할 때 적절할 수 있으나 대신 대외적인 종속성과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IMF의 구조조정 정책은 적절한 방향이었으니 실제로는 부실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과감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구조조정과 병행해야 하는 사회적 안정망을 등한시한 결과 IMF 이후 대량 실업과 노사분규 심화, 빈부격차 확대를 촉진시켰다.
 
002. 국가채무 문제 논쟁 : 연구소는 정부가 채무 지급보증을 선 공기업 등의 보증액 전체를 국가채무로 간주할 지 여부는 실질적으로 IMF와 같은 국게지구가 그것을 인정하느냐 여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에 따라 정부의 채무 지급보증이 어느 정도까지 국가채무로 간주될 것인지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공기업의 구조개혁의 중요성이 커지게 된다. 공기업의 기업가치는 경영의 효율성과 합리적인 가격설정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2가지에 대한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
 
연구소는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메트로)의 1995~1999년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서울지하철공사의 만성적인 적자는 구조적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한다. 공사의 수지균형은 개통 이후 26년째에 달성할 수 있고 누적흑자는 50년 후에 가능하다고 분석한 것이다.(물론, 방만한 경영이 매년 적자를 줄이고 수지균형과 누적흑자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 때 서울시지하철공사의 경우 수지균형을 달성하게 되면 채무가 전혀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인 지하철 요금을 책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제안한다.
 
서울시 지하철이 개통한 시점(2호선 순환선)이 1984년이고 26년째가 작년 2010년이지만 서울메트로는 2011년 3,472억원의 손실을 예상하면서 하반기에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1984년 이후 계속 3,4호선을 추가로 개통시켰기 때문에 1~4호선의 평균 수지균형 시점을 언제로 정하는지 지금은 알 수 없기에 요금인상 요인에 대해 쉽게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서울메트로의 요금인상 추진은 종합적인 경영평가를 통해 서울메트로 자체의 비용절감 대책을 수립함과 동시에 향후 수지균형 계획과 목표를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공개하고 협의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용하는 시민들의 신뢰와 협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임을 서울메트로의 경영진과 직원들은 알아야 한다.
 
003. 국민연금 재정의 문제 : 2001년 기준으로 한국의 연금제도는 정책홍보 차원에서 먼저 연금지급액을 확정시켜 놓고 거기에 맞추어 연금보험료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 결과, 연금 지급액과 납입 보험료 사이에는 구조적인 미스매칭이 존재한다. 즉, 표준소득 등급이 낮을수록 연금지급액은 연금보험료보다 훨씬 커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한 구조는 연금가입자들의 불신과 부정을 확산시킴과 동시에 예상 운용수익율이 낮아지는 경우 국민연금의 재정이 빠르면 2028년, 늦어도 2049년이면 고갈된다고 분석된다. 따라서 연구소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납부한 보험료에 비례하여 연금을 지급받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연금의 공익성 실현은 모든 연금가입자가 지급받는 연금에 대해 '노후 기초생활 보장세'의 형식으로 일정비율을 부과하여 기금을 조성하여 최소한의 노후 기초생활 수준 이하의 연금대상자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안한다.
 
제2부. [노사문제 분석]
004. 발전노조 파업으로 본 상생적 노사협력 방안 : 연구소는 2001년 한 토론회에서 전력산업 민영화에 대한 발표를 통해 장기적인 전력수요 증대에 따라 발전능력 제고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현재의 한국전력의 재정구조상 부채(31조원)와 지급이자가 과다하여 추가 차입 대신 일부 발전소를 민영화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그리고 부수적인 효과로 경영효율성과 전기요금 안정화)에 동의한다. 그리고 전력산업 민영화에 따라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전기요금 급등 가능성과 무리한 인력감축에 따른 전기공급사고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는 점과 설비투자에 따른 기술직의 대폭적인 고용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에 비추어 기우임을 주장한다. 또한, 발전노조와 노총이 전력산업 민영화에 대해 반대하는 근거가 미약하고 중장기 전략과 목표가 없음을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연구소의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전기요금 급등 가능성에 대해 연구소는 정부의 통제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지만, 서구국가들에 비해 정부 설립 이후 한국정부의 '통제력 행사'는 낙제점에 가깝기 때문에 국민들이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그나마 공무원들은 '경영효율성'은 부족하지만 '자리 보전'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하여 전기요금 급등 요인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민간업자가 전력산업에 참여할 경우 로비와 뇌물, 조작과 선동 등 물불 가리지 않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이용하여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할 것이고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나 삼성의 파렴치한 로비, 정유사들의 담합 등의 수 많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인력감축과 실업에 대해서도 민영화를 통한 발전소 건설이나 공기업에 의한 발전소 건설 모두 동일하게 기술직 인력의 증가는 동일하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비켜난 처방으로 보인다. 결국 전력산업 민영화 문제는 (당장 나도 대안은 없지만...) 한전의 재무구조와 경영방안, 효율성, 재원조달 등에 대해 전국민적이고 장기적인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005. 경쟁과 규제, 공기업 민영화 방안 : 연구소는 전력산업 민영화 문제를 대함에 있어 공기업 체제를 고수하여 막대한 부채부담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한전의 민영화를 통해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부채를 줄임으로써 안정적인 전기요금을 택할 것인지의 선택의 문제라고 확신한다.
 
연구소의 분석에 대해 먼저 문제제기하고 싶은 것은 '전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미리 전제한다는 것과 한전의 매출 및 원가구조와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력산업의 민영화가 부채를 줄여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도 전기요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재 시점에서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단기적으로 한전의 부채와 전기요금의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은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구상, 전기요금 할인혜택 축소와 전기요금의 단계적 인상, 한전의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한 비용절감, 전기절약을 위한 대대적인 범국가적 & 국민적 노력, 신재생 에너지와 분산 에너지원의 확대와 에너지 자립도의 증대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제3부.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상]
006. 한중일 3국의 교역구조와 경제공동체 구상 : 연구소는 한중일 3국간 교역구조의 특성을 살펴보고 주요 품목별로 무역특화 공간상에서의 비교우위를 분석한 후, 3국간 FTA 형성의 전제조건에 관해 검토한다. 한일 FTA 추진을 위해서는 일본측이 자유투자보장협정 체결과 5년~10년 단위로 일정액 수준 이상의 대한국 직접투자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국과의 FTA 체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007. 중국위협론과 안행형 경제발전 가설 검증 : 연구소는 한중일 3국간에는 품목별 부가가치도를 고려한 국별 경쟁력 측면에서 여전히 안행형 형태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어 이른바 중국 IT 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근거로 한 안행형 붕괴론 주장이 없음을 주장한다. 그리고 한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일본과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중국으로부터는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화학 관련 재료, 소재 산업과 첨단 광학장비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등 전략적 산업정책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밝힌다.
 
008. 환율변동과 한국의 주요 업종별 경쟁력 변화 : 연구소는 변동환율과 주요 업종별 수출-환율 상관분석 결과 환율변동이 한국 주요 산업 경쟁력 원천의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제시한다.
 
제4부. [투기와 버블]
009. 부동산 투기와 주택정책 : 이 절은 연구소측이 2002년 정부에 부동산 가격 안정에 관한 정책을 제언한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연구소는 2001년 아파트 가격과 전세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정부의 금융정책의 실패(저금리, 대출규제 완화)와 잘못된 시그널, 그리고 구조적인 수급불균형과 잘못된 규제(주택청약제 유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에 따라 부동산 가격 안정화 방안으로 주택수급 장기(30년 단위)계획 수립, 주택보급율 목표 110% 설정, 구조적 수급불균형 해소, 금리정책과 통화정책의 신중한 결정, 행정수도 이전 대상 확대,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부동산 거래 투명화, 초과이득 차단, 청약제도 폐지, 사후 분양제 도입을 제안한다.
 
이 절에서는 주택가격과 전세가격 안정화를 위한 공공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 건설 확대, 그리고 보유세 강화를 강하게 제안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010. 신용카드 버블의 경제적 영향 분석 : IMF 이후 카드사와 은행이 카드를 남발하고 미성년자 및 무소득자에 대해서도 무분별하게 카드대출 행위를 진행하는데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하면서 정부의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구소는 신용카드 사용이 신용구매보다 편법대출에 더 많이 이용됨을 지적하면서신용카드 버블에 따른 비용이 결국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해 전사회적으로 전가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신용카드 버블은 단기적으로 GDP를 2~3% 증가시키지만 결국 버블이 꺼지게 되면 GDP는 그만큼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5부. [경제분석 방법론과 경제정책]
011. 경제분석 방법론 : 경제분석의 패러다임을 자본경제와 자산경제,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로 구분하여 4개 영역으로 나눈 후, 경제를 분석하는 방법론을 설명한다. 그리고 일본의 장기불황과 디플레이션, 일본정부의 잘못된 정책대응 등에 대해 논평한다.
 
012. 한국경제의 불확실성 요인과 경제정책 : 연구소는 IMF 이후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확실성의 증가 요인으로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간 불신과 고위험 첨단산업으로의 이행에 있어 리스크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기업과 정부 모두가 최소 10년 단위의 장기적 관점에서 방향성과 전략성, 집중성을 가지고 고위험형 첨단 기술개발을 위해 근본적인 정책대응 수립과 시행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제6부. [이 책을 마치며]
013. 합성의 오류와 개혁 : 연구소는 한국사회가 정치, 언론, 정부, 시민의식, 노사문제 등 사회 전분야에 걸쳐 합성의 오류 현상이 극에 달해 있음을 진단하고 이로 인해 각 부문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붕괴함을 주장한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개인적 우선순위와 사회적 우선순위 간에 괴리가 있을 경우 사회적 우선순위 기준의 원칙에 따라 개혁을 추진해야 함과 가치 중립적 행위와 관련된 합성의 오류는 공익적 관점에서 사회적 우선순위를 중심하는 공익기준 대응 원칙의 확립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개혁을 추진하고 합성의 오류로 인한 사회적 비용 전가를 차단하기 우해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연구소는 정부부문 개혁의 5대 실천과제를 제시한다. 1) 감사제도의 개혁 : 형식이 아닌 결과에 대한 감사 지향, 2) 정부조직의 개혁 : 정책기획, 조사, 심의연구, 성과평가와 정책집행 조직의 분리, 3)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통폐합과 민간이양, 4) 조세제도의 개혁, 5) 양적 사고의 지양
 
제1부 [경제위기 분석]에서 '동아시아 외환위기 분석'은 객관적이고 냉정한 분석이라고 평가된다. 다만, 서구 금융권의 동아시아 대출이 미국과 영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금융산업의 세계화라는 차원까지 점검, 분석하지는 못했고 IMF의 처방이 동아시아의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의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부과됨으로 인하여 정책 효과를 배가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IMF 음모론'까지 확대된 것에 대한 평가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국가채무 논쟁'과 '국민연금 재정의 문제'는 10년 가까이 경과된 지금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국가 채무를 섣불리 단정짓는 것과 국민연금 재정의 문제에 대한 검토는 적절했지만, 공기업의 채무와 경영, 적정요금 등에 대한 진단은 종합적인 검토와 논의가 더 필요하고 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해결책은 끈질기고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문제로 보인다. 전력산업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공기업에 대한 문제는 더 많은 분석과 대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제3부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상]에서는 한중일 산업부문의 현황과 경쟁력에 대해 많이 알게 되어 신선했고 제4부 [투기와 버블]에서 부동산 버블을 제기하지 못한 것은 당시 연구소의 한계라고 보인다. 결국 10년 지난 지금 '버블'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버블이 꺼지고 있으며,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제5부 [경제분석 방법론과 경제정책]에서는 경제분석과 정책판단의 연관성과 주의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연구소 창립 3주년 기념으로 발간된 이 책은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성과와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10년이나 된 오래전 경제상황과 사건들에 대한 보고서이지만, 지금도 참고하거나 도움을 받을 것들이 많다. 이 책의 성과가 쌓여 지금의 연구소가 되었으니 10년 간 꾸준히 이어져 왔을 연구원들의 땀과 노력이 보이는 듯 하다.
 
[ 2011년 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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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멈춰라! - 자율적 공생을 위한 도구, 이반 일리치 전집 4
이반 일리히 지음, 이한 옮김 / 미토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과학과 기술이 만든 문제는 한 단계 심오한 과학과 더 나은 기술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유행처럼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잘못된 관리를 해결하는 법은 더 적극적이고 더 많은 양의 관리라고 여긴다. 이는 마치 오염된 강을 치료하는 길은 더 비싸고 강력한 청정합성세제를 사용하는데 있다고 결론 짓는 것과 같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쌓고 더 많은 과학과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현재의 문제를 억누르려고 하는 것은 그 근본 원인에 대한 성찰없이 그저 가속페달만 밟으면 모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이 책은 법정스님의 저서 < 내가 사랑하는 책들 >에 소개된 책 50권 중 <소로우의 무소유, 월든>, <농부철학자 피에르 라비>, <오래된 미래>, <무탄트 메시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읽은 책이다.

저자가 처음 이 책을 발간한 시기는 1973년이다. 아직 소련과 동구권 체제가 무너진 시기도 아니었고 신자유주의가 도래하기도 10년 이상 남아있던 시기에 산업생산양식과 성장의 폐해에 대해 일갈하고 정치적 전환을 주장한 저자는 인류역사의 선각자이자 사상가라 인정받을 만 하다. 특히 학교와 의료, 수송, 에너지에 대한 그의 통찰력 넘치는 분석과 비판은 세대를 뛰어넘는 시기임에도 우리에게 여전히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법정스님께서 추천하셨으리라...
 
먼저, 출판사 서평을 읽어보자...
1949년, 미국의 대통령으로 재선된 트루먼은 취임 연설에서 “미국에는 새로운 정책”이 있다고 선언했다. 이 새로운 정책이란 다름 아닌, 미개발의 나라들에 대해 기술적 & 경제적 원조를 실시하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이었다(여기에는 당연히 한국도 포함).
이 연설에서는 향후 산업생산양식을 이끌어갈 중요한 단어가 사용됐는데, 바로 ‘미개발 국가(under-development country)’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이전에는 백과사전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었던 ‘미개발국가’, ‘근대화’는 금새 경제학과 사회학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로 정착됐다. 발전경제학이나 발전사회학이 대학의 정규과목이 된 것도 이 무렵이다.
트루먼의 취임 연설 이후 ‘개발’은 미국과 미국의 원조를 받는 제3세계의 국정지표 그리고 급기야 유엔의 정책이 되었다. 

‘발전’과 ‘성장’은 구래의 지반을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단어가 아니라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단어다. 마치 요즘 사용하고 있는 세계화가 그런 것처럼…
더욱 흥미로운 건 소련의 스탈린 역시 비슷한 시기에 자국민들을 ‘개발’의 바다로 노저어 가게 했다는 것이다. ‘개발’ 혹은 ‘성장’은 이때부터 신화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성장’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러시아의 예에서 보듯이 성장보다는 분배의 정의를 요구하는 자들조차 ‘성장’을 부정하지 못했다. 이처럼 ‘경제발전’에 대한 사고방식에는 이데올로기로서의 측면을 찾아볼 수 없다. 자유주의자나 보수주의자, 민족주의자나 파시스트 그리고 나치나 레닌주의자 혹은 스탈린주의자들 역시 ‘성장’이라는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식대로 ‘성장’은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 선(善)인가? 이건 뜬금 없는 질문이 아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장과 분배의 논쟁 역시 ‘성장’이라는 코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정부와 주류경제학자 그리고 재야 간의 대결구도로 형성되었던 성장과 분배의 논쟁은 이제 급기야 제도권 안으로까지 진입했다. 하지만 이 논쟁구도 역시 ‘성장’을 배제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성장’의 가치를 추구하던 세력뿐 아니라 소위 진보진영 역시 ‘진보적 경제발전론’이나 ‘분배를 통한 성장’을 주장하며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일리히는 명쾌히 주장한다. “성장을 멈춰라!”
 
40여년 전에 경고했음에도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성장’만을 위해 질주해온 미국과 유럽, 일본과 한국,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대부분의 지구상 국가들에서 지금 나타나는 모습은 어떠한가? 과연 ’학교’가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을 줄 수 있는가? 과연 ’병원’이 우리에게 건강과 치유력을 제공하는가? 과연 자동차와 비행기가 우리에게 시간적, 공간적, 정신적, 육체적 여유와 시간을 제공하는가?
 
저자는 봉건시대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에 교육과 건강, 통행과 에너지라는 미명하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업생산양식이 ’학교’와 ’병원’과 ’수송’을 상품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교육과 건강, 통행과 에너지를 산업생산양식으로 탈바꿈시켰는지 알려준다.
 
산업생산양식은 ’교육’이라 불리는 상품을 제조해내면서 처음으로 완전히 합리화 되었으며, 교육은 과학적 마술이 창조한 환경에 맞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을 탄생시키는 연금술적 과정을 추구하게 되었다. ’교육’이라는 상품과 ’학교’라는 제도는 서로를 필수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배움을 학교교육으로 재정의해버린 후 사람들에게 학교를 필수적인 것으로 보이게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가난의 고통에 더하여 교육을 받지 않은 자에 대한 차별까지 겪게 만들었다는 것... 사람들이 지식의 수준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학교의 권위를 받아들이게 되면, 사람들은 적절한 건강 수준이나 수송 수준에 대해서도 해당 분야의 제도기관의 권위를 쉽게 더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저자는 의료의 경우, 1913년을 하나의 분수령으로 본다. 그때부터 환자들은 구체적으로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해주는 의대 졸업자를 만날 확률이 반반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의학이 병과 치료를 ’정의’하게 되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의사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기준으로 치료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시기를 전후하여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물은 정화되었고 유아 사망율은 낮춰질 수 있었고 쥐를 통제하여 역병을 물리치고 매독균을 현미경으로 보고 살바르산으로 매독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사망율과 발병율의 눈부신 감소는 위생, 농업시장, 그리고 삶에 대한 일반적인 태도 변화 덕분에 일어난 것이며, 이들 변화 중 일부는 의학이 발견해낸 사실에 건축토목기사가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에 생겼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사가 직접 개입하여 나타난 변화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대단히 드물다라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치료를 위한 도구가 간단하면 간단할수록 의료전문가들은 그 도구를 자신들만 독점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에 소요되는 훈련기간은 더욱 길어져만 갔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급기야는 모든 사람들이 의사를 더 의존하게 되었다. 

저자는 의사들에 의해 생긴 질병 중에서 가장 심각한 질병은 바로, 의사들이 환자에게 더 나은 건강을 안겨주는 척하는 허풍이라고 단언한다. 엄청난 돈이 의학적 치료에 의해 생긴, 샐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 사용되었고 의료가 병을 고쳐서 얻은 이득은, 의료가 새로이 아프게 만든 사람들의 비용에 비하면 난장이만큼이나 작아보인다고... 물론, 내가 보기에 이런 흐름은 의료 뿐 아니라 교육, 법률, 과학, 건설, 회계 등 과학과 기술을 통해 새롭게 정의된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내가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고 접근방식이었다. 우리사회는 저자가 비판하는 산업생산양식과 제도들을 기초로 하여 헌법과 법률, 제도와 정책, 규범과 문화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적지않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산업생산양식의 발전과 장악에 따라 인류가 위협받게 되는 여섯 가지 경로를 규명한다.
1) 과잉성장은 인간이 진화해온 환경의 물리적 기본구조에 대한 권리를 위협한다.
2) 산업화는 공생적인 일을 할 권리를 위협한다.
3)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인간을 과잉 프로그래밍하는 일은 인간의 창조적인 상상력을 죽인다.
4) 새로운 생산성 수준은 참여정치의 권리를 위협한다.
5) 기존의 신화, 도덕, 판단을 참고할 수 있는 권리를 위협한다.
6) 강제적이지만 인공적으로 실현된 만족을 주는 수단이 불러일으키는, 만연된 좌절은 보다 미묘한 위협을 구성한다.
 
그리고 저자는 산업생산양식을 가져온 ’도구’를 재정의하면서 지나치게 효율적인 도구가 물리적 환경과 인간이 맺는 관계를 촉진하는 일에 적용되면 결국 인간과 자연의 균형을 파괴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 파괴의 모습은 ’생태계의 파괴’, ’근본적인 독점’, ’과잉계획’, ’양극화’, ’노후화’, ’좌절’이다. 이 모든 저자의 주장과 예상은 30년이 지난 후 인류에게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느 날 숲의 나무를 잘라내고 그곳을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걸 흔히 ‘발전’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장소에 전혀 다른 것을 설치하는 것. 그것을 보고 우리는 숲의 ‘발전’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한다. 그는 이 책에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무한 성장하는 산업사회의 생산방식 대신 자율적, 공동적 도구 사용과 인간의 자율적 행위의 상호교환을 중심으로 하는 공생의 사회를 주창하고 있다. 그는 공생공락 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 시, 자전거, 도서관 - 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성장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 최소한도로만 통제하는 도구를 사용하여 가장 자율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때 우리는 공생적(Conviviality)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7년 전의 저자의 비판과 대안을 인류사회는 거부하였다. 물론, 역자(이훈)의 말대로 저자가 제시한 세 가지 방안(과학의 탈신화화, 언어의 재발견, 법 절차의 회복)는 실천적이기 보다 상징적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균형’과 ’도구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생산양식이 인류사회를 지배하게 된 기간은 300년 가까이된다. 그렇다면 그것을 극복하는 기간 역시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일이 한 걸음씩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성장의 한계’나 ’도구의 한계’를 정하는 것이 인류에게 출발점이 될 것이고 새로운 관점과 대안에 대한 계기로 주어질 것이다. 그 ’균형’을 위해서는 아주 자그마한 구멍 만들기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산업생산양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근본에서부터 인류사회에 공론화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 책 속의 문장
- 공유된 배움과 개인간의 비판적 상호작용을 높은 수준으로 진작시키려는 사회는 교육산업의 성장에 한계를 설정해야만 한다.(p.09)
- 대단히 현대적이면서도 산업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미래사회에 대한 이론을 정식화하기 위해서는 자연적 규모와 한계르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오직 이 한계 안에서만 기계가 노예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 한계를 넘어서면 기계 자체가 새로운 노예주가 된다.(p.12)
- 1970년 미국의학협회 총회에서 회장은 신생아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증명될 때까지는 모든 신생아를 환자로 간주하도록 소아과 의사들에게 권고하였다.(p.22)

- 정보를 저장하고 지식을 쌓아나가고 더 많은 과학을 도입함으로써 현재의 문제를 억누르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속화를 통해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이다.(p.28)
- ’공생’이라는 단어는 사람들 사이의 그리고 사람과 환경 사이의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상호작용을 뜻한다. 공생이란 개인의 자유가 사람들 간의 상호 의존성으로 실현된 것이며, 그 자체로서 하나의 윤리적 가치이기도 하다.(p.33)
- 사회주의로의 이행은 현재의 제도를 뒤집어 엎어 산업적 도구를 공생적 도구로 대체하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p.33)

- 대안적 정치질서는 모든 사람들이 각각 그들 자신의 미래를 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가진다. 그러한 정치는 생존, 정의, 그리고 일의 자율성이라는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도구의 사용범위를 제한할 것이다.(p.34)
- 에너지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사람들끼리 의존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만, 사람들 스스로 절제의 즐거움과 검소의 해방감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p.35)

- 나는 ’도구’라는 용어를 드릴, 전화기, 빗자루, 건축자재와 같은 단순한 기재에서부터, 자동차와 발전소같은 거대한 기계, 콘플레이크나 전류와 같은 유형의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과 같은 생산적 기관, 그리고 교육, 건강, 지식, 결정과 같은 무형의 상품을 생산하는 기관까지 포함시키는 넓은 뜻으로 쓴다.(p.45)

- 공생적 사회에 근본이 되는 것은 조작적 제도와 중독적 재화나 서비스를 전부 다 제거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욕구를 생산하고 그 충족을 위해 전문화된 도구와 자아실현 능력을 보충하고 발현시키는 도구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49)
- 치유될 수 있는 대부분의 질병은 오늘날 평범한 사람들이 처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매우 힘들어한다. 왜냐하면 의료가 지닌 의례가 너무 복잡해서 그 기본적 과정이 단순하다는 사실을 숨기기 때문이다.(p.64)
- 나이별로 학년이 나뉘어진 채 이루어지는, 일생을 결정짓는 특권을 따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강제적인 경쟁은, 평등을 진작시키기는 커녕, 남보다 빨리 시작하거나, 더 건강하거나, 교실 밖의 자원이 더 많은 사람에게만 유리한 결과를 낳을 뿐이다.(p.74)

- ’근본적인 독점’이란, 하나의 브랜드가 지배하는 상태가 아니라 한 가지 유형의 생산물이 지배하는 상태다. 근본적인 독점은 산업생산의 과정이 절실한 필요의 충족에 대한 배타적인 통제를 행사하며 비산업적인 활동을 경쟁에서 축출하는 상태다.(p.90)
- 현대 의료의 근본적인 독점은 아픈 사람이 의사가 처방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 상태다.(p.91)
- 근본적인 독점은 강제적 소비를 부과함으로써 개인의 자율성을 제약한다.(p.92)

- 보건전문가의 통제 아래 쓰이는 돈이 더 늘어난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환자의 역할, 스스로는 아프다 말다를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주어지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조작됨을 뜻한다.(p.93)

- 도로, 학교, 병원으로 온통 뒤덮인 사회에서 독점으로부터 보호받는 일은 어렵다. 왜냐하면 이런 사회에서 독립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은 기능이 감퇴되고 단순한 대안마저도 상상력이 미치는 범위 밖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필요한 행동이 마비되어 왔기 때문이다. 독점이 물리적 세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행동의 범위까지도 결정할 때 독점을 제거하는 것은 힘들다. 근본적인 독점은 일반적으로 너무 늦었을 때 발견된다.(p.96)
- 제어되지 않는 산업화는 가난을 근대화한다. 가난의 수준이 높아지고 부자와 빈자의 간극이 커진다. 이 두 측면은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괴적인 양극화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p.114)

- 개인은 각자가 소유한 물건의 영수증이 얼마나 철 지난 것인가에 따라 사회적 등급이 매겨진다. ... 경제가 대규모로 생산물을 새로 고안하고 기존 기본 상품 묶음을 노후화시키는 과정 위에 건설된 곳은 어디에서나, 가장 최신의 서비스와 재화에 대한 접근권을 가진 자는 특권층뿐이다. (p.122)
- 재화와 도구를 정기적으로 혁신하게 되면, 무엇이든 새롭기만 하면 더 나은 것이라는 신념을 낳게 된다. 이 신념은 현대 세계관의 핵심적인 부분이 되었다.(p.123)
- 공동체가 과학에 대한 과잉확신을 가질 때, 사람들은 성장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일을 전문가에게 맡겨버린다. ... 그러나, 폐쇄적인 전문가 집단이 전문적 지식을 추구하는 일에 자기제약을 가하리라고 신뢰할 수 없다.(p.142)

- 산업화된 국가의 언어는 창조적인 작업과 인간노동의 결실을 산업의 산출물로 파악한다. 의식의 물질화는 서구 언어에 반영되어 있다. ... 명사로 이루어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have) 일(work)이라는 식으로 소유권적 표현을 쓴다. ... 그들은 지식, 이동성, 심지어 감성과 건강까지도 획득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일뿐만 아니라 사랑도 가진다.(have sex) p.145

[ 2010년 11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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