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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많은 판다 - 교회 때문에 아파하고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단상
최대위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9년 10월
평점 :
기독교 웹툰이라는 장르도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 이 책 역시 그런 웹툰을 책으로 엮는 건데, 그 주요 플랫폼 중 하나인 애끌툰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기독교 웹툰은 기독교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좋은 영역이니 관심이 있는 분이 적극적인 후원을 하면 좋을 듯하다.
돌아보니 에끌툰 출신의 단행본(이 플랫폼에 올라온 웹툰을 책으로 엮은 것)을 벌써 몇 권 본적이 있다. “의인을 찾아서”, “창조론 연대기”, “비혼주의자 마리아”가 있었고, 이번 책 “생각 많은 판다”가 네 번째 인듯하다. 모두 어느 정도 읽으며 생각할 만한 꺼리를 던져주는 책들이었다.
‘기독교 웹툰’이라고 해서 ‘기독교를 옹호하는 웹툰’이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위에 언급한 책들은 기독교회가 안고 있는 고질병들, 문제점을 드러내고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이 주였으니까. 만화라는 특성상 이야기를 깊고 자세히 풀어놓기 어렵고, 때로 과장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지적들은 귀담아 들을만한 내용들이다.
이 책은 판다 모양의 가면을 쓰고 있는 주인공 캐릭터와 그 친구들이 교회와 관련해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짧은 에피소드로 풀어내는 책이다. 비단 이야기 속 주인공들만이 아니라 실제 삶에도 교회에 가기가 싫은, 혹은 불편한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가나안 교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들은 교회에서 이런 저런 상처들을 입고 ‘나와 있는’, 하지만 신앙을 버리지는 않는 이들을 가리킨다.
무엇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이 책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지목되는 건, 교회에 속한 이들의 무신경한 말들, 다른 이들의 아픔에 대한 무감각한 반응들이다. 쉽게 말해 교회에 가면 편안하게 대화할 사람도 없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범죄에 관한 뉴스들,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지나친 원리주의로 인한 ‘답정너’ 식의 경직된 태도 등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모두 곱씹어 볼만한 지적들이다. “언젠가 사람들이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상처받지 않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책 속 대사가 인상적이다.
다만 “언제나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는 명제는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교회에 그 안에 속하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그들이 원하는 심리적 안정을 제공해주기만 하면 될까? 책 속 또 한 이야기 가운데는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하는 건 목사가 아니라 어릿광대”가 아니냐는 힐문이 실려 있기도 하다. 사람들이 위로를 원해서 교회에서 그런 메시지를 주라는 말을 하고 있지 않았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라고 촉구하는 목소리에 따라서, 실제로 일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어느 누군가는 이런저런 상처를 또 입기 마련이다. 자신이 익숙하고, 괜찮다고 생각하던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드러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니까. 사실 요새 많은 교회들에서 권징의 기능이 사라진 지 오래다. 잘못을 잘못이라고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일 자체에 불쾌감을 느끼고 교회를 떠나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그보다 훨씬 사소한 일로도 “상처받았다”며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개인적으로는 이 ‘상처받았다’는 말이 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생각한다) 직분자 선거에서 떨어져 안수집사가 되지 못했다고, 장로가 되지 못했다고 일가족이 교회를 옮기는 이야기는 이제 드물지도 않다. 요새는 그냥 ‘기분 나쁘다’는 말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
요컨대 문제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만 다루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다는 말이다. 하루는 이쪽, 하루는 저쪽에 서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있다고 해도,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일의 중요성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이 책을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늘날 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듣기는 적게 듣고, 말은 많이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건 야고보의 조언(약 1:19)과 정 반대되는 모습인데, 오늘 교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여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이 보고, 그 이후 함께 이야기 해 보면 좋을 것 같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