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교양 (반양장) - 지금, 여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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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이라는 약어로 자주 불리는 대중교양서적을 엄청나게 파는데 성공한 유명 작가 채사장(본명은 아니겠지?)의 책을 처음 손에 들어 본다. 이 책도 아마 중고도서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배송비 무료 기준을 맞추려고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도 결국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은 언젠가 이렇게 손에 들리게 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이내 내용에 점점 빠져든다.(지하철 내려야 할 역을 놓칠 뻔 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시민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교양지식 정도의 느낌인데, 우리 피부에 가장 와 닿는 세금이라는 주제로 도입을 한 것부터가 꽤나 임팩트가 있다.


세금을 어떤 식으로 거둘 것인가가 결국 국가의 정체와도 연결되고, 다시 다양한 사회구조를 형성하는 기본적 전제로 이어진다는 것을 꽤나 선명하게(물론 이 과정에서 지나친 단순화도 살짝 보이긴 한다),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낸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왜 그렇게 많이 팔렸는지 짐작이 간다.





물론 정치적 갈등과 그로 인해 정치과잉질환이 심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에서 그 갈등의 깊이와 파괴력은 생각보다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가만 보면 사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 투성이다. 온통 인상비평을 하는 자칭 전문가들로 넘쳐나고, 자신의 생각을 그들의 의견을 단순하게 받아들여 무한복제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군중들은 거의 광신자와 같은 행동 패턴을 보인다.


나와 내가 선 진영의 주장은 진리이고 상대편의 주장은 사악한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상대방의 주장에도 타당한 면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사안은 선과 악이 아니라 가치와 기준의 문제라는 것은(기준을 어디에 세우고, 어떤 가치를 좀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서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최소한의 교양을 갖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국회에서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의원이 상대방을 향해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모습이 통쾌하긴 하지만, 새해를 맞아 여야가 국민들에게 함께 인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 않던가. 결국 시민의 교양이 필요하다. 우리 앞에 서 있는 그들은 우리의 교양 수준을 대변하는 인물들일 뿐이니까.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주제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는 저자다. 언뜻 유시민의 잘 읽히던 글이 떠오르기도 한다. 최대한 양측의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결국 선택은 독자에게 맡기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물론 책을 읽기 전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정도 교양을 알고 내리는 결론이라면 최소한 서로 대화는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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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05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얇고 넓은 지식,꼭 저 같은 사람이 읽어야 될 교양서적 같단 생각이 드네요.눈이 좋아지면 꼭 한번 읽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 1400년 중동의 역사와 문화가 단숨에 이해되는
존 톨란 지음, 박효은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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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사를 쓰는 건 쉽지 않다. 이미 모든 일들이 일어난 후에 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사건들은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차근차근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꽤 멀리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다른 사건들도 있고.


하나의 나라, 혹은 집단의 역사만 봐도 그럴 텐데, 이 책은 그보다 어려운 작업을 시도한다. 이슬람의 역사.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운동을 다루는 것부터가 쉽지 않지만, 역사적으로도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를, 아랍인과 베르베르인, 유대인, 페르시아인, 몽골인 등등 수많은 인종집단까지 포함된다. 이걸 책 한 권에 담는다고?




물론 이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선별과 편집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슬람의 탄생과 초기 무함마드의 계승자들, 우마이야 왕조와 아바스 왕조로 이어지는 시대는 그래도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기술할 수 있었지만, 아바스 왕조 후기 각 지역의 다양한 (사실상의) 독립 세력들까지는 아쉽게도 설명이 거의 생략되어 있다.


어쩔 수 없는 면이긴 한데, 전성기 이슬람 제국의 영역이 북아프리카 전역과 이베리아 반도,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을 아울렀고, 오스만 제국은 여기에 아나톨리아 반도와 그리스 지역까지 더했으니까. 당시의 통신과 교통 수단을 생각한다면, 한 명의 절대군주가 이 모든 영역을 다스리는 건 불가능하다. 자연히 수많은 지역 통치자들에게 권력을 위임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인물들이 하나둘 나오기 마련이고, 사실상 독립 왕조가 생기는 일의 반복이다. 그 모든 내용을 다루려면 따로 책 한 권이 필요할 것이고.


앞서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온갖 것들을 찾아봤는데, 그래도 이 한 권에 꽤 충실히 담겨 있다. 일부 내용은 보지 못했던 것들이기도 했으니 꽤 알차기도 하고. 제목처럼 “세상 친절한”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경우엔 꽤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현대 이슬람 세계의 다양한 모습은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오늘날 이슬람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한쪽은 이른바 이슬람포비아라고 부를 만한 혐오정서로, 이슬람과 테러를 거의 동일시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이슬람에 씌워진 그런 혐오를 벗겨내기 위해서, “원래 이슬람은 평화적이고 인권을 존중한다”는 식으로 설명하려는 이들도 있다. 물론 진실은 양측의 주장 가운데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애초에 한두 명의 사람들이 아니라 수십 억 명이 이슬람의 깃발 아래 있는데, 그들의 성격을 한 가지로 정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누가 그들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을까. 결국 이 문제는 “역사”를 더듬어 봐야 조금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검토해 본 이슬람은 평화의 시기도 있었으나, 적지 않은 시기는 분열과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강경파는 어느 시대나 존재했고, 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코란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꽤 이른 시기부터 자기들의 입맛에 맞춰 편집하고, 취사선택을 했으니까).


많이들 꺼내는, 십자군에 대한 반발이었다는 핑계도 사실 근거가 약하다. 십자군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슬람 제국의 확장과 공세, 그리고 파괴적 행동들은 존재해 왔으니까. 그리고 십자군의 직접적인 원인은 파티마 왕조의 칼리프였던 알 하킴이 예루살렘의 성묘교회를 파괴하는 등 기존의 관행을 무시한 만행을 저질러서였다.


당장에 서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도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우리를 모르니까. 다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거에 이미 있었던 일을 충분히 익히는 것은 필수적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과거에 있었던 일의 결과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한 권을 천천히 읽어보는 건 충분히 좋은 시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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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막이 오른다 - 초원에서 찾아낸 12개의 이야기
김주연 지음 / 파롤앤(PAROLE&)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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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거의 다 읽었을 무렵, 제목을 확인하고는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언젠가 이와 비슷한 제목의 책을 읽지 않았던가? 물론 같은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올해 새로 나온 책이고 내 머리 속의 그 책은 재작년에 읽었던 책이니까. 확인해 보니 제목이 이 책과 아주 비슷하다. “슬라브, 막이 오른다”. 이 책과는 딱 그 앞 단어만 다르다. 그리고 심지어 저자까지 동일인이었다. 이걸 너무 늦게 알았다.


책은 제목처럼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이리저리 누비며 경험한 저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제2의 김일성이라고 불리는 독재자와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대통령을 해 먹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입국 자체가 쉽지 않아 패스한 모양이다.





우리와 생각보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곳에 있지만, 오히려 유럽이나 미국, 심지어 더 먼 서아시아보다 심리적인 거리감은 더 큰 것 같은 지역이 중앙아시아다. 그 때문인지 오히려 이 지역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이색적으로 들린다. 이 지역의 역사적인 인물이라든지 건축물 같은 것들, 또 저자의 직업적 특성상 관심이 있고 그래서 자주 언급되는 예술 같은 부분은 좀처럼 다른 데서 쉽게 들어보지 못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지역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역시나 소련의 영향력을 빼 놓을 수 없다(이 점에서는 앞서 읽었던 “슬라브, 막이 오른다”와 비슷하다). 19세기와 20세기 이데올로기 충돌은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수단으로 전락시켰고, 만주와 연해주 지역에 살던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를 비롯한 여러 민족들의 이산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번에 지도를 자세히 보면서 알게 된 일 중 하나는,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그리고 타지키스탄의 국경선의 기묘한 모습의 유래다. 마치 각각의 나라에서 촉수를 하나씩 뻗어서 서로를 옭아매는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소련 측에서 이들 국가가 독립한 이후 이 지역의 튀르크인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라고 한다. 고려인 강제 이주 때도 그랬지만, 학살자 스탈린의 악행은 끊임없이 튀어 나온다.





컬러 도판이 여러 장이다. 중앙아시아 하면 왠지 건조하고 붉은 흙만 잔뜩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건물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화려하다(물론 그런 것만 찍어 실었겠지만). 과거 실크로드가 지나던 길목들인지라 꽤나 번성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이야 과거의 영광이 되었지만, 켜켜이 쌓여 있는 역사의 케이크가 언제 또 빛을 발하게 될 지는 모르는 일이다.


편안하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직접 몸을 움직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대신 여행을 다녀주며 필요한 정보까지 또 수집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니 감사할 따름. 요새는 영상물이 좀 더 대중적이긴 하지만, 원하는 페이지마다 사진 한 장을 앞에 두고 잠시 멈출 수 있는 책의 매력은 또 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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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신화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야지마 후미오 지음, 김정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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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로 불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구약성경의 배경이 되는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식과 사고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는 다시 기독교를 통해 서양 문화와 문명에도 그 흐름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그리스-로마 신화 속 신들의 이름은 낯익어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들의 이름은 좀처럼 귀에 익지 않은 것이 사실. 이 책은 바로 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신화를 정리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건설자들은 수메르인이다. 물론 그들 이전에 이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은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전모를 살피는 건 불가능하다. 수메르인은 세계 최초의 문자인 설형문자(쐐기문자)를 만들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겼고, 이들은 다시 셈어족에 속하는 아카드인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아카드인들도 수메르인들에게 쐐기문자를 배워 자신들의 이야기를 남겼다.


이 지역에 흔한 진흙을 말려 만든 점토판에 기록된 이야기들은 건조한 기후 덕에 오랜 시간이 지난 후까지 남았고(일부는 불에 탄 덕분에 더 강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근대의 학자들에 의해 비로소 그 의미가 조금씩 해독되기 시작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그 결과물인데,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깨지고 사라진 것들 때문에 일부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책에는 세상의 창조 이야기부터 다양한 영웅 설화들이 소개된다. 사실 이 지역의 신화라는 것이 각 거점들(도시들)마다 저마다의 전설들이 있었기에, 큰 틀과 인물은 유사해도 내용상 차이가 있는 경우들이 많았을 것이다. 또한 수메르인에서 아카드인으로 주도세력이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의 변용들이 생겼을 것이고. 어느 정도 강력한 중앙권력이 나타난 후에야 어느 정도 이런 것들이 정리되었을 텐데, 책에는 그런 식으로 정리된 결과물들이 실린 것 같다.


메소포타미아의 천지창조 이야기는 확실히 복잡하다.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고, 인간은 부속품으로, 신들의 도구로 창조된다. 신들 사이의 계급이 나뉘고, 자신이 낳은 신들을 불쾌하게 여겨 전쟁을 일으키는 티아마트와 그녀의 몸을 조각내 세상을 창조한다는 이야기는 어질어질하다(종종 이런 신들 사이의 싸움은 그 신을 주신으로 섬기던 도시들 간의 싸움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잘 알려진 길가메쉬 이야기는 홍수에 관한 내용 때문에 창세기의 노아 이야기와 자주 비교된다. 흥미로운 건 이런 홍수 전설은 여기에서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고대 신화 속에서 전설이라는 모양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점.(예컨대 인디언들의 신화나, 심지어 고대 중국 신화 속에서도 발견된다) 어떠면 이건 인류 공통의 “원기억” 같은 건 아닐까 싶기도. 참고로 길가메쉬의 홍수 이야기는 소재 말고는 세부 내용의 경우 노아와 비슷한 게 없다.





이런 책은 일본인 저자가 쓰는 경우가 많은 게 참 부럽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일본 국내 대학에서만 공부하고 교수까지 된 저자가 쓴 것인데, 이 책이 연구적 수준이 높다기 보다는 기존에 연구된 내용 가운데 본문을 잘 정리해 낸 수준이긴 하지만, 이런 책들이 꾸준히 쌓여야 더 깊은 작업이 나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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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7-23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세기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서구에 소개되면서 처음에는 성서의 아류인줄 알았다가 실제 성서시대보다 천년이상 앞선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서구의 학자들이 멘붕에 빠졌다고 하지요,
그리고 해외로 유학을 가지 않은 일본인 학자들이 메소포타미아 신화같은 책들을 저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본의 무지막지한 번역문화때문입니다.실제 온 세계 언어의 책들이 번역되어서 일본의 학자들은 굳이 해당 국가의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이건 문학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그러다보니 보통의 일본인들의 외국어 습득능력은 매우 떨어진다고 하네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3 - 7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7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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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대단원이다. 이게 일곱 번째 시리즈이고, 각 시리즈마다 3권씩으로 되어 있으니 총 21권, 그리고 여기에 가이드북까지 더하면 모두 22권이었다. 첫 권을 2020년 1월에 보기 시작했으니 햇수로 5년 만에 완결까지 이르렀다. 마지막 리뷰는 시리즈 전체에 관한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해 볼까 한다.


먼저 각 시리즈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1) 로마의 일인자 - 호민관 드루수스(小 드루수스), 마리우스

2) 풀잎관 - 마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3) 포르투나의 선택 - 코르넬리우스 술라, 율리우스 카이사르

4) 카이사르의 여자들 - 율리우스 카이사르

5) 카이사르 - 율리우스 카이사르

6) 시월의 말 - 율리우스 카이사르

7) 안토니우스의 클레오파트라 - 옥타비아누스,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확실히 카이사르가 중심인물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의 시작 시점은 BC 1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포에니 전쟁에서 승전하고 로마가 지중해 서부의 패자로 발돋움한 시기, 하지만 여전히 로마라는 작은 도시(그리고 그 도시를 주도하는 원로원)만이 모든 힘을 독점해야 한다고 여기는 소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득권 세력들에게 저항하며 최소한 이탈리아 반도 안의 동맹시에는 로마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 호민관 드루수스였다. 하지만 결국 그의 암살로 계획은 실패했고, 이에 절망한 동맹시민들은 결국 내전을 선택한다.


카이사르 역시 한편으로 드루수스와 유사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로마는 더 이상 작은 도시 중심의 국가가 아니고 제국의 길로 나아갔으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기득권층에게만 로마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단지 그 이유 때문에 여기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은 아닌 듯하다. 작가는 바로 그 드루수스의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카이피오를 등장시켜 서로의 여동생과 결혼을 했던 그들의 관계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카이피오가 드루수스의 동생 리비아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카이사르의 애인이었던 세르빌리아(브루투스의 어머니다!)였고, 카이피오와 이혼 후 재혼을 한 리비아가 낳은 아들이 소 카토(카이사르의 정적)과 포르키아(브루투스의 아내)였다. 그리고 아들이 없이 죽은 드루수스의 양자가 낳은 딸이 옥타비아누스의 아내가 된 리비아이고. 물론 고대 로마 귀족들의 결혼이라는 것이 유력한 가문들 사이의 연합이었기에, 유명한 사람들은 대충 다 인척관계로 이어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작가는 한 인물만이 아닌 좀 더 큰 맥락에서 이야기를 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인물들을 배치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작가는 한 인물, 한 인물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어떤 인물이 그리 유명하지 않은데도 그에 관한 개인적인 서술이 길게 나오면, 그는 반드시 뒤에서 떤 중요한 결정이나 사건의 방아쇠를 당기는 인물이 되는 식이다. 아무래도 역사 소설이다보니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자유롭게 인물들을 사용할 수 있지 않았나 싶은데, 단순히 역사 기록으로만 남은 건조한 문장들에 생기를 불어넣어 큰 바람을 일으키게 만드는 능력은 확실히 탁월한 글솜씨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마지막 권은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사이의 최후의 결전을 다룬다. 앞서 두 권에 걸쳐서 이들이 제2차 삼두정치를 시작한 후 각각 서로를 견제하며 어떻게 준비해왔는지를 길게 다루었던 저자는, 마침내 두 사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을 연출하지만 그 모습이 영 지리멸렬하다. 가장 주된 원인은 이미 이 시기 젊은 시절을 방탕하게 보낸 결과로 안토니우스의 심신은 피폐해져있었고, 그 틈을 파고든 클레오파트라가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투에 관해선 문외한이었던 클레오파트라가 설치면서 안토니우스 주변의 인물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결국 첫 대결 이후 대거 이탈을 하게 된다.


작가는 이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을 클레오파트라가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거듭 언급하는데, 생각해 보면 고대 로마에서 여성들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비공식적으로) 서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있어도, 군사 지휘에 나선 적은 없으니 그렇게 봄직도 하다. 물론 그녀의 군사적, 정치적 식견이 상당히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고.


오직 아들(카이사르와의 사이에서 낳은 카이사리온)을 전 세계의 통치자로 세우겠다는 단견밖에 갖지 못했던 클레오파트라의 계획이 실패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상대하고자 했던 로마는, 벌써 수백 년 동안 수없이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무엇이 최선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때로는 무력을 동원한) 토론의 결과로 나온 결론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으니까. 클레오파트라의 계획은 오히려 망상에 가까웠다. 얼마 전 있었던 계엄처럼.






좋은 작품이었다. 흡입력이 대단하고, 스물한 권의 대적임에도 전체를 두고 봐도 구성이나 설정이 크게 무너지는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공화정 말기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둬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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