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지적하는 부분이지만 작가의 인물평은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들과 좀 다른 면들이 종종 보인다. 전편에서는 라비에누스를 야만적으로 묘사하더니, 이번에는 테렌티우스 바로를 아주 얌생이로 만들어 놓았다.
카이사르의 최대 정적이었던 카토에 대한 묘사에 특히나 공을 들인 듯한데, 한편으로는 스토아 철학에 헌신한 깐깐한 원칙주의자이지만 바로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무시하는 멍청함도 함께 안고 있다.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배정된 수송선을 모두 보내버리고 1만 명의 병사들과 함께 (배로 며칠이면 될 거리를) 육로로 행군하는 고지식함의 소유자이면서, 죽음을 앞두고는 과연 영혼은 영원할까를 두고 그리스 고전을 읽고 또 읽는 두려움에 빠지는 모습도 보여준다.
또, 훗날 카이사르 암살의 주모자가 된 카시우스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느낌은 소 카토의 마이너 버전? 시종일관 투덜거리며 카이사르가 하는 일마다 흠을 잡고, 평가 절하한다. 물론 카이사르도 그런 일들을 다 알고 있지만, 앞서의 자신의 정치 원칙에 따라 놔두는 느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토니우스. 앞선 갈리아 전쟁에서도 나름 존재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독재관에 취임한 카이사르를 대신해 기병대장(부독재관)으로 로마를 다스리고 있던 그는 최악의 통치를 하고 만다. 작가는 이 시기 이탈리아에 머물던 군단병들의 반란을 안토니우스가 조장한 것으로 묘사하기까지 한다.
확실히 소설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 인물 묘사에서 복선을 깔아두는 느낌이다. 역사가 스포인지라 결말을 알고 보면 다 나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내용들이고.
참고로 “시월의 말”이라는 제목은, 전쟁의 신인 마르스에게 바쳐지는 제물이 되는 말을 가리키는데(첫 머리에 그 의식이 소개된다), 어쩌면 카이사르를 가리키는 비유가 아닌가도 싶다. 마르스에게 바쳐진 전차 경주에서 이긴 쪽의 말이 제물이 되는 것처럼, 내전을 끝낸 승리자인 카이사르가 결국 암살을 당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